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마케팅의 허상. 문제는 돈이 아니다

이전 칼럼에서 필자는 자본투입 대비 효과를 강조하는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의 실행과 추구가 스포츠 조직 운영의 선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한, 효율성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이 반드시 수익성을 보장해주지 않으며,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것 역시 구단 운영의 전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스포츠의 산업화는 스포츠의 상업화와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도 대중들은 물론, 산업 종사자들 역시 스포츠 산업의 선진화에 대한 해답으로 고작 산업화의 작은 파편 중 하나인 수익 창출을 고집한다. 그리고 그 방법론으로는 스포츠 마케팅의 활성화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렇지만 필자가 만난 수많은 스포츠 마케팅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국내 스포츠 산업의 환경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내곤 한다. 운영 및 시스템의 후진성과 불가능한 수익성, 그리고 낙후된 스포츠 마케팅을 비판한다. 하지만 이들을 만나고 나면 늘 한 가지 동일한 의문점을 갖게 된다. “현 상황과 결과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할 현업 종사자들은, 왜 책임을 외면한 채 늘 비판의 자리에 서 있을까?” 작금의 스포츠 산업의 상황을 부정하는 것은 본인들의 존재와 스스로 해왔던 일들에 대한 총체적 부정과 같은데도 말이다.

이전 칼럼에서는 조직의 이윤 추구와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을 추구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던 제일기획의 사례를 언급했다. 하지만 스포츠의 광대한 가치와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서의 스포츠의 중요성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없이 기업의 영리활동 목적으로만 스포츠를 취급하는 것은, 스포츠를 이용한 수익 창출은 물론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함을 인지해야 한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 전환되면서 삼성은 제일기획의 해외 매각을 그룹 차원에서 지속해서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그간 오랜 공을 들여왔던 세계 3대 광고회사인 퍼블리스와의 매각 협상이 결렬되면서 삼성은 제일기획의 매각을 백지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 제일기획의 매각이 이슈가 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단지 국내 1위의 광고대행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전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제일기획은 국민의 여가 문화와 스포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프로 스포츠팀을 다수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스포츠 산업의 판 자체를 뒤흔들 수 있는 것은 물론, 국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5개 프로팀이 제일기획 자회사로 편입된 이후의 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하다. 특히 지난해 정규리그 1위 팀이었던 삼성라이온즈는 제일기획에 편입된 이후 현재 10개 팀 중 9위를 기록하고 있고, 수원삼성의 경우도 현재 12개 팀 중 10위로 강등되는 것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물론 팀의 순위에 미치는 변수는 매우 많으며, 순위만으로 기업 개편의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보이는 순위, 투입된 자금 대비 벌어들이는 수입이야말로 그들이 추구하는 효율적 마케팅의 실체이자 의사결정의 핵심적 근거임을 고려할 때, 적어도 지금까지 나타나는 결과는 명백한 실패에 가깝다.

그들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어쩌면 팀의 성적 따위에는 애초 관심조차 없었을 수도 있다. 제일기획 매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5개의 프로팀을 자회사로 편입했다는 것은 처음부터 스포츠팀들을 제일기획 판매가치 증진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의도일 수도 있다. 대외적으로는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의 추구를 통한 수익 증대와 자생력 강화를 내세우면서, 실상은 스포츠 팀들을 매각의 지렛대로 사용하겠다는 이중적 생각을 숨겨왔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 희로애락이 깃든 스포츠팀을 기업의 이윤 추구를 위한 ‘돌려막기’ 존재쯤으로 여기는 세태가 정확히 국내 프로스포츠 산업의 현 수준이다. 적어도 제일기획을 보면 스포츠 마케팅을 통한 수익 극대화를 주장하면 할수록, 국내의 특성상 그 실상은 절대 그럴 수 없다는 역설적 확신이 부각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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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마케팅의 허상. 문제는 돈이 아니다

이전 두 번의 칼럼에서 필자는 효율적 스포츠 마케팅의 추구가 스포츠 조직 운영의 선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수익성만을 추구하는 전략이 구단 운영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한, 스포츠 마케팅 종사자들이야말로 현재의 낙후된 상황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어쩌면 국민의 희로애락이 깃든 스포츠팀을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한 ‘돌려막기’ 존재쯤으로 여기는 대기업 총수와 스포츠 마케팅 종사자들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생각이야말로 스포츠 산업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이자 위협 요소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창업주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스포츠팀이라도 조직원의 사기 진작, 국가에 대한 기여, 기업의 사회공헌 차원에서 원칙적으로는 ‘1 계열사, 1 스포츠팀’ 방침을 고수했다. 하지만 최근 이와 같은 원칙은 수익성의 논리에 퇴색되고 말았다. 그들이 그렇게 강조하는 효율적인 스포츠 마케팅, 돈이 되는 스포츠 마케팅의 결과가 고작 곤두박질치는 팀들의 순위, 제일기획 매각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된 미운 오리와 같은 스포츠단이라면 결과치고는 너무 비참한 게 아닌가?

하긴 애초 수익성의 논리 적용이 쉽지 않은 스포츠팀들에 ‘자생력 강화’라는 억지 굴레를 씌워놓은 것도 모자라, 이를 그룹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매각카드로 역으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이미 이는 명백하게 실패가 예상된 카드였다. 즉, ‘수익성의 역습’이라 표현해도 전혀 이상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스포츠 마케팅 종사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제일기획 편입 전까지 그룹 후원금이라는 명목으로 매년 수십억, 수백억 원의 지원금을 모기업으로부터 받아왔다. 매년 자동 입금되는 엄청난 금액을 보면서 그들에게 위기감이라는 게 과연 존재했을까? 그동안 엄청난 모기업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생존에 대한 감사보다는, 후원금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낙후된 스포츠 마케팅의 현실 비판만 늘어놓지 않았던가? 과연 이들이 허리띠를 졸라 아껴 쓰고 비용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절실함을 몇 번이나 가져봤는지도 의문이다.

이제라도 수익성과 자생력 강화가 스포츠 마케팅의 전부라는 왜곡된 스포츠 마케팅의 허상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대중들의 일상생활의 향유물로서, 우리의 희로애락이 담긴 스포츠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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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모기업으로부터의 지원금이 팀들의 자생력을 약화시키고 질 낮은 마케팅의 시초라는 그릇된 관념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모기업이 출자관계에 있는 프로팀에 지원금을 제공하거나 결손금을 보전하는 것은 대부분 기업의 광고 선전비로 분류돼 전액 손금 처리되어 상당한 금액의 법인세 절감 효과가 발생한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사회공헌이라는 대의명분을 챙기는 것은 물론, 엄청난 미디어 노출 효과와 함께 수십억 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더군다나 자사의 브랜드나 기업 명에 환호하는 열성 고객들까지 덤으로 얻게 된다. 즉, 프로팀을 후원하면서 얻게 되는 장점들이 지급해야 하는 비용보다 절대 작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도 외형적으로 보이는 기업들 입장은 과다한 후원금 지급에 난색을 보이고 구단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우리나라의 스포츠 산업을 상당히 질 낮은 산업으로 왜곡 및 폄하한다. 그들이 얻게 되는 많은 혜택은 철저하게 외부로 노출하지 않고 말이다.

둘째로 팀은 모기업의 후원을 철저하게 스폰서십 계약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모기업과 기타 스폰서라는 구분 없이, 모기업에서 받은 지원금은 스폰서십의 권리의 대가로 지불받았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마케터들의 역할은 스폰서를 만족하게 하고 이들과의 계약을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다. 작금의 현 상황에 대한 비하도 비판도 그들이 해야 할 일을 하는 순간, 극복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본인이 현업 종사자들의 책임론을 언급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글 = 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본 칼럼은 경제신문 ‘이투데이’에 기고된 글로 필자의 동의를 받아 게재했습니다.  해당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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