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ntaro Iemoto from Tokyo, Japan (甲子園決勝(光星学院 vs 日大三高)) [CC BY-SA 2.0 (https://creativecommons.org/licenses/by-sa/2.0)], via Wikimedia Commons

LA 에인절스의 오타니 쇼헤이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일본 야구의 미래로 주목을 받았다. 프로 데뷔 이후 리그 MVP, 우승, 그리고 메이저리그 진출까지 그의 행보는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오타니도 우승은커녕 1회전 진출에 그치며 쩔쩔맨 대회가 있다.

“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全国高等学校野球選手権大会)”

통칭 ‘고시엔(甲子園)’이라 불리는 이 대회는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 대회다. 매년 여름 한신 타이거스의 홈구장인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본선 대회가 열린다. 4천여 개의 고등학교 야구팀이 예선에 참가해 약 50개의 학교만이 본선에 오를 수 있다. 이런 극악의 경쟁률 때문에 고시엔 구장은 고등학교 야구선수들에게 꿈의 무대로 불린다. 고시엔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로 100회째를 맞는 고시엔은 일본 내에서 엄청난 위상을 자

랑하고 있다. 약 보름간의 대회 기간 동안 47,000석의 경기장은 연일 매진사례를 이룬다. 결승전은 예매를 위해 전날 밤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다. 본선의 모든 경기가 TV에서 전국 생중계되며 시청률은 평균 30%를 웃돈다. 일본의 국민적인 여름 축제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런 고시엔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여기에는 토너먼트 방식의 잦은 이변, 각 지역 간의 대결, 100년이 넘는 역사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그리고 이에 대회의 감동을 더해주는 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H2′ published by Shogakukan

고시엔은 경기 위에 흥미로운 사연이 더해져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시골 학교의 반란, 어린 시절 배터리의 운명적 만남 등 야구만화에 나올법한 장면들이 재미를 한층 높여준다. 이를 모르고 본다면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ABC 열투갑자원(熱闘甲子園) 인스타그램

이런 스토리를 그려가고 대중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바로 미디어다. 수많은 방송들이 고시엔의 경기 외적인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특히 대회 주관사인 아사히 신문은 대회가 가까워지면 ABC(Asahi Broadcasting Corporation)에서 정규 방송을 취소하면서까지 여러 고시엔 관련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열투갑자원, 신기갑자원 등 ABC는 고시엔 관련 프로그램만 5개에 달한다.

ABC를 비롯한 여러 미디어는 대회 한참 전부터 전국으로 취재를 다닌다. 그리고 일반적인 경기 비하인드뿐만 아니라 지역 학교의 훈련 모습, 주변 관계, 선수들의 가족사까지 낱낱이 드러낸다. 여기서의 여러 사연들을 통해 대회를 단순한 야구 경기가 아닌 인간 드라마로 그려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한국 고교야구에서는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고교 야구선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은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경기력만 놓고 비교하자면 한국의 고교 야구도 일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양국 내에서 고교 야구의 인기는 상반된 모습이다. 경기 외적으로 스토리텔링이 있었기에 고시엔은 국민적 이벤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은 기업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의 서비스나 제품이 뛰어나다고 해도 소비자의 기억에 남을 이야깃거리가 없다면 경쟁력은 떨어진다. 기업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상품 이상의 또 다른 가치를 창출해낸다.

©1865 와인 골프팩 패키지

“18홀 65타?”

칠레 와인 회사 산 페드로의 1865 와인이 스토리텔링을 통한 마케팅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전 세계 80여 개국으로 수출되고 있는 1865 와인은 유독 한국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865 와인은 회사의 설립연도인 1865년을 뜻한다. 하지만 국내에 수입을 담당한 기업은 1865를 ‘18홀을 65타에 치라’는 의미를 담아 골프인들을 공략했다. 18홀에 65타는 아마추어들에게 꿈과 같은 점수다. 비즈니스 골프가 보편화된 우리나라에서 이는 적중했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 1865 와인은 골프 애호가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1865 와인의 최대 소비국으로 자리 잡았다.

©에비앙

또 에비앙은 스토리텔링으로 생수계의 명품이 된 기업이다. 에비앙의 시초는 200여 년 전으로 올라간다. 당시 신장결석을 앓고 있었던 레세르 후작은 우연히 에비앙 마을의 광천수를 마시게 됐다. 그 물을 꾸준히 마신 레세르는 신기하게도 신장결석이 완치됐다. 이 소식이 퍼지면서 에비앙은 물의 명소가 됐다.

이후 에비앙은 전 세계로 수출되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들은 위 사연을 토대로 제품을 건강하고 고품질의 물로 선전하며 고급화된 포지셔닝을 했다. ‘내가 마시는 것은 물이 아니라 에비앙이다’라는 말은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했다. 혹자는 생수가 다 똑같지 않냐는 말을 한다. 하지만 에비앙은 단순한 생수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다. 이는 소비자들이 에비앙에 일반 생수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이유다.

“스토리를 발견하라. 단, 발명하지는 마라. 스토리는 믿을만한 근거가 있는 진짜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스토리를 채굴하는 것과 같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이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언급한 내용이다. 스토리텔링으로 없는 것을 통해 새로운 걸 창출해낼 순 없다(만약 창출한다면 이는 사기에 가까울 것이다). 하지만 공감을 자아내는 스토리텔링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이영재 기자(leeyj8492@si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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