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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비디오 판독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심할 경우 10분 가까이 이어지던 비디오 판독 시간을 5분으로 제한했고 판독이 진행되는 동안 전광판으로 중계 화면을 송출하도록 했다. 이전까지 비디오 판독 시 부랴부랴 핸드폰을 꺼내 중계를 틀던 팬들은 올 시즌부터 현장에서 전광판을 통해 다 함께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개막 후 약 20일이 지난 현재 그 실상은 다르다.

180414 롯데vsKIA 경기 9회초 비디오 판독 상황/MBC Sports+ 중계 화면

판독 화면은 어디로?
현재 KBO리그 모든 구장에서는 비디오 판독 시 전광판에 중계 화면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판독 상황에 대한 리플레이 화면은 나오지 않고 엉뚱한 장면만 나오는 경우가 여럿 발생하고 있다. 일부 방송사가 고의적으로 판독 장면을 내보내지 않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1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KIA의 경기에서도 이러한 상황이 있었다. 양 팀이 4-4로 맞서던 9회초 1사 1, 3루 상황에서 민병헌은 스퀴즈 번트를 댔다. 1루수 김주찬이 공을 잡아 홈으로 송구했지만 심판은 세이프를 선언했다. KIA는 곧바로 비디오 판독을 신청했고 3루 주자 김문호의 슬라이딩과 포수 김민식의 포구 여부에 대한 비디오 판독이 이루어졌다.

판독이 진행되는 약 4분 30초간 방송사는 이 상황에 대해 같은 각도의 리플레이를 두 번 내보냈다. 이는 처음 생중계 당시 나오던 화면과 같은 것이었고 상황이 심판에 가려 시청자들은 판단하기 어려웠다. 판정이 나온 이후에야 방송사는 여러 각도의 리플레이를 내보냈다. 전광판을 통해 지켜보던 관중들과 시청자들은 4분 30초간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2년째 이어지는 악연
이런 상황은 작년부터 이어졌다. 지난해, KBO는 비디오 판독 상황에서 판독센터 자체 영상과 방송사 영상을 모두 활용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KBO와 방송사 사이에 마찰이 있었다. 지난해 7월, 엠스플 뉴스는 KBO의 방송사 배제와 비디오 판독 센터 운영 공개입찰에서의 파행으로 방송사들의 협조가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부 방송사는 비디오 판독 시 리플레이를 내보내지 않았고 판독이 끝난 후 기다렸다는 듯이 판독 상황에 대한 리플레이를 송출했다.

최근, 전광판에 중계 화면이 나오면서 이런 문제가 재점화됐다. 이번 사태도 KBO와 방송사 간 갈등이 원인이다. 지난 5일, 스포츠서울의 보도에 따르면 KBO가 전광판에 방송사의 중계 화면을 내보내는 것은 방송사와의 별다른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일부 방송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판독 상황에서 리플레이를 내보내지 않는 방침을 유지했다.

사실 방송사가 판독 화면을 틀어야 할 의무는 없다. 오히려 판독 화면을 내보내는 것이 방송사에는 부담이 된다. 방송사의 카메라로 판독 상황을 정확히 포착하지 못할 경우 방송사는 많은 야구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된다. 방송사별로 갖추고 있는 중계 장비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와 비교당하는 일이 번번이 일어나고 있다. KBO는 이런 부담을 고스란히 방송사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사진= KBO

KBO 비디오 판독 센터의 현 실태는?
KBO 비디오 판독 센터는 현재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 4층에 위치해 있다. 기존 마포구 상암동 스포티비 사옥에 있었지만 이번 시즌을 앞두고 현재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그간 특정 방송사 사옥에 자리 잡고 있어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센터가 도곡동으로 오면서 영상 분석 오퍼레이터를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증원했다.

센터에는 현재 10개의 모니터와 각종 영상 분석 도구가 설치돼있다. 모니터는 2행 5열로 배치되어 있어 경기마다 아래, 위로 2개의 모니터를 사용한다. 위쪽 모니터에는 시청자가 보는 동일한 화면이, 아래쪽 모니터에는 10분할된 화면이 있다. 10분할 화면 중 6개는 각 방송사의 중계차에서 전송하는 화면이, 3개는 구장마다 자체 설치한 카메라의 화면이, 1개는 자막 등이 제거된 방송 중계 화면이 나온다. KBO가 자체적으로 구장마다 설치한 카메라는 1루 방향 2대, 2루 방향 1대로 총 3대가 있다.

일부에서는 자체 설치 카메라의 비중이 적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역시 대부분 방송사 카메라 화면에 의존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비디오 판독 센터는 방송사로부터 12개의 화면을 받아오며 자체적으로 각 구장에 설치한 카메라는 1대에 불과하다. 오히려 자체 설치 카메라의 비중은 KBO가 더 높다. KBO가 가장 부족한 것은 방송사와의, 그리고 팬들과의 신뢰다.

 

팬들 속만 터진다
방송사와 KBO 간의 갈등이 깊어질수록 답답해지는 것은 팬들이다. 팬들이 언제까지나 비디오 판독 시간을 지루하게 보낼 순 없다. 방송사 역시 평균 1분 이상의 판독 시간에서 판정을 기다리고 있는 심판만 화면에 잡는 것은 전파 낭비에 불과하다.

결국 KBO는 무너진 방송사, 그리고 팬들과의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이 급선무다.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일단 KBO와 방송사는 공생 관계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KBO는 방송사에 통보로 일관하기보다는 일을 시행하기에 앞서 여러 방송사와의 면밀한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우선적으로 심판의 오심과 판독 센터의 오독을 줄이는 것이 팬들을 위한 가장 올바른 길이란 것을 알아야 한다.

현대 야구의 기술과 방송사의 중계 기법, 그리고 응원 문화까지 팬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들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KBO의 행정 업무는 뒤처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8-04-15, 사진=Pixabay, MBC Sports+, 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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