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 우승이 목표입니다

단 한번도 자국의 1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신생팀이 세계 무대에서 우승을 하겠다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어떨까? 어떤 사람은 이를 그저 하나의 포부나 이상향 정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현실적인 목표를 설정하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만큼 프로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하고 치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e스포츠 무대에서는 이런 ‘터무니 없을 법한 목표’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는 팀이 하나 있다. 바로 리그오브레전드(LOL) 프로게임단인 ‘그리핀(GRIFFIN)’이다.

그리핀은 2017년도까지만 하더라도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 2부에 있던 여러 팀 중 하나였다. 신생팀이면서, 평범한 팀이었던 그리핀은 2018년도 김대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로 180도 다른 팀이 되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점차 좋아지고, 하나의 팀으로 변모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리핀은 2018 스프링 스플릿 리그에서 14전 전승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내며, 1부 리그인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성공적으로 승격하였다.

이 당시 그리핀의 김대호 감독은 2018년도 LCK 서머와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서 우승을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사람들은 ‘꿈은 크게 가져야 한다’, ‘2부리그에 있던 팀이라는걸 기억해라’ 라고 말하며 이들의 목표를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후 그리핀은 이런 생각을 했던 이들에게 보란듯이 한방 먹이기 시작했다. LCK 서머에서 13승 5패 후, 결승까지 올라가 준우승의 성적을 거둔 것이다. 이후 그리핀은 롤드컵 진출에도 실패하게 됐지만, 김대호 감독이 승격하며 언급한 LCK 서머 우승에는 문턱까지 다가갔다.

작년에 아쉬운 목표 달성을 한 그리핀은 올 해 더욱 좋아진 경기력과 견고해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까지 LCK 스프링에서 12연승 무패라는 기록을 세우며, 리그 우승과 함께 롤드컵 진출과 우승에 가까워지고 있다. 불과 2년만에 바닥에서 정상을 향해 순식간에 치고 올라온 그리핀의 모습, 이는 일반적인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임에 틀림 없다. 그렇다면 그리핀의 급격한 성장 동력은 무엇일까?

상급자를 중심으로 하는 지속적인 피드백(Feedback)

그리핀의 성장 동력 중 하나는 바로 이들의 피드백(Feedback)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리핀은 LCK 내에서도 ‘지독한 피드백’으로 유명한 팀이다. 경기 전후, 세트 사이에도 그리핀은 김대호 감독을 중심으로 피드백을 끊임없이 주고 받는다. 이들은 경기를 이겨도, 심지어 퍼펙트 스코어로 이겨도 경기 후에 피드백을 가진다. 김대호 감독은 경기 상황에서 잘했던 부분, 잘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언급하며, 선수들과 보다 면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이러한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그리핀의 선수들은 경기 내에서 보다 더 하나의 움직임, 유기적이고 창조적인 플레이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핀의 피드백처럼, 상급자를 중심으로 하는 피드백은 조직원의 직무 수행과 깊은 연관이 있다. 우선, 피드백을 받은 조직원들은 자신이 현재 맡은 업무가 올바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피드백을 통해 얻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자신의 업무 역량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그리핀의 선수들은 매 경기 전후 피드백을 통해 자신들의 플레이가 올바르게 이행되었는지, 인게임 상황에서 어떤 판단이 더 나은 것이었는지에 대해 끊임 없이 논의한다. 이러한 피드백을 통해 그리핀은 보다 창의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핀의 효과적인 피드백은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 바로 김대호 감독의 성향이 그 근원이다. 피드백의 수용과 조직원의 창의성에 관한 한 연구에 따르면, 상급자가 도전적이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면서 그것을 학습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할수록 보다 조직원들이 피드백을 더욱 잘 수용한다고 한다.

실제로, 김대호 감독은 그리핀이 LCK 우승과 롤드컵 우승을 하기까지 매 경기가 쉽지 않고 어려울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그는 모든 경기를 놓치지 않고 복기한다. 같은 팀, 상대 팀 가릴 것 없이 좋은 것들을 배우고 습득한다. 그는 그리핀이 마주한 상황을 모두 배움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이를 통해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한다. 이러한 감독의 노력을 보고 선수들은 더욱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수평적인(Horizontal) 팀 분위기

또 다른 그리핀의 성장 동력은 바로 이들의 수평적인(Horizontal) 팀 분위기이다. 그리핀의 선수들은 감독과 스스럼 없이 지냄은 물론, 게임에 있어 자신들의 생각과 주장을 강력하게 피력한다. 김대호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러한 수평적인 관계를 보다 강조한다. 그는 수직적인 관계를 비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선수들에게 의심이나 의구심이 계속 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는 선수들에게 절대 ‘네’라는 답변을 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그는 게임 내에서도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한다. 인게임 상황에서 어느 하나가 지시를 하기 보다는, 모두가 평등한 관계 속에서 올바른 하나의 판단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수평적인 분위기는 선수들이 보다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피드백 과정에서도 감독에게 자신의 주장을 얘기할 수 있게 되었고, 감독은 이를 대등한 관계에서 받아들이고 고민하며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더 나아가, 게임 내에서도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더 좋은 판단을 위한 플레이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기존의 감독-선수라는 수직적인 관계의 틀을 깨고, 수평적인 관계를 통해 팀 분위기를 만들기 시작한 그리핀은 경기에서 보다 더 날카롭고, 선수들이 한 몸이 된듯한 플레이를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그리핀의 수평적인 팀 분위기가 만들어낸 변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조직 내 수평적인 문화를 강조하는 구글을 보면 알 수 있다. 구글은 조직 내 상급자가 일방적으로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자율적인 판단과 의사결정을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 이들은 보다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통해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고, 정보를 나눈다. 더 나아가 수평적인 분위기를 통해 불필요한 과정이나 자원의 낭비를 막는다. 이러한 수평적 관계들을 바탕으로 조직은 보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하나가 되고,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 더불어, 수평적 조직은 하나로 뭉쳐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음에 틀림 없다.

2년 전 그리핀은 그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 무명의 신생팀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은 세계 모든 e스포츠 팬들이 주목할만한 거물급 팀이 되었다. 아직 이들은 김대호 감독의 목표인 LCK 우승과 롤드컵 우승을 맛보지는 못했다. 허나 그리핀은 특별한 두 가지 성장 동력을 바탕으로 목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고 있다. 진정한 비즈니스 리더라면 그리핀 팀의 괄목할만한 성장과 그 숨은 동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스포츠미디어시리(Sport Industry Review &   Information)
배성범 기자(bsb319@siri.or.kr)

[2019-03-11, Photo=퀘이사존, LCK OFFICIAL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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