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 = 박다원, 안희성, David Kolzer] 동일한 성능의 전투기가 있다. A팀의 전투기는 5대, B팀의 전투기는 3대라고 가정했을 때, 어느 팀의 전투기가 몇 대를 남기고 이길까? 일반적으로 ‘5-3=2’ 라는 간단한 산수를 통해 A팀이 2대의 전투기를 남기고 승리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통계적으로는 A팀이 4대의 전투기를 남기고 승리한다고 한다.
이는 ‘란체스터 제2법칙’인 ‘제곱법칙(√m2-n2)에 따른 것으로, 영국의 항공공학 엔지니어인 란체스터가 1, 2차 세계대전의 공중전 결과를 관찰, 분석하여 발견한 사실이다. 다시 말해 위와 같이 성능이 동일한 전투기 5대와 3대의 전투는 √52-32=√16으로, A팀의 전투기는 4대가 남게 되는 것이다.
후나이 유키오의 시장 점유율 8단계 위와 같은 란체스터 법칙은 기업 경영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기업의 마케팅과 관련해서 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놓고 다투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에 적용되기 시작했는데, 일본의 대표적인 컨설턴트인 후나이 유키오는 란체스터 법칙을 응용하여 기업의 시장 점유율을 ①독점 점유율 ②상대 점유율 ③과점화 점유율 ④선두기업 점유율 ⑤선두그룹 점유율 ⑥우위 점유율 ⑦영향 점유율 ⑧존재 점유율의 8단계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시장을 점령할수록 경쟁자과의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100% 중에서 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늘어날수록 경쟁자들은 보다 적은 점유율을 나눠야 하기 때문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점유율 공식
축구에서도 이와 같은 점유율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르셀로나-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현재 맨체스터 시티의 감독으로 있는 ‘조셉 과르디올라’가 대표적인 예다. 과르디올라는 공의 소유 즉, ‘점유’를 강조하며, 이른바 ‘티키타카’로 불리는, 짧은 패스를 기반으로 하여 점유율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전술을 고안해냈다.
과르디올라가 점유율을 강조하는 이유는 시장 점유율의 8단계의 예시와 비슷하다. 자사 시장 점유율을 높일수록 상대의 점유율이 낮아지는 것과 같이, 공을 소유하고 있을수록 아군은 공격할 기회가 많아 지는 반면 상대는 수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격을 할 기회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티키타카’의 구현을 위해 과르디올라가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선수들 간의 끊임없는 삼각 대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위의 사진과 같은 삼각 대형은 아군 선수로 하여금 두 가지의 패스 경로를 제공함과 동시에, 상대에게는 어디로 공이 갈지 모르는 상황을 만든다는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서 계속해서 패스를 주고받으며 상대를 지치게 만들어, 수비 대형의 균열을 발생시켜 상대적으로 수비가 헐거워진 부분을 공략해 골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제곱법칙과도 연관이 있다. 물론 축구는 11대11 경기라는 점에서는 절대적인 숫자에 의한 전력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계속해서 지속되는 3대1 상황을 만든다는 점에서 제곱법칙과 비슷한 면을 찾을 수 있다. 지속되는 3대1 상황은 상대로 하여금 보다 먼저 체력적인 부담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축구는 점유율이 아니라 골로 승부를 보기 때문에 의미 없는 공의 소유는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의 점유가 의미 있으려면 크게 경기장을 아군진영-중앙진영-상대진영으로 삼등분했을 때, 중앙진영-상대진영에서 공을 점유해야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삼각 대형을 중앙-상대 진영에서 유지하려면 아군의 최종 수비수이 높은 곳까지 올라와야 한다는 점에서 최종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의 뒷공간 노출이라는 위험요소가 생기게 된다. 지난 2011-2012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첼시와의 경기에서 페르난도 토레스에게 이른바 ‘900억 일시불 골’을 실점한 것은 이러한 뒷공간 노출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한 뒷공간 노출이라는 위험요소와 더불어 패스 축구의 시작이 되는 ‘후방 빌드업’을 저지하기 위해 강한 압박을 펼치는 팀들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과르디올라 감독은 끊임없는 전술의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특히 단순히 공을 막는역할을 하던 골키퍼를 전술적인 요소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먼저 뒷공간 노출의 위험은 골키퍼가 최종 수비수의 역할까지 겸하는 ‘스위퍼 키퍼(sweeper keeper)’를 통해 극복했다. 중앙 수비수들이 높은 위치까지 올라갈 때 골키퍼 역시 올라가 역습 시 발생하는 뒷공간을 메웠다.
이러한 스위퍼 키퍼의 대표적인 사례는 2013-2014시즌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있다. 특히 노이어는 클럽팀에서뿐만 아니라 독일 국가 대표팀에서도 스위퍼 키퍼로서 활약하며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과 함께 최우수 골키퍼, 월드컵 베스트11을 수상했다.
또한 과르디올라 감독은 강한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상대에 맞춰 골키퍼를 후방 빌드업에 참여시켜 상대의 전방 압박을 무력화하는 전술을 보여주었다. 특히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를 위해 골키퍼들에게도 발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는 현재 맨체스터 시티에서 볼 수 있는데, 에데르송 혹은 브라보 골키퍼는 모두 발기술과 패스에 능한 선수들이다.
시장을 지배하라, 아마존과 쿠팡
비즈니스에서도 이와 같은 점유율의 법칙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e커머스’ 기업인 ‘아마존’이 그 예다. 작은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현재 미국 전체 온라인 소비의 40%를 점령한 거대 기업이 됐다.
이러한 아마존의 전략 중 하나는 적자를 감수하고 계속해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이다. 아마존은 “무조건 경쟁사보다 저렴하게”라는 전략을 통해 고객들에게 보다 저렴하게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하여 시장 점유율을 늘려 나갔다. 실제로 아마존은 작년의 경우 1,778억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30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으며, 순수 영업이익은 4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에도 아마존과 비슷한 사례가 존재한다. 현재 국내 e커머스 기업 중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쿠팡’의 사례다. 2013년 창업에 창업한 쿠팡은 5년만에 2018년, 4조 4천억 원이라는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했다. 놀라운 점은 쿠팡의 2017년 매출은 약 2조 7천억 원으로 1년 만에 매출이 65%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8년 온라인 유통업계 평균 매출 신장률이 15.9%을 고려한다면, 이와 같은 쿠팡의 성장은 놀라울 정도다.
물론 이러한 쿠팡의 성장 뒤에는 막대한 적자라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지난 2018년 쿠팡의 영업손실은 1조970억 원으로 이는 전년 대비 71.1%가 늘어난 수치이다. 그럼에도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최근 “앞으로도 기술과 인프라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올해 시장이 또 한 번 놀랄 수 있음을 암시했는데, 실제로 한 기사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해 전국 12개 지역에서 물류 거점을 24곳으로 늘렸고 2만4000명을 직간접 고용한 결과 적자폭이 늘어난 것”이라며 위와 같은 숫자는 적자가 아니라 투자임을 강조했다.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발행하는 적자를 감수하는 위험에 맞서 아마존과 쿠팡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먼저 아마존의 경우 풀필먼트(Fulfillment)센터가 그 예다. 넓은 미국 영토의 크기에 더해 오프라인 도매상에 맞춰진 기존의 배송 방식에서는 필연적으로 긴 배송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서 다른 기업들은 이를 소비자가 감수해야 되는 부분으로만 여겼다.
그러나 아마존은 달랐다. 유통에 IT를 접목하는 혁신을 통해 소규모의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고, 실시간으로 재고를 파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며, 이를 창고에 적용했다. 이를 통해 창고는 단순히 물건을 쌓아 두는 것을 넘어 전국 단위의 주문과 재고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하는 물류의 거점, 즉, ‘풀필먼트 센터’로 진화했다. 이는 아마존의 재고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배송 시간을 단축시키는 효과를 만들었다.
쿠팡 역시도 위험을 극복하기 위한 혁신을 보여주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1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원터치 결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원터치 결제는 소비자물건을 주문할 때 비밀번호나 지문을 입력하지 않고도 결제 버튼만 누르면 결제가 되는 시스템으로, 이는 보안 문제와 관련해 기존의 국내 업체들이 시도한 적이 없는 서비스였지만, 쿠팡은 ‘부정거래 탐지 시스템’을 자체 개발하여 이를 가능케 했다.
쿠팡은 원터치 결제 시스템을 위해 접속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와 같은 알고리즘을 통해 유사한 패턴으로 구매가 이뤄지면 비밀번호나 지문이 필요 없지만, 패턴에서 벗어난 구매를 하는 경우에는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식자재, 분유 등을 구입했던 주부가 갑자기 전동 킥보드를 구매하려고 하면 이를 패턴에서 벗어난 부정거래 의심 사례로 분류하여 보안을 강화해 비밀번호 등을 입력해야 구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또한 쿠팡은 소비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자체브랜드를 선보였다. 쿠팡 이용자들이 남긴 상품평과 구매 패턴들을 바탕으로 이를 분석해 다양한 용량을 세분화한 ‘탐사수’를 개발했다. 현재 탐사수는 330ml부터 2L까지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쿠팡은 이와 같이 IT를 유통에 접목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 등에서 다양한 인재들을 영입했다. 그리고 이러한 쿠팡의 혁신은 앞서 언급한 71.1%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달성하는 기반이 됐다.
점유율로 표현되는 팀 혹은 기업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과르디올라 감독과 아마존, 쿠팡은 위험을 감수했으며, 혁신을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이는 점유율=위험+혁신이라는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비단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사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이는 개인에게는 위험을 감수하는 모험 정신과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노력을 통한 혁신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험 정신을 가지고 혁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만한 문제다.
참고
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780889&cid=42111&categoryId=42111
2) https://it.donga.com/27544/
3) https://news.joins.com/article/22983962
4) https://news.joins.com/article/23452829
5) http://www.paxetv.com/news/articleView.html?idxno=8137
6) 프리미엄 경영 매거진 DBR 274호
박다원 기자 (dawon@siri.or.kr)
안희성 기자 (heeseong@siri.or.kr)
David Kolzer 기자 (david@siri.or.kr)
[2019.10.14, 사진 = pixabay, wiki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