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15년 12월 1일 국방부의 지시 하에 전 군의 생활관에 송출되는 게임채널을 전면 중지시켰던 일이 있었다. 시발점은 생활관 내에서 선임병이 다른 병사들은 즐겨보지 않는 게임경기를 너무 오랫동안 보는 것에다른 병사들이 불만을 품은 것에서 시작되었는데, 게임채널을 즐기지 않는 병사들이 이 상황을 상부에 보고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방부는 전군의 게임채널 송출을 차단했다.

#2

지난 1월 8일 노르웨이 정부는 흥미로운 정책을 내놓았다. 바로 게임산업 육성 및 정착을 위한 ‘E-sports 고교 필수과목 지정’에 대한 것이었다. 골자는 명확한데, 기존의 노르웨이의 중등교육(고등학생)의 경우 1주일에 6개의 필수과목을 각각 5시간씩 총 30시간을 필수적으로 이행하고 이외에 5시간을 체육이나 미술 등 예체능 과목에 투자하여야 한다. 하지만 2016년 부터는 이 예체능 게열에 E-sports 항목이 추가되어 카운터 스트라이크, 도타2, 리그오브레전드, 스타크래프트2가 주요 과목으로 채택된다고 한다. 더불어 성적평가는 실제 감독 경험이 있는 코치들에 의해 시행되며 주요 내용은 실력의 발전여부, 대회성적, 노력 등이라고 한다.

위의 두 문단은 현재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국가나 단체에 따라 얼마나 다른지 잘 나타낸다. 대한민국 국방부는 게임채널 송출을 금지하며 관련사항을 언급할 때 게임을 불필요/유해 컨텐츠라고 언급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많은 ‘어른’들의 궤를 동일시 할 것이다. 그들은 게임은 어린이, 젊은이들의 폭력성을 키우고 사회적 고립을 야기하는 악의 전형으로 생각한다.

폭력이나 살인 사건이 발생할 때 혹여 당사자가 게임을 많이 하던 사람이라면 각종 매체와 단체는 게임과 폭력성의 연관성에 관해 과학적 실험에 따른 사실인 마냥  언급해왔다. 하지만 기존의 두 요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실험들이 실제로는 ‘외적 타당도’, 즉 외부적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위해 유도된 실험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단적으로 게임이 본격적으로 세계적인 유행을 타기 시작한 시기인 90년대부터 살인사건 및 폭력사건의 증가추이가 감소세를 보인 것은 경험적으로 두 요소가 서로 연관성이 없거나 미약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더불어 최근의 연구동향에 따르면 게임의 유익한 점들에 대해서도 속속 밝혀지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시각적 인지능력과 기억력, 사회성의 증가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효과들의 증명은 게임을 ‘치유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미국 스텟슨 대학교의 Christopher Ferguson 교수가 쓴 논문에 따르면 게임이 ‘지적 결핍’ 증세를 겪는 사람들의 재활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앞서 언급한 게임으로 인해 발달될 수 있는 능력은 여타 작업들에 쉽게 전이된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이다. 즉 지적 결핍 환자들의 재활의 가장 큰 문제인 재활 치료를 받는 행위 이외에 다른 과업들은 쉽게 성취하지 못하는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촉매제로서의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의 ‘어른’들은 여전히 게임을 탐착치 않게 본다. 앞서 언급한 국방부 이외에도 정부의 주요 부처들은 게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그들의 정책들로 유감없이 보여주는데, 특히 2010년 이후 정부는 게임을 마약, 도박 등과 함께 사회악으로 규정하였고 문화체육부, 여성가족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여러 부처들은 각종 게임산업규제안을 펼쳤다. 심지어 2012년에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직접 게임의 역기능에 대해 말했으며 이와 관련된 ‘책임감’을 느낀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다행히 이번 정부의 임기 절반에 이르러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재고됐다. 정부는 대통령이 내건 슬로건인 ‘창조 경제’에서 중요한 부분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게임산업에 2016년 추정예산안을 전년 대비 56% 증액한 4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배정했다고 한다. 또한 2300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모태 펀드 등을 이용해 게임산업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의사도 밝혀왔다.

이런 정책들은 세계적으로 게임산업이 발전하는 것에 맞춰 대세에 합류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물론 정부도 처음부터 게임산업을 육성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초기 관련 정책인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보면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셧다운제를 통해 청소년들이 야간에 게임을 하는 행위를 전면 금지하였고 심지어 게임 업체들에게 매출액의 1% 기금 및 5%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의 정책을 내보였다(이렇게 징수한 금액의 사용처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안들로 인해 업체들이 자신들의 회사를 외국으로 이전하고 산업 발전과 관련된 지표들이 꺾이기 시작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가 급히 정책기조를 수정한 것이다.

이렇게 정책의 기조를 바꾼 이유는 게임산업이 여타 컨텐츠들에 비해 무척 ‘잘 팔리는’ 상품인 것이 큰 이유다. 2013년 자료를 보면 게임산업의 수출규모는 다른 산업들을 다 합친 2조5000억원보다도 많은 3조원 가량으로 보이며 국내에서는 무려 100조원에 가까우며 이전 5년동안 8%의 고성장률을 보이며 대한민국의 신성장동력으로서 가치를 보였다. 그러나 이후 각종 규제에 의해 내수 시장이 감소했으며 2013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산업의 규모가 축소됐는데, 이런 상황은 정부 입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병에 걸린 것으로 보였을 것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점진적으로 철폐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런 상황은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듯한 상황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여기까지 본다면 정부가 전적으로 잘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게임산업에 발효된 각종 규제들은 비단 정부가 게임산업을 탐탁치 않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나 업체에 의해 벌어지는 병폐 역시 존재한다. 게임업체들은 장기적인 안목보다는 단기적으로 눈 앞에 보이는 이익을 쫒아 천편일률적인 게임들을 쏟아내왔고 창의성이 결여된 게임들의 수없는 출시와 사장이 이루어졌다.

또한 컨텐츠로 수익을 창출해내기 보다는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구조를 형성해왔으며 사행성과 도박적 요소들을 대거 가미하여 게이머들에게 피로감을 주었다. 게이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도박적 요소나 사행성은 선두주자격인 게임(리니지 등)의 성공에 의해 보편화되었으며 현재의 MMORPG 게임들이 이런 구매력 있는 유저들을 모시고 붙잡아두는데 혈안이 되어있는것이 게임 유저들이 스스로 만든 결과물이라 볼 수 있다. 더불어 국내 게이머들은 소위 말하는 ‘복돌이’ 불법 복제물을 만들어내고 공유하여 비디오나 CD게임 등을 국내에서 사향산업으로 만드는데 크게 일조했다.

이렇게 다양하고 혼탁한 문제들은 결국 게임을 받아들이는 각계각층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애초에 게임을 하나의 컨텐츠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게 입맛에 맞추어 해석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문화지체현상의 일부로 보여진다. 90년대 이후 대한민국에 급속하게 퍼진 게임산업은 기존의 다른 놀이들에 비해 정신적 보상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반복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었고, 당시 시대적으로 안좋은 경제상황과 높은 교육열로 인해 이와 반대급부로 개인의 자유와 원초적 쾌락을 원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지껏 게임의 전파속도나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에 비해 유저들은 정작 게임 그 자체에 대한 고찰은 덮어놓고 외면해왔다. 많은 유저들은 게임을 문화로 인식하기 보다는 현실로부터의 탈출구로 사용해왔으며 게임업체들은 그들의 입맛에 맞춰 주는데 급급하였는데 결국 이런 측면은 현, 전 정부의 규제안에 합리성을 보장해주는 셈이다. 더불어 급격한 산업화와 높은 교육열, 경쟁과 발전이 기본이 된 대한민국의 풍토에서 게임은 근본적으로 ‘헛짓거리’로 치부될 요소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어른’들에게 불편하게 보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게임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게임을 소모적이고 불편한 요소로 바라보며 갑론을박하는 동안 전세계 여러 나라는 게임산업을 발전시켜 거대한 이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대한민국은 E-Sports 강국이자 패권국임에도 최근 산업의 성장률이 떨어지는 등 힘을 못내고 있다.  게임을 하나의 컨텐츠이자 문화로 받아들이는 것이 유저나 국가는 물론 업체에게도 더 큰 이익이 된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시점이기에,우리 모두 자신의 단기적인 이익이나 이기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만큼 E-Sports 유소년시스템이 잘 형성된 나라가 없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pc방이나 컴퓨터의 보급률이 무척 높으며 게임을 접하는 연령대가 매우 낮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프라는 세계적인 수준으로 봐도 손색이 없는 수준으로 마련되어 있으니 우리가 게임을 대하는 태도와 이에 수반되는 정책들만 이해관계자들의 합리적인 토의에 의해 도출된다면 대한민국의 게임산업은 굳이 노르웨이처럼 학교에서 수업과목으로 채택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세계적인 선도국가로서 영향력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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