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한화 이글스는 이용규와 최진행의 FA 계약과 송은범의 재계약 소식을 전했다. FA 시장에서 극심한 한파를 겪는 상황에서 나온 반가운 소식이었다. 27일 송광민의 2년 재계약을 한 뒤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FA 대박에 대한 전망은 어두웠다. 2018 시즌 성적과 주요 FA 대상자들 이외에는 대박이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화 이글스는 2017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서 매우 소극적인 태도로 계약 협상에 임한 상황이었고, 이번 시즌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한화 이글스가 왜 FA 시장에서 달라진 태도를 보여주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한화 이글스가 FA 시장에서 보인 모습을 알아야 한다.

한화 이글스는 그동안 베테랑들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구단 자체적인 유망주 육성 시설이 부족하였고 따라서 트레이드나 FA 계약을 통해서 보충했다.

이는 선수단 전반적인 고령화와 장기적인 미래 계획의 부재를 낳았다. 이는 2007년 플레이오프 진출 이후 10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라는 흑역사를 남겼다. 과거 명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김인식, 한대화, 김응용, 김성근 감독 모두 한화 이글스에서 실패하였고, 오히려 이들은 팀의 사정을 악화시켰다.

결국 한화 이글슨 2016 시즌 종료 후 박종훈 단장을 임명하면서 대대적인 개편에 돌입하였다.

박종훈 단장이 부임 후 첫 번째로 한 일은 김성근 감독의 권한 축소였다. 김성근 감독은 그동안 구단에 부임하면서 구단 운영에 전반적인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는 베테랑 선수들을 FA 계약과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하였고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소비하였다.

문제는 김성근 감독이 영입한 선수들이 투자 대비 효율이 매우 안 좋은 선수들이었고 이는 불필요한 선수단 연봉 증가와 방만한 운영을 가져왔다. 이는 박종훈 단장의 김성근 감독과 갈등이 심해졌고 결국 김성근 감독이 2017 시즌 도중 사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18 시즌 전 박종훈 단장은 김응용 감독 시절 기틀을 닦아 두었던 서산 야구장을 비롯한 육성 시설 활성화와 김성근 감독이 영입했던 베테랑 선수들을 정리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빠르게 진행했던 FA 계약을 오랜 기간 협상을 진행하며 합리적인 가격에 재계약을 진행했다.

그동안 한화 이글스는 FA를 통해 이용규, 정근우, 정우람, 송은범, 배영수, 권혁 등의 선수를 영입하였다. 이 중 꾸준한 활약을 보인 선수는 정우람과 정근우에 불과하며 나머지 선수들은 전체 계약 기간에서 한, 두 시즌만 준수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또한 보상 선수로 유출된 선수들이 이적한 뒤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한화 팬들에게 아픔을 남겨주었다.

트레이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망주 수급도 가끔 보여주었지만, 유출이 더 많은 상황이었고, 양쪽 모두가 손해를 보는 트레이드가 잦았다. 그나마 성공한 트레이드를 찾는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한화 이글스는 잘못된 방향으로 구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종훈 단장은 부임 후 이런 잘못된 운영을 바로잡으며 팀의 정상화에 노력하였고, 부임 후 2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이라는 수확을 건졌다.

박종훈 단장이 FA 시장에 접근법은 간단하다. 합리적인 가격에서 선수와 재계약을 진행하는 것. 이는 연봉 협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박종훈 단장 부임 전 FA를 통해 한화에 입단한 이용규와 정근우의 경우 각각 4년 67억, 4년 70억 원을 잭팟을 터뜨렸다. 하지만 박종훈 단장 부임 후 FA에서는 정근우는 2+1년 35억 원, 이용규는 2+1년 26억원을 받아야했다. 철저하게 성적과 나이를 고려한 계약이었다.

또한 2015년 87.5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하며 영입한 권혁, 송은범, 배영수는 2018 시즌 종료 후 송은범만 2억 5000만 원에 재계약하였고 나머지 선수들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철저하게 육성에 방침을 둔 행보였다.

한화 이글스의 행보는 매우 냉정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통해 결정되었다. 이는 메이저리그 FA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최대 3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된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가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볼 때 전 세계적으로 야구 구단들이 FA에 돈을 투자하는 것을 꺼리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미루어 짐작하면 한화 이글스의 행보는 베테랑 영입을 꺼리는 지금의 현실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미 많은 구단이 유망주 육성을 통해 팀을 재건하였고 우승에 성공하였다. 2010, 12, 14년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2017년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유망주 육성을 통해 성공한 구단들이다. 특히 휴스턴의 경우 시청률 0%라는 수모를 겪어가며 지독한 리빌딩을 거쳤고,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에 차지하였다.

앞으로의 한화 이글스의 행보는 예측할 수 없다. FA 대상자들을 전부 계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 상황에서 선수들과 재계약에 성공하였다. 또한 주요 FA였던 양의지, 최정 영입전에 나서지 않으며 철저하게 유망주 육성에 맞추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몇 년 뒤 한화 이글스가 원하는 FA가 있으면 다시 시장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그때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영입할 것이다.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으며 이미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11년 만의 가을야구에 진출한 한화 이글스는 이제 더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2019 시즌은 그들의 행보에 분수령이 될 것이며 매우 중요한 시즌이 될 것이다.

현계원 기자

hyungw0422@siri.or.kr

[2019.01.31, Photo= 한화 이글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휴스턴 애스트로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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