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데이트 코스를 짤 때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하는가? 혹은 가족과 유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어떤 장소를 생각하는가? 지금 당신은 머리 속에서 한두 가지의 재미난 장소를 떠올렸을 것이다. 영화관, 카페, 공원, 놀이동산, 동물원 등, 우리가 연인과 혹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그 장소들 중에 프로스포츠 경기장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우리가 프로스포츠 경기장을 가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1)스포츠 경기에 관심이 없어서, (2)내가 좋아하는 팀이 없어서, (3)우리 동네에는 경기장이 없어서 등, 굳이 경기장에 가지 않는 이유를 말하자면 계속해서 그것들을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많은 이유들의 근본적 원인을 파고들면 비용적 요소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데이트 등의 문화생활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부분은 바로 비용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우리는 그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지 항상 고민한다. 경제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인간은 소비(consumption)를 할 때, 의식적으로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을 따진다. 이러한 기회비용을 최소화했을 때 우리는 합리적 선택(Rational Choice)을 했다고 말한다. 물론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회비용은 단순한 돈, 가격에 따른 비용만을 말하지 않지만 소비에 있어서 가격은 기회비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곤 한다. 문화생활을 선택함에 있어 이 합리적 선택의 과정을 대입했을 때, 스포츠경기장은 웬만한 스포츠 광 팬이 아니고서야 항상 후자에 놓이게 될 것이다. 또 아무리 스포츠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라도 스포츠경기장에 가는 것이 항상 우선순위에 있기는 힘들다.
지난 주말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에 다녀왔다. 우리나라의 4대 프로스포츠 중 하나인 프로축구 K리그, 수원 삼성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이다. 참고로 나는 대학에서 스포츠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K리그 수원의 서포터 생활을 약 16년 동안 해온 열혈 스포츠, 축구 팬이다. 그러나 이번에 경기장에 가는 데에 있어 매우 큰 고민에 빠졌다. 올 시즌 연간회원권(구단에서 시즌 전, 혹은 초에 발행하는 시즌권으로 보통 한 해의 해당 팀의 홈경기를 모두 관람할 수 있는 티켓. 단일 경기 구매하는 것에 비해 그 가격이 매우 저렴하다)을 구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일 경기 티켓 값이 부담이 됐던 것이다. 경기장 입장료는 일반자유석의 기준으로 1인당 12,000원이었다. 두 명의 가격으로 따졌을 때 24,000원이니 두 시간 데이트 비용으론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생각하고 티켓을 구매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경기장을 가기 위해 쓴 비용을 따져보니 처음 생각했던 비용의 두 배 이상의 돈이 소비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순히 티켓 값만 생각하고 경기장을 찾은 것이 큰 오산이었다. 경기장에 가는 교통비(기름값)을 제외하고도 경기장안에서 쓴 돈만 60,000원이 나온 것이다. 경기장에서 치킨(18,000원)과 맥주(6,000원 – 2잔), 음료(2,000원)를 구입한 것이 화근이었다. 두 시간 동안 두 명이 소비한 비용이 60,000원이니 큰 비용이 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일한 시간, 동일한 인원이 영화관에서 데이트를 즐겼다면, 티켓 값과 팝콘 값을 포함해도 약 30,000원의 비용일 들었을 텐데 말이다.
다음은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의 연구진들이 국내의 양대 프로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의 각 경기장에서 드는 비용을 계산한 통계자료이다. 이 표를 보면 우리가 경기장에서 얼마나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FCI(The Fan Cost Index)를 살펴보면 경기를 관람할 때 구매할 수 있는 먹거리를 포함한 티켓가격을 FCI 1st, 티켓 값과 먹거리를 포함해 주차비, 구단의 머천다이징 상품(모자, 공)을 구매했을 때 드는 비용인 FCI 2nd 로 나눠 분석을 했다.
서울시민이라고 가정해 봤을 때, 상암을 연고로 하고 있는 프로축구팀인 FC서울 경기를 관람 시 드는 비용은 1인 평균 최대 31,000원에서 49,800원을 소비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잠실을 연고로 하고 있는 프로야구팀인 LG트윈스의 경기를 관람했을 땐, 1인 평균 최대 29,500원에서 68,500원까지의 비용이 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씀씀이, 경기 전 후 식사의 유무, 경기장을 가는 횟수 등 수 많은 환경적 요인에 의해 수치를 일반화 할 수 는 없지만, 스포츠경기장으로 데이트나 가족과의 휴가 등의 문화생활을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참고해야 할 부분이다.
FCI를 확인하고 인지한 사람에게 스포츠경기장을 가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질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일정한 시간 안에 합리적인 선택을 원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비용을 감수하며 경기장을 꾸준히 찾는 팬들이 존재한다. 그 스포츠 팬들에게 있어 경기장에서 소비하는 비용보다 더 가치 있는 경험이 경기장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기회비용이 단순한 돈과 가격만으로 판단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 한편으론 이것이, 생각보다 많은 비용이 경기장에서 발생하는데도 경기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이유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그 양질의 서비스는 분명 구단과 경기장을 관리하는 주체들의 몫이다. 프로스포츠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경기 내용과 그에 따른 성적, 다른 곳에선 경험할 수 없는 감동적인 순간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본다. FCI가 소비자들에게 ‘우리가 경기장에 가지 않는 이유’를 증명하는 자료가 아닌, 생산자와 서비스제공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에 와야 하는 이유’를 만드는 촉진제로 받아들여지길 바란다.
글 = 서재원
그래픽 = 정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