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개최국 스스로를 홍보하고 한 단계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이다. 역대 개최국은 자국과 당시 체제를 홍보하기 위해 올림픽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대표적으로 히틀러는 1936년 베를린 대회에서 나치의 우월성을 보여주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대회를 통해 자국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자신들이 미국 다음가는 강국으로 도약했음을 과시했다. 우리나라 역시 서울 올림픽으로 식민지배와 분단, 전쟁의 아픔을 딛고 우뚝 선 모습을 알릴 수 있었다.

2020 도쿄 올림픽의 유치 / 사진=IOC

일본의 목표

일본은 2020 도쿄 올림픽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 것일까? 일본의 목표는 분명하다. ‘재건’과 ‘부흥’. 일본은 이 두 개의 키워드를 앞세워 올림픽을 유치했다. 바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로부터 일본을 재건하고 부흥한 모습을 올림픽을 통해 보여주려는 것이다. 이미 경험도 있다. 일본은 1964년 도쿄 대회를 통해 대외 이미지를 크게 바꾸는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아테네에서 채화된 성화를 미얀마, 필리핀, 대만 등 일본 침략의 피해국을 거치게 해 전후 화해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원폭이 투하되었던 날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육상 선수를 성화 점화자로 내세웠다. 개막 직전에는 고속철도 신칸센을 개통하며 과학기술 강국이라는 이미지도 보여줬다.

‘재건’과 ‘부흥’을 위한 필수 요소에는 ‘후쿠시마’가 빠질 수 없다. 일본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후쿠시마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일본은 ‘후쿠시마는 잘 통제되고 있으며 일본은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입장을 올림픽 유치 당시부터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겠다는 듯 도쿄 조직위는 후쿠시마에서도 올림픽 경기를 열기로 했다. 성화 봉송도 후쿠시마에서 출발한다. 선수촌에 제공되는 식재료에는 후쿠시마 산도 있다고 하니 일본의 목표는 이미 이뤄진 듯하다.

후쿠시마는 과연 안전한가?

그렇다면 후쿠시마의 상황은 어떨까? 일본의 주장, 혹은 바람과는 달리 후쿠시마는 아직 방사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지난 10일(화),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일부 지역의 방사능 수치가 정상치의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성화 봉송 출발지인 J 빌리지도 포함되어 있다.

후쿠시마와 방사능 / 사진=그린피스

유례없는 위기: 코로나19

그리고 개막을 4개월 앞둔 지금, 2020 도쿄 올림픽은 방사능을 뛰어넘는 사상 유례없는 위기에 쳐했다. 12일(수), 세계 보건 기구(WHO)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선언을 했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 등 전 세계에서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확산을 막기 위해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행사가 속속 금지되고 있다. 스포츠 경기가 직격탄을 맞았다. UEFA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 프리미어리그, 메이저리그, NBA 등 굵직굵직한 대회들이 줄줄이 중단되었다. 당연히 일부 올림픽 예선 진행도 차질이 생겼다.

모두의 관심이 올림픽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수백만 명이 모이는 올림픽의 진행은 불가능한 일이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IOC)와 도쿄 조직위가 코로나19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IOC는 이에 대해 “도쿄 올림픽 취소나 연기는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하다가 지난 12일(목)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WHO의 권고를 따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조직위도 대외적으로는 “취소나 연기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에서 대회 연기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에 도착한 올림픽기 / 사진=IOC

위기관리 체계는 무너졌다

도쿄 올림픽은 방사능 등 환경 논란, 욱일기 사용 여부 등 정치적 논란, 재정 적자 논란으로 그동안 골머리를 앓아왔다. 일본이 이 논란들을 얼마나 극복하는지가 자신들이 내세운 ‘재건’과 ‘부흥’이라는 목표의 달성 여부를 결정한다. 당연히 고도의 위기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일본의 위기관리 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381명(13일 기준, 크루즈 합산)이다. 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확진자 수의 이면에는 꼼수 논란이 있다. 일본 당국이 코로나 검사를 적게 해 확진자 수 폭증을 막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12일(목)까지 일본 본토 내 검사는 11,231건 진행되었고, 그중 65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확진율은 약 5.9%이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는 227,129건의 검사를 진행해 7,869명의 확진자를 발견했다. 약 3.5%의 확진율이다. 일본의 확진자 수 ‘고의 축소’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CNN도 일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은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내 대규모 감염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본 당국은 크루즈 내 최초 감염자가 발생했음에도 즉시 격리 및 통제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크루즈 승객이 하선하기 위해서는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이 내려져야 했다. 하지만 검사도 늦어져서 승객들을 크루즈 안에 가둬놓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동안 바이러스는 퍼지며 7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일본 당국은 크루즈 확진자 수를 자국 확진자 수에서 제외하는 촌극도 벌였다. 코로나19의 확산은 일본 당국의 총체적 무능과 책임 회피, 즉 ‘국가 위기관리 시스템’의 대실패를 보여주고 있다. 뉴욕 타임스도 일본의 대응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좋은 사례”라는 위기관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비판했다.

국제 올림픽 위원회 / 사진=IOC

도쿄 올림픽의 운명은

바이러스의 대유행과 일본 당국이 보여주고 있는 형편없는 대응 속에서 도쿄 올림픽은 흔들리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올림픽 개최에 대한 회의적인 발언이 나오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달 26일(수), 지도자의 무관심과 무능을 꼬집으며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림픽 1년 연기”를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일본 당국은 “개인적 의견”이라며 일축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본과 IOC 입장에선 코로나19 사태가 빠르게 진정되어 올림픽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지 않는다면 선택지는 3개다. 무관중 개최, 연기 또는 취소. 어떤 선택을 하든 후폭풍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대회 취소는 가능성이 낮다. 올림픽 준비에 수십조 원을 쏟아부은 일본의 반대가 불 보듯 뻔하다. 막대한 자금을 사용한 탓에 대회가 취소된다면 나라 경제가 흔들릴 수도 있다. IOC도 막대한 수익을 포기해야 하고, 올림픽과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단체에서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올림픽이 취소된 이유는 전쟁뿐이었다. 무관중 개최 역시 입장권 수익을 포기해야 하며, 스폰서들의 홍보 활동에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상업 활동의 정점인 현대 올림픽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올림픽 진행에 대한 결정권은 IOC에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결단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이제 일본은 ‘올림픽 취소’라는 또다른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 오히려 기회일 수도 있다. 방사능에 이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땅에 떨어진 위기관리 능력을 단숨에 회복할 수 있다. 유례없는 ‘바이러스 대유행’ 속에서 도쿄 올림픽을 구해낸 영웅이 될 것인가, ‘재건’과 ‘부흥’은 고사하고 올림픽은 물론 나라 전체를 휘청거리게 만들 것인가. 일본에게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김민재 기자 minjae@siri.or.kr

참고

http://ncov.mohw.go.kr/bdBoardList_Real.do?brdId=1&brdGubun=14&ncvContSeq=&contSeq=&board_id=&gubun=

https://www.greenpeace.org/japan/nature/publication/2020/03/11/12553/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4/2020022401479.html

http://siri.or.kr/2019/09/siri-x-인터비즈-2020도쿄올림픽과-리스크-매니지먼트전/

http://siri.or.kr/2014/10/2020년-도쿄의-올림픽-성화는-타오를-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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