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우리나라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98년 하계 올림픽을 개최한 이래 메가이벤트급 국제스포츠대회를 지속적으로 개최 및 유치하고 있는 것은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꾸준하게 세계정상급 성적과 기량을 선보이면서 국제스포츠계의 강국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한 이후 정확히 30년 만인 2018년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확정지음으로써 대한민국은 스포츠의 국제경쟁력과 발전을 대내외에 공고하게 입증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듯 짧은 시간 내에 국제스포츠계에서 눈부신 성과를 이루기까지 소위 ‘스포츠외교’라는 기치아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민간기관의 긴밀한 상호협력이 큰 역할을 하였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성공과는 다르게 국제적으로 스포츠외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국가와 그 사례는 매우 제한되어 있다. 대한민국은 스포츠외교라는 기치아래 스포츠의 국제화와 많은 국제적 성과들을 이루어 내었지만, 정작 국제스포츠계에서는 스포츠외교와 같은 용어 및 개념이 활용되고 사용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일종의 모순점이라 할 수 있다. 그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겠지만 ‘스포츠+외교’로 구성된 용어적 특수성에서도 그 이유들을 유추해볼 수 있다.

외교는 국가 간 공식적 대외 활동의 총합으로 정의되며(Krieger, 1993), 현재 통용되는 외교의 실제적 의미는 주로 대외적인 ‘공공외교’를 의미한다. 따라서 그동안 외교에 대한 개념은 학문적인 정의보다는, 실무적이고 실례적인 접근에 의해 강조되어왔고(Jonsson, 2004), 이는 결국 외교자체를 도구로 강조하는 경향을 필연적으로 부각시켜왔다(Magalhães, 1988). 즉, 국가의 이익을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실현시키는 국제정치의 수단이자 행위가 외교이기 때문에(송영우, 2003), 스포츠외교 역시 ‘스포츠를 매개체’로 하는 외교활동의 하위 분야가 된다. 따라서 스포츠외교는 그 자체로 독립되어 구분되는 특수한 외교가 아니라, 국가의 이익 실현을 위한 다양한 외교 수단 중 하나로 간주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할 것이며, 이와 같은 특수성 때문에 그동안 스포츠외교의 보편타당성이 결여되어 왔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외교의 도구적 성향을 감안할 때 스포츠외교의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는 “스포츠를 통해 얻고자 하는 국가적 이익은 무엇인가?”와 같은 스포츠외교의 도구성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스포츠외교의 도구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선행될 때 스포츠외교를 편협적인 도구적 수단으로서만 강조하는 기능적 한계성을 역설적으로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즉, 이는 스포츠외교를 그 자체로 의미 있고 목적이 있으면서도, 일반 외교와는 구분되는 개념과 정체성을 부여하는 첫 시발점이 된다.

하지만 그동안 국내에서는 스포츠외교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 없이 특정 목표의 성취를 위해 스포츠외교의 개념을 사용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는 주로 서울올림픽 이후 10여 차례 개최하였던 스포츠이벤트에 집중되어 있었는데, 대규모 국제스포츠이벤트의 유치를 위해 정부, 지자체 및 민간단체가 전력을 경주하여 왔음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그동안 스포츠외교의 추진을 통해 국제적으로 확보하고자 하였던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익은 국제대회 유치 및 개최, 국제대회에서의 우수한 성적, 태권도와 같은 민족스포츠의 전파, 대한민국의 홍보 및 이벤트 개최를 통한 부수적 이익 추구, 그리고 이를 위한 국제스포츠계의 인물배출과 같은 ‘스포츠강국’을 위한 정책들로 대변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저개발국가에서 개발도상국으로 그리고 선진국으로 빠르게 변화 발전해 왔으며, 국제스포츠계에서의 활약을 통한 국가브랜드 홍보 및 외부성장 동력의 확보는 위와 같은 국내적 특수성과 맞물려, 스포츠외교라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이익이 투영된 매우 독특한 개념을 만들어 내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스포츠외교라는 개념이 국제적으로 보편타당한 개념이 아닌 것은 어찌 보면 매우 당연한 결과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특수성은 결과론적으로 봤을 때 국제적 보편타당성이 결여된 개념은 물론이고, 이후에 언급하겠지만 국제스포츠계의 동향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 인물중심, 국제대회 중심 및 특정 스포츠 중심이라는 과업위주의 단기적 개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개념을 내포한 스포츠외교의 추구가 얼마나 효과적이고 효율적인지도 미지수이며, 실제로 객관적으로 증명된 경우도 없다. 또한 결과론적으로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국내의 언론들은 한결같이 스포츠외교의 성공과 결실이라 보도하였지만, 과정적으로는 지속적인 유치실패를 통해 엄청난 기회비용을 낭비했다는 점에서, 효율성과 효과성 측면에서는 명백하게 실패에 가까운 시도였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2022년 월드컵 유치 실패,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발생한 다양한 오심 사건 및 축구대표팀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레모니 논란에 대한 대처 등은 그동안 대한민국이 스포츠외교를 통해 지속적으로 추구해오던 가치들에 정면으로 반(反)하는 결과들이었다. 따라서 ‘스포츠 강국’을 추구하는 현재의 스포츠외교 정책이 국가 브랜드, 이미지 및 경쟁력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는 여전히 불확실 하다고 할 수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큰 발전을 이루었고, 이는 비단 스포츠 영역뿐만 아니라 우리사회 전반에 매우 큰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을 우리 모두는 목도하였다. 그리고 이와 같은 매우 중요한 기회의 창이 2018년에 또 다시 열리게 된다.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이 국제스포츠계의 강국으로 등장하게 된 시발점이었다면, 평창올림픽은 스포츠강국을 넘어 스포츠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서 지금까지 ‘스포츠강국’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던 과업위주의 단기적-경쟁적 국가의 이익은 ‘스포츠 선진국’ 위주의 패러다임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는 국제대회의 유치와 같은, 단기적 목적달성이 완료되면 방향성과 목적성을 상실하였던 기존의 외교 전략에서, 스포츠를 매개로 국제협력 및 신뢰의 강화를 추구하여 인류의 보편적 가치 증대를 중심으로 하는 전략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즉, 스포츠를 통한 지속가능한 장기적 관계의 강화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국가적 이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현 상황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이를 바탕으로 스포츠외교의 선진화, 즉 스포츠를 통한 인류 보편적 가치 증대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지속가능성의 개념적 모델을 연구하고 제안해 보고자 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스포츠외교 선진화를 위한 모델이나 스포츠외교 자체가 개념적-정의(定義: definitive)적으로 옳고 그른지, 혹은 논리적으로 타당한지를 검증하는 것은 본 연구의 목적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제안될 모델이 대한민국 스포츠외교를 검증하기 위한 도구로 간주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왜냐하면 앞서 언급했듯이, 스포츠외교라는 개념자체가 국제적 보편타당성이 결여되었다고는 하지만 국내의 특수성을 오랜 기간 강하게 반영한 개념이고, 이미 이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대외적인 스포츠정책이 발전되고 진행되어 왔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시비(是非)가 현실적-실제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은 물론, 국가의 이익을 다양한 수단과 방법을 통해 실현시키는 국제정치의 수단(송영우, 2003)이 외교의 개념임을 감안할 때도 더욱 그렇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제시되는 내용은 대한민국 스포
츠외교의 특수성을 반영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면서, 동시에 스포츠외교 관련 업무를
추구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스포츠 외교 기존의 도구적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균형 잡힌 새로운 도구로서의 스포츠외교 가능성에 대한 개념적 근거들을 제공하고자 한다.

연구 문제

본 연구는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지속가능성 추구를 통한 스포츠외교의 선진화 방안을 탐색해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1) 언론이 인식하는 스포츠외교의 개념을 도출한다.
2) 정부, 민간조직 및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스포츠외교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심층면담을 통해 스포츠외교에 대한 개념을 분석한다.
3) 정부, 민간조직 및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스포츠외교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심층면담을 통해 스포츠외교에 대한 문제점을 분석한다.
4) 정부, 민간조직 및 올림픽 메달리스트 등 스포츠외교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심층면담을 통해 스포츠외교의 발전방안을 분석한다.
5) 스포츠외교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개념적 모델을 도출한다.

연구방법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통한 스포츠외교의 선진화 방안을 규명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 방법을 사용하였다. 질적 연구는 양적 연구방법과는 다르게 연구 참가자의 행위에 대한 주관적인 이해를 중시하는 것은 물론, 환경적 요소나 상황에 대한 이해와 연구 참가자의 주관적-문화적 경험 및 의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상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연구방법을 의미한다(조용환, 2002; 박성희와 강준호, 2005). 본 연구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질적 연구방법을 사용하였다. 첫째, Holsti(1969)가 제시한 내용 분석(Content Analysis)의 모델을 사용하여 언론 분석을 실시하였다. 내용 분석은 사회 과학 분야에서 다양한 의사소통의 내용을 분석하기 위해 주로 사용되는 연구 방법으로, 책, 웹사이트, 그림 등 기록으로 남겨진 인간의 소통 방법을 연구하는 방법이다(Babbie, 2001). Holsti(1969)는 더 나아가 내용 분석을 “특정 메시지의 특징들을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추론하는데 사용하는 모든 방법”(p. 10)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스포츠외교라는 특정 주제 및 내용에 대한 언론 분석을 언론의 기사분석을 통해 실시하였다. 둘째, 스포츠외교에 대한 심층적 분석 및 이해를 위해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심층면담(In-depth Interview)을 실시하였다. 심층면담을 통해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업무 관련 연구 참가자들의 주관적 경험 및 이해와 내재적인 특징을 규명하여 스포츠외교의 선진화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연구문제의 선정, 정보의 수집, 분석 및 해석의 방법과 같은 질적 연구 방법의 효과적 사용을 위해 박성희와 강준호(2005)와 Miles & Huberman(1994)가 채택하였던 귀납적 범주 분석을 응용하여 사용하였다.

연구대상 및 자료수집 방법

앞서 언급하였듯이 본 연구에서는 질적 연구방법 중 내용 분석 및 심층면담의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사용하였다. 심층면담을 위한 연구대상의 선정은 연구자의 이해와 지식 및 의도를 바탕으로, 연구의 목적에 맞다고 판단되는 연구대상을 선정하는 비확률표집의 하나인 유목적적 표집법(purposeful sampling)을 사용하였다(Kerlinger, 1986). 연구자는 스포츠외교의 개념과 문제점 파악 및 발전방안 도출을 위해 본 연구의 취지에 동의하고, 연구목적에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7명의 연구참가자를 선정하여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연구 참가자는 구체적으로 현재 스포츠외교 정책의 수립 및 집행을 직-간접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정부 담당자 및 정부 산하기관의 의사결정권자 수준의 관계자 2명, 민간부문에서는 스포츠외교를 담당하고 있는 실무 책임자 및 관계자 2명, 국제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 1명, 국제체육기구 임원 1명 및 올림픽 메달리스트 1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 참가자들은 스포츠외교의 개념, 문제점 및 발전방안을 동시에 분석하고 도출하기 위해 스포츠외교관련 정책을 기획 및 수립하고 실제로 집행하는 관계자를 대상으로 선정 및 모집하였다. 심층면담에 참가한 연구 참가자들의 조직 및 조직의 성격은 <표1>에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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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으며, 면담의 형태는 구체적으로 비구조화된 면담과 반구조화된 면담을 연구의 목적에 맞게 혼용하였다. 비구조화된 면담이나 반구조화된 면담은 사전 계획에 맞추어 면담이 진행되는 강도로 구분되며, 이와 같은 면담법은 짜인 틀이나 순서에 맞게 진행하는 것 이 아니라, 연구자가 연구의 목적을 만족시키고 면담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면담 도중 새롭거나 관심 있는 주제가 도출되면 자유롭게 면담하는 방식이다(조용환, 2002; Marshall & Rossman, 1998). 심층면담은 2012년 5월부터 동년 11월까지 진행되었으며, 면담은 연구자가 연구 참가자를 1~2회 만나 진행되었다. 면담 시간은 참가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평균 90분에서 120분에 걸쳐 진행되었다. 심층면담에 사용된 공통적면담범위 및 세부 내용은 <표 2>와 같다.

자료 분석

연구문제1)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하는 카인즈 기사통합검색 서비스(www.kinds.or.kr)를 이용하여 최근 5년간의 신문 기사 중 스포츠외교에 대한 언론 보도 총 254건을 분석하였다. 또한 나머지 연구문제를 위해 앞서 서술한 심층면담법을 사용하였다. 따라서 본 연구는 질적 연구 방법을 사용하였으며, 자료의 진실성(trustworthiness)을 확보하기 위해 심층면담 분석 및 관련 보고서 및 논문 등의 문헌을 심층면담 자료와 교차하여 분석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Guba, 1981). 구체적으로는 스포츠외교와 관련된 기사 등의 문헌을 내용 분석을 통해 주제별로 구분하고 구조화하여 심층면담의 자료로 사용하였으며, 심층면담의 내용은 모두 녹취된 후 전사 작업(transcribing)을 실시하였다. 전사된 자료는 귀납적 범주분석(inductive category analysis)을 통해 분석되어 각 주제별로 범주화되었고, 이와 같이 범주화된 자료는 문헌 분석을 통해 도출한 각 주제와 함께 다시 한 번 교차분석 되었다. 즉, 분석된 자료의 구성원간의 검토, 전문가회의 및 다각도 분석법과 같은 삼각기법(triangulation)을 추가로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및 논의

언론보도에 대한 내용 분석

앞서 언급하였듯이 내용분석을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제공하는 기사통합검색 서비스를 이용하여 최근 5년간의 신문기사 254건을 분석하였다. 분석된 자료를 살펴보면 언론분석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큰 주제로 카테고리화가 가능했다. 첫째, 국제대회의 유치 및 개최이다. 특별히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성공 및 2022년 월드컵 유치실패에 대한 보도가 높게 나타나, 실제 언론에서 분석하고있는 스포츠외교의 핵심은 국제대회 유치 및 개최와 관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앞의 내용과 연관 지어서, 국제대회를 유치하기 위한 체육계인사 및 선수 양성과 같은 인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인물관련 보도역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셋째, 최근 런던올림픽에서 붉어진 편파 및 오심판정 및 국제대회에서의 불이익을 보도하여, 국내스포츠외교력의 취약성을 비판하는 보도 역시 높게 나타났다. 이를 종합해보면, 전체 분석의 8.3%에 해당되는 내용이 국제스포츠이벤트, 스포츠계의 국제적 인물 양성 및 대한민국이 강세를 띄고 있는 특정 종목 및 스타선수에 한정되어 있었다. 스포츠외교 전반에 대한 보도 기조는 긍정적 보도가 82%, 부정적 보도 16%로, 스포츠외교력에 대한 국내 언론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긍정적인 평가의 이유는 대한민국 스포츠외교 자체의 긍정적 평가보다는,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메가스포츠이벤트의 연이은 개최와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에 기인한다고 판단되며, 이는 <표 3>에 나타나 있다. 따라서 내용분석을 통해 밝혀낸 언론 분석의 결과는, ‘인물중심’, ‘국제대회중심’, ‘특정스포츠중심’과 같은 주제어로 요약되고 표현될 수 있다. 하지만 스포츠외교의 실행 과정에서 이와 같은 주제어의 성취는 목표의 충실한 추구는 될 수 있지만, 이와 같은 목표들이 강조되면 될수록 대한민국 스포츠외교는 자연스레 통합적 비전이 존재하지 않는, 특정 과업 달성의 총합 내지는 취합으로 전락해버릴 여지가 있다. 즉, IOC 위원의 배출이나 국제대회의 유치 및 개최, 태권도의 세계화와 같은 그 자체가 목표나 과업이 아닌, “무엇을 위한 IOC 위원의 배출인가?”, “무엇을 위한 국제대회의 유치 및 개최인가?”, “무엇을 위한 태권도의 세계화인가?”와 같은 질문에 대한 근본적 답변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질문에 단순히 ‘국익’이나 ‘스포츠자체의 발전’ 이라고 대답할 수는 있지만, 마찬가지로 스포츠외교를 통한 ‘국익’이나 ‘스포츠자체의 발전’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나 세부계획 역시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의 근본이 되는 국제스포츠관련 업무에 대한 개념 자체가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지 않아, 내용분석을 통해 규명한 대한민국의 스포츠외교의 현실은 목적은 없고 목표만 존재하는 단기적 과업의 총합으로 간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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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외교의 개념에 대한 인식

앞서 언급하였듯이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지속가능적 발전 모델 및 선진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7명의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고, 이는 모두 전사된 후 내용을 범주화하여 귀납적 범주 분석을 통해 분석 및 분류하여 개념화하였다. 연구 참가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스포츠외교의 개념과 관련된 자료의 수집, 분류 및 분석 결과에 대한 귀납적 범주 분석의 모형은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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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스포츠계 네트워크 구축

본 연구 참가자들은 서로 다른 경력 및 배경을 갖춘 7명의 전문가들이었기 때문에, 개인별 배경 및 현재 속해있는 기관의 특수성에 따라 스포츠외교에 대한 정의 및 개념 역시 각기 다르게 존재하였다. 따라서 심층면담결과 이들의 다양한 배경만큼이나 다양한 정의가 존재하였지만, 귀납적 범주 분석을 통해 분석한 스포츠외교의 개념적 공통 요소에는 ‘네트워크 구축’, ‘인재양성’, ‘경기력 향상’, ‘민간기관의 교류’ 등이 도출되었다. 특히 연구 참가자들이 사용한 구체적인 용어 자체는 서로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국제스포츠계 네트워크 구축을 의미하는 ‘국제관계(IR: International Relationship)’와 이를 통한 국제스포츠계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스포츠외교라고 정의하였다.

나는 스포츠외교를 IR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IR의 기준으로 바라봤을 때, 대다수의 조직은 IR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개념조차도 잘 모르고 있어요. 오랜 기간 국가의 국제스포츠 업무를 담당해온 직원들조차도 국제 관계자들과의 장기적인 인맥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스포츠외교를 그저 정치나 로비의 연장으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참가자 B>
스포츠외교는 각 분야에서 카운터파트들끼리 대상으로 해서 꾸준한 친분관계를 맺고, 서로의 입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협조하여 개정할 것은 개정하고, 항의할 것은 항의해야 합니다. 최근 스포츠외교의 논란 및 오심과 이에 대한 대응 역시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체육회나 기관의 중요성을 강조해봤자 문제를 풀 수 있거나 혹은 완화시킬 수 있는 최종 사람은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한 카운터파트들 간의 관계이고 오랜 기간에 쌓아진 신뢰입니다. <참가자 C>

따라서 연구 참가자들이 스포츠외교 개념의 핵심이라고 공통적으로 언급한 IR의 관점으로 스포츠외교를 개념화하자면, 스포츠외교란 국제스포츠분야에서 장기적인 안목과 비전을 가지고 단체 간의 교류를 넘어 사람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관계 중심의 스포츠외교는 그동안 국내스포츠외교를 주도하였던 순위 경쟁이나 이벤트 유치 및 개최와 같은 단기적 목표 및 실적 중심적 개념에서, 스포츠를 매개로한 국제 협력으로 그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으며, 비록 당장 현실적인 적용에는 무리가 있는 개념이지만 이의 중요성을 연구 참가자들이 인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개념은 스포츠외교의 정의적 개념(definitive concept)에 보다 근접하다고 할 수 있다.

스포츠외교에는 스포츠를 통한 관계 맺기가 필요합니다. 마침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이하여 국내에서도 드림프로그램이나 후진국 지원 사업 등을 전개하고 있는데, 스포츠를 통한 적극적 관계 맺기가 NOC, IOC, IFs수준의 다양하게 일어나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스포츠외교의 새로운 개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 분야가 더욱 필요 합니다. <참가자 A>

인물양성 및 국제기구 진출

이와 같은 사전적-이상적인 스포츠외교의 개념과 더불어, 국제적 역량을 갖춘 인물을 길러내고 배출하는 것이 스포츠외교라고 주장한 연구 참가자들이 상당부분 존재하였으며, 특별히 선수 출신의 스포츠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참가자 역시 다수 존재하였다.

우리는 스포츠 외교라는 것이 국제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제기구와 같은 스포츠무대에 진출하는 것과 거기서 직접 활동 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우는 것입니다. <참가자 C>
선수출신들의 스포츠외교 인력을 양성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죠. 매년 국제대회 및 총회가 세계에서 열리는데, 협회 및 체육회 차원에서 일단은 우수 선수를 배출하고, 이중 외교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인력을 선정하여 일종의 외교 특공대를 구성하여 한 4년간만 대회나 총회에 꾸준히 참석하면 해당 종목에 인맥 확보는 물론, 시간이 지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저절로 될 수 있습니다. <참가자 A>

마찬가지로 국제적 역량을 갖춘 스포츠계의 인물을 양성하고, 이들의 국제기구 진출 및 임원 배출을 통해 국제협회나 조직에서 일할 수 있는 인력을 만드는 것이 스포츠외교의 실제적 개념이라는 의견 역시 상당부분 존재하였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대부분의 연구 참가자들이 국제적 역량을 갖춘 스포츠계 인물 양성 주장에 대한 당위성으로 국제무대에서의 경기력 향상, 순위 경쟁과 관련한 대책 마련 및 오심 방지와 같은 국가적 이익과 관련된 직간접적인 필요성을 그 당위성으로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는 앞서 스포츠외교가 스포츠를 통한 IR의 강화라는 측면과 비교해볼 때, 단기적 목표 및 성과의 구체성 차원에서 상반된 개념으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일반 행적 직원으로 국제기구에 진출하는 것은 어렵고, 어렵게 승진해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즉 선수 양성과 국제기구 집행부로의 진출이 스포츠외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선수 출신이 아닌 사람도 외교 인력이 될 수 있지만,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죠. <참가자 A>
최근 심판의 오심으로, 스포츠외교력 증대를 위해서 심판을 양성하자고 하는데 사실 심판 양성은 스포츠외교가 아닙니다. 심판양성 및 선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국 국제연맹 관계자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참가자 G>

스포츠이벤트

이와 같이 연구 참가자들은 스포츠외교의 주요 개념 중 하나로, 국제적 인물 양성 및 국제기구로의 진출을 언급하였는데, 이는 그 자체의 중요성 보다는 최근 발생한 심판의 오심문제로 인한 국제대회에서의 불이익 대처나 국제스포츠이벤트 유치를 위한 영향력 증대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었다. 따라서 스포츠외교의 개념에 대한 연구 참가자들의 인식이 아직까지는 단기적-목표지향적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스포츠외교를 스포츠이벤트의 확장으로 이해하고 있는 다음의 심층면담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사실 스포츠외교는 통상외교가 아닌 전문외교라 할 수 있는데, 전문 외교는 마치 문화와 같이 특별히 실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제스포츠분야에서 실체가 존재하는 것은 이벤트가 여기에 해당이 되지요. <참가자 C>
스포츠외교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최고 수준의 경기력 유지가 첫 번째 이고, 국제대회유치가 두 번째 이고, 굳이 세번째를 꼽으라고 하면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의 양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가자 D>

즉, 연구 참가자들은 앞서 언급한 국제스포츠계의 인물 양성 및 배출과 함께 국제대회 및 행사를 유치하고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유치한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 또한 스포츠외교의 본질이라고 응답하였다. 물론 연구 참가자들이 속한 단체의 배경에 따라서 스포츠외교에 대한 개념 및 이해가 달라질 수 있지만, 국내스포츠외교 전문가들이 인지하는 스포츠외교의 실체는 국제스포츠이벤트 등의 유치 및 개최와 함께, 국제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것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음이 밝혀졌다.

민간기관의 교류

연구 참가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스포츠외교의 개념에 대한 마지막 분석은 민간기관의 교류로서, 스포츠외교는 특정 종목의 지원 및 국가 간 민간기관의 교류라고 인식하였다. 물론 이는 일부 연구 참가자만이 응답한 내용으로, 단기간 과업 위주의 이벤트 유치-개최 및 인물양성에 몰입되어있던 기존의 개념과는 다소 차별화 된 개념으로, 오히려 IR과 같은 외교의 정의적(definitive) 개념에 가까웠다.

우리나라도 스포츠원조를 많이 해왔죠. 특히 많은 개도국에 태권도 지원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처럼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핵심 종목이 될 수 있었던 것이죠. <참가자 D>
우리나라의 향후 스포츠외교는 스포츠를 통한 국가 간 관계 맺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정부 위주 보다는 민간기간이나 생활체육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하구요…따라서 스포츠를 통한 국가 간 교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국가의 개입은 줄이고 지원은 증가시키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참가자 C>

하지만 이와 같은 개념이 앞서 분석한 이벤트 및 인물중심의 스포츠외교의 개념과 차이가 있는, 외교의 정의적 개념과 유사하다 할지라도, 이 역시 태권도와 같은 특정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관계 맺기의 연장으로 판단된다. 즉, 스포츠외교를 광의적 관점에서 인식하는 것보다는 단기적-목표지향적인 도구의 개념으로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 참가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스포츠외교의 개념은 국제스포츠계 네트워크 구축, 인물 양성 및 국제기구 진출, 스포츠이벤트 및 민간기관의 교류 등이며, 이를 요약하자면 국내에서 통용되는 스포츠외교의 개념은 외교의 정의적(definitive) 개념과는 거리가 있는, ‘스포츠의 국제경쟁력 강화’와 같은 프레임으로 강하게 인식되고 있음이 규명되었다. 즉, 스포츠외교의 실행을 위한 도구적 가치가 스포츠외교의 실제적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었다. 또한 이러한 분석은 <표 3>의 내용분석에서 확인한 국내스포츠외교에 대한 프레임과 동일하여 더욱 신뢰성과 타당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국내스포츠외교의 문제점

앞 절에서 국내스포츠외교의 개념으로 도출한 내용들이 대부분 현재 국내스포츠외교에 대한 문제점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본 절에서는 스포츠외교의 문제점에 대해서 분석하였다. 이를 위해 동일한 연구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면담을 귀납적 범주 분석을 통해 분석하였고, 이는 <그림 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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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단체의 문제

국내스포츠외교 업무 관련 단체는 크게 경기단체(협회), 정부단체(문화체육관광부 등) 및 민간조직(KOC 및 국제 대회 조직위원회 등)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단체들의 경쟁력 부재 및 스포츠외교에 대한 개념부재가 대한민국 스포츠외교의 문제점과 직결되어 있고, 이와 같은 조직들이 현재 국내스포츠외교의 전방위 실행단체 임을 고려할 때, 국내스포츠외교의 문제점 분석은 스포츠외교업무 관련 단체 및 조직의 분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절에서는 스포츠외교업무 관련 다양한 조직들을 분석하였다.

국내스포츠외교 관련 경기단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기존의 국내 스포츠계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하기 때문에 젊은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있지 못하는 것입니다…스포츠외교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을 양성해서 키워야 하는데 연맹에서 선수들에게 기회를 쉽게 주지 않는 현실입니다. 누군가가 능력이 좋아 눈에 띄면 키워주지는 못할망정…각 연맹이 안고 있는 조직적 문제점들이 개혁되어야 합니다<참가자 A>
국내는 소위 체육계의 밥그릇 싸움이 심하고, 기득권 유지에 대한 갈등이 너무 심합니다…국내 연맹의 역할은 선수를 선발하고, 보내고, 추천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국내 연맹에 찍히게 되면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되죠. <참가자 C>
국제회의나 총회에 가면 가관도 아닙니다. 협회나 연맹뿐만 아니라 상위 기관에서도 가끔 같이 나가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얼굴도장 열심히 찍고 또 열심히 네트워크 하는데 우리나라는 의사개진이나 소셜은 커녕 다들 얼굴도 보이지가 않을 때가 많습니다…실정이 이런데 경기 단체 수준에서 외교력 강화를 기대하는 것은 웃긴 거죠. <참가자 B>

위와 같은 내용은 선수출신의 연구 참가자뿐만 아니라, 실제 정부 및 민간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참가자들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도출된 내용으로, 실제 국내에서 스포츠외교가 지속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거나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발전하지 못하는 데에는 경기단체의 문제도 있음을 연구 참가자들은 인식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구 참가자들은 선수 출신이나 비선수 출신을 구분하지 않고 경기 단체에서 근무하고 있는 인력들의 행정력 및 마케팅 능력의 부족 역시 스포츠외교의 활성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스포츠외교의 인재가 되어줄 사람들이 스포츠에서의 경기력과 국제기구에서의 일 할 수 있는 능력(행정)을 모두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스포츠를 하던 사람은 행정을 알지 못하고, 행정을 하던 사람들은 스포츠를 알지 못합니다. <참가자 D>
우리나라가 국제 연맹이 약한 것은 스포츠마케팅하고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우리는 마케팅 능력이 너무 약하고, 인재들이 그곳에 뛰어들고, 자본들이 흘러 들어와야 선진화가 되기 쉬운데 말이죠…우리나라는 올림픽이라든지 월드컵 등 큰 대회들은 잘 개최를 했지만, 마케팅적인 자산을 남기지는 못한 것 같아요. <참가자 C>

인물

스포츠외교 관련 단체 종사자들의 능력부재 역시 장기적 비전을 가지고 스포츠외교를 발전시키는데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위의 경기단체에서 언급한 내용과 일부 중복되는 부분이 있지만, 위에서는 조직 내의 갈등이나 시스템적 문제점들을 지적하였다면, 인물의 문제는 주로 선수들은 물론 단체에서 근무하는 개개인의 능력 부재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선수출신들에게 국제체육기구, 국제연맹 등에 진출할 기회는 있으나 개인의 능력이 없는 것이 문제이며 이를 양성해줄 기본 바탕조차도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또한 선수 본인이 도전하고자 하는 열정과 노력이 많이 부족하구요. <참가자 A>
선수출신 인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언어는 물론, 석사 이상의 고급 학위까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국제스포츠종사 인력은 매력적인 사람들이 되어야 하고, 국제적인 비즈니스 매너까지 갖춘 사람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선수 출신들은 이런 부분이 많이 부족해요. <참가자 D>

연구 참가자들은 스포츠외교의 선진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경기단체에 선수 출신들의 인물들이 많이 활동하고 또한 배출되어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주장하였다. 하지만 선수들의 외국어 능력 및 행정능력의 저하로, 선수들의 전문성과 역량이 스포츠외교에서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였고 이는 스포츠외교의 인력확보에 큰 손실임을 지적하였다. 따라서 스포츠외교의 문제점과 관련해서 연구 참가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선수들이 스포츠외교 인재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이의 제약 요소로서는 개개인의 능력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인물들이 모인 곳이 현재 경기 단체들이기 때문에, 결국 개개인 인물들의 문제가 조직의 문제로 귀결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관련조직

앞서도 언급했듯이, 국내스포츠외교를 담당하는 조직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대한체육회, 체육인재육성재단, 각 조직위원회 및 경기 단체와 연맹 등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유사목적 기관 간의 상호 협력 시 발생하는 조직 간의 갈등등도 스포츠외교의 발전에 부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연구 참가자들은 주장하였다.

문체부, KOC, NF 모두 개혁이 필요하고, 개혁은 경기력은 물론, 국제 업무 분야와 조직 개편 모두 포함되어야 합니다…또한 각 연맹의 회장님들이 신경을 써주셔서 매우 감사하지만, 열정, 발전, 개혁의지가 있는 분들이 취임하셔서 대한체육회와 문체부와의 유기적 관계 맺기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데 말이죠. <참가자 B>
대한민국 스포츠와 스포츠외교의 발전이 아닌…기득권 유지를 위해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어, 예산의 문제와 효율성의 문제가 대두됩니다. 이러다보니 당연히 정형화된 조직 시스템이 결여된 NF 및 산하기관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결국 조직의 역량은 약화되고요… 당연히 조직은 마케팅 관련해서는 생각할 수 있는 여력조차 안 되죠. <참가자 C>

국내스포츠외교의 발전을 위해서는 유사 목적 기관간의 상호 협력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장기적 관점에서 스포츠외교 전략들을 추진하여야 하는데, 심층면담을 통해 밝혀진 현재의 실정은 기관간의 협력관계는 매우 느슨하고 유사 사업의 실행으로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실정이었다. 이의 원인에는 각 조직의 스포츠외교 업무를 아우르는 공통의 목적이 전무하며, 스포츠외교에 대한 개념적 이해 및 이에 대한 정책적 동의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조직 간의 업무 효율성 저하, 갈등 유발, 예산 낭비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연구 참가자들은 판단했다.

정부

앞서 언급하였듯이 스포츠외교에 대한 문제점들은 대부분이 조직과 관련된 문제였다. 이는 인물이 모여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스포츠외교관련 정책 제안, 예산의 실행 및 집행의 최소기관이 바로 관련 조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확인한바와 같이 스포츠외교를 수행하고 있는 조직 간에는 여러 가지 갈등이 존재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와 같은 갈등의 조정기관이자 스포츠외교 관련 정책을 만들어내는 정책기관이 되어야 하지만, 연구 참가자들은 정부가 이와 같은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현 스포츠외교의 문제점은 스포츠의 국제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 내부의 문제점들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그 중 정부 조직의 특성상 공무원들은 순환보직을 맡기 때문에 스포츠 업무에 대한 개인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개인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지 않은 이상 업무에 있어서 담당자의 열정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어차피 2년이면 다른 부서로 가게 될 확률이 높으니까요. <참가자 B>
가끔 해외 출장을 가거나 일본을 가게 되도 그렇고, 우리 쪽은 관련 사업에 대한 이전 담당자의 자료를 찾고 제대로 이해하기조차 힘든데, 일본은 한 사람이 계속해서 자기 일을 맡고 있으니까 전문성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을 느낍니다. 어쩔 때는 그쪽에서 우리 일을 알려줄 때도 있어요…문체부 내부에서도 이전 담당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쉽지 않습니다. 업무가 바뀌면 모든 것을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입니다 <참가자 C>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민국의 스포츠외교를 책임지고 있는 수장기관임에도 불구하고, 공무원들의 특성상 담당 업무를 맡고 있는 인력들이 순환보직을 맡거나 파견이 많은 것은 물론, TF(Task Force) 구성에도 많이 참여하고 있었다. 따라서 스포츠외교 분야만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발전시키며, 이와 같은 노하우를 문화체육관광부 조직 전체의 유산으로 레거시(legacy)화 하는데 많은 제약점이 존재하고 있다.

문체부랑 일을 할 때 보면, 어떨 때는 스포츠외교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사실 스포츠외교는 물론, 스포츠의 문제점을 이야기할 때면 체육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많이들 이야기 하는데, 제 생각으론 문체부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됐건 저희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문체부가 바뀐다면 많은 부분들이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참가자 B>
효과적인 스포츠외교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문체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체육회나 NF의 임기가 4년인데, 문체부 담당자는 2년 마다 바뀌어서 혼란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선 민간 기관에 더욱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역시 가장 큰 정부의 지원은 금전 지원입니다. <참가자 D>

하지만 순환근무 등의 문제는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겪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는 비단 문화체육관광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연구 참가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보다 큰 문제는 스포츠외교에 대한 장기적 비전과 계획 없이, 스포츠외교가 단기적 현안위주사업의 연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에 가깝다.

문체부의 현재 문제는 스포츠외교가 장기적 플랜이나 비젼 없이 현안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습니다. 반성할 부분이죠. <참가자 E>

또한 연구 참가자들은 관련 예산의 확보 및 집행에도 문제가 있다고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예산을 살펴보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예산안에 따르면, 체육국의 예산 1,700여 억 원 중 국제스포츠분야에 관련된 예산액은 연간 100억 원 수준이며, 스포츠외교에 직접 관련이 있는 항목인 ‘국제체육 교류협력’ 항목에는 총 36억 원이 배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제스포츠활동, 국제친선경기대회 지원, 체육교류협정 후속지원, 스포츠동반자 프로그램, 국제네트워크 구축지원, 국제산악활동 지원, 국제스포츠정책 등의 세부 사업으로 나뉘어져 있어 실제 관련 예산은 매우 제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제한된 예산은 자연스레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의 부재로 연결되고 있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상을 종합해보면, 연구 참가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국내스포츠외교의 문제점은 경기단체, 인물, 관련조직 및 정부와 같은 조직의 문제점으로 대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점은 현재 스포츠외교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들의 전문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으며, 바로 이들이 현재 스포츠외교 관련 조직을 구성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일견 타당한 결과라 판단된다. 특히 앞 절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현재 스포츠외교의 도구적 가치가 정의적 가치보다 부각되어 있는 현실이고 스포츠외교에 대한 정부의 지원 역시 매우 한정되어 있음을 감안할 때, 스포츠외교를 위한 장기적 비전이 존재하지 않고 단기적 목표위주 사업의 연장이 스포츠외교의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자명한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스포츠외교의 지속가능성 추구를 통한 선진화 방안 ② 에서 계속

글 = 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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