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계는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음주운전으로 적발되어 불구속 입건된 경우는 다반사이며, 금지약물을 복용한 것이 도핑에 걸려 출전 정지를 받기도 하고, 심지어는 성폭행 혐의를 받아 판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선수들은 이에 대해 각 스포츠 연맹의 징계를 받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구단에서도 따로 자체 징계를 받는다. 그리고 이 같은 범죄는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구단은 팬들에게 소속 선수들을 관리하지 못한 점에 대해 머리를 숙인다. 하지만 언제나 선수들의 과오를 심판하는 입장에만 있을 것 같은 구단도,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르곤 한다. 바로 ‘심판 매수’이다.

심판이 어떤 존재이기에 구단들은 거액의 돈을 들여 그들을 매수하려는 것일까? 심판은 각 종목의 규칙에 의거하여 판정을 내리고 경기를 진행하는, 경기장 내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판정을 도와주는 기계장치들이 도입되어 심판의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판의 영향력은 크다. 축구에 있어서는 옐로카드와 레드카드 중 어떤 카드를 꺼낼지 오로지 심판이 결정하며, 농구에서는 심판의 과격함을 평가하는 개인차에 따라 파울 콜을 부르는 기준이 조금씩 다르다. 특히 야구에 있어서 심판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진다. 스트라이크 존을 주심이 보기 때문에, 미세한 차이로 갈리지만 경기 결과에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볼과 스트라이크를 심판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판정이 권위를 갖기 위해서 심판은 규칙을 명확히 이해하고 납득이 가는 판정을 내려야 한다. 심판에게는 공정성, 책임감, 사명감의 덕목이 요구된다. 첫 번째 덕목이자 모든 경기의 기본이 되는 공정성은 경기 심판의 규칙 적용을 사실판단에 의거하여 정당하게, 객관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책임감은 심판이 경기에서 양심의 가책을 느껴야 하며 자신의 판단에 의한 옳고 그름 판정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판 덕목으로써의 사명감은 가치관을 지닌 의식의 본질로서 규칙의 절대적 판단을 내리고 그 순간까지 본질에 바탕을 두고 심판의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또한 진정한 승부를 가를 수 있는 경기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양 팀의 선수, 감독, 관객 모두의 신뢰와 존경이 바탕으로 형성되는 절대적인 믿음이 심판에게 존재해야 한다.

구단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심판을 본인들의 편으로 끌어들여서 경기를 이기려고 한다. 대부분 리그의 하위 팀들은 강등당하지 않기 위해, 상위 팀들은 우승을 하기 위해 심판을 매수한다. 이는 일시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에는 결코 쉬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심판 매수 문제는 스포츠의 관점으로 볼 때 여타 윤리적인 문제들(음주운전, 병역 비리, 불법 베팅 등)보다 훨씬 심각한 범죄가 된다. 스포츠의 근간인 ‘공정성’을 침해하기 때문이다. 밖의 현실과는 다르게, 스포츠 안에서는 공정 경쟁이 가능하다. 다른 조건 하나 없이 실력만으로 정상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스포츠가 대중들을 끌어들일 때 맨 먼저 내세우는 강점이며, 모든 경기의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이러한 스포츠 경기에 있어서의 공정성은 승부가 경기 외적 요소의 개입 없이 오로지 선수들이 타고난 재능과 흘린 땀만으로 결정될 때 충족된다. 경기에 공정성이 결여되었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경기 외적 요소의 개입으로 인해 승부가 이미 결정된 경기라는 말과 다름없다. 그리고 심판은 공정성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이다. 심판이 공정성을 잃었다는 것은 심장 졸여가며 응원하는 팬들의 가치를 지우고, 상대 팀의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려는 노력을 지우며, 나아가 스포츠의 존립 기반까지 위협한다.

심판 매수에 대한 합당한 처벌

모든 스포츠 경기에 심판 매수를 통한 승부 조작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국내의 많은 리그는 심판 매수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2016년도에 밝혀진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이다. 2013년도에 전북의 스카우트가 전북의 승점획득과 순위 상승을 위해 2명의 심판에게 부정한 청탁과 함께 5차례에 걸쳐 500만 원을 건네준 사실이 적발되어 충격을 주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이에 대한 징계이다. 부산지방법원은 스카우트에 국민체육진흥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으며, 상벌조정윤리위원회는 전북 현대에 2016시즌 승점 9점 삭감과 벌과금 1억 원을 부과했다. 연맹의 상벌 규정에 의거해보면, 심판 매수 및 불공정 심판 유도 행위에 대해 해당 구단에 가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제재는 제명이다. 그 아래 단계로는 하부리그 강등, 1년 이내의 자격정지 처분, 승점 삭감 등이 있다. 2016년 5월에 불거진 일에 대해 9월에 징계를 내리면서, 4개월 동안 시간을 끈 끝에 상벌위는 가장 낮은 단계의 제재를 전북 구단에 내린 것이다. 오히려 AFC가 AFC 규정 73조인 “AFC 대회 참가는 국내 혹은 국제 대회 경기의 결과에 대해 영향을 미치려는 직접적ž간접적 행동에 연루된 클럽은 즉각 거부될 수 있다”에 따라 2017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박탈하는 징계를 내렸다.

심판 매수, 승부 조작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제재를 내리는게 합당한가?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의 상벌위는 심판 매수 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를 내리지 않는 것일

강한 제재의 필요성

심판 매수행위에 있어 ‘승점 삭감’이라는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는 심판 매수 행위가 프로리그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만큼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절대 합당하지 않다.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징계가 얼마나 약한 편인지, 이는 결국 어떤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예측해볼 수 있다. 먼저 태국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태국프로축구리그인 타이프리미어리그는 승부 조작과 심판 매수가 가장 만연한 리그이다. 2012년에 일본인 심판이 FA컵 결승전에서 승부 조작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AFC에 보고하면서 타이프리미어리그의 온상이 드러났다. 외국인 심판에게도 매수를 제안하는데, 자국 심판들에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스포츠 베팅이 활발한 태국은 심판 매수를 통해 경기의 결과를 조작한다. 감독과 선수는 물론 관중까지도 이를 알고 있다. 심판들은 노골적으로 편파 판정을 하고, 선수들은 맥없이 판정에 끌려간다. 팬들은 판정을 믿지 않으며 오로지 경기만 즐길 뿐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근 10년간 타이프리미어리그의 구단들이 이러한 행위로 인해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인 심판이 매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을 때도 우려를 표명하는 수준에서 끝났을 뿐,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오동현, 2013). 2017년 기준 타이프리미어리그의 관중 수는 4,604명으로 14개의 아시아리그들 중 11위로 하위권이다(김병윤, 2018). 이는 태국 선수 개개인의 나쁘지 않은 기량과 리그 수준에도 불구하고 이미 결과가 정해져 있는 경기가 대중들의 흥미를 자극하지 못해 마니아층만 남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이 계속되는 이상 앞으로 타이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이 오를 수 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 것이다. 심판 매수로 인해 공정성을 잃은 리그가 걷게 될 길이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잃은 경기는 대중의 관심을 받기 힘들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것이다. 이는 현재도 대중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K리그와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심판 매수에 약한 징계가 계속된다면 구단들의 승부 조작 범죄는 만연해질 것이고, 신뢰성을 잃은 리그는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채 그들끼리의 리그가 되어버릴 것이다. 사후에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본보기로써 반드시 강한 징계가 필요하다.

태국과 같은 케이스에서 발전된 모습이 바로 베트남이다. 우리에게 ‘박항서 매직’으로 유명한 베트남의 V리그를 보면, 과거부터 타이프리미어리그와 같이 심판매수나 승부 조작, 선수들의 불법도박이 빈번하게 발생했었다. 심지어는 그동안 V리그가 발전하지 못한 것도 리그가 공정성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평가받는다. 하지만 마약, 매춘 등의 비윤리적인 범죄를 강하게 제재하는 베트남의 사회 분위기에 맞춰 스포츠 윤리 관련 범죄의 처벌 강도 역시 갈수록 세지고 있는 추세이다. 2014년 AFC컵에서 구단 소속의 9명이 승부 조작, 심판 매수에 가담했던 닌빈FC에 대한 대처를 통해 그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전원이 징역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베트남축구협회는 즉각 닌빈FC의 해당 시즌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또한 ‘승부 조작과 유사한 행위를 할 경우 최하위 리그로 강등’이라는 규정에 따라 1부 리그 소속이었던 구단은 V리그 중 최하위인 3부 리그까지 강등되었다. 남은 일정 취소와 리그 강등은커녕, 2등과의 승점차가 14점인데 승점 9점만을 삭감해 심판 매수를 한 팀이 리그 1위를 유지하던 우리나라와 정반대되는 대처이다. 결국 닌빈FC는 1군 팀을 해체하고, 2015년에 슬하의 팀들을 모두 해체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김환, 2016). 현재 베트남 축구는 U-23 대회에서 준우승을, 아시안게임에서 4위를 하는 등 정부와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국민들의 높아진 축구에 대한 관심과 전보다 깨끗해진 리그 분위기는 V리그의 앞날을 밝게 만들었다. K리그보다 수준이 한참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베트남의 프로리그가 심판 매수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그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리그의 수준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공정하고 신뢰 가는 스포츠 리그는 대중의 호감도, 관심을 높여주어 국가, 정부, 국민으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게 만들어준다. 이는 결국 리그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무관용 법칙을 표면상으로만 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범죄의 수준에 맞게 자비 없이 적용해야 한다.

그동안 강한 제재를 내리지 못했던 이유

충격적이었던 프로축구리그의 간판 팀인 전북 현대의 심판 매수에 대해 징계 수위가 낮았던 첫 번째 이유는 선례였던 경남FC의 처벌 수위가 낮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현재 K리그에서 전북 현대의 위치가 높기 때문이다. 경남FC는 구단의 대표가 2013년 8월부터 2014년 9월까지 심판 4명에게 경기에서의 유리한 판정을 위해 수천만 원을 건넨 사실이 2015년 적발됐다. K리그 사상 초유의 심판 매수 사건이었다. 이에 대해 경남FC는 승점 10점 감점과 7천만 원의 제재금 징계를 받았다. 경남FC는 2부 리그인 챌린지에 있었기 때문에 내려갈 리그가 없어 강등 징계는 내리지 못했지만, 일 년에 걸쳐 수천만 원 규모의 범죄를 저질렀는데 징계금이 고작 7천만 원이라는 것은 적어도 너무 적다. 상벌위는 심판 매수 범죄에 있어서 첫 단추를 단단히 잘못 끼운 것이다. 범죄 유형의 첫 처벌 수위는 그다음에 일어나는 유사 범죄 처벌의 본보기, 즉 기준이 된다. 실제로 전북 현대의 징계 수위를 발표할 때에도 경남FC 때의 이야기를 예로 들며 내린 징계가 적당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전북 현대의 문제는 경남FC 사건 처벌 이후 프로스포츠협회가 부정행위 방지 개선안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린 처벌이라 더욱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경남FC의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지고 난뒤, 프로스포츠협회는 승부 조작을 뿌리 뽑겠다는 명분으로 무관용 원칙, 구단과 개인뿐만 아니라 해당 프로스포츠 단체까지 제재 대상을 확대한다는 특별상벌위원회, 프로스포츠 구성원 외에도 유소년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프로스포츠부정방지위원회 윤리교육 등을 발표하고 시행했다. 이러한 노력들이 무색하게 느껴지는 전북 현대에 대한 징계 수위이다. 프로축구연맹까지 처벌하기는커녕, 당사자들에게조차 부정행위에 대해 자비를 베풀지 않겠다는 무관용 정책이 적용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개선되지 않는 솜방망이 처벌은 결국 계속되는 승부 조작을 낳을 것이며 리그에 대한 사람들의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다. 잘못된 선례로 인해 후의 사건들까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리그는 비단 프로축구뿐만이 아니다.

아마추어 리그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프로리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아니고, 심판의 판정에 의문을 제기할 때 공정한 판정을 도와줄 비디오 판독도 없다. 심판 매수를 통한 승부 조작이 일어나기 딱 좋은 상황인 것이다. 이미 아마추어 농구계에서는 전국체전, 소년체전과 같이 교육청 지원비 및 순회코치 TO가 걸린 대회의 경우 금전이 오고간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동안 이렇게 소문으로만 돌던 심판 매수가 밝혀진 것은 2012년이었다. 아마추어라고 얕볼만한 규모가 아니었다. 대한농구협회의 심판위원장이 특정 심판을 배정하는 대가로 전국 초, 중, 고등학교 지도자, 대학교와 실업팀 감동 등 97명으로부터 256회에 걸쳐 1억 9,000만 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97명의 심판 매수는 프로리그의 규모를 완전히 뛰어넘는 조직적인 범죄행위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이런 심판위원장 밑의 심판들 역시 다를바 없었다.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 16명이 155회에 걸쳐 5,700만 원을 건네받았다. 엄청나게 넓은 범위의 심판 매수는 아마추어 리그가 존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이다. 농구계가 자금이 부족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서 2부 리그인 D리그도 10개 구단 중 5개 구단밖에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마추어 농구는 더욱 자금난에 시달리는 상황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자금이 부족한 구단이, 승점을 높여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심판 매수하는데에 거금을 들이는 딜레마 상황에 빠져있다. 이 사건에 연루된 직접 코치들에게 대가를 요구한 악질의 심판원들을 자체 징계로 고작 종별 선수권대회를 포함하여 경기 투입을 금지시켰을 뿐이다(한필상, 2013). 협회 측의 징계가 아니라 자체 징계이기 때문에 이 결정을 쉽게 뒤집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농구 리그의 권위를 떨어뜨린 사건이니 농구 협회가 강하게 나섰어야 한다. 경각심을 주지 못한 선례 때문에, 농구계는 아마추어 리그든지 프로리그든지 여전히 심판 매수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오심이 나오면 단순히 잘못 판단한 것이 아니라, 또 심판 매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는 덤이다.

K리그에서 전북 현대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징계를 강하게 내릴 수 없었던 또다른 이유이다. 전북은 13년도부터 승점 삭감을 당한 16년도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시즌을 우승한 막강한 팀이다. 2018시즌 역시 압도적인 승점차로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를 의식하듯 프로축구연맹 상벌위는 새로운 시즌에 승점 차감을 적용할 수도 있으나 얼마남지 않았던 해당 16시즌에 징계를 적용하였다. 당시 2위와의 승점차는 14점 차이였는데, 오직 승점 9점만을 삭감하여 징계 후에도 리그 선두를 가능하게 했다. 이는 전북 현대가 K리그의 대표적인 구단인만큼, 2017시즌으로 징계를 넘기게 된다면 다음 시즌까지 심판 매수 사건을 끌고 가기에는 너무 파장이 커질것이라고 생각한 결과로 해석된다. 또한 K리그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위상이 떨어지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결국 프로리그를 좀먹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해외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를 찾아본다면 세리에A 리그의 유벤투스가 적합할 것이다. 세리에A 리그는 모비치, 지단, 네드베드 등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뛸만큼 독보적인 리그였다. 챔프언스리그, UEFA컵은 세리에 클럽들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관중 수 또한 이에 비례하여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경기장 중 하나로 꼽혔왔었다. 그중에서도 유벤투스는 우승도 여러 번 하고, 항상 상위권에 있는 팀이었다. 여전히 세리에A와 유벤투스는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고 호날두가 이적할만큼 위상 높은 리그이지만, 예전만 못하다. 자금난, 구장환경 문제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있으나 반박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2006년 유벤투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대규모 심판 매수 사건 때문이다. 당시 유벤투스의 단장이 심판 배정 압력, 28경기의 심판 매수를 한 것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유벤투스뿐 아니라 라치오, 피오렌티나, AC밀란 등도 연관되어 있는 것이 밝혀져 더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세계 정상급이라 취급받던 리그의 추악한 면은 팬들의 신뢰를 바닥으로 끌어내리기에 충분했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즉각 높은 수위의 징계를 구단들에 부과했다. 유벤투스는 전 두시즌 우승자격을 박탈당했고, 승점 9점 감점과 함께 2부리그인 세리에B로 강등당했다. 라치오와 피오렌티나 역시 세리에B로 강등, AC밀란은 세리에A에 남았으나 승점 15점을 삭감당했다. 리그 강등, 우승자격 박탈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정말 무거운 처벌 수위이다. 한국 프로리그 우승팀을 2부 리그로 끌어내린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하지만 동시에 배워야할 점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축구협회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없앨 수 없지만, 빠르고 강한 사후 대처만이 이를 수습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리그에서 그 구단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리그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팀이 ‘심판 매수’라는 스포츠에 있어서 가장 비윤리적인 문제를 일으켰는데도 안고 간다는 것이 더욱 창피한 일이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만 연연할 것이 아니라, 속부터 개선하여 공정하고 깨끗한 리그를 만들어야한다.

공정한 스포츠 리그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

우선, 기본적으로 협회와 구단에게 윤리 의식의 교육이 필요하다. 심판 매수 행위 그 자체도 엄청나게 문제가 있지만, 지금과 같은 심판 매수처럼 중대한 범죄에 대한 약한 징계 또한 그들의 스포츠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고밖에 평가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리그의 기반을 위협하는 범죄를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매번 사건이 터진 후 원칙을 세워봐야 소용없다. 다음에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피해갈 것이기 때문이다. 윤리 교육을 통해 심판 매수와 같은 비윤리적인 범죄들이 가져올 나비효과를 단단히 알려주고, 앞으로 리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강한 징계를 내려야 한다고 교육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협회의 징계와 구단의 자체 징계만으로 심판 매수를 처벌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그 처벌들은 수위가 너무 낮을 뿐만 아니라, 본인들끼리 쉽게 뒤집기도 한다. 1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영구 퇴출 판정을 받았지만 1년도 안 돼서 돌아온다던가, 심판위원회나 협회의 임원을 한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협회와 구단이 범죄자들에게 가벼운 처벌만을 고집한다면 정부, 국가에서 나서서 무거운 처벌을 해주어야 한다. 아예 형량을 내릴 때 징역 6개월이 아니라, 징역 6년을 내리는 것이다. 현재 국가는 스포츠 범죄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협회에서, 구단 자체에서 추가적으로 징계를 내리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스포츠 리그 자체적으로 해결하기에 역부족일 때, 상위기관인 국가에서 스포츠 범죄에 대한 법을 강하게 제정해 놓아야 한다. 이렇게 법적으로 비윤리적인 행위들을 막아놓아야지만 구단, 심판들이 함부로 뒤집을 수 없는 법원 판결이라는 경각심을 가지고 행동할 것이다.

중국 슈퍼리그의 경우, 시진핑 주석이 ‘부패 척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것이 프로스포츠에도 영향을 미쳤다.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는 일인만큼, 승부 조작과 심판 매수 같은 부정행위에 강한 처벌이 내려진다. 2012년에는 중국 축구협회 부주석과 고위 간부 4명이 슈퍼리그의 스폰서 유치를 원하는 스포츠 브랜드로부터 3억 원가량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대표팀 코치 자리를 빌미로 지도자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이 더해져 그들은 징역 10년 6개월과 36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비슷한 시기에 전 중국 국가대표팀 선수 4명도 승부 조작에 가담하는 조건으로 1억 4500만 원을 받아 징역 6년의 형량을 받았다. 중국 국가 체제의 특성상 정부의 영향력을 우리나라 정부의 영향력과는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주의 깊게 봐야 하는 것은 징계 수준이다. 조작을 위해 오간 돈의 규모도 크지만, 선고되는 형량이나 징계금의 수준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매우 강하다. 국가가 개입했을 때 리그에 끼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다. ‘징역 1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징계는 분명히 스포츠 리그에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심판에 대해서도 다방면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심판이 심판 매수의 유혹에 넘어가는 이유는, 백이면 백 돈 때문이다. 4대 프로스포츠 리그는 심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전담 심판제를 도입하며 수입을 어느정도 보장해주고 있다. 고참들은 1억 이상의 연봉을 받고 초임은 3000만 원 안팎의 연봉을 받는다. 하지만 스포츠 심판의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 그들은 계약직인 경우가 많고, 경기운영위원, 심판위원장의 평가에 따라 2군 경기로 강등되기도 하며 1군 경기로 복귀하지 못하면 그대로 퇴출된다(이영호, 2016). 전문성ž경쟁력 있는 심판만을 기용하기 위해 평가에 따라 뒤떨어지는 심판을 강등ž퇴출하는 것은 꼭 필요한 절차이다. 그 체제를 유지하되, 그들이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고용 안정을 시켜주어야 한다.

다른 시각으로는 심판들의 지나친 권위 남용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단에서 심판에게 먼저 경기 조작을 제안하는 것은 금전 문제의 측면으로 해석해야 하지만, 심판들이 구단에게 먼저 금전을 요구하는 경우는 지나친 권위 남용으로 해석해야 한다. 심판들이 매수를 제안하는 경우에는 구단도 피해자가 된다. 경기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판정을 내리는 심판과 판정 결과를 받는 구단, 선수의 관계는 그라운드에서만큼은 수평적일 수 없다. 심판이 그만큼 경기장에서 권위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권위는 경기 진행 중에 전문성을 바탕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리라는 의미에서 주어진 것이다. 경기 외부에서 권위를 이용해 개인적인 이익을 챙기라는 의미로부터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런데, 몇몇 심판들은 권위의 뜻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 그들이 구단과 선수들의 위에 군림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2013년에 KBO의 ‘최규순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그는 합의금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명목으로 모든 구단들에게 연락하여 300만 원을 빌려줄 것을 요구했다. 이러한 반강제적인 협박에 10개 구단 중 4개의 구단이 돈을 보냈다. 심판과 구단에 속한 개인은 금전거래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명백히 어긴 행동이었다. 두산이 자진신고를 함으로써 이 사실이 세상에 밝혀졌는데, 두산 역시 이를 묻어두었다면 심판들의 권력 남용 현상은 엄청나게 성행했을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심판 경쟁체재는 오로지 실력만을 가지고 행해진다. 주ž부심별 수시 교육, 판정 가이드라인 교육, 실기실습, 체력훈련, 이론 교육을 받으며 연습경기에 투입되어 이를 토대로 심판위원회의 분석과 평가가 이루어진다(한준, 2014). 이를 통해 전임심판을 선발하고, 심판 리그 강당을 결정짓는 것이다. 하지만 그어디에서도 윤리 교육에 관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실력만으로 강등을 결정짓는 경쟁체제를 유지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윤리 사상까지 고려하여 경쟁체제를 유지해야 한다. 실력의 비중을 낮춰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심판의 자질에 윤리적인 부분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진 심판은 영구 퇴출, 의심가는 홍콩의 경우, 심판의 본래 직업이 경찰관, 소방관 등 공무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적인 일을 해온 사람들의 특성상 비교적 비윤리적인 유혹에 빠지지 않는다. 더하여, 체력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들에 한해서만 심판 자격을 부여한다(김환, 2016). 그래서 공무원들이 심판 자격 테스트를 많이 통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무원은 국가와 사회에 관계되는 일을 하면서 국민 누구나 평등한 복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공정성’이 많이 요구되는 직업이다. 심판 역시 얼마 정도의 공정성이 요구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때문인지 홍콩에서는 심판들의 부정부패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우리나라 역시 윤리적인 부분을 포함한 심판 경쟁체재가 이루어진다면 심판들과 리그의 공정성 수준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자연히, 이는 비윤리적인 범죄들을 스포츠계에서 내쫓는 데에 크게 일조할 수 있다.

심판은 경기 결과를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경기장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존재이다. 그러다 보니 구단은그들을 돈으로 매수해 경기를 유리한 쪽으로 가지고 오려 한다. 하지만 이는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상대 팀에게, 리그 자체에게 굉장한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각 스포츠 종목들의 상벌위는 선례의 처벌 수위가 낮았기 때문에, 리그의 수준이 떨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두려워 계속 솜방망이 처벌만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심판 매수를 계속 방관하는 태국과 과거에는 심판 매수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았으나 이제는 강해진 베트남의 리그를 비교해봤을때, 확실히 처벌이 강한 것이 리그의 공정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었다.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은 공정한 리그를 위해 구단과 협회 측에서 꼭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구단과 협회의 징계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어느정도 필요하다. 먼저 스포츠 리그와 관련된 모두에게 윤리 의식 교육이 행해져야한다. 그 다음에는, 비윤리적 행동인 심판 매수에 대한 형량을 대폭 늘려야한다. 구단, 심판, 선수들에게 경각심을 주어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것이다. 심판에 있어서는 실력만으로 1부와 2부, 강등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윤리적인 부분이 포함하여 고려해야한다. 이것들을 시행해야 우리나라 스포츠 리그는 공정한 리그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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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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