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전주 KCC에서 뛴 찰스 로드가 키를 측정한 뒤 기쁨에 겨워 절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근 외국인 선수의 신장 제한을 포함한 제도를 도입하면서 장신의 경우 2m, 단신의 경우 186 cm의 키제한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즌 종료 후 키를 측정하게 되었고 로드의 경우 199.2 cm가 나와 재계약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득점왕을 차지한 데이비드 사이먼의 경우 2m가 넘었기에 재계약이 불발되었고 최근 ESPN에 출연하여 약간의 키차이로 인해서 한국에서 뛰지 못하게 된 것과 키를 최대한 낮추려 재려 했던 황당한 경험을 이야기하였다.

이처럼 왜 KBL은 외신에 소개되는 등의 조롱을 받아가며 외국인 선수의 신장에 제한을 두는 것일까. 이성훈 KBL 사무총장에 따르면 지난 22번의 시즌 중에서 신장 제한을 폐지한 시기에 경기 속도와 득점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하였다. 즉 키 큰 외국인 선수로 인해서 경기의 속도가 떨어지고 결국 득점이 감소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KBL은 경기당 평균 득점이 팬들이 느끼는 만족도로 받아들이기 시작하였고 득점을 올려서 흥행을 시킨다는 전략의 목적으로 이러한 신장 제한을 두는 제도를 세웠다는 것이다.

이러한 KBL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KBL이 어떤 외국인제도를 세웠는지 살펴봐야 한다. KBL이 최초로 외국인선수를 도입한 것은 1997년이었다. 이때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장, 단신 외국인 선수를 구분하여 영입하였는데 장신 선수는 203.2 cm 이하, 단신 선수는 190.5 cm 이하의 신장 제한이 있었다. 그리고 트라이아웃을 통한 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선발한다는 점에서 지금과 같았다.

이 제도는 99-00 시즌부터 변화하였는데 장신, 단신선수를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두 선수의 신장합계를 398.78 cm로 제한함과 동시에 한 선수의 신장을 최대 208.28 cm 제한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마찬가지로 트라이아웃을 통한 드래프트로 선발하였다. 이후 2002-03시즌을 앞두고 2쿼터에 외국인 선수를 1명만 출전하도록 하는 제한이 추가되었다.

이후 2004-05시즌부터 자유계약제도를 통해서 외국인선수를 영입하였다. 두 선수의 신장 합계는 400 cm 이하이며, 한 선수의 신장은 208 cm로 제한하였다. 그리고 2쿼터 1명만 출전 제도는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2007-08 시즌부터 트라이아웃 & 드래프트 제도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교체 선수는 트라이아웃에 참여했던 선수 중에서 가능하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그리고 다음 시즌, 즉 2008-09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이 사라졌다. 그리고 2009-10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2명 보유, 1명 출전으로 변경되었으며 쿼터 별 출전 제한은 사라졌다.

이러한 제도는 2011-12시즌부터 자유계약 제도로 변경되었으며, 기존에 존재했던 외국인 선수 MVP제도 또한 사라졌다. 또한 1명 보유, 1명 출전으로 제도를 변경하였다. 하지만 한 시즌 만에 트라이아웃 & 드래프트 제도로 변경과 동시에 외국인 선수 2명 보유 1명 출전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그리고 2014-15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MVP 제도가 부활하였다.

2015-16 시즌부터는 장신 선수 1명 및 193 cm 이하 단신 선수 1명을 뽑는 제도로 변경되었다. 또한 출전 조항에도 제한이 생겨서 1라운드에는 2명을 보유하되 1명이 출전하고, 3쿼터에 한해서 2명이 동시에 출전할 수 있었으며, 4~6라운드에는 2, 3쿼터에 2명이 동시에 출전할 수 있었다.

2016-17시즌에는 1~3라운드 경기에서는 4쿼터에 1명, 2쿼터와 3쿼터에 2명 모두 출전이 가능한, 1-2-2-1 출전이 고정되었다. 그러다가 4~6라운드에서는 4쿼터 1명 출전을 지키되 1~3쿼터 중 2개 쿼터에서는 2명이 출전이 가능한 형태로 변경되었다. 즉, 쿼터별로 1-2-2-1, 2-1-2-1, 2-2-1-1 이렇게 총 3가지 형태가 가능했다.

다음시즌인 2018-19시즌부터는 자유계약제도로 전환되었다. 샐러리 캡은 2명이 합해서 70만 달러이며 신장 제한은 장신 200 cm, 단신 186 cm이다. 단 기존에 뛰었던 선수들 중에서 희망자에 한해서 재측정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찰스 로드를 비롯한 여러 선수가 재측정을 하였고, 찰스 로드, 제임스 메이스 등은 신장제한에 통과했지만 로드 벤슨, 버논 맥클린, 데이비드 사이먼 등은 통과하지 못하였다.

통시적으로 외국인선수제도를 분석해 본 결과, 일관적이지 않은 선수 선발 및 출전 문제가 있다. 외국인 선수 선발제도가 개편되는 시점을 분석해 보면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수장인 총재의 교체시기와 맞물려 있다.

4, 5대 총재였던 김영수 전 총재시기에 외국인 선수 선발이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여 3년동안 운영했다가 임기 도중에 트라이아웃 & 드래프트 제도로 전환되었다. 이후 6대 총재로 취임한 전육 전 총재가 자유계약제도를 도입하였지만 바로 다음 총재였던 한선교 전 총재 시절에 트라이아웃 & 드래프트 제도로 전환되었다. 이후 김영기 전 총재가 부임하면서 장, 단신 외국인 선수 구분과 동시에 신장제한을 도입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리그의 흥행을 위해서 도입되었다는 것이 KBL의 주장이다. KBL의 주장에 따르면 득점이 많이 나오고 경기 속도가 높았던 시기에 가장 흥행이 잘 되었는데, 실제 자료에 따르면 키제한이 없던 시절인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경기당 평균 득점자료를 보면 득점력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키제한이 부활한 2015년부터는 경기당 평균득점이 증가하였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신장 제한이 없는 대신에 외국인 선수의 출전 규정에 변화가 있었고 이것이 득점력 감소에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반면 리그의 흥행을 나타내는 지표인 평균 관중수는 신장 제한이 없던 시기인 2012년에 133만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하였고 키제한이 부활한 이후에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KBL이 경기력과 흥행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외국인 선수의 신장이라고 판단한 것이 흥행 감소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기 전 총재는 단신 186 cm 장신 2 m라는 키제한을 외국인 선수 제도에 도입하였다. 국내 선수들의 신장이 작은 것을 고려하면 국내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로 수월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농구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하려면 이러한 결정은 시대에 뒤떨어지는 판단이다.

전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인 NBA에서는 벤 시몬스(2 m 8 cm)와 같이 2 m가 넘는 가드들이 많으며 리그에서 빅맨(파워 포워드, 센터)를 보는 선수들은 2 m 10 cm를 넘는 경우가 많다. 당장의 가까운 중국이나 뉴질랜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11월 26일에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19 세계 남자 농구월드컵 아시아 예선 중국과의 경기에서 중국대표팀에서 활약한 딩 얀유항(2 m 1 cm)의 경우 스윙맨(슈팅가드와 스몰포워드 포지션 양쪽을 소화하는 선수)으로 활약하였다. 비슷한 신장의 오세근(2 m)이 센터로 뛰는 것을 고려해보면 국제 무대의 문턱이 높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외국인선수 키제한은 시대 특히 포지션 전반적인 신장이 증가하는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아시아컵 엔트리 선발 과정에서 180 cm대 선수들이 대폭 줄어들고 최준용(2 m)이 가드진에 추가되는 모습을 보며 이러한 흐름에 맞춰가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 선발 과정에서 신장 제한 규정을 없애거나 완화해야 한다. 보다 신장이 큰 빅맨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하여 국내 빅맨 선수들이 상대하게 하고 이를 통해 경험을 쌓게 하여 국제 무대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리그 흥행을 이유로 외국인 선수 제도와 같은 행정적인 제도를 손대서는 안된다. 안정적인 행정적 제도 위에서 리그 흥행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신임 총재로 부임한 이정대 총재가 시대에 뒤떨어지는 제도를 정비하여 리그 흥행을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현계원 기자

hyungw0422@siri.or.kr

[2018.05.19., 사진 = 연합뉴스,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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