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스포츠팬들은 가끔 “그때 만약에 그랬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 텐데”라는 상상을 한다. 사실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데도 말이다.

스포츠는 ‘예측이 불가’하고 결과를 ‘돌이킬 수 없’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가정법을 적용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하지만 팬들은 과거를 추억하거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간혹 가정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KIA의 이번 주말 2연전 역시 시간이 지나면 팬들에게 두고두고 회자될 듯하다. 현실이 가정대로 되었다면 KBO리그 5강 싸움의 판도가 미궁 속으로 빠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1 “만약에 번트에 성공했다면…”

17일(토), kt와 3-3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던 9회 말. KIA에게 경기를 끝낼 수도 있었을 기회가 찾아왔다. 선두 타자 이창진이 안타를 쳐 출루한 것이다. 다음 타자 김민식은 당연하다는 듯이 번트 자세를 취했다. 자신은 아웃되더라도 득점권에 주자를 놓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김민식은 번트에 성공하지 못했다. 1구는 번트 파울, 3구는 번트 헛스윙으로 투 스트라이크에 몰렸다. 중계진이 김민식의 번트 준비 자세에 의아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결국, 김민식은 강공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결과는 병살타. 김민식의 타구는 1루수 바로 앞으로 향했다. 순식간에 주자는 사라지고 아웃카운트가 2개가 되었다.

결국, 기회를 살리지 못한 KIA는 10회에 곧바로 역전을 당하며 패배했다.

#2 “만약에 도루를 안 했다면…”

다음날에도 KIA는 아쉬움을 삼켰다. 이번에도 9회였다. 18일(일), 1-2로 뒤진 채로 맞이한 9회 말. 전날처럼 안치홍이 선두 타자 안타로 출루했다. 박흥식 감독대행은 대주자 오정환을 내보냈다. 다음 타석에 들어선 이창진은 전날 같은 상황과 달리 시종일관 강공 모드로 나섰다. 하지만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하며 삼진을 당했다.

설상가상으로 오정환이 도루를 실패해 동점 주자도 사라졌다. 김민식 타석 때 오정환은 볼카운트 2-2에서 도루를 시도했다. 하지만 2루에서 넉넉하게 아웃되었다. 워낙 아웃이 확실했기에 관중들은 탄식을 넘어 말을 잇지 못했다. 김민식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얻어냈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KIA의 아쉬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타자 김선빈이 kt 주권의 5구를 공략해 안타를 친 것이다. 김선빈의 안타로 주자는 1, 2루가 되었다. 만약 오정환이 도루에 실패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동점을 만들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KIA는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연이틀 kt에 한 점 차 패배했다.

현실이 가정처럼 되었다면…6경기 차→2경기 차?

주말 2연전에 돌입하기 전, 6위 kt와 7위 KIA의 승차는 4경기였다. 만약 KIA가 기회를 모두 살려 주말 2연전에서 승리했다고 가정해보자. KIA는 kt와 승차를 단숨에 2경기로 좁혔을 것이다. 5위 NC와도 5경기 차가 된다. 시즌이 30여 경기가 남았다는 점에서 5강 싸움도 충분히 가능한 차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스포츠에서는 가정법이 의미가 없다. KIA는 연이틀 결정적인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2연패에 빠졌다. 6위 kt와 승차는 6경기로 벌어졌다. 오히려 8위 삼성에게 2경기 차 추격을 당하게 되었다.

minjae@siri.or.kr

2019.8.19.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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