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의 힘”

조직에 있어서 ‘신뢰’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 특히 누군가가 나를 믿는다는 사실을 인지할 때, 조직원은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여기 이와 같은 신뢰의 관계가 돋보이는 사례가 있다. 40여년 만에 다시 한번 축구 황금기를 찾은 우루과이 대표팀과 그들을 진두지휘하는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이다.

우루과이는 1930년 초대 월드컵과 1950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로 우승 트로피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1970년 4강 진출 이후로 2010년 전까지 조별리그와 지역 예선 탈락을 오고가는 팀으로 전락하였다. 이처럼 오랜 기간 월드컵에서 우루과이 대표팀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우루과이 국민들은 자국의 축구가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대표팀에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암흑기 속에서 우루과이 대표팀을 구한 사람이 있다. 바로 오스카르 타바레스 감독이다.

“우루과이 축구는 변화가 필요하다”

1983년 우루과이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고 팬아메리칸게임에 출전하여 우승 트로피를 따낸 타바레스 감독은 이후 1989년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코파아메리카 준우승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우루과이 대표팀을 이끌고 16강에 진출하였다. 비록 개최국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탈락을 했지만, 타바레스식 축구는 우루과이를 한 단계 성장 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0년 월드컵 이후, 타바레스 감독은 본인의 전술적 역량을 더욱 키워나가기 위해 대표팀 자리를 잠시 비우고 클럽 팀의 감독으로 커리어를 이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 시기에 우루과이 대표팀은 4번의 월드컵에서 3번이나 지역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몇 년 동안 초라한 성적표를 받은 우루과이 축구 협회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였다. 우루과이 대표팀이 과거의 영광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믿음직한 감독에게 지속적으로 팀을 맡겨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한 것이다. 그러면서 우루과이 축구 협회는 타바레스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전적으로 맡기로 결정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다시 대표팀 자리에 복귀한 타바레스 감독은 즉각 우루과이 대표팀에게 장기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나는 어릴 적부터 유럽에 진출하여 뛰고 있는 우루과이 선수들을 대표팀이라는 둘레 안에서 하나로 뭉치게 해야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유럽에 진출한 20세 이하 선수들을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관리하여, 대표팀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루과이가 필요로 하는 위대한 변화를 만든 지도자”

이렇게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다시 지휘봉을 잡은 타바레스 감독은 우루과이 대표팀의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팀을 4강에 올려 놓았고, 그 다음해인 2011년 코파아메리카에서는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후 우루과이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6강,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8강이라는 성적을 거두었다.

그렇다면 타바레스 감독이 가져다준 우루과이 대표팀의 황금기는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이는 바로 ‘신뢰’에서 온 것이다. 우루과이 축구 협회는 타바레스 감독에게 팀을 오랫동안 맡길 수 있는 지속적인 신뢰를 보냈고, 타바레스 감독은 그 신뢰와 믿음에 보답하여 대표팀에 청사진을 제시하고 팀을 다시 한번 전성기로 이끌고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나는 우리 직원들을 믿는다”

이러한 ‘신뢰’의 철학은 비즈니스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미국의 항공사 제트블루(Jet Blue)는 1999년 당시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 업계에서는 이례적으로 예약 업무를 담당하는 콜센터를 없애고, 직원들의 재택 근무를 도입했다. 콜센터 직원들이 대부분 육아를 담당하는 아이의 엄마였기 때문에, 육아와 직장 생활을 병행하도록 한 제트블루 경영진이 내린 특단의 선택이었다.

처음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만, 제트블루의 창업자 데이비드 닐먼의 경영 철학 중 하나는 다음과 같았다. ‘신뢰는 성장의 속도를 높이는 원동력이다. 또한 기업과 개인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힘이다. 신뢰가 높으면 성공은 빨라지고 커지며 비용은 낮아진다’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닐먼은 ‘창고 같은 공간에서 종일 전화를 받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다’라며 직원들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이러한 신뢰에 보답하듯이, 콜센터 담당 직원들은 더욱 빠르고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였고 제트블루는 운항 개시 6개월 만에 흑자를 냈다.

“HP의 도청 스캔들”

반면 신뢰가 무너진 사례도 존재한다. 바로 컴퓨터 장비 업체 HP이다. HP의 경영 이념은 신뢰 경영을 뜻하는 ‘HP Way’로, 직원들에게 부여된 권한과 경영자들의 믿음이 강했었다. 이러한 이념에서도 볼 수 있듯이, HP는 업무에 필요하다면 자유롭게 장비를 반출할 수 있게 허용할 정도로 직원에 대한 신뢰를 높게 보이는 회사로 손꼽혔다.

하지만 2006년 HP는 도청 스캔들이 터지면서 이러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당시 HP의 회장 패트리샤 던이 언론에 회사 내부 정보를 유출하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사설 탐정을 고용한 후, 프리텍스팅(Pretexting: 다른 사람의 통화기록과 같은 사적인 정보를 회사 등이 본인을 사칭해 입수하는 것)을 통해 회사 내부 관계자들의 통화 내역을 입수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었다.

이 과정에서 HP는 프리텍스팅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지만, 중요한 것은 신뢰 경영을 외쳐왔던 HP가 대외적으로 평판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평판 하락의 결과로 당시 HP의 주가는 급속하게 1~3%가량 하락하였다. 이뿐만 아니라, 신뢰의 끈으로 탄탄하게 이어져있던 회사 내부는 역으로 서로 간의 신뢰를 잃게 되었다.

우루과이 대표팀과 미국의 제트블루 그리고 HP의 모습에서 볼 수 있듯이, 조직에 있어서 서로 간의 ‘신뢰’는 중요하다. 서로가 믿음과 신뢰를 가지고 앞으로 나아간다면, 그들이 가진 목표에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임에 틀림 없다. 이러한 ‘신뢰의 힘’은 스포츠와 비즈니스 모두 중요하지 않을까?

 

본 글은 네이버 비즈니스판 1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배성범 기자
bsb319@siri.or.kr
[2018-07-18, 사진=FIFA Official Website, AUF(Asociacion Uruguay De Futbol), Daily Rec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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