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축구스타 르엉 쑤언 쯔엉 선수가 인천 유나이티드에 임대로 입단했다. 이 선수는 2009년 3+1 외국인 선수 규정에 따라 아시아 선수 쿼터가 1장 할애된 이후 최초로 K리그에 입단한 동남아 출신 선수가 될 예정이다.

이전에도 물론 80년대 럭키 금성의 전성기를 이끌던 선수인 피아퐁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당시 피아퐁의 모국이던 태국은 아시아의 강호였으며 70년대에서 80년대 아시아 축구는 동북아의 국가들 보다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득세한 시기였다.

그로부터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K리그에서 동남아 출신 용병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사실 K리그 팀들의 입장에서는 아시안 쿼터가 생기기 이전에는 동남아 선수들 뿐만 아니라 아시아 선수들을 데리고 오는 것이 매우 큰 도박이리라 볼 수 있다.

용병의 주 공급지인 브라질과 비교해 보았을 때 개인 기량이라는 면에서 아시아 선수들이 우위를 점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몸값에 있어서도 경쟁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2009년 아시안 쿼터가 생기기 이전의 리그 내 용병들의 국적을 보면 브라질을 위시한 남미 선수들과 세르비아를 주축으로 한 소수의 동유럽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2009년 아시안 쿼터 탄생 이후에도 동남아 선수들의 K리그 진출은 요원한 일이었다. 대부분의 팀들은 호주나 일본에서 선수들을 공급해왔으며 그 중 다수의 선수들이 적응에 성공하였고, 그로 인해 아시안 쿼터는 몇 년간 호주와 일본 선수들에게 할애되어 왔다. 여전히 동남아 선수들은 일본 선수들과 비교하였을 때 지리적으로 불리하였고 호주 선수들에 비해 신체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서 시작된 동남아 용병 영입사례들은 이런 관례들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일본은 이미 2009년 이전부터 동남아 선수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스카우팅하였다. 분명 동남아 선수들의 축구실력은 일본 선수들에 비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음에도 그들이 동남아 선수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J리그를 동남아에 수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동남아는 근래 많은 축구팀과 리그들이 공략하려고 노력하는 상업적으로 매우 매력적인 리그이다.우선 동남아 시장이 지닌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넓은 인구와 축구팬들의 폭발적인 증가세, 그리고 상대적으로 낮은  자국 리그의 경기력을 들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축구의 인기가 여타 컨텐츠들에 비해서 무척 높을 뿐만 아니라 자국리그보다 해외의 리그에 대한 수요가 더욱 크다. 이는 자국리그의 수준이 해외의 그것과 비교하자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이렇듯 매력적인 시장을 많은 리그들이 파고 들었는데 대표적인 곳이 EPL이다. 그들은 지속적으로 투어를 하며 질 높은 경기력을 보여주었고 이후 중계권료 매매를 통해 자연스레 팬들의 안방까지 점령했다. 그 결과 동남아 시장에서 EPL의 인기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중계권료 역시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거리에서 EPL팀의 유니폼을 입은 시민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J리그는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이기에 한 술 더 떴다. 국가적 차원의 지원사격 하에 필리핀과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 J리그의 하이라이트를 송출하기 시작했고 더불어  12년 전에 이미 아시아 국가들의 리그에 J리그 팀들의 위성구단을 만들어 참여시킬 뿐만 아니라 동남아에서 리그 개막전을 펼치기도 하는 등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 심지어 J리그는 ‘아시안 쿼터2’라는 것을 만들어 동남아 출신 선수들을 위한 규정을 따로 만드는 등 정부와 사무국 모두 힘을 합쳐 동남아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J리그는 단순히 그들의 리그를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동남아의 유명 선수들을 영입해 오기도 하였다. 앞서 언급한 동남아 쿼터를 활용하여 여러 동남아 선수들을 영입하였는데, 대표적인 선수가 베트남의 레콩빈이다. 베트남의 박지성이라 불리는 레콩빈은 국민적 축구 영웅이다.

이렇게 자국에서는 유명한 선수지만 그의 행선지는 일본 2부리그인 J2리그였다. 하지만, 상업적 효과는 폭발적이었다. 매체의 뜨거운 관심 속 J2리그 소속 콘사도레 삿포로에 입단하자 팀의 모기업인 맥주회사의 동남아 판매량이 급증하였다. 레콩빈은 이후 삿포로에서 9경기를 뛰며 2골을 넣었다.

데뷔 골을 넣은 날 퇴장까지 당하며 화제를 모았는데, 베트남 팬들은 레콩빈을 보기 위해 삿포로로 몰렸고 삿포로는 한때 베트남인이 가고 싶은 해외 도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일본 기업 ‘수미모토 코퍼레이션’과 ‘SSSC’도 콘사도레삿포로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일본 축구가 베트남TV에 더욱 자주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미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뿐더러 이해하고자 하지도 않는다. 따지고 보면 K리그는 모기업의 스폰에 의존하는 구조이기에 굳이 상업적으로 성과를 내야 할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이다. 그저 현재의 성적이 어떤지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현재의 구조는 동남아 시장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았다.

변해야 한다. K리그는 현재 분명히 아시아에서 수준이 높다. 엄밀히 따지자면 아시아 최고 리그 중 하나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머니파워를 보여준 일본과 떠오르는 리그인 중국의 슈퍼리그, 게다가 서아시아의 오일머니의 힘에 국내의 좋은 재능이 유출되고 있다.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K리그의 문제점은 수익을 거의 전적으로 모기업에 의존한다는 것인데 경기가 좋지 않은 시기에는 직격탄을 맞고 리그의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수익구조를 다양화하여야 하는데, 현 시점에서 리그 관중수를 늘리는 방안은 여러가지로 시도는 되고 있으나 당장에 큰 효과를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답은 K리그의 수출인데, 시장은 정해져 있다. K리그에 비해 리그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고 축구에 대해 열정적인 국가들, 앞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동남아 국가들이다. 이미 10년도 훨씬 전부터 물밑작업을 시작한 일본은 최근 그 성과들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K리그는 여전히 강건너 불구경하듯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것 같다.

K리그의 장기적인 발전이라는 큰 뜻이 아닌 각자의 팀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동남아로의 K리그 전파는 분명히 중요한 과제이다. 앞서 언급했듯 단 한명의 선수 영입을 통해 큰 이익을 봤던 콘사도레 삿포로의 예시는 리그가 아닌 하나의 클럽에게 해당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물론 순수한 마케팅을 위한 선수 영입은 성공하기 힘들지만 동남아 선수들 중에서도 기량적으로 크게 뒤쳐지지 않는 선수들이라면 영입을 통해 팀과 개인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K리그는 분명 시장에서 뒤쳐져 있으나 여전히 기회는 있다. 아직까지는 AFC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클럽대항전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고 있으며 A매치를 통해 국내선수들의 기량도 같은 아시아권 내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기력을 기반으로 K리그와 한국축구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며 EPL과 J리그가 해왔던 마케팅을 잘 쫒아가고 거기에 새로운 요소들을 덧붙인다면 분명 ‘잘 팔릴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면, 인천 유나이티드가 동남아의 한 선수를 영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는 팀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상업적인 요소 역시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J리그가 과연 동남아 선수의 영입만으로 성공하였는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은 10년이 훌쩍 넘는 기간동안 꾸준히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고자 협회와 사무국, 더 나아가 지자체와 국가까지 합심하였다. 사람의 마음은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잘하는데다가 열심히 하는 사람을 보면 움직일 수 밖에 없다. K리그는 J리그의 몇 년간의 노력을 잘 살펴보았을 때 동남아 마케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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