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8년”

기업에게 있어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파도와 같다. 업종의 경계를 넘나들어서, 변화의 움직임은 어디서나 일어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수명은 약 8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만큼 시장은 빠르게 변하고 고객들의 입맛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느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고군분투하는 조직이 있다.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Major League Baseball)이다.

“메이저리그를 보는 팬들이 줄어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최근들어 언론의 뭇매를 종종 맞고 있다. 바로 ‘팬의 감소’가 뚜렷하게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팬들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팬의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오히려 시장은 커지고 있다는 의견, 반대로 미식 축구나 농구 팬들과 비교하면 팬들의 나이가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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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메이저리그의 수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중심에는 중장년층의 소비가 뒷받침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당장의 메이저리그 위기설을 반박할 내용에 불과하다. ESPN에 의하면,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의 시청자 수는 1975년 5200만 명에서 2017년에는 3100만 명으로 약 2000만 명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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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에서 보면, 2004년 메이저리그의 평균 시청자 연령은 46세였지만, 2017년에는 57세로 급격하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동안 미식 축구(NFL)은 43세에서 47세로 약간 상승했고, 농구(NBA)는 37세를 그대로 유지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이다.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이와같은 팬 유입의 감소와 소비층의 고령화를 보고 위기를 직감했다. 지금 당장에는 리그가 수익이 나더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는 긍정적인 흐름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발빠르게 문제점을 파악하고 대처방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2015년 커미셔너로 취임한 롭 만프레드를 중심으로 메이저리그는 젊은 연령대의 팬을 끌어들이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바로 경기시간 단축이다. 메이저리그 측은 과거와는 다르게 오랜 시간 동안 경기를 보기 꺼려하는 젊은 층을 위해 2015시즌부터 구장에 초시계를 설치하여 투구 간격 시간을 줄였다. 또한, 지난 해부터는 투구 없이 고의 사구를 인정하기 시작했으며 올 시즌에는 교체를 제외한 마운드 방문 횟수를 6회로 제한하였다.

이외에도 사무국 측에서는 야구의 저변 확대를 통해 젊은 연령층의 유입 또한 노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선수협회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야구 미래 기금(Baesball Tomorrow Fund)을 통해 야구 교육 프로그램, 코치 육성, 유니폼 및 장비 구매 지원에 힘을 쓰고 있다. 청소년 층이 야구에 직접 참여하게 하고, 더 나아가 야구에 좀 더 친숙해지고 가까워지도록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행보는 일부 팬들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사무국은 메이저리그가 변화에 맞춰 대응해야한다는 명목 하에 제도를 수정하고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경기 시간 단축 정책 도입과 야구의 지속적인 영역 확대는 젊은 층의 호응을 이끌었고, 이를 기점으로 메이저리그 시청자 수 증가에 도움이 되었다(월드 시리즈 평균 시청자수; 2014년 2220만 명에서 2017년 3100만 명).

사무국 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구단들도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월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는 최근 급격하게 증가한 홈 경기 빈자리를 없애는 것과 동시에 아동 층의 팬들을 유입하기 위해 한 프로모션을 실시했다. 홈 구장 캠든 야즈에서 열리는 경기 입장권을 구매한 성인 한 명 당 9세 이하의 아동을 최대 2명 까지 무료로 입장시켜 주는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이는 구장의 상단 응원석만 입장 가능하였고 기간도 4월 말까지였지만, 최근 줄어드는 팬 유입과 높아지는 연령층에 대한 구단 측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면서도 최선인 대처 방식이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는 발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있어 여러 고민을 하고, 그에 맞는 대처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모습의 필요성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에너지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다”

미국의 농기계 제조업체인 존 디어(John Deere)는 자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농기계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다. 농기계 부분에 있어서는 선두 기업이지만, 존 디어는 농기계 제조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존 디어는 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빠르게 변화하는 에너지와 기후에 적절히 대응하고 발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존 디어는 지역 농민과 연계한 풍력발전을 신사업으로 개척하였고,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다.

당시에는 사업 프로젝트 한 건당 평균 1000만 달러라는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갔지만, 신재생에너지 영역에 발을 넓힌 존 디어는 이후 적지 않은 수익뿐만 아니라 사업 확장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이렇게 존 디어는 기업을 둘러싸고 발빠르게 바뀌는 환경 변화에 적극적이면서 영리한 대처를 통해 기업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켰다.

“멈춰버린 오바마 폰”

캐나다의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블랙베리(Black Berry)는 스마트폰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을 시점의 선두주자였다. 2008년 당시 미국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할 만큼 블랙베리는 애플 못지 않게 스마트폰 시장에 빠르게 적응하였다. 게다가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블랙베리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블랙베리는 ‘오바마 폰’으로 대중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블랙베리의 아성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블랙베리의 독자적인 운영체제 때문이었다. 당시 스마트폰의 운영체제는 애플과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고, 실제로  소비자들은 이 두 운영체제에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랙베리는 자신들만의 운영체제를 계속해서 고집하였고, 소비자들은 블랙베리를 사용하기 불편한 기기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블랙베리의 판매량은 2010년을 기점으로 계속해서 하락하였고, 2013년 시장 점유율은 1%도 미치지 못한 결과를 낳았다. 블랙베리는 뒤늦게 애플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지원하는 제품을 내놓았지만, 이미 급격하게 변해버린 시장 상황을 뒤집지 못하였다. 결국, 13년도 하반기에 존 첸 블랙베리 CEO는 블랙베리의 스마트폰 단말기 사업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기로 하고 매각을 결정했다.

이처럼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존 디어와 블랙베리, 그리고 메이저리그의 사례처럼 주변을 둘러싼 환경과 시장의 변화에 얼마나 기민하고 발빠르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변화에 대처하고 적응하면 그 조직은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것이다.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는 가속화되고, 그 방향 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시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변화를 감지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대처하는 것은 스포츠와 비즈니스 조직원 모두가 인식해야 할 필수 요소가 아닐까?

 

본 글은 네이버 비즈니스판 1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배성범 기자
bsb319@siri.or.kr
[2018-07-27, Photo=MLB Official Website, Google search(non licensed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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