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지난 25일, 두산 베어스가 2018 KBO리그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2위와의 압도적인 차이 속에서 두산의 우승이 일찌감치 완성됐다. 이로써 두산은 4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두산 왕조’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손색없는 모습이다.

두산의 우승 비결은?
두산은 돈으로 승리를 만드는 팀은 아니다. 압도적 위력의 두산은 FA시장에선 항상 약자였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했던 작년 겨울 역시 마찬가지였다. 주전 외야수 민병헌이 롯데로 둥지를 옮겼고 2년 만에 돌아온 김현수 역시 행선지는 LG였다. 린드블럼이 합류하는 등 호재 또한 존재했지만 악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늘 큰돈을 쓰는데 인색했던 두산이었지만 지난겨울에는 유독 팬들의 비난이 거셌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시작하고 나서 두산은 줄곧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핵심 자원인 장원준과 유희관의 부진 속에서도 두산은 기존 전력으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두산은 항상 이래왔다. 구멍이 생기면 항상 그 구멍을 메우는 선수들이 존재했다. 두산이 신인 드래프트에서 혜택을 받아온 것도 아니다. 두산의 순번은 뒤쪽인 경우가 더 많았다. 하지만 두산의 화수분 야구는 언제나 빛을 발했다.

 

2014년 재정비된 이천 베어스파크 / ©두산 베어스

무한 경쟁, 준비된 백업
두산은 치열한 포지션 경쟁 속에서 꽃을 피운 팀이다. 두산에는 영원한 주전도 영원한 백업도 없다.

지금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 대부분이 영입이 아닌 자체적인 성장 속에서 나온 이들이다. 김현수, 이종욱, 손시헌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나갈 때마다 팀은 언제나 새로운 선수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 선수들이 어디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니다. 두산은 늘 준비과정을 거쳐왔다.

그 시발점은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두산의 전신이었던 OB는 경기도 이천에 프로야구 최초의 2군 전용 구장을 만들었다. 지난 2014년에는 대규모 신축공사를 통해 더욱 선진화된 야구 타운을 완성했다. 선수 영입에 인색한 두산도 2군 시설에는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독자적인 육성 시스템을 마련한 두산은 현재까지도 선수 육성에 가장 공을 들이는 팀이다. 두산의 육성 시스템 속에서 선수들은 2군-백업-주전 과정을 차근차근 밟아 왔다. 올해도 그 예시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돌아온 정수빈 / ©두산 베어스

당장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에게 가장 큰 과제는 민병헌이 떠난 외야 한 자리를 채우는 것이었다. 외국인 타자마저 부진했지만 두산에게는 정진호, 김인태, 이우성 등 실력을 갖춘 젊은 외야수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경찰청에서 돌아온 정수빈까지 이 경쟁에 합류했다. 당장 올해 민병헌의 공백을 완벽히 메우진 못했지만 앞으로의 몇 년을 기대할 수 있게끔 했다. 현재 주전인 김재환과 박건우 역시 이런 과정을 거쳐왔다.

투수진에서도 역시 함덕주와 이용찬이 보직 변경을 통해 한 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양의지의 뒤를 이을 박세혁 / ©두산 베어스

주전이 굳건한 자리라도 두산은 언제 생길지 모르는 공백을 준비하고 있다. 몇 년째 두산의 포수 자리는 양의지라는 큰 산이 지키고 있다. 하지만 양의지가 올해 FA를 앞둔 만큼 두산은 혹시 모를 이탈을 준비해야만 했다. 포수라는 포지션의 특성상 주전 혼자 시즌을 전부 소화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시즌 중반이 넘어가면 피로가 누적된 주전 포수는 늘 부진과 부상에 시달리기 마련이다.

김태형 감독은 양의지가 놀라운 활약을 보이는 사이에도 꾸준히 백업 포수 박세혁에게 기회를 줬다. 이는 양의지에겐 꿀 같은 휴식이, 박세혁에게는 성장하는 과정이 된다. 몇 년 뒤, 혹은 당장 내년이 될지도 모르는 양의지의 이탈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준비되지 않은 롯데는 올해 강민호가 빠진 포수 자리에서 큰 고난을 겪었다.

어찌 보면 이런 모습들이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프로야구 10개 구단 대부분이 세대교체에서 문제를 겪어왔다. 두산은 세대교체 과정에서 나오는 피해를 최소화했고 물 흐르듯이 변화가 이뤄졌다.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FA시장 몸값 경쟁 속에서 두산은 내부 경쟁을 통한 세대교체로 팀을 정상의 자리에 올렸다.

야구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도 세대교체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특히 매일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는 전자제품 시장에서 세대교체는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다.

©모토로라

스마트폰의 등장과 모토로라의 세대교체 실패

모토로라는 세대교체에 실패한 대표적인 예다. 1973년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를 출시한 모토로라는 1990년대 한때 시장 점유율의 50%를 장악할 정도로 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1996년에는 ‘스타텍’, 2005년엔 ‘레이저’를 앞세워 피처폰 시대에 모토로라는 대단한 영향력을 보였다.

하지만 시대는 빠르게 변했고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하면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스마트폰 시장이 새롭게 열리면서 피처폰 시장은 점차 쇠퇴했다. 하지만 모토로라는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을 뿐 시대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했다. 결국 모토로라는 소비자의 외면 속에서 2012년 구글에 휴대전화 사업부를 매각했다.

특색 있는 자판으로 인기를 끌었던 블랙베리나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노키아 역시 같은 이유로 몰락의 길을 걸었다. 반면 애플과 삼성은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흐른다. 이런 세상 속에서 준비 없이는 미래를 장담하지 못한다. 두산은 늘 준비해왔고 결실을 맺었다. 준비되지 못한 자는 밀려나기 마련이다. 롱런하는 데 있어서 적절한 세대교체는 필수적이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이영재 기자(leeyj8492@si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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