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국제축구연맹 (이하 FIFA) 주관 대회나 유럽축구연맹 (이하 UEFA)주관 대회에서 선수들이 입장할 때 들리는 노래에 한 번쯤 귀 기울인적 있을 것이다. 집중해보지 않았더라도 어디선가 이 노래를 들으면 “아! 이노래!”라고 하게 되는 익숙한 노래가 있다. 이를 각 대륙 연맹을 대표하는 주제곡, 영어로는 ‘앤섬(Anthem)’이라고 한다.
아시아 축구연맹 (이하 AFC)는 2014년 창설 60주년은 맞았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AFC는 AFC만의 공식 앤섬이 없었다. 무려 47개의 회원국을 관장하는 각 대륙 연맹 중에서도 덩치가 큰 AFC는 자체 주제곡이 없어 다른 연맹에서 사용하던 앤섬을 가져다 쓰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던 2015 AFC 호주 아시안컵에서 처음으로 AFC공식 앤섬이 작곡 돼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경기장에는 아시아 축구인들을 위한 노래가 울려 퍼졌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이 AFC 앤섬을 만든 이가 한국인이다. 이 앤섬은 ‘은행나무침대’를 비롯해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7번방의 선물’ 그리고 최근의 ‘인천상륙작전’ 등 수많은 영화를 포함해 ‘아이리스’, ‘난타’ 등 드라마,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작곡 및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청룡영화상과 대종상 음악상도 수상한 바 있는 영화음악감독 이동준 작곡가가 AFC의 의뢰를 받아 직접 만든 음악이다.
영화음악의 대표적인 인물이 AFC 앤섬을 만들었기에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이동준 작곡가는 지금까지 영화, 드라마, 공연의 음악 작업을 했기때문에 스포츠는 그에게 생소할 수 있었다. 그것이 이전의 곡 작업과는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궁극적으로 작곡에 큰 차이는 없다”고 한 뒤 “샘플을 듣고 AFC 본부도 방문하면서 AFC 47개국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곡을 만들려고 했다. 내가 한국인이라 동아시아의 냄새가 날 수도 있어서 최대한 안 나게 하고, 전체를 아우를 주제와 축구가 가진 열정, 에너지를 중요한 포인트로 삼았다”며 곡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이동준 작곡가는 본인이 축구를 좋아해 작업동안 신나고 동기부여가 됐다고 덧붙였다. 완성된 앤섬은 오케르스타, 록 등 새로운 버전으로 편곡 작업을 거쳐 다른 느낌의 앤섬 또한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사실 이동준 작곡가는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을 기념해 선수 입장 시 현지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이브로 연주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촉박해 아쉽게 무산됐다. 하지만 이동준 작곡가는 이 목표를 내년 결승 2차전에는 꼭 이루고 싶다고 전했다.
또한 “AFC 60주년이 되는 해에 의미 있게 진행된 작업이다. 자부심이 크다. 이 음악이 아시아 전체에 큰 힘이 돼 기쁘다”며 자신의 음악이 아시아 축구에 기여하게 된 것에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작곡가는 새로운 영역을 도전해야 한다. AFC 앤섬은 아시아 전체를 상징하는 존재 같다. 이번 일을 작곡가로서 새로운 영역이 확장된다면 더 기쁠 것”이라고 반겼다.
강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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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9, 사진 = ⓒAFC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