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꿈의 기술이었던 로봇이 최근 이세돌과의 바둑경기를 통해 엄청난 경우의 수를 무시한채 인간을 가볍게 넘어버리는 기술을 보여주면서 세계를 발칵 뒤집었다. 인간이 로봇과의 경쟁에서 지게 된 것이다. 그것도 많은 과학자들이 불가능 하다고 했던 엄청난 경우의 수의 스포츠인 바둑을 말이다. 이로 인해 인간의 우월성이 등한시 되는 한편, 바둑과는 다른 격렬한 움직임을 요구하는 스포츠에서도 로봇이 등장했다.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김용의(31)는 매일 공식 훈련이 시작되기 2~3시간 전부터 실내 훈련장에 나와 타격 연습을 한다. 그가 상대하는 투수는 시속 160㎞의 직구, 낙차 큰 커브와 슬라이더에 컷 패스트볼까지 마음껏 던지는 로봇이다. 오른손과 왼손을 모두 쓰고 힘든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 타자가 원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다양한 구속·구질을 던진다. 전반기(4~6월) 타율 0.254에 그쳤던 김용의는 새로운 파트너와의 ‘스파르타 훈련’을 통한 결실로  7월 이후 타율 0.347의 기록을 세웠다. 그의 활약 덕에 LG도 2년 만에 가을 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
LG 트윈스는 지난 5월 새로운 로봇 피칭 머신 두 대를 구입했다. 이미 1·2군에 피칭 머신 열 대가 설치돼 있었지만, 대당 2000만원짜리 신제품을 추가한 것이다. LG 관계자는 “공을 발사하는 휠이 2 개(좌우)였던 기존 모델과 달리 휠 3개로 공을 뿌리기 때문에 다양한 회전이 걸린다”며 “정상급 투수 이상 가는 피칭 머신을 파트너 삼아 훈련하는 선수들이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중국 전자과학기술대학은 배드민턴 로봇을 개발해 공개했다. 이 로봇은 탑재된 두 대의 HD카메라를 이용해 사람이 친 셔틀콕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응한다. 프로 선수들의 강한 스매싱을 받아낼 정도는 아직 아니지만, 아마추어의 파트너로서 경기를 진행할 정도는 된다. 중국 CCTV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동화 배드민턴 로봇”이라며 “조만간 프로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간과 로봇의 대결도 흥미진진하다. 골프 로봇 ‘엘드릭'(타이거 우즈의 본명인 ‘엘드릭’과 같은 발음)은 지난 2월 PGA 투어 피닉스 오픈의 프로암 경기에서 다섯 번 티샷 만에 홀인원(16번홀·파3)을 기록해 갤러리들을 놀라게 했다. 이는 프로 골퍼들의 홀인원 확률(약 3000분의 1)보다 무려 600배나 높은 기록이다. 엘드릭의 개발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이 타이거 우즈의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는 2013년 한 일본 TV쇼에 출연해 ‘로봇 골키퍼’와 승부를 벌였다. 당시 로봇은 시속 130㎞에 이르는 메시의 슈팅을 3번 중 2차례나 막아냈다.

로봇 훈련 파트너는 산업용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들이 그들의 기술의 우월성을 보이기 위해 내놓는 경우가 많다. 지난 8일 일본의 한 로봇 전문업체는 자사 로봇이 최초의 탁구 코칭 로봇으로 기네스 세계 기록 인증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2013년 처음 개발돼 진화를 거듭해 온 이 로봇은 현재 탁구 선수의 공 궤도를 실 시간으로 측정해 정확하게 반격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또 다른 업체는 세계적인 탁구 선수 티모 볼(독일)과 로봇의 탁구 대결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상을 보면 로봇은 볼의 스매싱과 드라이브, 커트를 능숙하게 받아냈다. 이를 통하면 프로선수들과 대결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윤다현 기자

사진출처-Wiki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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