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tball - 1992 FA Charity Shield - Leeds United 4 Liverpool 3 Leeds United Team Group with the Shield after their victory

‘리즈 시절’

스포츠에서 팀이나 선수가 가장 잘나가던 시절. 즉, 전성기를 뜻하는 단어다. 몇 년 전 인터넷 신조어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일상 생활이나 방송 자막에서도 쓰일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사용 범위도 스포츠를 벗어나 다른 여러 분야에서도 널리 사용된다.

리즈 시절의 어원은 잉글랜드 프로축구팀인 리즈 유나이티드 FC로부터 나왔다. 리즈에서 활약하던 앨런 스미스는 2004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이후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앨런 스미스가 리즈 시절엔 대단했지..”와 같이 그의 전성기를 회상하는 글이 여럿 존재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리즈 시절’이란 말 자체가 전성기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CC BY-SA 3.0, https://en.wikipedia.org/w/index.php?curid=6030787

실제 리즈의 전성기는?
리즈 유나이티드는 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리그 우승 2회 포함 FA컵, EFL컵, 인터-시티 페어스 컵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 컵을 들어 올렸다. 이후 2부리그로 강등되는 등 리즈는 잠시 암흑기를 거친다.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서 2차 전성기를 맞이하게 되는데 이때가 바로 리즈 시절이라 불리는 때다.

1부리그 승격 이후 2년만인 91-92시즌에 리즈는 다시 한 번 리그 정상의 자리에 오른다. 이후 우승컵을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리그에선 여전히 상위권에 위치했고 챔피언스 리그 4강에 오르는 등 강팀의 면모를 보여줬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고 리즈의 몰락이 시작된다. 주급과 이적료로 지나친 지출을 단행했던 리즈는 은행 빚이 불어 재정난을 맞이한다. 비싸게 사 온 선수들은 헐값에 팔려갔고 영입된 선수들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급격하게 선수층이 얇아진 리즈는 결국 03-04시즌에 2부리그로 강등됐고 이후 3부리그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는다.

프로스포츠 구단과 마찬가지로 기업 역시 시대에 따라 다른 흐름을 맞이한다. 리즈와 유사하게 전성기 이후 몰락을 겪은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소니다.

@1979년 첫 출시된 워크맨

소니의 ‘리즈 시절’, 그리고 몰락
소니는 8, 90년대 세계 정상급 기업으로 군림해 있었다. 1979년 세계 최초의 소형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 ‘워크맨’을 출시하면서 소니의 황금기가 열렸다. 워크맨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LP판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음악 시장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 이후 음향기기, 카메라, TV 등 전자 부문을 비롯해 영화, 음악, 게임, 금융까지 소니는 다양한 분야를 섭렵해나갔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소니는 점차 쇠퇴하기 시작한다. 전자제품 분야에서 과거 워크맨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의 부재를 겪었고 후발주자의 추격은 거세졌다. TV 분야의 선두자리는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렸고 워크맨 역시 MP3 플레이어의 활황 속에서 입지를 잃었다. 결국 2012년 소니의 주가는 최저점까지 떨어지게 된다.

제2의 리즈 시절은 올까?
리즈 유나이티드와 소니. 화려한 전성기를 보내다 몰락한 이 둘은 최근 다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리즈는 작년 3월 새로운 구단주가 부임하면서 재정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지난 두 시즌은 뒷심 부족으로 승격과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 출신 마르셀로 비엘사를 감독 자리에 앉히며 15라운드 현재 리그 2위에 올라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향한 희망이 보인다.

@소니의 콘텐츠 사업

소니의 사정은 더 좋다. 매년 적자를 피하기에 급급했던 소니는 선택과 집중에 노력했다. 과거 부흥의 중심이 됐던 전자제품 시장의 몸집을 줄이고 게임, 영화, 음악 등 콘텐츠 산업을 소니의 주력상품으로 내세웠다. 소니는 2015년 흑자 전환 이후 2017년 약 5조 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 한때 몰락의 상징으로 대변됐던 소니는 부활의 상징으로 ‘제2의 리즈 시절’을 준비하고 있다.

화려한 전성기 뒤에는 쇠퇴기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리즈와 소니 모두 전성기의 흔적을 점차 지워가고 있다.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면 리즈 시절은 다시 찾아온다.

스포츠미디어 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이영재 기자(leeyj8492@siri.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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