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글래스, 헬스케어에 새 시대 열까?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무선통신 가입자 통계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9월을 기점으로 4천만 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판매량이 일반 피쳐폰의 판매량을 추월한 것은 사상 최초다. 스마트폰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더해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전세계 60개국 중 스마트폰 보급률이 50% 이상인 국가는 미국, 영국, 홍콩, 스웨덴, 호주, 노르웨이 등 19개국이나 되며, 전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9억6,777만 대로 전체 휴대폰 시장에서 53.7%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73%의 스마트폰 보급률로 73.8%인 UAE를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바야흐로 ‘스마트 혁명’의 시대다.
그만큼 도구와 수단도 다양해졌다. 스마트기기 경쟁은 스마트폰에서 태블릿PC로, 최근에는 스마트밴드, 스마트와치 등의 웨어러블(Wearable) 기기로까지 확산됐다.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입장에서 활용가치가 높아 기업용 시장(B2B: Business-to-Business)에서 높은 수익성을 끌어올 것으로 예상되는 웨어러블 기기는 세계 주요 IT기업들의 새로운 주력 상품군으로 급부상했다. 웨어러블 기기가 세계 주요 국가 및 기업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을 구현할 최적의 장치로 고려됨에 따라 향후 10년 이내에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2011년 6억3000만달러 규모였던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가 올해 51억6600만달러로 크게 늘어나고, 2018년에는 이보다 2배 가까운 126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IHS테크놀로지 또한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이 2014년 5400만대에서 2023년에는 8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며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낙관했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 중에서도 특히 스마트글래스가 붐을 일고 있다. 스마트글래스는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에 기반을 둔 안경류의 스마트 기기다. AR이란 사용자가 눈으로 보는 현실세계에 가상물체를 겹쳐서 보여주는 기술로 스마트글래스에서는 사용자가 현실과 가상의 부가정보를 함께 보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쉽게 말해 스마트글래스를 끼고 어떤 물체를 보면 그 물체와 관련한 정보가 뜨고, 어느 장소에 가면 위치정보가 제공되는 식이다. 스마트글래스와 연동해 사용하는 어플리케이션 역시 이 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된다. 이러한 새로운 형태와 혁신적 기술을 갖춘 스마트글래스의 등장에 기업들의 시장 선점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구글, 소니, 삼성…그들의 눈이 향하는 곳은?
왼쪽부터 순서대로 구글의 구글 글래스(Google Glass), 소니의 스마트아이글래스(SmartEyeglass), 소니의 스마트아이글래스 어테치(SmartEyeglass Attach).
시장의 포문은 구글이 열었다. 2012년 처음 공개된 구글의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는 일반 안경의 오른쪽 눈 렌즈 위에 부착된 소형 디스플레이에 문자나 사진 등의 정보가 표시되는 구조로 하루간 지속되는 배터리, 총 16GB에 실질적으로는 12GB 정도 사용 가능한 메모리 용량, 2.4미터 거리에서 25인치 HD화면을 보는 듯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500만 화소 카메라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외에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음성인식 기술이 탑재돼 있고 위성항법장치(GPS)와 문자메시지(SMS) 기능도 가능하다.
구글을 대적하기 위해 소니는 지난해 9월 스마트폰과 연동해 사용하는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아이글래스(SmartEyeglass)’를 발표했다. 구글 글래스와는 다르게 안경처럼 착용하는 방식으로 일반 스포츠 고글보다 약간 큰 크기에 무게는 약 77그램이다. 별도의 컨트롤러는 44그램 정도다. 렌즈는 85%의 높은 투과율을 자랑하며, 양쪽 렌즈에 정보가 표시된다는 점에서 구글 글래스와 차이를 가진다. 블루투스, 마이크, 카메라, 스피커, GPS 기능이 지원되며, 전력 절감을 위해 텍스트와 이미지는 녹색으로만 표시된다.
또 소니는 지난해 12월 ‘스마트아이글래스 어테치(SmartEyeglass Attach)’라는 이름의 새로운 상품도안을 발표했다. 안경, 고글, 썬글라스 등 안경류에 부착해 사용하는 애드온(Add-on) 타입의 기기로 자사의 스마트아이글래스보다 구글 글래스의 형태에 가깝다. 안경류에 부착하면 즉시 시각적 정보가 나타나는 이 스마트기기는, 일체화되지 않아 뗐다 붙였다 하며 필요시에만 사용할 수 있고, 도수 등의 문제로 스마트글래스 사용이 어려웠던 안경 착용자들도 사용할 수 있다. 정보가 작은 창에 따로 나타나기 때문에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또 0.23인치의 초소형 OLED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640×400 픽셀의 고해상도를 자랑할 뿐 아니라 내재된 광학 유닛으로 야외에서든 실내에서든 주위의 밝기와 상관 없이 화면을 또렷하게 볼 수 있다. 결정적으로 예의 스마트아이글래스와는 달리 전 색역을 커버하도록 설계됐다.
이외에도 세계적인 전자제품 제조사로 유명한 중국의 레노버와 일본의 엡손이 각각 ‘씨원(C1)’과 ‘모베리오 BT-200 (Moberio BT-200)’이라는 이름의 시제품을 발표하며 시장에 뛰어든 가운데 한국의 삼성전자도 ‘기어 블링크(Gear Blink)’라는 상표를 출원하고 디스플레이 안경 모형 특허를 내며 시장 진입을 고려하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구글 역시 내년에 구글글래스2를 공개할 계획을 발표했다.
산 넘어 산, 눈 앞이 캄캄한 스마트글래스
하지만 스마트글래스의 혁신적인 기술만으로 시장의 성공을 점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개부터 큰 관심을 끌었던 구글의 구글 글래스는 시험사용자들과 개발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고, 최근에는 구글 글래스를 직접 시착 및 사용해볼 수 있던 미국과 영국의 오프라인 체험캠프까지 문을 닫았다. 일각에서는 구글이 스마트글래스 사업을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구글 측에서는 올해 안에 일반 사용자들도 구글 글래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면 구글 글래스를 비롯해 혹평 받고 있는 스마트글래스가 상용화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문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1) 하드웨어와 성능 문제
우선 하드웨어와 성능 문제가 시급하다. 애당초 구글은 구글 글래스의 배터리가 하루 종일 사용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라고 발표했지만 미국 인터넷 신문사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가 직접 시험해본 결과 배터리 지속시간은 고작 3시간에 불과했다. 실제 사용자들 사이에서도 배터리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속시간이 짧고 그마저도 발열현상이 심해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것이다. 또 배터리가 탈부착 형식이라 웨어러블 기기로써는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디스플레이 역시 화면이 작고, 해상도와 선명도가 떨어진다. 구글 글래스를 시착해본 소비자들은 입을 모아 디스플레이 선명도가 낮다고 혹평했다. 실제로 자연광 상태에서 구글 글래스의 디스플레이는 식별이 어려운 정도다. 이외에도 낮은 음질, 방수 기능 결여 및 내구성 부족, 통신 환경에 따른 전송지연 문제, 자잘한 버그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여기에 3G와 4G, 음성전화도 지원하지 않고, 최대무기인 음성인식과 터치기능도 다른 웨어러블 기기에 비해 성능이 떨어진다.
2) 디자인과 컨텐츠 문제
디자인 역시 대중에게 어필하기엔 한계가 있다. 스마트글래스는 형태에 따라 안경 자체가 본체인 일체형과 기존의 안경류 제품에 부착해 사용하는 부착형으로 구분되는데 두 형태 모두 조작버튼이나 센서, 카메라 등으로 인해 디자인이 조잡할뿐더러 안경, 선글라스, 고글 등 일반 안경류에 비해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한다. 또 일반 안경처럼 접을 수가 없기 때문에 휴대하기 불편하고 외부 충격에 손상을 입기 쉽다. 또 별도로 렌즈 도수를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체형의 경우 기존에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들은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컨텐츠 수급도 갈 길이 멀다. 개발자들이 커스텀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Software Development Kit)가 배포된 지 10개월 정도가 지났지만 글래스 앱 홈페이지(Glass-apps.org)에 등록된 글래스 앱은 100여 개 뿐이다. 개발 및 배포된 앱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많다. 생활 앱의 경우에 인식 기능이 낮아 사용하기 불편하고, 게임이나 엔터테인먼트 앱들은 단순하고 1차원적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글래스에서 볼 수 있는 적합한 컨텐츠를 수급하는 것도 제조사들이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3) 인체안정성 문제
또 스마트글래스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 특히 안구건강 문제도 화두로 떠올랐다. 소비자들은 컴퓨터, TV 등 일반 전자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면 눈에 피로와 통증이 오고 결과적으로 시력이 악화되는 것처럼 스마트글래스 역시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겠냐는 우려를 내보였다. 이에 전문가들은 스마트글래스 사용은 눈의 피로와 통증은 물론 시각적, 정신적 혼란까지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토론토 대학교(University of Toronto)의 교수이자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선구자 중 하나로 꼽히는 스티브 만(Steve Mann) 박사는 자신만의 스마트글래스를 직접 개발해 이를 30년간 직접 착용하고 작동시키며 발전시켜 나간 인물이다. 스스로도 스마트글래스를 쓰며 어지러움, 현기증, 플래쉬백(Flashback)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고 밝힌 그는 “우리의 시각 시스템과 뇌는 우리가 보는 것에 따라 새롭게 배열되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화하는 주위환경과 증강현실을 동시에 보여주는 스마트글래스를 착용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알려진 부작용으로는 시각령 및 뇌 손상, 시력 저하, 눈의 피로 등이 있다. 또한 구글 글래스 체험캠프 참가자들은 사용 후 가벼운 두통을 호소했는데 전문가들은 눈의 피로가 두통을 유발하는 주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얼굴에 바로 착용하는 스마트글래스의 특성상 전자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몇 년 간 붐을 일으켰던 스마트와치 역시 전자파와 미세전류로 인한 위해 가능성을 지적 받은 바 있다. 장시간 손목에 착용하는 장치인 만큼 사용자가 미세 전류 등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회준 카이스트대학교 교수는 “예컨대 인공 심장박동기를 이식한 환자가 건강관리를 목적으로 스마트와치를 착용했다가 장치에서 발생하는 미세 전류로 인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며 “이런 사용자들을 고려한 가이드라인이나 안전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대한민국 미래창조과학부는 전자파 인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웨어러블 기기의 전자파 유해를 집중적으로 규제할 것을 밝혔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소비자 시장 진입을 위한 또 하나의 숙제가 생긴 셈이다.
한편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에서 스마트글래스의 첫 중독사례가 보고돼 논란이 일었다. 의학 잡지 어딕티브 비헤비어즈(Addictive Behaviors)는 2개월간 하루에 길게는 18시간까지 구글 글래스를 착용한 한 미국인 남성의 사례 연구 내용을 실었다. 해군으로 복무하고 있는 이 남성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처음 구글 글래스를 구입했다가 점점 기기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장치에 과한 집착을 나타내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면과 목욕시에만 기기를 벗고 꿈에서까지 구글 글래스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정도로 심각한 중독 증세를 보였다. 치료를 위해 구글 글래스를 압수하자 구글 글래스가 없음에도 계속해서 무의식적으로 오른손을 들고 관자놀이를 만지는 등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는 듯한 움직임을 반복했고, 대화시 상대방과 전혀 눈을 맞추지 않기도 했다. 진료결과 그의 사고능력과 단기기억능력 역시 현저히 저하된 상태였고, 구글 글래스를 사용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로 인해 조바심과 분노, 흥분, 공격적 성향 등이 증폭된 상황이었다. 중독 증세를 띄는 미해군을 치료하기 위한 SARP (Substance Abuse Rehabilitation Program) 프로그램에서 중독과 회복을 연구하는 앤드류 돈(Andrew Doan) 박사는 “구글 글래스가 본질적으로 악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현실도피를 꿈꾸거나 정신조절 장애, 중독 증세를 가진 사람 등이 충동적인 감정과 욕구를 쉽게 충족시키도록 도와주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의사들은 이 남성의 증상을 인터넷 중독(IAD: Internet Addiction Disorder)이라고 진단했다. IAD는 비디오 게임, 컴퓨터, 휴대폰 등에 대한 강한 집착과 욕구를 보이며 인터넷을 잠시만 사용하지 않아도 불안증세를 나타내는 중독증상으로 아직까지 정신질환보다는 심리질환의 한 증상으로만 분류된다. 실제로 심리적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음주나 마약 같은 다른 중독 행위와 결합돼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은 물론 그로 인해 파생된 사건 사고 및 발병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의학계도 IAD의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하고 있는 실정이다.
4) 범죄 및 보안 문제
스마트글래스가 범죄 및 불법행위에 활용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안경처럼 쓰고 다니며 내 시점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어 아무도 모르게 사진을 찍을 수 있기 때문에 사생활이나 초상권, 저작권 침해가 문제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윙크만 하면 사진이 찍히는 ‘윙키(Winky)’라는 이름의 앱까지 등장했다. 이에 미국의 일부 영화관과 술집에서는 저작권 보호, 사생활 침해 등을 이유로 구글 글래스 반입을 금지하고 나섰다.
해킹 및 보안문제도 심각하다. 구글 글래스로 인터넷을 할 경우 블루투스와 와이파이를 이용하는데 와이파이는 네트워크 공격, 그 중에서도 중간자 공격(MiTM)에 취약하다. 러시아의 보안 소프트웨어 개발사 카스퍼스키 랩(Kaspersky Lab)의 연구원 로베르토 마르티네스는 “구글 글래스를 모니터링 네트워크(Monitored Network)에 연결하고 전송된 데이터를 확인한 결과 모든 트래픽이 암호화 돼있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암호화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공격 당한 사용자의 동선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혀 보안 상의 문제가 사용자의 신변에 위협을 가할 여지도 있음을 암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한한 활용가능성
왼쪽부터 순서대로 병원, 경찰서, 학교에서 스마트글래스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하지만 스마트글래스의 결함만큼 가능성 역시 주목 받고 있는 추세다. 스마트글래스는 증강현실과 음성인식 기술로 별도의 터치 없이 인터넷, 블루투스, 데이터베이스 등을 작동할 수 있고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시선을 공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기업체는 물론 의료, 교육, 군, 소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마트글래스의 활용 가능성과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다수의 병원에서는 이미 스마트글래스를 활용한 ‘스마트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의료진은 환자를 진료하기 전 구글 글래스로 병실 입구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해 병력과 현재 건강상태 등의 정보를 미리 확인하며,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수술을 진행해 수술 중 환자의 심박수와 맥박을 확인하고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 중계영상으로 공유하기도 한다. 촬영한 영상은 교육용으로도 사용된다.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는 외과 의사들이 구글 글래스를 쓰고 가상 수술을 한 결과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감지하는 속도가 더 빨랐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해 의료도구로서의 유용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국내 모 병원 의료진도 구글 글래스를 이용해 구급차부터 응급실 도착까지 구급대원과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환자의 상태를 영상으로 공유하는 응급진료시스템 시행을 계획하고 있다.
기업에서는 임직원 대상 기술교육에 스마트글래스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시야를 가리지 않으면서 추가 정보를 얻고 별도의 화면을 겹쳐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능률을 상승시킬 수 있다. 업무뿐 아니라 직원 교육용으로도 사용 가능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뉴얼만 입력해놓으면 따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편리하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미국의 한 대학에서 일대일 수업, 실시간 녹화 강의, 장애 학생 교육을 위한 용도로 구글 글래스를 활용할 것을 밝혔다.
이외에 미 공군도 구글 글래스를 전투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전장의 상황을 본부에 전달하고 지형이나 정보 등을 전달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두바이 경찰은 본격적으로 구글글래스를 업무에 도입했다. 교통신호 위반차량 적발뿐 아니라 안면인식 기능을 가진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배범을 검거하는데도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글래스는 다양한 분야에 혁신을 더하는 스마트기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캐즘에 빠진 웨어러블, ‘밥그릇’은 어디에?
엔데버 파트너스가 발표한 ‘인사이드 웨어러블스’ 발췌자료. 왼쪽은 연령대별 웨어러블 기기 사용자 비율 그래프. 주황색 바는 미국 내 전체 사용자에서 해당 연령대의 사용자가, 파란색 바는 미국 전체 인구에서 해당 연령대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 오른쪽은 사용기간에 따른 사용률 감소를 나타내는 그래프.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마트글래스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가 아직 그들만의 제품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스마트글래스뿐 아니라 웨어러블 기기 전체가 당면한 과제다. 대개의 소비자들이 웨어러블 기기에 대한 구체적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아직까지 사용자 수가 몹시 적고 그마저도 일부 집단에 한정돼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웨어러블 기기 사용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다는 사실도 조사됐다. 미국의 컨설팅 업체 엔데버 파트너스(Endeavor Partners)가 발표한 ‘인사이브 웨어러블스(Inside Wearables)’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18세 이상 성인 10명 중 1명은 어떤 형태든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하고 있고, 사용자 연령대는 피트니스나 헬스에 관심이 많은 2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의 사용자가 가장 많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 중 기기를 1년 이상 사용한 경우는 채 50%를 넘지 않았고, 6개월 정도만 지나도 약 30% 정도는 이미 사용을 중단했다. 그들 스스로도 웨어러블 기기를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 것이다.
기술 수용 모델 (TAM: Technology Adoption Model). 얼리어댑터(Early Adapter) 이후 빈 공간이 캐즘(Chasm).
실제로 웨어러블 기기는 첫 등장 이후 2년 여가 지난 현재 시장 진입 초기에서 대중화되어 시장에 보급되기 전까지 일시적으로 수요가 정체되는 현상인 캐즘(Chasm)에 머물러있다. 즉, 혁신성을 중시하는 이노베이터(Innovator)와 얼리어댑터(Early Adaptor) 유형의 소비자가 주도하는 초기시장에서 실용성을 중시하는 일반 소비자가 주도하는 주류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캐즘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범용화하고 실용성을 보완해야 한다. 스마트글래스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의 진짜 ‘밥그릇’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피트니스 웨어러블은 왜 시장에서 도태되었나
우리는 앞서 언급한 엔데버 파트너스의 보고서를 통해 피트니스나 헬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20대 중반에서 40대 초반의 소비자들이 웨어러블 기기를 구매할 의사가 있고, 실제로도 그들이 시장의 주된 소비자층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연령층이 구매력도 있고, 미국 인구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피트니스’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나이키와 애플의 ‘나이키 플러스 퓨얼밴드(Nike+ Fuel Band)’나 아디다스의 ‘마이 코치(My Coach)’ 시리즈, 삼성의 ‘기어 핏(Gear Fit)’ 등의 웨어러블 기기들이 나쁘지 않은 상품이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관심과 수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피트니스 웨어러블이 시장에서 저조한 성과를 거둔 원인은 무엇일까?
위 제품들 외에도 핏비트(FitBit), 조본(Jawbone) 등 다양한 제조사에서 출시한 밴드나 손목시계 형태의 피트니스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사용자들은 본인이 몇 시간 동안 운동을 했고, 몇 걸음을 걸었으며, 이로써 소모한 칼로리는 얼마였는지 등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거리 별 페이스 변화, 코스의 고도, 예상 기록 등까지 체크할 수 있어 운동 마니아들이나 막 건강관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툴로 사용됐다. 사용자들은 친구들과 기록을 공유하면서 친목을 도모하기도 하고, 기록에 따라 앱 상에서 보상을 받으며 동기부여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피트니스 웨어러블은 기록을 측정하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보내는 매개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기기 자체에 부수적인 기능이 없을뿐더러 스마트폰이나 PC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단독적인 사용이 불가능했고, 주된 기능인 피트니스는 측정하고 수집한 미가공 데이터(Raw Data)를 나열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소비자들은 데이터에 대한 결론, 즉 ‘그래서 이 데이터를 가지고 어떻게 하라고?’라는 질문을 충족시키는 답을 얻지 못하자 곧바로 기기에 흥미를 잃었다.
단순히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 데이터를 가공해 새로운 정보를 제시할 수 있어야 소비자들은 기기의 실용성을 깨닫고 구매를 고려하게 된다.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스마트글래스, ‘스마트헬스’를 주목하라!
그렇다면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할 것인가? 오늘날 우리는 신체에 이상이 생기면 병원에 가거나 주위 사람들의 지식을 빌려 몸을 진단한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이 웨어러블 기기를 이용해 내 몸 상태를 미리 알고 관리할 수 있다면 어떨까? 기기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 운동량, 생활패턴, 식습관 등을 분석하고, 질병에 걸릴 가능성을 미리 예측해 내 몸에 맞는 건강관리법과 질병 예방법을 알려준다면? 그렇다. 나는 지금 웨어러블 기기를 통한 헬스케어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가 발표한 ‘PwC Analysis 2012’ 발췌자료. 왼쪽부터 ‘전세계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 규모’ 그래프와 ‘모바일 헬스케어 수익구조 추이’ 그래프.
스마트폰 사용자 수 증가, 이동통신의 발전 등의 산업 환경이 IoT, 빅데이터 등의 ICT트렌드와 맞물리면서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영국의 회계감사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발표한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50.3%의 성장률을 기록해 2017년에는 약 230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등과 모바일 헬스케어 앱, 서비스 등을 잇는 플랫폼이 구성되는 과정에서 기기 개발사, 앱 개발자, 의료기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생겨나면서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이제 다시 스마트글래스로 돌아가보자. 스마트글래스라는 웨어러블 기기는 AR기술을 탑재했다는 점과 사용자가 실시간 정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수많은 장점과 활용가능성을 지닌다. 스마트폰이라는 플랫폼이 필요한 스마트밴드, 스마트와치 등의 웨어러블 기기들과 달리 스마트글래스는 그 자체로도 플랫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모바일 헬스케어 시장의 발전과 함께 관련 앱과 서비스가 지속적으로 개발 및 상용된다면 스마트글래스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헬스케어 기기로 등극할 것이다. 당신의 건강상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도래할 것이다.
글, 그래픽 = 정지원
참고 사이트 및 자료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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