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5월 24일 UEFA가 새로운 FFP(재정적 페어플레이: Financial Fair Play) 규정을 승인했다. UEFA 집행위원회는 이날 2020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개최지를 발표하면서 개정된 FFP인 ‘FFP 2.0’을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지 팬 사이트나 포럼에서는 축구 팬들끼리 FFP 2.0이 자신들이 응원하는 구단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뜨겁게 토론하고 있다.

# FFP란?

FFP는 유럽 축구 클럽들의 재정적 건전성을 높이고 유럽 축구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UEFA가 2009년에 제정한 규칙이다. 간단히 말해 구단이 회계상 지출하는 금액이 수익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UEFA는 UEFA 가입 구단들의 건전한 재정 운영을 장려하기 위해 FFP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UEFA에서 공개한 FFP 2015년 개정판 자료의 2장에 따르면 FFP의 전체적인 목적은 다음과 같다.

2015년 UEFA FFP 개정안 2쪽 – FFP의 목적

a) 유럽 축구의 전반적인 수준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모든 구단이 유소년 선수들의 육성 및 관리를 지속적인 우선순위에 들도록 한다.
b) 구단들이 관리 및 조직을 충분한 수준으로 갖추도록 보장한다.
c) 선수, 관중, 미디어를 위해 좋은 설비를 갖춘 적절하고 안전한 시설을 제공하도록 클럽의 스포츠 인프라를 조정한다.
d) UEFA 클럽 대항전의 청렴성과 원활한 운영을 지킨다.
e) 재정적, 스포츠적, 법률적, 인력적, 관리적, 시설적 측면 등 다양한 범주에서 유럽의 클럽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게 한다.

# FFP는 꼭 필요하며, 과연 효과적인가?

위에 나와 있는 FFP의 전체적인 목적과 취지는 추상적이고 당연한 내용들이다. 그리고 이 내용 바로 아래에 유럽 구단들의 재정적 페어플레이를 이루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소개되어있다. FFP의 핵심 골자는 바로 여기에 있다.

a) 구단 재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고 구단의 재정적 역량을 키운다
b) 채권자 보호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구단이 선수나 다른 구단 및 국세청에 진 채무를 제때 갚게 만든다
c) 구단의 재정 운영을 더욱 엄격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한다
d) 자체적인 수입의 범위는 넘지 않는 선에서 구단을 운영하도록 한다
e) 축구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책임감 있는 지출을 독려한다
f) 유럽 축구 리그의 장기적 생존을 보장한다

얼핏 보면 유럽 축구 구단들의 재정의 건실함을 위해 제정된 규칙처럼 보인다. 실제로 유럽의 많은 축구 구단들이 재정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 UEFA가 발표한 2016년 클럽 라이센싱 벤치마킹 리포트에 따르면 상위 20개 리그에 소속된 구단의 56퍼센트가 영업손실, 41퍼센트가 순손실을 기록했고 이외의 리그에 소속된 구단의 59퍼센트가 영업손실, 50퍼센트가 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유럽축구시장은 최근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UEFA의 발표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사이에 유럽 1부리그에 속한 구단은 수입이 28퍼센트 증가했다.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불황도 피해간 시장이다.

Statista사의 통계에 따르면 유럽축구구단들의 총수입은 2006년 136억달러, 2016년 246억달러로 꾸준히 증가했다.

2006~2016 유럽축구시장 총수입 변화

유럽 축구 5대리그 (잉글랜드의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의 세리에A, 독일의 분데스리가,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프랑스의 리그앙)의 총수입도 1996년부터 2018년까지 계속 상승세였다. 특히 최근 프리미어리그의 가파른 성장이 돋보인다.

1996~2018 5대리그 총수입 변화

게다가 미국과 중국 시장이 급부상하며 축구 종목 자체의 인기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는 유럽축구구단들이 후보 혹은 2군급 전력의 선수들을 미국과 중국의 프로리그에 비싼 값으로 팔 수 있게 되면서 유럽축구시장의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총수입 지표가 시장의 상황을 판단하는 전부는 아니다. 그렇지만 시장의 수입 창출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지표이다.

하지만 UEFA는 2009년에 FFP룰을 만들어 유럽축구시장에 강력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했다. 우선 이렇게 성공 가세를 달리고 있는 축구 시장에 강력한 규제를 제정하여 시장에 큰 변수를 억지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경제적 규제를 도입하기 전에 유럽축구시장에 어떤 시장실패가 발생했는가부터 조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현재 유럽축구계의 시장실패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FFP과 과연 구단의 재정을 건전하고 튼튼하게 만드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을까? 다시 2016년에 발표된 UEFA의 클럽 라이센싱 벤치마킹 리포트를 보면 구단의 총부채 비율이 최근 감소한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표면적인 결과가 FFP가 큰 효과가 있다고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질문을 달리해서 FFP가 구단의 효율, 구단의 성장, 그리고 유럽축구시장 전체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NO”이기 때문이다.

먼저 FFP는 유럽 축구 구단들의 재정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구단이 FFP의 영향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선수들의 몸값과 연봉 총액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수많은 다른 구단과 경쟁해야 한다. 결국, 구단은 같은 리그 안에서 이전과 비슷한 수의 구단들과 비슷한 수의 관중들을 가진다. 즉 어차피 재정난을 겪을 구단은 재정난을 겪게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연고지에 인구가 적은 축구 구단은 수익 비중의 약 30% 이상에 달하는 입장 수익이 제한적이지만 우승 혹은 상위 리그 잔류를 위해 경쟁하기 위해서는 다른 구단들과 비슷한 수준과 규모로 지출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단의 연봉과 이적료가 줄어드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어차피 다른 구단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비슷한 수준의 지출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출을 그보다 선수 영입과 급료 지출을 더 줄이게 되면 낮은 성적을 갖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낮은 성적은 더 낮은 입장 수익과 스폰서 수익, 중계권료 수익으로 귀결된다. 구단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강등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낮아진 선수 이적료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여 빅클럽들에게 판매하여 돈을 버는 셀링 클럽들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요소다. 따라서 구단의 재정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축구 구단의 재정 문제의 근본 원인이 어디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논외로 덧붙여 이야기하면 애초에 대부분의 구단은 재정 문제를 수십 년, 수백 년 안고도 생존해왔다. 그리고 많은 구단이 재정 문제를 가지고 있음에도 축구 시장은 빠르게 성장했다.

게다가 대다수의 구단주는 일반적인 기업의 경영자와 달리 이윤 창출이 주목적이 아니다. 그들은 구단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손실을 감수할 생각이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축구 구단은 지역 사회에 아주 특별한 존재다. 채권자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고 지방 정부가 구단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FFP가 채권자와 채무자와의 관계를 균형 상태로 맞추고자 하는 데에는 의의가 있으나(채무 연체 금지 규정) 축구 구단과 축구 시장만 생각한다면 애초에 재정 문제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니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권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앞으로 이야기할 공정성의 문제를 야기하는 UEFA 차원의 FFP 규제가 없더라도 각국의 축구협회나 리그연맹 차원의 규제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 FFP는 정말 공정한가?

누군가 FFP의 핵심 내용을 간단히 묻는다면 ‘번 만큼 써라’라는 한 문장으로 대답할 수 있다. FFP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자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바로 손익분기점 규정이다. ‘자체적인 수입의 범위는 넘지 않는 선에서 구단을 운영하도록 한다’는 목적과 가장 연관 있는 조항이다.

FFP의 손익분기점 규정은 독특하다. UEFA는 구단의 ‘자체적인 수입’만 회계상 수익으로 인정해준다. 자체적인 수입에는 방송 중계권료, 입장 수익, MD 판매 수익, 스폰서쉽 등이 있다. 사실 자체적인 수입의 정의와 범위도 모호한 데다가 자체적인 수입을 자체적인 수입으로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UEFA는 FFP를 통해 소위 슈가대디라고 불리는 재벌 구단주의 투자를 정당한 자체적인 수입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FFP는 맨시티의 셰이크 만수르, 첼시의 로만 아브라모비치 같은 슈가대디를 겨냥한 제도인 셈이다. UEFA는 1인 구단주의 막대한 투자는 구단들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고 설명했다. 갑부 구단주의 투자 때문에 재정적 페어플레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고 할 수 있을까? 맨시티, 첼시, PSG 등과 같은 구단이 빅클럽이 된 데에는 슈가대디 구단주의 막대한 투자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을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오히려 이런 구단들이 지불하는 이적료로 셀링 클럽들의 많은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이는 축구 시장으로의 더욱더 많은 활발한 투자를 불러일으키고 시장의 전체적인 규모가 커지는 데 일조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 같은 기존의 전통 명문 구단들의 독점 지배 구조에서 균열을 일으켜 더 많은 흥미로운 경기들이 펼쳐지게 되고 결국, 축구 시장과 다른 구단들도 반사 이익을 얻는다.

몇몇 사람들은 오일머니와 갑부 구단주가 중소 구단이 리그 트로피를 들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에 재정적 페어플레이에 어긋난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어차피 중소 구단은 리그 우승에 도전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중소 구단이 연고지의 인구가 적거나 경쟁 구단이 너무 많아 자체적으로 안정적이고 큰 수입을 거두고 그를 바탕으로 리그 우승에 꾸준히 도전하는 팀이 되기는 어렵다. 그리고 어차피 계속 흑자를 내고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기존의 빅클럽이 꾸준히 우승 트로피를 들어왔다.

FFP는 이런 중소구단의 팬들에게 희망을 뺏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작은 구단이 돌풍을 일으키고 빅클럽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슈가 대디 구단주를 분명히 원할 것이다.

결국 UEFA는 ‘재정적 페어플레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으로 오히려 기존의 명문 빅클럽들이 시장을 독점 지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한다.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 공정성이라는 탈을 쓰고 중소 영세 구단이 빅클럽과 경쟁할 기회를 박탈하며 공정성을 해치고 있다. 실제로 FFP가 도입된 이래로 축구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었다. 아래의 사진은 2016년 UEFA 클럽 라이센싱 벤치마킹 리포트에 나온 자료이다.

양극화 현상의 심화

FFP가 도입된 이래로 12개의 빅클럽들은 6년 사이에 총 1530만 유로만큼 상업 및 스폰서 수익이 증가했지만 나머지 700개 구단은 700만 유로 미만의 수익만 증가했다. 축구계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UEFA가 구단의 재정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고 특별한 수익 모델도 제공해주지 않은 채로 구단들에게 알아서 번 만큼 쓰라고 했기 때문이다. 적자를 보고 있던 구단들에게 선수 영입 적게 하고 지출 줄인 상태에서 맨유나 레알 마드리드처럼 예전부터 재정이 튼튼했던 구단들과 우승 트로피를 두고 경쟁하라고 하는 것은 부당하다.

# FFP 2.0

기존의 FFP가 별 효과가 없고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자 UEFA 집행위원회가 새로운 FFP (FFP 2.0)을 승인했다. ECA, FIFPro 유럽도 이 사항에 동의했다. 얼마 전 UEFA가 기자회견에서 공개한 FFP 2.0의 골자와 현지 언론에서 보도되는 내용들을 모두 정리해보았다.

1. 클럽은 재무에 관하여 모든 지출 수입에 대한 재무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여야 한다.
>> 구단은 자신들의 공식 홈페이지에 예산과 비용에 관한 사항을 공시해야 한다. 이때 과거와는 달리 에이전트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도 모두 공개해야 한다.

2. 선수 이적이나, 거래와 같은 구체적인 비용 요건에 대한 재무보고 및 원칙에 대한 것이 개선된다.
>> 기존의 수입-지출 밸런스 제도(손익분기점 제도)를 유지하지만 현행 3천만 유로 연간 적자 한도를 폐지할 것이다. 그리고 클럽의 이적료 총지출을 1억 유로로 제한한다.

3. 클럽의 재정문제를 예측하기 위하여, 클럽의 예산 상황을 엄격하게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 부채와 적자 등 재정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 하며, 선수 이적에서 클럽이 특정 금액 이상 지출하는 것을 감시한다. 클럽의 총지출이 1억 유로를 넘어갈 때 UEFA는 즉각적인 회계 감사를 통해 FFP 위반 여부를 조사할 수 있으며 향후 FFP 준수에 관한 보증을 요청할 수 있다.

4. 유소년 보호 시스템으로 선수의 보호 및 교육을 강화하며, 여성 축구 발전을 위한 요구 사항을 소개할 것이다.

5. 클럽의 프로 계약 숫자를 25명으로 제한할 것이다.

6. 임대를 가장한 선수 영입은 인정되지 않는다.
>> 지난 여름 이적시장 PSG가 킬리앙 음바페를 영입할 때 썼던 꼼수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7. 연관된 구단 간의 편의를 봐주는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

8. FFP를 피하기 위한 편법으로 회계상 예산 문제를 속이기 위해 지배 구조가 연관된 구단 간의 선수 거래는 허용되지 않는다.
>> 1 구단주, 다수의 구단 간의 거래를 제한하는 것이다. 실제로 거래가 행해진다고 하더라도 UEFA는 이적료 등 선수 거래의 관련 지출을 선수의 시장 가치대로 인식할 것이다. 구단주가 같은 CFG(시티풋볼그룹) 산하 구단들끼리의 거래를 예로 들 수 있다. 맨시티가 MLS의 뉴욕 시티나 호주 A리그의 멜버른 시티로부터 싸게 구입한 선수를 다른 구단에게 비싸게 되팔 수 없다.

 

9. 챔피언스리그 진출 자격을 갖춘 구단은 앞으로 재무상태표에 미래의 수익을 계산하고 기재할 수 없다.

# FFP 2.0이라고 다를 건 없다

FFP 2.0도 기존의 FFP와 크게 다르지 않다. UEFA와 명문 구단들의 ‘눈엣 가시’인 슈가대디의 구단들을 타겟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1억 유로 지출 상한선 설정, 선임대 후영입 금지, 동일 구단주 다수 구단 간의 거래 금지 조항은 대놓고 PSG와 맨시티의 선례들을 저격하는 조항들이다. 최근 AC 밀란, PSG, 갈라타사라이가 UEFA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도 FFP 2.0 도입과 맞물려 있다.

FFP의 타겟(?) 맨시티의 구단주 셰이크 만수르 (우측)

기존의 손익분기점 규정과 자체적인 수입에 관한 규정을 건드리지 않는 이상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같은 FFP의 부작용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유럽 축구 구단이 재정 문제에 시달리고 특히 중소 리그의 구단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진짜’ 원인을 찾고 해결하지 않는 이상 UEFA는 FFP를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지 못할 것이다. UEFA는 여전히 수십 년간 지속된 재정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적자에 허덕이는 다수의 구단이 FFP 규정의 자체적 수입을 증대시킬 수 있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고안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FFP 규정을 유지하고 FFP 2.0을 통해 규제를 더욱 강화한다면 중소 구단들에 너무나도 큰 짐을 안겨줄 수 있다.

그리고 팬들로 하여금 리그 우승 트로피의 꿈과 슈가 대디 구단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게 만든다. 이적료 지출 제한은 당장 셀링 클럽들의 재무상태표를 악화시킬 것이다.

FFP 2.0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선수들의 몸값과 연봉을 낮추고 현재 유럽축구시장의 이적료 인플레이션을 완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더욱 더 작위적으로 선수들의 몸값과 연봉을 낮추었을 때 주전급 선수들이 타 대륙으로 대거 유출되는 미래가 오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요즘에도 선수들이 미국과 중국 축구 구단이 제시하는 천문학적인 연봉에 끌려 이적을 결심한다. 심지어 원클럽맨이 되겠다며 유수의 빅클럽들의 오퍼를 뿌리치고 나폴리에 대한 높은 충성심을 보였던 마렉 함식도 며칠 전에 모 중국 구단과 이적 협상을 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유럽 구단들이 이제는 미국과 중국 축구 시장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 몇 번 언급했지만 많은 구단이 오랫동안 재정 문제를 갖고 있어도 현재 유럽축구시장은 잘나가고 있다. 이러한 수익성 있고 거대한 시장에 괜히 훗날 자충수가 될 수도 있는 모험수를 던질 필요는 없다.

FFP 2.0의 가장 충격적인 대목은 프로 계약 선수 25인 제한 조항이다. 이것이 UEFA가 이야기하는 재정적 페어플레이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첼시나 맨시티처럼 전 세계 각지의 유망주들을 비싼 이적료로 수집하여 제휴 구단들에게 유망주들을 임대 보내는 구단에 대한 제재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도 갑부 신흥 구단들에 대한 강력한 제재다.

하지만 이는 현재 많은 구단이 보유하고 있는 유망주들에게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이다. 어린 선수들은 한순간에 소속과 직장을 잃게 된다. ‘모든 구단이 유소년 선수들의 육성 및 관리를 지속적인 우선순위에 들도록 한다.’, ‘유소년 보호 시스템으로 선수의 보호 및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내용이다.

또한, 겉으로 보았을 때는 모든 구단에 대한 규정이니 공평함에 초점을 둔 조항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스페인 라리가처럼 B리그가 있는 리그 소속 구단들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규정이다. 바르셀로나 B, 발렌시아 B 등 B클럽들은 성인 구단(A클럽)과 전혀 다른 독립적인 프로 구단으로 등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평한 듯 보이지만 공평하지 않으며, 공평함을 추구한다고 하더라도 유소년 선수 개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다. FFP 2.0 시행을 어차피 해야 한다면 본격적인 이 내용은 반드시 재검토되었으면 한다.

# FFP 2.0이 아닌 FFP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때

FFP의 정체성을 모르겠다. 분명 이름으로는 페어플레이, 즉 공정함을 이야기하지만 FFP의 목적과 취지를 보면 FFP가 공정함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둔 규정임을 알 수 있다. 부채 규모를 줄이고 재정 역량을 키우고 책임감 있는 지출과 엄격한 재정 관리를 독려하는 것은 모두 구단의 재정적인 효율에 관한 것들이다.

빅클럽들의 소수 독점 지배가 재정적인 페어플레이에 어긋난다고 본다면, 유감이지만 FFP는 소수 독점 지배 구조를 바꿀 수 없다. 오히려 기존의 명문 구단들, 빅클럽들의 독과점 체제를 강화할 것이다. 이것도 역시 페어 플레이, 공정성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FFP는 모순 덩어리다. FFP는 ‘Fair’이라는 이름으로 효율을 추구하지만 큰 효과도 없으며 기존의 빅클럽들의 기득권 수호의 성격이 짙은 공정하지 않은 제도다. 챔피언스리그로 지난 20여 년 동안 빅클럽들에게 엄청난 돈을 안겨 주고 축구계의 재정 양극화 현상을 심화시킨 주체가 바로 UEFA인데 이제는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으로 구단들을 협박하며 재정적 페어플레이를 논한다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또한, FFP, 그리고 FFP 2.0은 축구 구단을 일반적인 사기업과 비슷하게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는 위험하다. 축구 구단은 일반 기업과는 다른 조직이다. 수익과 이윤 창출이 최우선 목적이 아니다. 팬들은 구단주의 지갑이 어떻게 되든 신경 쓰지 않는다. 현재의 구단주가 파산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구단주가 자신의 구단을 인수하고 구원해 줄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구단주의 지갑이나 구단의 재정 상태보다 스타 플레이어의 활약과 팀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스포츠팀이 갖는 매력과 팬들이 스포츠를 통해 느끼는 가치를 자칫하면 앗아갈 수 있다.

UEFA는 기존의 FFP보다 훨씬 더 강력한 규제로 무장한 FFP 2.0을 승인했다. 현재는 FFP 2.0, FFP 3.0, FFP 4.0 등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FFP 규정 자체의 실효성을 따져보고 FFP 0.0, 즉 폐지의 가능성도 열어두어야 할 시점이다.

장호영 기자

madfermcfc@siri.or.kr

[2018-05-28, 사진=2015 FFP 개정안, Statista, 2016 UEFA 클럽 라이센싱 벤치마킹 리포트,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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