본 기사(Risk Management의 관점에서 본 올림픽)은 SIRI(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의 창간특집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부편집장 주: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던 2014년을 마무리하는 시점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건사고를 겪으며, 위기를 미리 예방하는 것과 위기에 처했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중요한지를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즉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서 ‘Risk Management’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스포츠이벤트에서도 ‘Risk Management’는 매우 중요한 사항입니다. 허나 마케팅, 미디어, 시설 등의 분야보다 주목 받지 못해 쉽게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란 대규모 메가 이벤트를 준비하는 입장에서, 스포츠 이벤트 속 ‘Risk Management’의 중요성을 되짚어 보기 위해 본 특집 기사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방을 관통한 대규모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현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 됐다. 3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방사능 누출로 인한 그 안전성 논란이 잠식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이 엄청난 사고가 발생한 약 2년 반 만에 하계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성공했다. 이로써 일본 도쿄는 1964년 제18회 하계올림픽 개최 후 56년 만에 올림픽을 개최해 세계 5번째, 아시아 최초로 하계올림픽을 2회 이상 개최하는 도시가 됐다.

2013년 9월 7일(현지시각)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제125차 총회에서 일본 도쿄는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을 제치고 2020년 제 32회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이날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아베 총리는 “일부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걱정하지만 안전을 보장한다”며 “지금까지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도쿄에 어떠한 피해도 없을 것”이라 주장하며 안전에 대한 논란을 잠재웠다.

도쿄 올림픽 개최가 선언된 지 약 1년 후인 2014년 9월 27일, 일본 나가노현에 위치한 온타케산이 분화해 인명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일본엔 전 세계 활화산의 7%에 해당하는 110개의 활화산이 있다. 일본 기상청은 110개의 활화산 중 언제든지 분화 가능한 47개를 집중 관리해 왔고, 이번에 분화한 온타케산도 그 중 하나였다.

온타케산의 분화로 일본을 대표하는 산인 후지산으로 그 시선이 옮겨졌다. 지난 2000년 동안 43차례 이상 분화한 후지산은 1707년 이후 300년 동안 분화하지 않았다. 2020년 올림픽 개최가 예정된 도쿄와 후지산의 거리는 불과 100km이다. 2004년 일본 내각부가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후지산이 분화한다면 도쿄에도 2~10cm의 화산재가 쌓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수도권 전체가 화산의 위험에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과 화산 폭발이라는 자연재해로 인해 일본에서의 올림픽 개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질지는 아직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번쯤 다시 그 안전성을 생각해야 할 때이다. 각종 염려와 걱정을 죽이면서까지 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인 일본정부가 화산 분화의 위험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또 정말 300년 동안 분화하지 않았던 후지산이 조만간 폭발한다면 도쿄의 올림픽 개최는 어떻게 될까?

올림픽 규정 Olympic charter의 가장 최신판(2013.09)에 의하면 올림픽 개최지의 철회에 대한 규정은 짧게 언급되어있다. 하지만 그 언급에도 정확히 ‘Natural Disaster’와 같은 특정한 케이스는 나와있지 않다. 다만 개최지의 선정과 철회의 규정에 대해서만 짤막하게 나와있다.

올림픽 개최지의 철회는 IOC(국제올림픽위원회) OCOG(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주를 이루어서 결정한다. IOC가 올림픽 개최 예정국이 개최가 힘들 것 같으면 이를 인지하고 철회할 수 있는 권한은 있지만 아직 이러한 케이스는 없다. 통상적으로 올림픽 개최지가 선정 된 이후로 개최지가 개최 포기를 선언하는 경우는 자연 재해나 전쟁 혹은 그로 인해 복구나 금전적 손실이 클 경우, 나라가 재정위기를 맞는 경우 등이 있다.

지금까지 올림픽의 개최가 변경되거나 취소된 사례는 제 2차 세계대전을 제외하면 단 두 차례밖에 없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개최된 제 12회 동계 올림픽은 원래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유치가 확정됐지만, 환경문제와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개최를 반납했다. 또 지금으로부터 한 세기 전엔 190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하계 올림픽이 예정되었지만 1906년 4월 7일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나폴리가 폐허가 돼, 결국 올림픽 개최를 포기했다. 이탈리아의 올림픽 관련 예산은 나폴리의 복구 비용으로 쓰였고, 결국 1908년 제 4회 하계 올림픽은 영국 런던에서 개최 되었다.

올림픽은 지구촌 최대의 축제라고 불린다.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각 나라의 관광객이 몰리는 이 대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어야 할 부분은 당연 ‘안전’이다. 그 동안의 올림픽을 살펴 봤을 때, 안전이란 키워드 아래 가장 신경을 많이 써왔던 것은 테러였다. 자연재해와 같은 환경적 요인은 뒷전이었다. 다가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전한 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방사능과 화산의 위험아래 역사상 가장 안전하지 않은 대회가 불과 6년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일본은 안전한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2020년 대회를 앞두고 일본은 어느 때보다 더 재해 대비와 안전에 유의하고 있다.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 참의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에 대회를 개최하기까지 고민해야 할 많은 사안이 있지만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재해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재해를 예방하고 피해를 경감할 계획을 완벽히 구상하기 위해 이미 준비를 시작한 상태이다”고 밝혔다.

지난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일본에게 떠오르는 강국으로의 면모를 과시하는 기회였다면 이번 2020년 대회를 통해서는 세계에 자연재해에 철저히 대비하는 일본의 준비성을 보여주고 국제행사에서 재해 경감계획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자 한다. 또한 대회의 안전성을 강조함으로써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쓰나미 등 일본의 자연재해 사고에 대한 외국인 방문객들의 공포심을 가라 앉히려는 목적도 포함돼 있다.

사진6

흥미로운 점은 일본에서 올림픽을 앞두고 재해사고에 대한 경각심이 일어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1964년 6월 16일, 일본의 북쪽에 위치한 니가타 현에서는 리히터 규모 7.5의 지진이 발생했다. 2011년 1월 아이티를 덮친 대지진의 규모가 7.0, 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킨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지진 규모가 6.0이었다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리히터 규모 7.5는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심한 피해를 입힐 정도의 강진이다. 이 지진으로 36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385명이 다쳤다. 재산피해도 막심했다. 3,534여 개의 주택과 아파트 건물이 파괴되고 11,00여개가 피해를 입었다. 올림픽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도쿄대학교 지진연구소의 히로시 카와스미는 당시 사고에 대해 “심지어는 일본인들조차도 행여 올림픽 기간에 경기장에 관중들이 들어차있는 상태에서 지진이 발생할 까봐 공포에 떨었다”라고 서술했다.

하지만 1964년에는 지진에 대한 공포가 국가 내에 완연한 가운데서도 재해경감에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못했다. 로만 사이브리스키 미국 템플대학교 지리학과 교수의 책 ‘도쿄 역사사전 (Historical Dictionary of Tokyo)’에 따르면 대부분의 공공예산은 홍수 예방을 위한 댐 건설이나 경기나 방문객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인프라 건설에 사용됐다. 사이브리스키 교수는 ‘도쿄는 1964 올림픽을 준비할 때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계획을 고려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사진7

하지만 2020년을 대비하는 도쿄는 이전과 다르게 확실히 도시 전체를 생각하고 있다. 일본이 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으로 삼고 있는 ‘일본의 변화를 추진하고 세계에 우리의 최선을 보여주는 도쿄 비전 2020 (Tokyo Vision 2020: Driving change in Japan/Showing our best to the world)’이라는 보고서는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요구되는 환경∙도시∙산업∙개인적 측면의 여덟 가지 목표와 세부 정책으로 구성돼있다. 이중 재해예방계획은 첫 번째 목표로 도시전체의 내재해성 향상에 대한 포괄적이며 정교한 구상으로 구성됐다. 이 목표는 현실적으로 달성 및 실행 가능하도록 3년짜리 실행계획으로 구체화됐다.

그 예로 현재 일본은 도쿄 비전 2020의 첫 번째 목표인재난에 강한 도시를 만들어 도쿄의 안전성을 세계에 입증한다’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건물들을 개∙보수해 각각의 내재해성, 특히 내진성을 보강하고, 위급상황시 사용 가능한 넓은 수송도로를 구축 완료하겠다는 실행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 실행계획에만 22개의 정책과 363개의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고 265억 달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4년밖에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 평창은 안전한가?

한국은 방사능의 위협이 상대적으로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또 지진이나 화산의 피해가 일어날 확률도 적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연재해란 언제 불시에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며, 인간의 힘으로 예측하거나 예방하기 힘든 분야이다. 따라서 긴급상황 시 안전에 대한 대책이 꼭 필요하다. 지난 6월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원회에서 국내에선 평창올림픽을 포함해 국내에서 개최할 국제경기대회의 안전 대책을 집중 점검한바 있다. 특히 인천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소방방재청에 문의 한 결과, 인천아시안게임 조직위에서 재난 대비와 관련한 협조요청을 받은 바 없다’는 조사가 나왔다.
세월호 참사 등 각종 안전사고가 끝이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안전’이란 단어에 인색해 보인다. 실제로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를 보더라도 ‘자연재해, 재난’ 등에 관한 부서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법령을 살펴 보더라도 대테러에 관한 부분에만 집중되어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2년이란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벌써부터 ‘안전’을 걱정하고 있는데 말이다. 평창이 상대적으로 도쿄보다 안전한 지역이긴 하지만 그것을 무시할 순 없다. 실제로 2007년도에 규모는 작았지만 규모 4.8의 지진이 일어난 경험이 있었고, 지역특성상 폭설이란 자연재해는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2014년 초에도 평창올림픽의 주무대가 될 강원도 곳곳에 1m가 넘는 기록적인 폭설이 기록됐다.

올림픽에 대한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변해왔다. 과거엔 올림픽이 국가간 힘겨루기의 장이자 국가경쟁력을 뽐내는 장으로 이용됐다. 또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들은 올림픽을 기점으로 경제발전을 도모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올림픽에 대한 패러다임은 ‘안전’이란 키워드로 옮겨지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를 얼마나, 어떻게 예방하고 대처하는지를 중요로 생각하는 ‘안전 올림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우리도 올림픽이란 국제이벤트를 개최할 때의 초점을 ‘경제효과’ 등의 발전에 초점이 아닌 ‘안전’에 맞춰야 할 것이다.

특히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사고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가 일어날 시 어떻게 대처하는가가 왜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계속된 크고 작은 사고에도 불구하고 아직 ‘안전불감증’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관한 ‘Risk Management’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다. 지금이라도 안전불감증에서 벗어나 ‘자연재해’와 관련한 대비책, ‘Risk Management’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

Nextcity.org (http://nextcity.org/daily/entry/how-tokyo-is-already-preparing-for-a-disaster-at-the-2020-olympics)
Earthquake.usgs.gov (http://earthquake.usgs.gov/earthquakes/world/events/1964_06_16.php)
Metro.tokyo.jp (http://www.metro.tokyo.jp/ENGLISH/PLAN/DATA/book_of_2020_english_02.pdf)

 

글 = 서재원, 정지원

그래픽 = 정지원

2 COMMENTS

  1. I see You’re in reality a just right webmaster. This web site loading velocity is amazing.
    It sort of feels that you’re doing any distinctive trick.
    Furthermore, the contents are masterpiece. you’ve done a magnificent task on this subject!
    Similar here: dommody.top and also here: Zakupy online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