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
  1. (No one is bigger than the team)”

스포츠계에서 오랫동안 쓰이는 격언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팀보다 우위에 있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팀은 구성원 모두의 힘이 모여야 비로소 완성된다.

특히, 야구는 어떤 한 선수가 팀을 지배하기 어려운 스포츠다. 타자는 9명의 선수가 돌아가면서 타석에 들어선다. 선발 투수는 주로 5경기에 한 번씩 등판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는 한 명의 활약으로 팀 성적이 크게 변하는 스포츠가 아니다.

MBC ESPN(현 MBC Sports+) 중계화면

그러다 보니 야구에는 암흑기 에이스라는 호칭이 자주 등장한다. 롯데와 한화의 암흑기 시절에 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손민한과 류현진이 대표적인 예다. 둘 다 팀이 하위권에서 허덕이던 가운데 리그 정상급의 투수로 활약했다. 위 사진은 류현진이 한화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했음을 보여준다.

故 최동원 선수의 현역 시절, 롯데 자이언츠 제공

5선발 체제가 확립된 현재와 달리 투수의 분업이 명확하지 않던 과거에는 한 투수가 팀을 이끄는 경우가 존재했다. 1984년 최동원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최동원은 그해 정규시즌에만 51경기에 등판해 284.2이닝을 소화하며 MVP를 차지했다. 작년 KBO리그의 최다 이닝 투수가 201.2이닝의 헥터임을 생각하면 최동원의 기록은 놀라운 수치다. 심지어 그 당시는 지금보다 전체 경기 수도 적었다.

정규시즌도 대단했지만 지금까지 최동원이 전설로 기억되는 이유는 바로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다. 최동원은 한국시리즈에서 5경기 출전해 홀로 4승을 책임졌다. 이는 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최동원의 투혼은 빛났지만 이는 앞으로 나와서는 안 될 모습이다. 체계적인 관리가 없었던 과거의 모습으로 남겨둬야 한다. 혹사를 투혼으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

OK 저축은행 프로배구단 제공

배구는 기량이 출중한 한 선수가 비교적 팀 성적에 크게 일조하는 경우가 많다. 스포츠의 특성상 한 선수에게 공격을 몰아주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배구는 신체조건이 중요한 스포츠이기 때문에 국내 리그에서 외국인 선수가 이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전 삼성화재 블루팡스는 외국인 선수에게 공격권을 몰아주는 전술로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팀이다. 선수 제도가 도입된 2005-2006시즌 이후 삼성화재는 안젤코 추크, 가빈 슈미트, 레오나르도 레이바 등 외국인 선수의 활약을 앞세워 독주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그 결과로 V-리그 7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다.

삼성화재의 독주를 막은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 역시 외국인 선수의 힘이 컸다. 2014년부터 OK저축은행은 로베르틀란디 시몬 아티스를 활용해 급속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2014-2015시즌, 시몬을 필두로 한 OK저축은행은 창단 두 시즌 만에 우승을 차지하며 삼성화재의 우승 행진을 저지했다. 이듬해 역시 우승은 OK저축은행의 몫이었다. 이때 시몬은 챔피언결정전 MVP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몬이 빠지자 팀은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어떨까? 한 명의 힘으로 조직 전체가 좌지우지되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계급화된 조직일수록 더욱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휘권을 쥐고 있는 최상위층의 지도자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지도자의 결정은 조직 전체의 방향이 되고, 지도자가 흔들릴 경우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기업 총수의 잘못으로 회사 전체가 흔들리는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무리한 사업 확장, 판단 착오 등 경영자의 실수는 기업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경영자의 공금횡령, 구성원에 대한 갑질 횡포 등은 기업 전체를 썩게 한다. 얼마전 공개된 모 항공사 경영진 일가족의 갑질은 국민들을 경악케 만들었다.

반면, 가지고 있는 결정권이 작은 일반인들은 영향력이 미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들은 혼자의 힘으로 조직 전체에 영향을 주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혼자가 아닌 여럿이 모인다면 이는 더 이상 미미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개인의 힘이 모여 나라의 지도자까지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다시 지도자를 선출한다.

야구에서 타자가 1번부터 9번까지 있다면 우리 사회에는 1번부터 수천만 번 타자까지 투수를 상대하기 위해 자신의 타석을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안타 하나는 아주 미세하지만 수천, 수만 개의 안타가 모이면 점수는 크게 바뀐다. 투수는 단 한 타자도 쉬어갈 틈이 없을 것이다.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8-07-02, 사진=Pixabay, MBC ESPN(현 MBC Sports+), 롯데 자이언츠, OK저축은행 배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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