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페이스북

9회말 2아웃 만루, 3점차로 뒤지고 있는 상황. 감독인 당신은 부진한 4번타자를 과감히 빼고 대타를 준비한다. 결정적인 한 방이 필요한 상황, 투수는 공을 뿌렸다. 타자는 천천히 그리고 크게 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한다.

“대타(代打)”

야구에서 원래 나오던 선수를 대신해 타석에 들어서는 선수를 말한다. 대타가 나오는 순간은 주로 부상이나 컨디션 조절을 위한 교체, 그리고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에서의 히든카드 투입이 있다. 결정적인 순간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타 작전은 자칫 패배의 원흉이 될 수도, 혹은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번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 역시 대타 카드를 놓고 고심에 빠져 있다. 선동열호는 선발 명단 발표부터 잡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떤 대회든 엔트리에 대한 논란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더욱 뜨거웠다. 대표팀 선발 명단 관련 기사에는 은메달을 기원한다는 댓글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논란이 됐던 선발 선수가 부진한 반면 탈락 선수는 맹활약하며 논란은 더 커져만 갔다. 현재 선동열호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에 의한 이탈까지 나온 상황이다. SK 와이번스의 3루수 최정과 두산 베어스의 중견수 박건우가 부상으로 대회 참가가 사실상 무산됐다. 더불어 LG 트윈스의 선발투수 차우찬 역시 최근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제 컨디션이 아닌 상태다.

이들은 대표팀 내에서도 주전급으로 주요 역할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상으로 빠지는 이들을 대체할 선수가 누가 될지는 초유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아직 대한민국 대표팀은 강력한 우승 후보임에 틀림없지만 2006년 도하 참사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난 두 번의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서도 대표팀은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대거 이탈했던 바 있다. 당시 대체 선수 발탁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고 결과는 처참했다.

위기의 선동열호는 어떤 대타 카드를 꺼내 들까?


대타라는 단어는 야구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대타’는 ‘누군가를 대신해 어떤 것을 수행하는 자’라는 뜻의 관용어로 흔히 쓰이고 있다. 우리 생활에서도 누군가를 대신해 나와 역전 만루홈런을 쏘아 올리는 경우들이 있다.

©AMD
  • AMD 부활의 주역, 리사 수

리사 수는 AMD의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다. 리사 수는 대만에서 태어나 2살 때 미국으로 이민을 온 엔지니어이자 경영자다. 그녀는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자 공학을 배웠고 마찬가지로 MIT에서 전자 공학 석, 박사 학위를 땄다. 졸업 이후 리사 수는 IBM과 프리스케일 세미컨덕터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2년 AMD의 부사장으로 합류하게 된다.

리사 수가 AMD로 올 당시 회사는 암울하기 짝이 없었다. 2012년 전체 매출은 54.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 감소한 상태였고 순손실은 11.8억 달러에 달했다. 주력인 PC CPU 시장 점유율은 인텔에게 점점 압도당하던 상태였다.

©PS4, XBOX ONE

이때 리사 수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게임 콘솔 시장 공략이다. AMD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던 PC 시장 대신에 리사 수는 비디오 게임 콘솔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AMD는 과거 PC 시장에서 실패한 APU를 앞세워 시장을 공략했고, APU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XBOX ONE과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의 주 프로세서로 채택됐다.

XBOX ONE과 플레이스테이션4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면서 AMD의 매출도 덩달아 뛰어올랐다. AMD는 2013년 3분기에 다섯 분기 만에 흑자 맛을 보게 된다. 이러한 업적을 인정받아 리사 수는 2014년 AMD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게 된다.

여전히 AMD는 불안정한 상태였으나 리사 수는 모든 R&D(연구개발) 예산을 쏟아부으며 혁신적인 새 제품 계획에 박차를 가한다. 그 결과물이 AMD의 차세대 아키텍쳐 ZEN(젠)을 기반으로 한 Ryzen(라이젠)이다. 라이젠은 인텔의 CPU와 비등한 성능으로 가격은 절반에 불과했다. 라이젠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대타로 나온 리사 수의 연타석 홈런으로 AMD는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AMD는 올해 2분기에서 1억1천600만 달러의 순익을 거둬 지난 7년간 최고의 성과를 냈다. 2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 역시 현재 10배 가까이 뛰었다. 대타 대성공이다.


제아무리 잘 나가는 것이라도 언젠가는 대체할 것을 필요로 한다. 적당한 대체재를 찾지 못한다면 위기에 빠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제아무리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대타의 결정적 한 방은 승부를 뒤집을 수 있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구원 투수는 위기를 막아낼 순 있겠지만 역전을 일궈내는 것은 대타의 역할이다.

대타로 나와 방망이를 휘두른 타자, 그대로 타석에서 물러났는가? 아니면 기적과 같은 역전 만루홈런을 때려냈는가?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스포츠 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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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기자(leeyj8492@si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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