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운동신경이나 능력, 노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같은 경기를 치른다고 했을 때 선수들이 참가하는 각종 스포츠 경기는 늘 공정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규칙을 어기는 일부 선수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약물 복용, 즉 도핑 문제 때문이다. 경기장 내에서 상대와 공정한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세워진 규칙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반대할 수 없겠지만, 선수들 스스로 그 공정성에 의한 규칙을 어기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금 냉정하게 바라봐야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약물을 복용해서 일시적으로 실력을 끌어올려 경기에서 승리하는 선수들에게서 우리는 더 이상 스포츠에서의 공정성과 윤리성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사전적 의미의 도핑이란, 운동경기에서 체력을 극도로 발휘시켜서 좋은 성적을 올리게 할 목적으로 선수가 심장흥분제 또는 근육증강제와 같은 약물을 먹거나 주사하는 등 특수한 이학적 처치를 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도핑이 시작된 역사를 살펴보면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서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참가한 선수들이 경기 전에 흥분제를 복용해서 일시적인 피로감을 없앴다는 기록이 있고, 마차 경주대회나 경마대회 같은 경기에서 말들에게 흥분제를 먹이는 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과거에는 여러 종류의 원시적인 흥분제를 복용하여 경기력 향상을 도모했다면, 현대에 와서는 과학이 발전하면서 남성호르몬을 생성하는 스테로이드 주사와 같은 온갖 특이한 화학 약품들이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다. 과거에서부터 계속 문제시된 선수들의 도핑으로 인해 1968년 국제올림픽위원회 IOC에서 처음 도핑에 대한 금지 규약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그 당시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던 흥분제 약물을 중심으로 금지 조항을 만든 바 있다. 이후 1974년부터 스테로이드제 약물을 금지약물목록에 포함, 1990년대 이후에는 호르몬 약물에 대한 금지조항을 발표했다. 현대에 와서는 도핑에서 말하는 금지 약물은 총 10가지 종류로 구분되어 약 200여 개의 성분이 금지되고 있다.
도핑 약물은 그 수가 상당히 많고 시간이 지날수록 응용할 수 있는 여지가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는 은폐제라는 약물까지 복용하는 선수들이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 은폐제는 말 그대로 도핑금지 약물을 복용한 이후 검사에서 걸리지 않기 위해 다시 한 번 신체에 투여해서 도핑 사실을 은폐하는 역할의 약물을 의미한다. 은폐제가 생긴 것만 보더라도 아무리 도핑이 스포츠 도덕성 혹은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말해도 선수들은 여전히 도핑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핑검사를 통해 나온 결과가 양성일 경우 선수들이 훈련으로 인한 피로를 잠시나마 치료하기 위해서이다 혹은 정신적, 병리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약을 복용할 수 밖에 없었다는 등의 변명 아닌 변명을 내세울 경우 그 처벌의 강도를 정하는 일은 애매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도핑 행위를 막고 도핑 금지 약물에 대한 연구와 동시에 적절한 처벌을 하기 위한 목적에서 세계반도핑위원회(World Anti-Doping Agency: WADA) 1999년에 세워졌고 국내에도 한국도핑방지위원회(Korea Anti-Doping Agency: KADA)가 2006년 이어 설립되었다. KADA는 WADA와 더불어 각국의 도핑방지위원회들은 스포츠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도핑에 대해 명확히 기준을 정해 도핑 방지를 위한 활동과 연구, 치료목적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약물 복용에 대한 예외 기준 수립 및 제재에 대한 집행을 통해 공정한 경쟁을 가능케 하고 선수들의 건강을 보호하면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되찾기 위해 다양한 산업을 진행하고 있다.
도핑 검사 방법에는 크게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이루어지는데, 경기 중 혹은 경기 이전과 이후로 대회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소변 검사의 경우 지정된 화장실에서 동성의 도핑검사관(DOC)의 관찰 하에 선수들이 직접 채취해서 검사하고, 혈액 검사의 경우 도핑관리실에서 혈액채취요원(BCO)의 지위 하에 검사를 받게 된다. 채취된 선수의 시료를 바로 공인 실험실로 전달되어 냉동 보관되어 분석되고, 먼저 분석된 A 시료에서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선수는 B 시료 분석을 요청할 권리가 주어진다. 이후 B 시료 분석에서 음성 반응이 나올 시 모든 도핑 검사가 끝나게 되지만, 만약 B 시료에서도 양성 반응이 나온다면 KADA (한국 선수인 경우)에서 청문회를 열어 그 선수에 대한 선수생활 제재와 더불어 처벌 강도를 결정하게 된다. 모든 분석 과정과 제재 과정은 체계적이고 공정하게 진행되며, 만약 선수가 제재에 불응할 시에는 KADA 항소위원회나 스포츠중재재판소에 제소할 권리가 있다. 다만 도핑 검사는 아주 적은 양의 약물 복용까지 모두 분석해 낼 수 있기 때문에 A, B 두 시료가 모두 양성 반응이 나왔다면 그 선수가 도핑에 대해 변명할 여지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출처: 고광섭(2011), 스포츠 선수들의 도핑방지에 대한 이해>
도핑 문제에 연루된 선수들은 사적으로나 공적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된다. 규칙을 위반했다는 비난으로 인한 명예 훼손은 물론 비도덕적인 사람이자 선수로 낙인이 찍히게 되는데, 무엇보다 선수생활을 하는 데에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스포츠계에서 제명되는 경우도 있다. 해외 스포츠계에서는 최근에도 벌어지는 여러 가지 도핑 문제로 인해 유명 선수들이 차례로 제명당하면서 큰 고초를 겪고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은 ‘약물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도핑에 적발된 선수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고, 2008년도 베이징올림픽 여자역도 은메달리스트인 우크라이나 출신 코로브카 선수가 도핑 혐의로 적발되면서 4년간 선수생활 박탈, 결국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의 사건이 있었다. 캐나다 출신의 육상선수 벤 존슨은 1988년도 서울올림픽 당시 육상 남자 100m 경기에서 세계 신기록 9.79초를 달성하며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도핑검사 결과 금지 약물을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금메달을 박탈, 기록 삭제 그리고 세계 육상계에서 영원히 퇴출당한 바 있다. 사이클의 황제라 불리는 랜스 암스트롱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2년 도핑 혐의가 발견되면서 투르드프랑스 수상 기록과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등의 수상 경력을 모두 박탈당했다. 이처럼 스포츠 선수의 도핑 문제는 선수 개인의 명예와 선수 생활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문란을 일으키게 된다. 우리나라 선수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아래의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국내에서 도핑에 대한 교육을 받고 도핑 검사를 실제로 받는 선수들은 매년 늘고 있지만, 도핑을 하는 선수들은 오히려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014년, 국내 스타 선수이자 수영계에 한 획을 그은 박태환 선수가 도핑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인천아시안게임 메달을 박탈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국제수영연맹은 박태환에 18개월의 자격 정지 징계를 내렸고, 대한체육회는 국가대표 선발규정 5조 6항에 따라 3년간 국가대표 박탈이라는 처분을 내렸다. 이중처벌로 2016 리우올림픽 출전이 좌절되는가 싶었지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 CAS) 는 판결로 박태환은 리우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그가 이제껏 쌓아온 한국의 수영영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는 한순간에 무너져버렸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가웠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출전한 리우올림픽에서는 주 종목 예선 탈락이라는 안타까운 성적을 거두었다. 정상적인 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결과일지는 모르지만, 그가 다시금 국가대표 선수로서 국민의 응원을 받고 도핑 파문으로 인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역시 성적으로 입증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밖에도 2005년에는 보디빌딩, 태권도 등의 6개 종목에서 47여 명의 도핑 양성반응자가 적발되어 중징계를 받았고, 2006년에는 26명의 빙상, 역도 등의 스포츠 종목 선수들이 도핑 검사에 걸려 징계를 받은 바 있다. 국내 선수들의 도핑 행위를 막기 위해 도핑 검사관들과 도핑 검사 예산을 늘리려는 체육계의 움직임이 있었지만 2007년도에는 양성반응자가 38명, 2008년도 13명, 2009년도 17명, 2010년도 36명이 계속 적발되면서 도핑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반도핑 법안들이 꾸준히 개편되고 보완되고 있으며 해외와 국내 도핑방지위원회들이 끊임없이 도핑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도핑 약물을 만드는 전문가들은 매번 새로운 약물을 만들어 선수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심지어 앞서 말한 거처럼 금지 약물 양성 반응을 막을 수 있는 은폐 약물까지 발전하고 있는 추세여서 도핑을 완전히 근절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왜 선수들은 이처럼 도핑을 하고 또 도핑 여부를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일까? 이는 앞서 언급한 경기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와 상통한다. 즉, 경쟁 스포츠에서 수많은 경쟁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다 보니 경기에서 우승하고 싶은 열망이 도덕적 양심과 엄격한 규칙들을 무시하고 약물에 손을 대기 때문이다. 이는 승리 지상주의로 인해 모든 비도덕적인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선수들의 욕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제껏 이루어 온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요소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도핑을 하는 선수들이 있는 것 보면 마치 도박처럼 선수들 자신과 선수들을 둘러싼 주변 사회 환경이 얼마나 승리를 강요하고 높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주는지 예상할 수 있다. 승리 지상주의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선수들이 손쉽게 성적을 올리기 위해 자신의 몸을 해하는 약물을 복용하는 일이 없었겠지만, 경쟁을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스포츠에서 선수들의 최고 목표가 우승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다만 도핑을 통해 공정성과 도덕성을 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약물 복용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이처럼 스포츠 정신인 공정성을 해한다는 이유와 더불어 선수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데에 있다. 과거 2007년도 전국 체전 수영 종목에서 한국의 신기록을 세운 고등학생인 여자 수영선수의 경우 도핑 검사에서 남성 호르몬을 유발하는 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되어 성적을 박탈당한 사건이 있었다. 여성, 특히 계속 성장 중인 어린 여성 선수들이 테스토스테론을 장기 복용할 경우 남성 호르몬으로 인해 수염이 나고 목소리가 변하며, 간 기능을 훼손하고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질병을 나을 수 있어 그 위험 정도가 높다. 여성 선수가 테스토스테론을 복용했다는 사실도 충격이지만, 이제 막 고등학생이 된 어린 그 선수가 몸에 변형이 올 정도로 남성호르몬 도핑을 장기적으로 이어왔다는 사실은 어린 선수들이 얼마나 위험한 도핑 약물에 노출되어 있는 지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출처: 김태규, 김은국(2013). 청소년 엘리트 선수들의 도핑에 대한 사고방식 및 성향>
승리 지상주의는 비단 전문 엘리트 선수들에게서만 퍼져있는 것이 아니라 중, 고등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 사이에서도 팽배한 개념이 아닐까 의문이 든다. ‘1명의 박지성이 있다면 99명의 중도 탈락자들이 있는 것이 바로 스포츠계의 경쟁현실’이라는 말처럼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어릴 적부터 학업 대신 매일 해온 운동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탓에 어린 선수들은 도핑에 대한 두려움이나 거부감 없이 성적 향상을 위해 복용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WADA 윤리교육위원 김용승 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의 말에 따르면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도핑 검사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하는 국가대표 엘리트 선수들과 달리 프로 및 실업 선수나 학생 선수들을 위한 도핑 교육 빈도나 도핑 검사를 받을 기회가 거의 없다 보니 약물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고 실제로 금지 약물을 많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KADA와 KOC에서는 123여 명의 청소년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본인 스포츠 종목에서 금지된 약물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한 선수들이 총 57.7%로 절반을 넘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네’라고 답한 선수들 42.3%를 대상으로 다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도핑에 대한 정보를 KADA나 KOC 교육 프로그램에서 얻은 선수들이 16.30%, 지도자로부터가 11.40%, 의료진으로부터는 10.60%, 동료 2.40%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는 1.60%에 그쳤다. 많은 선수들이 본인 스포츠 종목에 대한 도핑 약물이 무엇이 있는지 잘 알고 있지 못하고 교육을 통해 아는 경로도 다양하고 무분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로 KADA나 KOC, 전문 선수 의료진들과 같이 도핑 금지 약물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청소년 선수들에게 교육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동료나 부모님으로부터 도핑에 대해 얻는 정보가 과연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얻어지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도핑에 대해 본인이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않다면 의도되었든 의도되지 않았든 무의식중에 실수로 금지 약물을 복용할 수도 있다. 상대적으로 중, 고등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은 반도핑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적고 그 교육이 전문가를 통한 교육이 아닐 경우 어린 선수들의 앞으로 선수생활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도핑에 대한 조심성이 덜 할수록 어린 선수들은 선배 혹은 롤모델 선수들이 약물 복용을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지켜보면서 도핑 행위에 대한 반감과 도덕적 양심이 사라지고 오히려 장기 복용해서 치열한 선수 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식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이러한 사고방식이 미래 창창한 청소년 선수들에게 자리 잡힌다면 그들이 전문 선수가 되어 국제 대회에서 활약할 때에 도핑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받고 선수생활에서 제명당하게 될 경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선수들에 대한 반도핑 교육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차후의 선수생활에 해를 입히지 않도록 반도핑 교육은 보다 더 체계적이고 주기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체육고교 출신 선수들을 대상으로 도핑교육을 받은 적 있는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한 결과, 체육고교 출신 선수 중 도핑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답한 정도가 75.6%에 달했던 반면, 일반고교 선수들의 경우 14.9%에밖에 달하지 않아 상이한 결과를 나타낸다. 선수들의 지식현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체육고교 선수들은 80.6%가 도핑항목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반면, 일반고교 선수들의 경우 78.8%가 도핑항목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 연구를 통해 같은 고등학교 선수들 사이에서도 체육고교 출신인지 아니면 일반고교 출신인지에 따라 도핑에 대한 인지도와 교육 현황에 있어 큰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다. 체육고교 출신 선수들뿐만 아니라 일반고교 선수들도 모두 전문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나아가고 있지만, 도핑에 대한 교육은 대부분 체육고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선수들이 전문 선수가 되어 큰 국내와 국제 경기를 참가하게 될 때 과연 도핑에 대한 조심성의 정도가 비슷할지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체육고교 선수들 중에서도 25.4%나 되는 선수들이 도핑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선수마다 참가하는 스포츠 종목에 따라서 훈련하는 방법이나 섭취하는 영양제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데, 아무 생각 없이 먹은 감기약에 금지 약물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알지도 알려주지도 않는다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이전에 교육을 받지 못한 어린 선수들의 몫이 된다. 또한, 부모님이나 지도자가 권하는 운동영양 보조물에 어떠한 성분이 들어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해로운 도핑 금지 약물을 장기 복용하게 되어 부작용으로 인해 고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WADA와 KADA에서 꾸준히 스포츠에서 도핑을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여전히 반도핑 교육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으며 인식과 제도에 있어 보다 더 발전해야 할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출처: 김진표(2008), 고교 엘리트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위한 운동영양 보조물 섭취형태와 도핑의식>
그렇다면 이러한 선수들의 도핑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도핑 금지 약물에 현혹되지 않도록 어려서부터 철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스포츠는 경쟁을 동반한다. 때문에 경쟁을 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공정한 규칙과 기회를 토대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하지만, 사춘기를 거치는 어린 선수들과 또 메달을 향한 전문 선수들의 지나친 승리 지상주의적 사회 분위기로 인해 금지 약물의 도움을 받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반도핑에 대한 인식과 도덕적 스포츠맨십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국가적, 국제적 차원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반도핑 법안을 선수생활을 하는 모든 사람들과 지도자들에게 계속해서 교육해야 한다. 전문 선수들의 경우 출전하는 국내와 국제 경기가 많고 또 그 경기마다 엄격하게 도핑검사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선수들이 알아서 조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앞서 언급한 자료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학생 선수들은 도핑 검사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회 전, 후 외에도 따로 훈련 중에 반도핑에 대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당장은 반도핑 교육이 귀찮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이후 감기약이나 각종 영양 보조물을 섭취할 때 도핑 금지 약물은 아닌지 스스로 조심하고 가릴 수 있어야 후에 전문 선수로 양성되면서도 도핑으로 인한 제재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필수로 교육을 수료할 수 있도록 지도자와 부모님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일반 선수들도 전문 선수들처럼 도핑 교육을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고, 그 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린 선수들까지 포함한 전국의 모든 선수들을 일일이 도핑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다소 힘들지라도, 교육에 있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핑에 적발되는 선수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물론 잘 모르고 도핑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는 선수들의 경우 좀 더 자세한 조사를 한 후에 처벌하는 것이 맞겠지만, 상습적으로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 국제 경기에 나가서 높은 성적을 거두는 비도덕적인 선수들에게는 처벌을 더욱 가해 반도핑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후배 선수들로 하여금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도핑 검사에 적발된 선수들에 대한 처벌은 종목별로 혹은 복용 정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적용되었는데, 최근 IAAF는 2015년도에 개편되는 새로운 WADA 규정에서 대다수의 스포츠 종목에 있어 도핑 검사에 적발되는 선수들을 4년간 선수자격 정지시킨다는 방침을 마련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처벌이 강화된다면 그만큼 도핑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하던 선수들이 약물 복용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도핑 부작용에 따른 건강 악화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지속적인 도핑 약물 연구를 통해 금지 약물을 분석하고 도핑검사를 발전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선수들 개개인이 도핑에 대한 도덕적 양심과 사회적 책임을 인지하고 스스로 조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도핑에 대한 정규적인 교육과 강도 높은 처벌이 필요하고, 이러한 교육을 받는 선수들은 비단 전문 선수들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선수들이 동등하게 도핑에 대한 정보를 얻고 도핑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스포츠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 Global Sport Management 석사 과정 지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