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이맘때면 항상 같은 주제로 글을 투고한다. 바로 프로야구의 자유계약선수(FA) 제도에 대해서다. 올해 최형우 선수는 기아 타이거즈와 4년 동안 계약금 40억 원과 연봉 15억 원 등 총합 100억 원이라는 초대박 FA 계약을 터뜨렸고, 차우찬 역시 LG 트윈스와 4년 총합 95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과 국내 팀들을 놓고 저울질하던 양현종은 소속팀 기아와 계약금 포함 1년 총액 22억5000만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같은 극단적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각 구단은 리그 대다수를 차지하는 저액 연봉자들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에는 보수적이지만, 전력에 즉시 보탬이 되는 FA 선수들을 잡으려고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즉, 장기적으로 비용이 요구되는 전체 파이를 키우기는 싫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우수한 선수를 영입하고 싶은 그들의 이기심이 그 원인이다.
프로생활 9년을 해야 FA 자격을 주고, 계약 후에는 꼬박 4년을 더 뛰어야 다음 계약 기회를 얻는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3년. 선수생활 전체로 봐도 무방한 기간이다. 왜 대부분 선수의 성적은 FA를 앞두고 상승하고 FA 계약을 체결하곤 하락할까? 왜 불법 도박이나 승부 조작에 관여한 선수들은 대부분 저액연봉 선수이거나 최근까지 낮은 금액을 받았던 선수일까? 이 모든 문제의 기저에는 크게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무능함과 작게는 각 구단의 이기주의가 구조적으로 작용한다.
KBO 정관 5장 23조에 따르면 중요 안건을 통과시키려면 총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참석하고, 참석 인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각 팀의 단장들이 당연직 이사임을 고려할 때, 그들이 동의하지 않는 한 현재의 불합리한 제도는 바뀔 수 없다.
경기의 수준을 의미하는 게임당 실책 수는 2012년 4.7개에서 지난해 7.3개로 해가 갈수록 치솟고 있다. KBO가 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은 핵심 상품인 경기 자체인가, 주변 상품인 응원이나 오락적 요소인가? 800만 관중에 취해 KBO는 핵심 상품의 품질 관리에 실패한 것은 아닌가?
끝으로 본인은 2년 전에 썼던 칼럼 일부를 인용하며 본 칼럼을 갈음하고자 한다. 1995년 540만으로 당시 역대 최고였던 프로야구의 관중은 2000년 250만으로 반 토막이 나는 데 불과 5년밖에 걸리지 않았고, 이후 750만 명이 될 때까지 그 두 배인 10년이 소요됐다. 그때보다 강력한 대체 경쟁자들이 훨씬 더 가득한 지금, 폭발적으로 유입된 팬의 유출은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훨씬 더 빠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야구에는 희생번트가 있다. 팀을 위해 개인이 존재하는 것이 야구의 본질이다. 작금의 FA 시장을 보고 야구의 본질을 주장할 수 있겠는가?
글 = 박성희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 본 칼럼은 경제신문 ‘이투데이’에 기고된 글로 필자의 동의를 받아 게재했습니다. 해당 기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