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2015/16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팀 창단 이후 단 한번도 리그 우승을 하지 못한 레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이다. EPL이 정식 출범한 이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첼시/아스널 등의 특정 몇 팀이 계속해서 우승 경쟁을 벌여왔던 것을 생각하면, 레스터시티의 우승은 충분히 놀랄만한 것이었다.

기존에 계속해서 유지되었던 강팀의 카르텔을 깬 레스터시티를 보고 전 세계 사람들은 열광하였다. 사람들은 약자가 강자를 이기고 우승할 때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업들은 레스터시티의 반란 스토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2015/16시즌 초,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레스터시티가 EPL 무대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 전 시즌에 이들은 리그 강등권에서 극적으로 탈출하여 잔류를 하였고, 바로 그 다음 시즌 라니에리 감독과 감동의 스토리를 그렸다. 레스터시티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것이라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 도박 업체들마저도 이들의 우승 가능성을 1:5000(리그 전체 팀의 평균치는 1:2000)으로 보았고, 이들이 리그에 잔류할 가능성을 우승 가능성보다 더 높게 보았다. 그래서 이 팀이 132년 역사상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와 다른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렇게 레스터시티의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좋은 인상을 통해 위대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에, 경기장 밖에서의 비즈니스적 움직임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움직임들이 클럽의 성공에 더욱 큰 도움이 되었다.

1.  그들의 브랜드를 ‘언더독(Underdog)’으로 구축
언더독(Underdog)에게 있어 가장 유혹을 떨쳐낼 수 없는 2가지는 바로 시장의 선두주자를 따라가고 모방하는 것, 그리고 언더독 자신이 아예 언급되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마케팅 연구에 따르면 강자, 즉 탑독(Topdog)의 경쟁적인 위협을 공개적으로 인정해야만 그들의 브랜드를 언더독으로 구축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이러한 방식을 사용한다면, 입소문을 강화하고 매출을 늘리는 동시에 탑독에 대한 지지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레스터시티와 그들의 감독이었던 라니에리는 어떻게 이러한 방식을 사용했는가? 라니에리는 영국 언론으로부터 레스터시티가 14경기를 남은 상태에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을 때, 우승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그는 “레스터시티는 작은 클럽이다. 우리는 약체이다. 다음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우승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형식의 말은 언더독이 탑독을 상대로 그들의 지위와 상태 차이에 대해 관심을 끌고 브랜드를 구축(Framing)하는 가장 좋은 예이다.

브랜드를 언더독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공개적으로 약자임을 인정해야한다. 즉, 그들을 소비자가 탑독의 대안으로 여기게끔 만들어야한다. 약자는 희망이 없고 경쟁에 대해 불평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오히려 약자는 가치 있는 상대이며, 경쟁 시장에서 자신의 강점과 잠재력을 내세울 수 있는 도전자이다.

실제로 레스터시티는 자신들이 가진 브랜드를 언더독으로 구축하는데 성공을 하였다. 2015/16 시즌 동안 레스터시티는 SNS상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소재 중 하나였다. 톰 행크스를 포함한 유명 인사들마저도 공개적으로 레스터시티에 대한 애정을 보여줄 정도였다. 레스터시티가 언더독이라는 액자 속에 들어온 것이다. 팬들이 레스터시티가 우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을 때, 팀에서는 더욱 더 약자의 지위를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팀을 지지하기 시작했고, 클럽은 지난 날들보다 훨씬 좋은 재정적 상황을 맞이하였다. 실제로 이 시즌 동안 레스터시티의 주가는 63%가 올랐고, 시즌 티켓은 완전히 매진 되었으며, 유니폼과 다른 상품들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늘어났었다.

2. 더욱 열혈한 지지(Support)를 받는 언더독 이미지를 구축
소비자들은 언더독에 더욱 끌리지만, 여전히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몇몇 있다. 예를 들어, 언더독은 탑독에 비해 덜 유능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브랜드를 기능적으로나 전문적인 위치에 포지셔닝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언더독이 더 열정적이고 단호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더욱 좋아한다. 이는 브랜드 관계와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있어 보다 감성적이고 따뜻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요소이다.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따르면 설득력있는 언더독의 메세지는 능력보다는 감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 반면, 탑독의 메세지는 능력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언더독은 감성적인 요소들을 대중에게 전달하여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렇다면 레스터시티는 어떻게 더욱 더 열혈한 지지를 받게 되었는가? 2016년 2월 리버풀FC의 팬들은입장료 인상 문제로 인해, 여러 차례 경기 입장 거부를 행했다. 이에 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는 가격 상승 문제를 심층적으로 조사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사안은 심각했었다. 이런 가운데, 레스터시티의 구단주는 2016/17 시즌의 입장료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더불어 레스터시티의 주인은 팬들이라고 말하며, 구단주 자신의 생일날 홈경기에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무료로 맥주와 도넛을 제공하였다. 또한, 지역의 어린이들을 위한 병원을 짓는데 2백 만 파운드(약 29억 원)를 기부할 것이라 발표했다. 이에 레스터시티의 팬들은 경기장에 ‘생일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의 구단주’라고 적힌 큼지막한 배너를 걸어 감사의 표시를 보였다. 이는 언더독인 레스터시티가 브랜드를 구축하는데 있어 감성적이고 따뜻하게 팬들에게 다가갔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3. 집에서 멀리 나가지 않은 언더독 브랜드 구축
언더독의 성공은 그들의 브랜드를 지지하기 위해 기꺼이 희생을 감수하는 기존의 소비자와 새로 찾아오는 소비자들 사이의 팽팽한 유지로부터 온다. 성장하는 지역 사회 속에서 브랜드가 아무리 그들의 상품을 보증한다 해도, 기존 고객들을 사로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음악에 대한 취향성 같이, 그들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역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성향을 가지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 속 소비자들의 수요를 만족시켜야만, 기존의 소비자를 넘어서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들일 전략을 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이의 평형(Equilibrium)을 찾는 것, 즉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동안 기존 고객들을 계속해서 붙잡는 것이 성공적인 언더독이 되기 위해 해결해야만 하는 난제이다.

레스터시티는 이러한 난제를 나름대로 현명하게 풀어나갔다. 이 클럽은 놀라운 결과를 통해 성공을 거둔 후에, 동남아시아, 특히 구단주의 출신지인 태국에 점점 더 많은 팬들이 생겨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레스터시티의 구단주는 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태국 방콕에서 우승 카퍼레이드를 개최했고, 아시아와 미국의 팬들을 위해 프리시즌 투어를 하면서 레스터시티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동시에, 레스터시티는 기존의 현지 팬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게 만들기 위한 전략도 펼쳤다. 팬들에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팀의 스타 선수들을 팔지 않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레스터시티는 불만과 분열을 피할 수 있었고, 기존 고객들을 유지함과 동시에 새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들을 통해 레스터시티는 우승 타이틀 획득에서 더 나아가, 언더독으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후 레스터시티는 리그에서 우승을 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계속해서 EPL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더독의 위치에서 좋은 결과를 통해 많은 것을 얻어간 레스터시티를 보면, 비즈니스의 언더독들은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본 글은 네이버 비즈니스판 1면에 게제된 칼럼입니다.

배성범 기자
bsb319@siri.or.kr
[2018-10-27, Photo=premier league.com,quartz.com,themag.co.uk,lcfc.com,The Indian, Express.com,itv.com / Reference = H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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