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승전돔’. 이 말의 뜻은 프로야구 해설위원인 허구연 위원이 이전부터 꾸준히 한국의 돔구장 건설 필요성을 주장하는 발언을 한 것에서 유래된 말이다. 포털사이트에 ‘기승전돔’을 검색해 보면 허구연 위원의 발언을 패러디한 댓글이나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미 야구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미국과 일본에 여러 개의 돔구장이 운영되고 있고,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의 해외로 진출하고 야구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야구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돔구장 건립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그 결과 2015년 국내 최초의 돔 형태 야구장인 고척돔이 준공되었다.

돔구장은 경기장의 특성상 지붕이 있어서 악천후에도 경기를 진행할 수 있으므로 개방형 야구장보다 활용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이 매년 여름 장마와 태풍 등 야구를 하기 어려운 기후에 노출된 점을 고려하면 돔구장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의견은 합당해 보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과 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더는 한국프로야구가 야구 변방이 아니라는 점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았고, 이를 계기로 야구 인프라의 확대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야구 저변의 확대는 선수층 확대 등 인적 저변의 확대뿐만 아니라 야구 시설의 확대 및 고급화를 포함한다. 실제로 돔구장은 야구 인프라의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준공 이후 다른 종목의 구장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콘서트 등 다양한 이벤트의 장소로 활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돔구장의 필요성은 더는 야구 전문가들만의 의견으로 국한되지 않고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었고 고척돔이 지어진 후 지금까지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돔은 건설 과정과 준공 이후에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건설 과정에서는 돔구장 부지 선정에 있어서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했다.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많은 관중 동원을 자랑하는 프로야구의 특성상 구장의 위치는 주변의 교통 여건이 가장 중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과 자차로 구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모두 고려하여 구장의 위치를 정해야 함에도 현재의 위치로 정했는데, 많은 사람이 지적한 교통 문제는 현실이 되었다. 야구 경기가 있을 때마다 극악의 정체를 보이는 고척돔 주변은 그 지역의 교통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이상 해결되지 않을 문제로 보인다. 또한 주차장이 협소하여 고척돔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교통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구분 고척돔 주차시설
 

주차면 수

지상 1층 35면(VIP 27, 장애인 2, 응급차 2, 선수단 버스 4)
지하 1층 282면(일반 138, 경차 27, 장애인 17, 여성 전용 100)
지하 2층 175면(일반 175)
총계 492면
표 1. 고척스카이돔 주차시설 현황

출처: 고척스카이돔 홈페이지

표 1에 따르면 고척스카이돔의 주차시설 현황을 알 수 있다. 2018년 프로야구 1경기 평균 관중의 수가 1만 명을 넘어서는 점을 고려하면 굳이 고척돔을 방문하지 않고도 주차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고척돔에서도 주차장이 부족한 점을 고려하여 홈페이지에서 인근 주차장에 대한 정보를 게시해 두었지만 이를 통해 관중들의 불만이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가장 가까운 주차장이 동양미래대학교 주차장인데, 고척돔에서의 거리가 50m로 비교적 가까이 있지만 주차면 수가 약 320면으로 협소하고 야구장을 이용하지 않는 주차장 이용객이 있으므로 고척돔을 방문하는 이용객들에게 턱없이 부족한 주차장이다. 이외의 인근 주차장은 고척돔에서 350m, 멀게는 1,300m까지 떨어져 있는 곳에 있어 주차 이용객들의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구조이다.

관중 동원이 생명인 프로스포츠에서 고척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위에서 제시한 교통과 관련한 문제이지만 이외에도 관중석의 좌석 간격이 좁고 덕아웃의 지붕이 없으며 불펜이 지하에 있는 점 등 경기장 시설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준공 이후 발생하고 있는 것은 뉴스 기사들을 통해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단순히 한국의 첫 돔구장이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문제점의 원인을 돌릴 수 없는 만큼 한국프로야구의 구장은 과연 돔구장이 답안인지 분석하려고 한다.

돔구장 신축의 문제점 1. 막대한 건설 비용

 개방형 구조의 야구장에 비해 돔구장이 건설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2018)에 따르면, 실제로 개방형 야구장은 2018년 기준 1,500억 원~1,800억 원 대(관중석 3만석 기준)로 추산된다. 비교적 최근에 건설된 개방형 야구장인 광주 기아챔피언스 필드의 건설 비용은 총 994억 원이고, NC 다이노스의 홈구장 건설 비용은 총 1,240억 원이다. 하지만 돔구장의 경우 건설 비용에 3,500억 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될 것이 예상되고, 연간 예상 운영비도 70~80억원으로 개방형 야구장에 비해 2배 정도 높다. 앞에서 언급한 다양한 부대 행사의 개최로 운영비를 충당한다고 해도 2016년 기준으로 고척돔의 각종 공연 유치 수익은 겨우 25억 원에 그쳤다(정민규, 2018). 돔구장의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 얼마나 오랜 시간이 들지는 한국프로야구 구단의 재정 상황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구단명 매출 영업이익
삼성 라이온스 701억 원 -11억 원
LG 트윈스 620억 원 -28억 원
두산 베어스 556억 원 72억 원
기아 타이거즈 544억 원 -1억 원
KT 위즈 531억 원 -2억 원
롯데 자이언츠 501억 원 -123억 원
한화 이글스 493억 원 -7억 원
SK 와이번스 461억 원 -5억 원
넥센 히어로즈 422억 원 19억 원
NC 다이노스 375억 원 -3억 원
표 2. 2017 10개 야구단 매출 및 영업이익

출처: 금융감독원

한국프로야구는 국내 최고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구단의 재정 수준은 좋지 못하다. 왼쪽의 표 2를 보면 2017년 한국프로야구 각 구단의 영업 손익을 알 수 있는데, 10개 구단 중 8개 구단이 적자를 기록했고 단 2개 구단만이 영업 이익에서 흑자를 기록했다. 백억 대의 단위에 이르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기록하는 구단이 대부분인 실정에서 돔구장의 초기 투자비용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문제이다. 최악의 경우 2000년대 현대 유니콘스 구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전철을 밟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돔구장은 초기 투자 비용이라는 문제점이 건설 단계에서부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한국프로야구가 2000년대 중반 암흑기를 딛고 관중 수가 지속해서 증가하면서 지금의 인기에 이르고 있으나 앞으로 언제까지 최고 인기 스포츠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막대한 돔구장 건설 비용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산시는 민간 자본의 유치를 주장하고 있는데, 정작 롯데 자이언츠의 모기업인 롯데그룹은 언론으로 돔구장 건설 투자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표하고 있다(정민규, 2018). 이처럼 돔구장 건립의 재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과연 현실적으로 한국에 추가적 돔구장 건립이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돔구장 신축의 문제점 2. 인조잔디 사용에 따른 선수들의 부상 위험 증가와 리그 경기력 저하의 우려

현재 한국프로야구는 경기력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최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도 불구하고 조별 예선에서의 부진과 2017년 WBC 조별예선 탈락 등 국제대회에서의 부진이 있었다. 이는 한국프로야구의 경기력 저하에 따른 대표팀 기량 하락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8년 한국프로야구는 전체 리그의 타율이 2할 8푼 6리에 이르는 극단적인 타고투저 현상이 지속하고 있다. 단순히 투수의 경기력에 비해 타자의 기량이 향상된 결과라면 한국프로야구의 존폐에 영향을 미칠 만큼 심각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부진한 결과를 보면 한국프로야구의 투고타저 현상은 타자와 투수 모두의 경기력이 저하된 가운데 투수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것에 따른 결과이다. 경기에서 두 자릿수 점수대가 나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최근 한국프로야구에서 화끈한 득점 쟁탈전은 ‘우물 안 개구리’, ‘그들만의 리그’ 등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의 논란까지 터지며 증가추세에 있던 평균 관중 수는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이미 경기력 저하가 리그의 흥행에 크나큰 악재라는 점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돔구장의 건설은 지금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일본의 돔구장 현황
이름 개장 연도 잔디 유형 돔 유형
도쿄 돔 1988년 인조 잔디 폐쇄형
후쿠오카 야후 돔 1993년 인조 잔디 개폐형
교세라 돔 오사카 1997년 인조 잔디 폐쇄형
나고야 돔 1997년 인조 잔디 폐쇄형
메트라이프 돔 1999년 인조 잔디 폐쇄형
삿포로 돔 2001년 인조 잔디 폐쇄형
미국의 돔구장 현황
이름 개장 연도 잔디 유형 돔 유형
로저스 센터 1989년 인조 잔디 개폐형
트로피카나 필드 1990년 인조 잔디 폐쇄형
체이스 필드 1998년 천연 잔디 개폐형
세이프코 필드 1999년 천연 잔디 개폐형
미닛메이드 파크 2000년 천연 잔디 개폐형
밀러 파크 2001년 천연 잔디 개폐형
말린스 파크 2012년 천연 잔디 개폐형

돔구장은 건설의 가장 큰 목적이 악천후 시에도 야구 경기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장의 지붕을 닫아 놓는 것이 불가피한데, 개방형 구장보다 돔구장은 경기장의 잔디에 일조량이 부족하므로 인조잔디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미 기존의 미국이나 일본의 폐쇄형 돔구장은 인조잔디를 사용하고 있다. 일부 선수들의 훈련 목적으로 건설된 소규모의 보조 구장의 경우 돔구장 형태로 짓고 천연잔디로 관리하는 곳이 있지만, 관중을 유치하고 정규리그가 진행되는 정식 돔구장에서는 인조잔디 위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이유는 결국 천연잔디의 장점보다 지속해서 관리가 필요하고 비용 또한 증가한다는 단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개폐형 돔구장에는 천연잔디를 깐 곳이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돔구장에 콘서트나 전시회 등 행사를 유치할 수 있는 다목적성이 훼손된다. 앞서 언급했듯이 돔구장의 건설 비용이나 운영 비용이 개방형 야구장보다 높은데도 천연잔디를 깔고 행사 유치를 포기한다면 수익의 원천 중 하나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한국프로야구 구단의 재정 상황을 고려한다면, 돔구장에 천연잔디를 깔고 행사 유치 수익을 포기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결국 한국에 새로운 돔구장을 건설한다고 가정하면 인조잔디를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조잔디가 천연잔디보다 선수들의 부상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인조잔디 구장은 천연잔디 구장보다는 말할 필요도 없고 오히려 잔디가 없는 육상 트랙보다도 충격의 흡수성이 떨어진다고 한다(양휘모, 2018). 정확한 수치를 들자면, 인조잔디가 깔린 구장의 충격 흡수성은 32.8%로 측정되었다. 이는 KS(한국산업표준)가 규정한 최저 안전기준(50%)에도 미달하는 수치이다. 인조잔디가 천연잔디보다 부상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인 상황에서 돔구장을 확대하는 방안은 리그의 경기력 저하를 부채질하는 꼴이다. 현재 한국프로야구는 10개 구단 체제로 확대된 상황에서 구단당 외국인 보유 숫자가 한정됨에 따라 리그의 수준에 의문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프로야구의 저변이 되는 초∙중∙고교 야구와 대학야구의 양적인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프로야구의 경기력 저하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도 한국프로야구 구단의 재정이 윤택하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부상으로 선수들이 이탈하고, 결국 2군에서 선수를 끌어오는 등 리그의 경기력 저하가 가속된다면 한국프로야구의 경쟁력에서도 앞으로의 수익성에서도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인조잔디는 타구의 바운드 이후 속도가 천연잔디에 비해 빠르다고 한다(김건웅, 2016). 이미 천연잔디 구장의 타구 속도에 적응한 야구 선수들이 인조잔디에 적응하지 못하고 수비 과정에서 실수를 남발한다면, 결국 지금의 타고투저 현상을 가속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돔구장 신축의 문제점 3. 정치권의 이권을 목적으로 한 개입에 따른 부작용

부산은 ‘구도(球都)’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연고 구단인 롯데 자이언츠의 인기를 포함한 야구 열기가 매우 높다. 최근 롯데 자이언츠가 선수 영입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는 등 결과는 좋지 않지만, 전통적으로 롯데 자이언츠는 국내 야구단에서 인기 구단의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었다. 이러한 야구 열기에 힘입어 부산시는 사직야구장을 개폐형 돔구장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정민규, 2018).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돔구장의 막대한 건설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의문, 부산의 홈 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반대 등으로 인해 개방형 구장 건축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일각에서는 서병수 시장의 재선에 돔구장 건축 공약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돔구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부산의 돔구장 건설 계획은 야구팬과 언론 모두에게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았고, 결정적으로 서병수 시장의 재선이 실패하고 오거돈 부산시장이 당선됨에 따라 돔구장 건설 계획은 폐기되었다(정석한, 2018).

야구장은 한 번 짓게 되면 장기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 계획과 운영 계획에 있어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산시는 폐기된 돔구장 건설 계획에 따르면 전체 사업비의 80%에 달하는 부분을 국비(650억 원)와 민간자본(2,200억 원)으로 충당한다는 현실성 없는 내용을 주장하고 있었다(박상경, 2018). 구체적인 자본 조달 계획이 없다는 점과 더불어 돔구장의 부지로 거론된 곳들 또한 마찬가지로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의 사직구장을 재건축한다면 롯데는 홈구장이 완공될 때까지 울산의 홈구장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는 구단의 수익에 엄청난 악재를 가져올 것이 뻔하고, 이외의 후보지로 거론된 곳들인 개성고 야구장이나 제2 벡스코, 동부산 관광단지 등도 시설이나 접근성 면에서 프로야구장으로 사용하기에 부적합했다. 결국 이런 문제점들로 인해 현실성 없는 이른바 ‘정치적 쇼’를 목적으로 돔구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인데 여기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온전히 프로야구 구단의 몫이다. 손바닥 뒤집듯이 뒤바뀌는 행정에서 오는 문제점은 차치하고, 만약 자본 조달에 성공하여 돔구장 건설 계획이 정상적으로 추진되었다고 해도 돔구장 건설 이후의 운영과 유지에 따른 비용은 구단이 떠안게 된다. 롯데 자이언츠는 앞서 언급한 표 1에 따르면 2017년 영업 이익에서 123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 중에서 최악의 수치이다. 당장 수익 구조를 개편하고 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우선인 롯데 자이언츠의 입장에서 돔구장의 운영비를 감당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유추할 수 있다. 물론 부산의 야구 열기를 고려하면 지금의 수익 구조와 돔구장의 운영비를 극복할 수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나 결국 지금의 야구 열기가 유지되고, 추가적인 수익을 가져오는 원천을 찾는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이는 비단 롯데 자이언츠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프로야구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인 돔구장 건설을 주장하는 것은 경제적인 관점에서 절대 옳지 않다.

 

돔구장이 한국에 필요하지 않은 이유 1. 악천후의 영향이 크지 않음

 돔구장은 앞서 언급했듯이 가장 큰 장점은 기상 상황이 어떻든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장점은 기상 상황이 좋지 않을수록 그 효과를 크게 체감할 수 있다. 하지만 장마와 태풍 등 한국의 기후적 환경이 야구에 많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은 선입견이다. 올해에는 사상 최초로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고 역사상 최악의 폭염을 기록하는 등 야구 일정 진행에 부정적인 일이 많았다. 그런데도 앞서 돔구장 건설에 반대한 롯데 자이언츠 구단은 실제로 악천후가 경기 취소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7년 기준으로 롯데 자이언츠는 우천으로 취소된 경기가 1년에 4차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취소된 경기는 무조건 정규리그 일정의 연장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다. 야구는 더블헤더 제도가 있는데, 이 제도를 통해 하루에 2경기를 치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더블헤더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리그 일정이 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2018년에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정규리그가 중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리그 종료 시점이 예전과 비교해서도,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와 같은 해외 리그와 비교해서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아시안게임 중단 기간을 고려해서 정규리그를 예년보다 일찍 개막했지만, 아시안게임이 매년 있지는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후의 영향으로 돔구장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다.

돔구장이 한국에 필요하지 않은 이유 2. 야구장의 역사 보존 필요

지금까지의 돔구장 건설 계획을 보면 기존 야구장을 개보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결국 새로운 구장을 짓는 계획이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구장의 건설에 따라 이전보다 사용 빈도가 줄어든 구장은 유지비를 계속 소모하기 때문에 기존의 오래된 구장은 철거된다. 그 예로 지난 2008년에는 1925년 일제 강점기 시절에 개장된,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동대문 야구장이 철거되었다. 한국프로야구의 첫 시즌 개막전이 치러지기도 했던 동대문 야구장은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와 대한 야구협회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동대문운동장 전 시설에 대한 재개발 계획에 따라 철거되었다.

동대문 야구장은 그 역사성을 고려하면 스포츠 투어리즘의 관점에서 충분히 마케팅 활용이 가능한 곳이었다. 대한민국의 야구 역사가 시작된 곳, 한국프로야구의 시작이 이루어진 곳, 여러 아마추어 야구 대회가 이루어진 곳 등 한국야구의 역사가 곳곳에 깃들어 있는 곳 등 여러 역사적인 발자취가 남아있다. 물론 준공된 지 오래되었고 많은 경기가 진행됨에 따라 경기장의 시설이 낙후된 점은 옳지만, 야구팬의 입장에서 철거보다는 대한민국의 야구 역사박물관으로 보존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메이저리그는 이미 야구장이 박물관 그 자체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홈구장인 펜웨이파크의 그린 몬스터, 해발 1,610m에 위치한 콜로라도 로키스의 홈구장인 쿠어스필드 등 다양한 특색을 지닌 구장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구장의 역사 또한 오래된 곳이 많다. 물론 오래된 경기장을 철거하고 최근 새로 지은 경기장도 있지만 몇십 년에 이르는 역사를 자랑하는 경기장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펜웨이파크의 경우 1912년에 개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보스턴의 홈구장으로 사용될 만큼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효율성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관점에서 오래된 구장의 유지비용을 포기하고 철거하는 것은 야구팬들이 즐길 수 있는 감성적인 측면을 배제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일본프로야구나 메이저리그의 역사에 비해서는 짧지만 30여 년에 이르는 프로야구 역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지금 한국의 프로야구 경기장은 모두 나름의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를 피할 수 있는 경기장은 없기 때문에 조건 없는 철거보다는 경기장을 적절히 유지∙보수하면서 한국야구의 역사성을 보존하는 것 또한 리그의 질적 성장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결국 앞서 언급한 악천후의 영향이 리그의 일정에 큰 문제를 남기지 않는다는 점과 기존 경기장을 철거하고 돔구장을 짓는 것이 야구 경기장의 역사성을 훼손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금의 경기장을 보수하는 것만으로도 현상 유지가 가능하다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물론 돔구장의 건설이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을 확실히 가져올 수 있다면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하나 각 구단의 재정 상황 등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돔구장 건설은 시기상조이다. 당장 한국프로야구가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야구장 등 경기장의 환경이 아니라 야구팬의 증가 추세 유지 및 과거보다 저하된 선수의 경기력 문제이다. 당장 돔구장을 건설한다고 해서 신규 야구팬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는 않고, 선수의 경기력 측면에서도 인조잔디로 인해 부상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수 있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

돔구장 건설과 관련한 결론 및 제언

부산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이미 돔구장 건설은 정치권이 지역주민들의 표심을 사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의혹을 산 바 있다. 돔구장이 과연 개방형 야구장보다 특별한 장점이 있는가에 관해서도 논란이 생기는 상황에서 한국프로야구의 발전이 목적이 아닌 정치권의 실리를 목적으로 한 돔구장 건설 계획은 그 결과가 불 보듯 뻔하다. 철저히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운영되는 프로스포츠의 특성상 건설 과정에서부터 운영 과정에 이르기까지의 전반에 걸쳐서 계획을 세워야 함에도 돔구장 건설을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것은 프로야구의 발전에 결코 도움이 될 수 없다. 이미 해외에서는 돔구장의 건설 비용, 유지 비용을 이유로 야구장을 신축할 때 돔구장이 아닌 기존의 개방형 야구장을 건설하는 경우도 많다.

앞서 언급한 이유 중 돔구장의 인조잔디가 선수 부상을 일으키고 그에 따른 경기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점 외에도 일부 야구 전문가들은 공기 저항이 없는 돔 형태의 경기장 특성상 타구가 더욱 멀리 날아가 타고투저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국내에 돔구장이 고척돔뿐이고, 메이저리그의 경우에도 쿠어스필드라는 극단적인 타고투저 경향의 야구장이 있는 만큼 이미 지어진 고척돔의 특색을 타고투저 형태의 경기장으로 특화할 수도 있다. 문제는 앞으로 새로 지어질 경기장의 형태가 돔구장일 경우에 지속해서 리그의 경기력 수준과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일부 야구팬들은 돔구장의 개수를 통해 리그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한국에서 프로스포츠 중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가 야구임에도 불구하고 야구 산업의 규모는 메이저리그나 일본프로야구가 압도적으로 크다. 이는 근본적으로 야구 인구의 수가 한국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전체 인구수만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인구수 대비 야구 인구의 비율 또한 미국과 일본이 한국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또한 메이저리그의 세분된 산하 리그 운영 시스템과 일본프로야구의 육성 시스템을 한국에 비교하면 한국프로야구 팬의 입장에서 자못 초라한 느낌까지 드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는 야구의 경기력 수준이 높은 것만이 돔구장을 건설하고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이유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야구에 투자되는 자본의 규모가 크기 때문인 것이다.

한국야구 팬들이 정말로 리그의 전반적인 발전에 관심이 있는 것이라면 맹목적으로 돔구장 건설을 요구하는 것을 그만두어야 한다. 현재 한국의 야구장 시설의 문제점은 경기장 형태에서 오는 문제점보다는 구조나 운영방식에서의 문제점이 훨씬 많고, 이는 경기장을 새로 건설하는 방식보다 훨씬 작은 규모의 공사로도 해결이 될 수 있는 문제점이다. 돔구장의 장점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경제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고척돔만 하더라도 야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여 건설되었으나 준공 이후 문제점이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 각자의 의견은 다를 수 있지만, 야구장의 외형과 경기장의 활용성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후 건설될 야구장의 형태에 대해서 지금 고척돔의 문제점이 과연 되풀이되지 않을지, 현대 야구장의 형태는 돔구장만이 답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References>

김건웅(2016). 바운드 속도ㆍ타구 궤적 적응 힘든 돔구장. http://www.jnilbo.com/read.php3?aid=1462719600496541089

국제신문 디지털뉴스부(2018). 돔이냐 개방형이냐…새 야구장 사업비가 관건. 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600&key=20180325.22014004813

박상경(2018). 부산시 돔구장 추진안, 과연 현실성 있나. http://sports.chosun.com/news/ntype.htm?id=201804250100221500016447&servicedate=20180424

양휘모(2018). 엉터리 인조잔디 운동장, 국감 지적에도… 도교육청 ‘모르쇠’.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533220

정민규(2018). ‘3500억 돔구장 건설’ 카드 꺼낸 부산시.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18640&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정석한(2018). 부산 사직야구장 건립사업 추진…다시 원점으로.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806251150035700636

 

글= 김선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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