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 고시엔 구장

일본 고교야구의 100번째 여름이 막을 내렸다. 4000여 개의 참가 학교 중 단 한 팀만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다.

일본 여름의 국민적 축제. 일명 ‘고시엔(甲子園)’이라 불리는 일본의 제100회 전국 고등학교 야구 선수권 대회가 지난 21일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1915년 1회 대회 이후 100번째를 맞은 이번 대회에서 북오사카 대표 오사카 토인 고교가 아키타 대표 가나아시 농업 고교를 13-2로 대승을 거두며 통산 5번째 여름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스코어에서 알 수 있듯이 경기는 오사카 토인이 압도했다. 오사카 토인은 1회부터 폭투, 적시타 등으로 3점을 내며 앞서갔다. 3회초, 가나아시 농고가 1점 쫓아갔지만 4회말 오사카 토인의 1번타자 미야자키 진토가 결정적인 3점 홈런을 쳐내면서 경기는 기울었다. 연이어 오사카 토인은 타선이 폭발하며 5회에만 6점을 뽑아내며 확실한 승기를 잡았다.

팀을 결승까지 끌고 온 가나아시 농고의 에이스 요시다 코세이도 더 이상 마운드를 지키긴 역부족이었다. 요시다는 5이닝 동안 132구를 던지고 12점을 내주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남은 이닝 동안 가나아시 농고는 1점밖에 내주지 않았지만 타선 역시 1점을 내는 데 그쳤다. 결국 오사카 토인은 타선의 맹타와 에이스 카키기 렌의 완투 속에 우승을 확정지었다.

역대 우승 학교의 교기

오사카 토인의 5번째 우승기
오사카 토인은 대회 전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21일 발표된 일본의 U-18 국가대표 명단 18명 중 오사카 토인은 5명이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오사카 토인은 막강한 전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앞세워 올해 초, 봄 고시엔이라 불리는 선발 고교야구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오사카 토인은 현지 지역 팬들의 전폭적인 응원을 받으며 경기에 나섰다. 고시엔에 출전하는 대부분의 학교는 먼 지방에서부터 단체로 가깝게는 버스, 멀게는 비행기까지 빌려 가며 고시엔 원정을 나선다. 여기에는 선수단은 물론 지역 응원단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필요한 체류비가 상당하다.

빨간 선 안에 있는 이들이 모두 오사카 토인의 공식 응원단. 규모가 다른 학교의 2배에 달한다

반면에 오사카 토인은 학교에서 고시엔 구장까지 차로 1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지역 주민들도 당일 응원을 갔다 오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다. 실제로 현장에서 오사카 토인의 응원단 규모는 다른 학교에 비해 크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의 우승으로 오사카 토인은 2012년에 이어 봄-여름 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봄-여름 대회 연패는 역대 8번째 기록이고 같은 학교가 2번의 연패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사카 토인은 2008년 이후에만 여름 대회 우승을 4번 경험한 명실공히 최고의 야구 명문 학교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의 고교야구를 주제로 한 만화 H2

현실에서 만화는 없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가나아시 농고는 만화에 나올법한 스토리로 많은 화제가 됐다. 많은 야구 명문 사립학교들과는 달리 가나아시 농고는 지방에 위치한 공립학교다. 아키타현 내에서는 강호로 분류되지만 11년 만에 출전한 고시엔 무대에서 이런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출전 학교 하나하나가 각자의 사연이 있겠지만 이번 결승전에서 가나아시 농고에게는 많은 것이 걸려있었다.

첫 번째로 도호쿠(東北) 지방 최초의 우승이다. 가나아시 농고의 아키타현을 포함해 도호쿠 지방에는 6개의 현이 있다. 100회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도호쿠 지방의 학교는 단 한 번도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다르빗슈 유를 앞세웠던 도호쿠 고교 역시 지난 2003년 결승에서 무너졌다.

두 번째로 99회 만에 얻어낸 아키타의 결승이다. 가나아시 농고가 대표로 나온 아키타현의 마지막 고시엔 결승은 19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학제개편 전으로 대회 명칭은 전국 중등학교 우승 야구대회였다. 1915년 제1회 대회 결승전에서 아키타현 대표 아키타 중등학교는 교토 2중등학교에게 패했고 그 이후 아키타현은 대회 결승의 맛을 보지 못했다. 1회 대회 이후 100회 대회가 돼서야 아키타현은 다시 결승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고독한 에이스 요시다 코세이의 완투 행진이다. 비록 결승전에서 무너졌지만 요시다는 이번 대회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요시다는 지역 예선부터 본선 준결승전까지 10경기를 혼자서 모두 책임졌다. 그리고 결승이 돼서야 다른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줬다. 그의 등판 일지는 경악스러울 정도다.

요시다는 지난 8일 1회전부터 21일 결승전까지 6경기 동안 50이닝 881구를 소화했다. 결승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9이닝 완투를 기록했고 연투도 2번 있었다. 특히, 3회전 경기가 시작된 17일부터는 5일 동안 4경기를 등판했다. 휴식일은 19일 하루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책임졌던 1984년의 최동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 혹사 속에서 요시다는 최고 구속 150km의 공을 뿌리며 전국구 스타가 됐다. 피로가 누적된 탓에 결승전에선 최악의 투구를 보여줬지만 그 누구도 요시다를 비난할 수는 없었다.

만화를 그려나가던 가나아시 농고는 결국 결승에서 그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여름 그들이 보여준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준결승전(21일) 오전 6시, 예매 줄로 가득 찬 매표소 앞

100번째 고시엔, 앞으로의 100회
고시엔의 100번째 대회는 역대 가장 많은 관중이 들어왔다. 이번 대회의 총 관중 수는 101만 5천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1990년 제72회 대회의 92만 9000 명이었다. 5일부터 21일까지 휴식일을 제외한 16일 동안 대회가 진행됐는데 하루 평균 6만 3천여 명이 경기장에 들어온 셈이다. 총 좌석 규모가 5만석도 되지 않는데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이는 고시엔 구장에서 하루에 최대 4경기가 치러졌기 때문에 중간에도 계속 관중이 나가고 들어오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많은 관심을 받으며 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많다. 특정 선수의 혹사, 매년 감소하는 야구부원 수, 한여름에 펼쳐지는 고된 일정 등 일본 야구는 많은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전통이나 열정, 투지를 명목으로 기존의 것만 고수하기 보다는 앞으로의 100회를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3학년 선수들에게 고시엔의 마무리는 곧 고교야구에서의 졸업을 의미한다. 내년을 기약할 수 없기에 이들의 투지는 더욱 불타올랐고 탈락의 아쉬움은 더했다. 하지만 팬들에게 고시엔은 매년 돌아온다. 그리고 매년 다른 만화의 주인공이 야구팬들을 즐겁게 해줄 것이다.

2018 열투갑자원(熱闘甲子園) 엔딩 영상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8-08-23, 사진= 이영재, 영상=ABC 열투갑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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