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2017 ‘글로벌 e스포츠 정상회의(GEES: 2017 Global eSports Executive Summit)’에 본인의 연구 발표차 3일간 참석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본인은 매우 놀라운 일들을 경험할 수 있었다. 해당 행사에는 세계 60여 개국에서 300여 명에 가까운 e스포츠 전문가들이 모였는데, 그 규모의 거대함에 먼저 놀랐고, e스포츠 관련 전문 분야가 20여 개에 달한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2017 GEES @ 박성희

그리고 가장 본인을 놀라게 한 사실은 글로벌 e스포츠 정상회의 주제의 진중함과 그 광대함이었다. 스포츠로서의 정체성에서부터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 및 올림픽 정식종목의 가능성까지. 열띤 토론을 거쳐 주제들이 탐색 되고 구체화 되어가는 그곳은 적어도 본인에겐 신세계에 가까웠다. e스포츠는 게임의 연장이자 젊은 층들이 환호하는 그들만의 문화라는 생각이 얼마나 ‘꼰대’의 생각인지 다시 한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으니 말이다.

1980년 초중반부터 동네 골목마다 어김없이 하나씩 생겼던 오락실을 기억한다. 지금의 ‘아재’들에겐 당시의 오락실은 추억의 장소였다. 고사리손에 동전 몇 개 들고, 수십 가지 콤보 기술을 멋들어지게 시전하는 형아들을 구경했던 기억. 까치발을 딛고 구경해도 전혀 힘들지 않았던 그때. 그리고 시간이 흘러 그 형아가 되어서도, 부모님께 엄청 혼나고 때로는 맞아가면서도, 끊기 어려웠던 그 오락실. 그때와 장소는 우리에겐 참 즐거운 추억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께서는 그런 우리의 마음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늘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오락만 해서 커서 뭐가 되려고 하냐?” 그렇다. 오락실은 부모님들에겐 늘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당신들의 자녀들을 이곳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보내지 말아야 할 그런 장소 말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가 앉아 있던 오락실 대신 집에서, pc방에서, 심지어 휴대폰을 가지고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그토록 걱정하셨던, 게임을 하는 아이들이 어엿한 전문직종인 ‘프로게이머’로 살고 있는 그런 시기를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프로게이머가 국내 프로선수 중 최고 연봉을 받고 있는 그런 시기 말이다. 그렇다. 우리의 생각의 속도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이미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마치 지금의 e스포츠를 보고 예전의 오락실을 떠올리는 것과, “e스포츠는 게임이고, 게임은 사회악인데”를 되뇌는 그런 뒤처진 무지함이 이를 증명한다.

e스포츠 전문 조사기관인 Newwzoo (2016)에 따르면, e스포츠의 시장규모는 2020년께는 140조에 육박할 것이며, 관람자 수도 5억 명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시범종목으로 확정되고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 채택까지, e스포츠의 발전과 그 속도에는 거침이 없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달에 열린 제6회 IOC Summit에서, IOC는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인 GAISF(General Association of International Sports Federations)와 e스포츠의 올림픽 정식종목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 New Zoo (2016)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동네 오락실의 오락쯤으로 생각했던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이 되었고, 스포츠이벤트의 최고봉이라는 올림픽의 정식종목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발전하고 있는 e스포츠의 미래모습은 어떠할까? 본인이 미래학자는 아니지만, e스포츠의 발전상과 각종 현황을 생각할 때 이를 유추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첫째, e스포츠의 미래는 현재의 e스포츠를 가능케 했던 온라인으로부터 탈피하는, 탈(脫) 온라인을 역설적으로 지향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e스포츠계의 가장 큰 화두는 게임종목사와 이벤트 플랫폼 간의 IP(intellectual property) 분쟁문제이다. 당장 아시안게임을 예로 들자면, 공공성을 기본으로 하는 아시안게임의 무대에 특정 게임사의 종목이 선정될 경우, 종목 선정의 방법에서부터 게임사의 게임 홍보 대행이라는 잡음까지 많은 비판이 한꺼번에 발생할 것이다. 따라서 e스포츠의 미래 콘텐츠는 특정 게임 타이틀 중심에서 자연스레 전통스포츠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즉, e스포츠가 탈 온라인을 지향한다는 그 역설의 의미는 e스포츠가 다양한 오프라인 채널을 확보한다는 의미와 함께, 기존 전통스포츠들이 온라인 플랫폼의 주요 콘텐츠로 발전한다는 중첩된 의미가 있다. 따라서 e스포츠의 탈 온라인화는 자연스레 스포츠가 벌어지는 물리적 공간에 비물리적 데이터의 층위가 덧씌워지는, 증강현실(AR)기술로 무장된 경기장의 혁명적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는 자연스레 스포츠산업의 다양한 분야까지 자극하며 산업 전체의 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둘째, 앞선 내용의 연장 선상에서 생각해볼 때, 미래의 e스포츠는 스포츠의 신체 활동이 직접 게임으로 투영되는, 물리적 스포츠활동과 비물리적 게임 활동이 동시간-실시간으로 진행되는 U(ubiquitous)스포츠로 발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ICT 기술과 VR/AR 기술의 발전으로 스포츠 활동이 e스포츠의 새로운 콘텐츠가 되는 것은 물론, 우리의 운동이 e스포츠에 자동 연결되어 직접 스포츠 활동과 간접 게임 활동이 동시에 진행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무슨 운동을 하든 말이다.

이처럼 기술과 물리적 시설을 기반으로 한 전통스포츠와 e스포츠의 융합은, 그동안 “e스포츠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편견을 깨는 것은 물론, 스포츠의 무한한 확장을 가능케 하는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이는 미래 스포츠산업의 전반을 뒤바꿀만하며, 따라서 미래의 스포츠산업은 아마도 현재 e스포츠의 연장이자, e스포츠에서의 진화적 모습이 될 확률이 상당히 높은 산업군이 될 것이다.

무인자동차가 자동차 산업의 미래이고 AI와 IoT가 인터넷의 미래이듯, e스포츠의 미래는 e스포츠의 범주를 벗어나 스포츠의 온라인화를 의미하게 될 것이다. 즉, e스포츠의 미래가 스포츠산업의 미래가 될 시대가 올 것이다. 왜냐하면, e스포츠는 현재에서 스포츠의 미래를 경험케 해줄 미래스포츠(future sports)이기 때문이다.

글 = 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sportmkt@hufs.ac.kr)

※ 본 칼럼은 서울스포츠 2017년 12월호에 기고된 글로 필자의 동의를 받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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