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인 관용이 능사는 아니다.

이상화 선수가 지난달 22일부터 시작된 제42회 전국남녀 스피드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월드컵 4차 대회를 마친 후로 계속 된 무릎 통증과 피로 누적이 원인인데, 이 대회에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5차 대회와 2016 ISU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출전할 국가대표 선발전이 겸해져 열렸다.

하지만, 여기에 불참한 이상화는 국내 스프린트·종합선수권대회에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는 대표선수 선발규정에 따라 두 국제대회를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상화는 5차 월드컵에는 출전할 수 없게 됐다. 올림픽 2연패에 빛나는 세계 여자 단거리 최강자가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전까지는 시즌 전 한 번의 선발전으로 대표를 뽑았지만 선발규정 개정 된 올 시즌부터는 월드컵 5차 대회와 스프린트선수권 출전 대표 선발전이 따로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 제대로 공지 받지 못한 이상화는 두 개의 국제대회 출전을 앞두고 훈련하고 있던 상황에서 출전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팬들은 규정이 개정된 사실을 이상화 선수가 사전에 알지 못해 선발전에 불참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고, 사전 공지가 부실했던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선수관리능력을 꼬집었다.

연맹관계자는 김용수 대표팀 코치에게 사전에 이상화와 이규혁 감독에게 선발전에 나와야 월드컵 5차 대회와 스프린트 선수권에 나설 수 있다고 알렸다고 설명했다. 논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상화는 일단 실수를 인정했다. 이상화 선수는 해외에서 훈련하다보니 공지를 사전에 김코치로부터 숙지하지 못한 점은 잘못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뒤이어 이상화 선수가 바뀐 규정을 듣게 됐을 때는 이미 선발전이 끝나있는 뒤였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논란의 이유인 연맹이 바꾼 규정. 그들은 왜 규정을 바꾼 것일까. 연맹 관계자는 “이전까지 시즌 전 한 번의 선발전을 치러 보니 월드컵 등 시즌 후반부에 갈수록 선수들이 경기에 나서지 않는다고 밝혔다. 차라리 국내 대표 선발전을 준비하는 것이 선수들의 입장에선 더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럴 바에 실제로 뛰고 싶은 선수들이 나서도록 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하에 선발전을 따로 신설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세계 정상급인 이상화 선수를 위해 배려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워낙 일정이 빠듯하고 몸이 완전치 않은 상황인데다가, 당시 소속팀이 없었던 점을 이해해달라는 입장인 것이다. 이상화 선수 역시 실수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빙상연맹의 배려를 기대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연맹은 지난 12일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연맹은 “안타까운 마음이나 규정은 모든 선수들에게 공정하게 적용할 수밖에 없어 선발전에 불참한 이상화 선수의 5차 월드컵 파견은 원칙에 따라 적용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연맹의 입장대로 그들은 연맹으로서 원칙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연맹 관계자는 이미 이상화 선수뿐만 아니라 이런 규정 때문에 월드컵 5차 대회와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 상황에서 이상화 선수에게만 예외로 출전 자격을 준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또 연맹은 그들도 이상화가 국내에서 열리는 스프린트선수권대회에 나서서 메달을 따면 좋지만 최대한 선수를 보호해야 하는 입장이라고도 덧붙였다.

혹자들이 연맹에게 원하는 ‘선처’와 ‘배려’라는 결과 역시 원칙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상화 선수는 지난 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파견대표 선발전 여자 500m에서 1차에서 38초52, 2차에서 38초39를 기록하며 모두 1위에 올랐지만 2차 레이스 도중 암밴드를 손으로 내버리는 어이없는 실수로 실격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상임이사회를 추천 선수 제도를 통해 이상화를 구제했다. 갖춰진 제도와 규정 안에서 이루어지는 선처와 구제는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선수를 배려할 수 있다.

연맹과 선수 모두 원칙을 따르겠다고 입장을 밝혀 사건이 더 큰 논쟁을 낳진 않았다. 만약 빙상연맹이 이상화 선수의 편의를 봐줬다면, 혹은 이상화 선수가 연맹에게 계속해서 구제를 요구했다면 정당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기고 정정당당히 스포츠에 임하지 않는 연맹 혹은 선수는 대중에게 비판이 아닌 비난을 받게 됐을 것이다.

개정된 규정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 속에서 빚어진 문제점은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통해 보수해나가야 한다. 부당한 사유로 선수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고 수행해야할 임무를 하지 못한다거나 선수들을 보호하지 않고 중립을 잃는 일이 만연해서는 안되는 것은 물론 소외되는 선수 없이 꾸준히 소통하고 보편적이고 공식화된 원칙을 통해 원칙 내에서 배려하고 선수들이 경쟁을 통해 그들의 노력에 마땅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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