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수많은 브랜드의 옷이 팔리고 있다. 많은 해외 상품들이 한국에도 수입돼 요즘에는 왠만한 브랜드의 옷은 한국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패션브랜드는 무엇일까?

한 조사에 의하면 놀랍게도 자기가 응원하는 프로 또는 대학스포츠팀의 로고가 새겨진 옷이라는 결과가 있다. 이처럼 미국의 프로와 대학스포츠는 지역사회(community)와의 밀착을 통해 살아간다.

NFL(미식축구) 32팀, MLB(야구) 30팀, NBA(농구) 30팀, NHL(아이스하키) 30팀으로 미국 4대 매이저 프로스포츠는 총 122팀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MLS(축구) 20팀까지 합치면 144팀이 된다. 그리고 이 모든 팀들은 홈 경기장을 가지고 있다. 비록 일부 경기장들은 두 개 이상 팀을 위해 함께 사용되고 있지만, 미국 전역에 걸쳐 100개 이상의 프로스포츠 경기장(이하 프로 경기장) 이 지어졌고 현재 활용되고 있다. 여기에 하부리그 팀을 위한 경기장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그렇다면 이 프로 경기장들은 누구의 돈으로 지어진 것일까? 한국에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100% 사적자금 (private funding) 으로 지어진 경기장은 많지 않다. 건설자금의 일부를 지원하거나 대지를 저렴한 비용에 매각 또는 장기임대하는 등 여러가지 형태로 공적자금(tax money) 이 투입되었다.

지난 2014년 NFL 마이애미 돌핀스의 구단주이며 선 라이프 스타디움의 소유주인 스테판 로스는 4,000억원($350 million USD)을 선 라이프 스타디움의 리모델링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지자체는 마이애미 돌핀스 구단에 매년 35억원($3 million USD)의 소비세(sale tax) 를 향후 30년간 돌려주는 방식으로 리모델링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또 다른 형태의 공적자금 투입인 셈이다.

선 라이프 스타디움 ⓒ Gunther Hagleitner
선 라이프 스타디움 ⓒ Gunther Hagleitner

흔히들 프로 경기장의 가치는 수익창출(revenue generation)에 있다고들 한다. 맞는 얘기다. 프로스포츠 구단(이하 구단) 은 다른 분야의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스포츠라는 컨텐츠를 가지고 경제활동을 하는 이익집단이다. 위에서 언급한 스테판 로스는 4,000억원을 투자해 마이애미 돌핀스의 8번 홈 경기 뿐만 아니라 65,000명이 모이는 대형콘서트, 수퍼볼, 대학미식축구 플레이오프, 그리고 나아가 2026년에 열릴 가능성이 있는 미국월드컵 경기 개최를 통해 더 큰 이익을 바라보고 있다.

새롭게 건설된 경기장이나 리모델링을 통해 더 나은 고객경험(guest experience)을 제공하는 경기장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사실은 과거 많은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필자가 최근 디자인한 보스턴 셀틱스와 브루인스의 홈 경기장인 TD 가든의 리모델링도 티켓매출(gate revenue) 8%, 식음료매출(F&B revenue) 40%, 스폰서쉽 매출(sponsorship revenue) 150% 증대를 가져왔다.

하지만 프로경기장의 가치(value)가 구단이나 경기장 운영자의 수익창출에만 있다면 공적자금이 투입될 이유가 없다. 미국에도 프로경기장 건설에 공적자금이 쓰여지는 것에 대해 많은 비판적 시각이 존재한다.

시민의 세금으로 사기업(구단이나 경기장 운영자)의 배를 불린다-실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비하다-장기적인 일자리 창출과 세금수입 등의 경제효과가 경기장에 투입된 세금보다 크지 않다 등의 얘기는 새로운 경기장 건설 시 항상 거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프로 경기장 건설에 공적자금은 투입되고 있다. 공적자금이 쓰여질때는 반드시 공공의 이익(public benefit)이 따라와야 한다. 즉 프로 경기장의 가치가 구단의 수익창출에만 있지 않고 공공성에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간단히 생각해보면 경기장의 공공성은 시민 누구나 최소한의 비용으로 경기장에서 만들어지는 컨텐츠를 즐길수 있어야 하고 경기장을 활용할 수 있을때 얻어진다. 하지만 프로 경기장의 특성상 이러한 측면에서의 공공성은 쉽게 얻어질 수 없다.

오히려 정반대로 운영되는게 프로 경기장이다. 여기서 우리는 프로경기장의 공공성을 다르게 정의할 필요를 가진다. 시민의 활용도를 넘어, 경기장이 성공적으로 운영돼 구단과 경기장이 지역사회의 자랑(civic pride)이 되며 경기장의 수익창출이 지역의 수익창출과 연결될 때 비로소 진정한 공공성을 지니게 될 것이다.

미국의 지자체가 프로 경기장의 건설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이유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다른 의미에서 공공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런면에서 보면 한국의 일부 프로경기장들이 지역사회에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게 다가온다.

지역 주민들과 소송에 휘말리게 된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 KIA 타이거즈 제공
지역 주민들과 소송에 휘말리게 된 광주-KIA 챔피언스 필드 ⓒ KIA 타이거즈 제공

최근에 개정된 스포츠산업 진흥법은 구단이 경기장을 장기임대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각 구단은 경기장 운영권을 가져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 경기장을 제대로 운영할 능력과 조직을 갖춘 구단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 든다. 경기장 운영은 많은 인력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구단은 경기장 운영권을 가져오기 전에 철저한 준비작업을 해야한다. 그렇게 해야만 위에서 얘기한 프로 경기장의 두가지 가치인 수익창출과 공공성을 다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가치실현을 통해 미래의 한국 프로 경기장 건설과 리모델링에 사적자금과 공적자금이 함께 적절히 투입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함으로써 진정한 한국 프로 경기장의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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