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의도 없이 확정된 올림픽 개최 도시

2017년 7월 11일, IOC는 자신들의 홈페이지를 통해 올림픽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역사적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하였다. 그 내용의 핵심은 2020년 도쿄 올림픽 이후 개최될 2024년과 2028년 하계 올림픽 개최도시를 이미 확정하였다는 것이다.

2024년 올림픽의 개최 후보 도시는 현재 프랑스 파리와 미국의 LA뿐이다. IOC는 이 두 도시 중 한 도시를 2024년 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둘 중 한 도시를 2024년도 올림픽에 배정하고, 나머지 한 도시를 2028년 올림픽에 배정하겠다는 것이다. IOC는 이와 같은 결정을 두고 파리-LA-IOC간의 ‘WIN-WIN-WIN’이라고 극찬하였다. 하지만 그들의 ‘주관적 극찬’을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IOC의 올림픽 개최도시 선정 과정을 먼저 이해하여야 한다.

 

올림픽의 개최도시 선정 과정

통상 올림픽 개최도시를 결정하는 데에는 9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즉, D-9 years의 과정으로 올림픽을 준비하게 된다. 하지만 IOC의 개혁안인 ‘어젠다 2020’의 실행으로 인해, 기존의 과정에 개최 희망도시의 ‘초대 단계(invitation phase)’가 추가되었고, 이로 인해 비딩 프로세스는 총 10년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해당 올림픽 개최년도의 7년 전에는 개최도시가 결정되고, 그 기간 동안 개최 확정 도시는 올림픽을 준비하게 되는 것이다. 참고로 올림픽 비딩 과정의 구체적 프로세스는 다음의 그림과 같다.

(C) IOC

 

그렇다면 2024년 개최도시와 2028년 개최도시를 이미 확정하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는 IOC가 어젠다 2020에 맞추어 개정했던 비딩 프로세스의 규정 자체를 무시했다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하면, 2024년 올림픽의 경우 D-7 year까지 개최도시를 선정해야 하므로 올해 선정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2028년 올림픽의 경우 2018년에 시작될 ‘초대 단계’와 2021년의 개최도시의 선정 과정 자체가 통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는 2028년 올림픽의 경우 개최에 대해 논의도 하기 전에 이미 개최 도시를 결정하였다는 것이며, 2014년에 논의되어 이제 채 3년도 되지 않은 IOC 개혁안인’어젠다 2020’가 통으로 무시되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IOC가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데에는 도대체 무슨 이유가 있을까?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수줍은 고백 혹은 자백?

이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의 다음의 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Ensuring the stability of the Olympic Games for 11 years is something extraordinary,” the IOC President said later at a press conference with the two mayors and leaders from the two candidatures. “That is why we say this is a great day for the Olympic Games and the Olympic Movement, and it’s a great day also for these two wonderful cities, these two great Olympic cities” 

즉, 토마스 바흐는 ‘오늘의 2017년’부터 ‘미래의 2028년’까지, ‘총 11년’ 동안 올림픽 안정성을 확보한 것 자체가 너무도 대단한 결정이라 극찬하였다. 올림픽 자체는 물론 올림픽 정신까지 언급하는 걸 보니, 그는 이와 같은 결정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올림픽뿐만 아니라, 월드컵과 같은 메가 스포츠이벤트의 최근 개최 트렌드를 보면, 그의 고백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2010 South Africa World Cup
•2014 Brazil World Cup
•2014 Sochi
•2016 Rio
•2018 Russia World Cup
•2018 Pyeongchang
•2020 Tokyo
•2022 Beijing
•2022 Qatar World Cup

위의 도시들은 올림픽과 월드컵의 개최도시이며, 이해를 돕기 위해 월드컵 개최도시는 파란색으로 표시해 두었다. 대륙별 순환 개최라는 미명을 걷고 2010년 이후 월드컵 개최국의 면면을 보면 확실하게 드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바로 대회 후 엄청난 적자, 스포츠 이벤트의 정치적 이용, 그리고 부의 과시 정도일 것이다. 올림픽 개최 도시는 어떤한가? 묘하게도 소치와 리우는 월드컵을 개최한 브라질과 러시아였고, 이 두 나라를 제외하면 남는 나라는 한국 일본 중국 뿐이다. 따라서 양대 메가 스포츠이벤트인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국을 맵핑하면 다음과 같은 쏠림이 눈에 띄게 나타난다.

뚜렷해지는 올림픽 기피 현상과 IOC의 자충수

즉, 2018년 평창, 2020년 도쿄에 이어 2022년 베이징까지. 국제 스포츠에 영향력이 떨어지는 극동아시아 3개국에서 3연속 올림픽이 개최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개최국 전체로 확대해도, 개최국 리스트에 소위 전통적 선진국들을 찾을 수 없다. 월드컵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이는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이는 올림픽 자체의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 방증이다. 즉, 올림픽과 같은 메가 스포츠이벤트를 원하는 나라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며, IOC는 조직을 개선하겠다고 만든 개혁안을 스스로 내팽개쳐 버릴 만큼, 현재 큰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의사결정의 합리성과 효율성, 조직 운영의 안정성 차원에서 보면, 이번 IOC의 결정은 ‘신의 한 수’라 불릴 만 한다. 누군가는 탈락으로 상처를 받고, 유치 확정된 누군가도 엄청난 재정적 압박으로 상처를 받는 지금. 점점 제로섬 게임과 같아지는 현재의 올림픽 개최 도시의 현황들을 봤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IOC의 친 후보 도시화’가 핵심인 어젠다 2020 개혁안은 물론, ‘초대 단계’ 자체를 무시한 결과는 앞으로 IOC에게 두고두고 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당장 초대 단계를 준비하고 있는 나라가 있었다면. 2028년 올림픽 유치에 뛰어들 나라가 있었다면. 이는 용납하기 힘든 결정일 것이다. 왜냐하면 비딩에 참여할 기회 자체가 원천 봉쇄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결정이야말로 공정한 경쟁을 기본으로 하는 스포츠의 정수와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것이다.

또한 IOC와 세계 최정상급 선진국인 미국 프랑스 간의, 밀실 행정을 연상시키는 그들간의 의사 결정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의 투명성을 크게 떨어뜨렸다. 뿐만 아니라, 올림픽을 매개로 국가 개발을 주도하려는 개발 도상국 레벨의 국가들에겐,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유리 천장을 만들어 버린 결과와 같다. 올림픽은 물론, 최근 국제스포츠이벤트의 비딩 과정에서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결정은 IOC의 개혁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것이다.

(C) IOC/ GREG MARTIN

끝으로 IOC의 무원칙적인 의사결정은 IOC 자체의 권위를 크게 훼손시켰다. 우리는 모두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IOC가 어젠다 2020의 40개 개혁안 중 하나에 불과했던 개최비용 감소와 같은 내용으로 평창과 도쿄의 공동개최를 주장한 적이 있었고, 이 때문에 조직위, 지역사회, 시민 단체, 정부, 언론 간 수많은 갈등들이 야기되고 사회가 분열 되었던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쉽게 자신들의 원칙들을 뒤집는 IOC를 보며, 우리에게 큰 혼란을 만들어내고 자신들의 주장을 밀어붙인 그들의 권위와 영향력이 앞으로도 지속될지 의문이다.

본인은 IOC가 2014년 어젠다 2020을 발표할 때에도, 많은 비판적 컬럼을 쓴적이 있다. 현재의 위기를 초래했고 이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IOC가, 개혁안을 빌미삼아 그들의 책임을 개최 도시로 전이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그들의 결정은 실망스러움을 넘어 비겁하기까지 했고, 분산 개최의 카드 역시 개최 도시를 위한 것이 아닌, IOC가 살아남기 위한 방책에 불과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IOC의 무책임성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수익의 90%를 전 세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사용하는 비영리 단체임을 강조하지만, 그들의 친 미디어, 친 스폰서 정책과, 개최국에 너무도 많은 희생과 비용을 강요했던 그들의 ‘압도적 갑질의 결과’는, 다름 아닌 올림픽의 기피 현상으로 적나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림픽은 과연 10년 후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과연 올림픽은 10년 후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존재한다면 언제까지 유지되고 존재할 수 있을까? 금번 2024년 개최 후보 도시였던 헝가리 부다페스트, 이탈리아 로마, 독일 함부르크. 그리고 2022년 동계올림픽의 후보였던 노르웨이의 릴레함메르, 스웨덴의 스톡홀름, 폴란드의 크라코우, 우크라이나의 리비 등 수 많은 도시가 지역 사회와 국민들의 반대로, 국가내 민주적 절차에 의거하여 올림픽에서 스스로 하차하였다.

그리고 이와 비교되는 IOC의 무원칙성과 비민주성, 그리고 불투명성. 과연 올림픽은 10년 후에도 존재할 수 있을까? 10년 후인 2026년 동계 올림픽 개최도시 선정 과정이 시작되었다. 우리 모두는 이 과정과 결과를  엄숙하게 목도하게 될 것이다.

소위 ‘Good Governance’를 주장해 온 IOC의 눈물겨운, 그리고 비겁한 자구책이 이번에는 어떤 마법을 만들어 낼 것인가? 그 자구책이 무원칙의 단기 처방식 땜빵이라면, 환하게 웃고 있는 세 사람의 표정이 불편한 사람은 비단 본인만은 아닐 것이다.

 – by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부 박성희 교수 (sportmkt@huf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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