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인천축구전용경기장, 김민재 기자]

시작은 희망으로 넘쳤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니 악몽이었다.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역대 50번째 경인더비는 2-0 서울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3일(토),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21라운드.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인천은 홈에서 열리는 경인더비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다짐했다. 이유는 충분했다. 서울이 직전 라운드에서 인천, 경남과 함께 강등권을 형성하고 있는 제주에 2-4로 대패한 것이다. 또한 인천은 지난 시즌 서울을 상대로 2승 2무, 단 한 차례도 지지 않았다. 경인더비에서의 좋은 기억을 또렷이 떠올릴 수 있는 인천이었다.

인천이 현재 처한 상황과 경인더비라는 특수성은 팬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경기 전, 인천 팬들은 경기장으로 들어오는 선수단 버스를 열렬한 응원으로 맞이했다. 버스를 뒤따라가며 응원가를 부르는 팬들의 모습은 놀라움을 넘어 장관이었다. 이에 대해 유상철 감독은 “소름이 돋았다. 내가 선수였다면 죽어라고 뛰었을 것”이라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경기장 곳곳에도 승리를 향한 팬들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관중석 한가운데에 ‘인천은 강하다’라는 문구의 거대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뜨거운 응원까지 합해지며 경기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경기력도 대등했다. 전반 15분, 김동민의 패스를 이어받은 문창진의 슈팅이 선방에 막히고, 이어진 무고사의 헤딩슛이 골문을 살짝 외면했다. 전반 26분에는 제주에서 이적한 김호남과 무고사가 센스있는 연계로 슈팅 기회를 노렸지만 수비에 막혔다. 그럼에도 팬들은 인천의 공격적인 모습에 더욱 환호를 보냈다.

그러나 인천 팬들의 환호는 전반전을 넘기지 못했다. 추가시간에 선제골을 허용한 것이다. 서울 오스마르의 패스에 순식간에 페널티박스 안을 내줬고, 혼전 상황에서 고광민의 슈팅을 막지 못했다. 45분 동안 서울의 공격을 잘 막아냈지만, 순간의 집중력이 아쉬운 상황이었다. 순식간의 실점으로 경기장은 어수선해졌고 그대로 전반이 끝이 났다.

후반전은 상황이 더 나빠졌다. 인천은 서울의 단단한 수비에 후반 중반까지 제대로 된 공격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후반 19분에야 교체 투입된 김진야가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1분 뒤 정동윤이 다시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답답한 분위기를 슈팅으로 만회하려고 한 것이다. 답답한 경기력에 팬들도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팬들은 “할 수 있어 인천”을 외쳤지만 곳곳에선 아쉬움이 넘쳐났다.

결국, 인천은 박주영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후반 37분, 오스마르의 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벼락같은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계속된 공격으로 허술해진 인천의 수비와 골키퍼를 놓치지 않은 환상적인 골이었다. 박주영의 추가골이 터지자 경기장은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고, 관중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팬들의 “할 수 있어 인천”은 “정신차려 인천”으로 바뀌어 있었다.

추가골로 기세등등해진 원정팬들은 “약한 연은 역풍에 추락한다”는 걸개를 꺼내 들었다. 인천을 향한 ‘저격’이자 ‘조롱’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는 원정팬들의 “인천 강등”, “승점자판기 허접 인천” 등의 외침만이 넘쳐났다. 인천 팬들의 희망이 악몽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2019.7.13.

minjae@siri.or.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미디어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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