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4년에 한번, 새벽잠을 설쳐가며 온가족이 텔레비젼앞에 모여앉아 ‘대∼한민국’을 외쳐가며 손뼉치며 축구경기롤 보곤한다. 흔히 지구촌의 축제로 불리기도 하는 월드컵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태극전사들이 보여준 4강 신화의 감동과 함께 붉은 악마의 ‘거리응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응원문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축구는 축구선수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스포츠로 자기매김해오고 있다.
이런 축구경기에 최근 가장 이슈가 되는 있는 것이 단연 축구공이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최초로 공인구(텔스타, 아디다스) 사용이 도입된 이후, 2002년 한일 월드컵(피버노바, 아디다스)까지 약 30년간 우리는 축구공하면 오각형, 육각형 조각으로 구성된 32장 거죽의 축구공을 생각했고, 그렇게 생긴 축구공을 월드컵에서 공인구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우리의 기대와 예상이 크게 빗나가게 되었다. 축구공은 당연히 32장 거죽으로만 생각하던 우리들에게 14장 거죽의 축구공(팀가이스트, 아디다스)의 등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당시, 부메랑과 긴 타원처럼 생긴 거죽으로 둘러싸인 축구공은 수많은 이슈가 되었었다.
그리고,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1년여 남기고 공개된 공인구 자블라니는 총 8장 거죽으로 만들어진 축구공이였는데, 공개후 이 자블라니는 선수들을 큰 고민에 빠트리게 했다. 그 이유는 선수들의 인터뷰에서 엿볼 수 있다. 브라질의 공격수 루이스 파비아누는 “굉장히 기괴한 공이다. 공의 궤적이 갑자기 바뀐다”며 “공을 찰 때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아 마치 초자연적인 현상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으며, 브라질 골키퍼 훌리오 세자르는 “동네 수퍼마켓에서 산 공과 비교가 될 정도로 끔찍하다”고 말했고, 이탈리아의 공격수 지암파올로 파지니 역시 “공을 컨트롤하기 매우 어렵다. 헤딩을 하려고 점프를 하면 공이 엉뚱한 곳에 가 있기 일쑤”라며 “공의 궤적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골키퍼들이 어려움을 더 겪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등 그동안 없었던 축구공의 대한 비판과 조롱이 각국 선수들로부터 쏟아져 나왔다. 결국 월드컵 이후 자블라나는 종적을 감추게 되었다. 보통 월드컵 공인구는 다음 월드컵전까지 각국의 프로리그에서 사용되어 왔었는데, 자블라나의 경우, 탱고12(2012년 유로컵), 카푸사(2013년 컨페데레이션스컵)로 교체되는 수모를 격게 되었다.
자블라니의 실패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포츠과학자들은 공의 구조(모양)가 구(smooth sphere)에 가깝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예를 들어 무회전 슛(너클슛, 혹은 너클에펙트; 불규칙하게 흔들리는 슛)의 경우, 일반적인 축구공(이음새의 길이가 약3m)에 비해 자블라니(2m정도)가 구에 가깝기 때문에 더 많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가 구에 가까운 고무공(일명 탱탱볼)을 발로 힘차게 차면 공의 궤도가 불규칙하게 날아가거나, 갑자기 뚝하고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자블라니가 그와 같은 성질(너클에펙트)이 강한 공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는 6장 거죽으로 만들어진 브라주카가 선보이게 되었다. 아니, 지난 2010월드컵에서 구에 가깝다는 이유로 실패했다고 한 8장 거죽(자블라니)보다 적은 거죽이면 더욱 더 구에 가까운게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브라주카 공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실밥 이음새의 총 길이(3.32m)는 자블라니(1.98m)보다 일반적인 축구공(3.84m)에 더 가까운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축구공을 구성하고 있는 거죽의 수를 8장에서 6장으로 줄이면서, 반대로 구에 가까운 형태가 아닌 32장 거죽의 일반 축구공에 가까운 형태(이음새를 늘리는 방법)가 되도록 거죽의 모양을 디자인한 것으로, 그 결과 일반적인 32장 축구공에 가까운 공력특성을 갖도록 연구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스포츠공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브라주카는 공의 비행궤도가 안정적이면서도 공을 놓는 방향에 구애받지 않고 일정한 탄착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비행측면에서 안정성을 인정받아 이전 모델인 자블라니와 달리 유로컵(2016유로; Beau Jeu)을 비롯하여 현재도 각국 프로리그에서 사용중이다.
축구경기는 공을 던지거나, 차거나해서 상대골대에 공을 넣는 경기로, 공이 공기중을 이동할때에는 반듯이 공기저항(항력, 양력 등)을 받게 된다. 다시 말해, 축구의 승패는 결국 축구공의 특성(비행특성)을 정확히 알고 적절한 방법으로 공을 이동시켜서 상대팀의 골대안으로 보내는 것에 의해 결정되며, 가장 중요한 도구인 축구공의 변화는 선수들의 트레이닝 방법은 물론 팀전술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CFD시뮬레이션을 이용해서 날아가는 축구공 주위의 공기흐름을 시각화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방법을 통해 각각의 공인구에 대한 비행/공력특성을 비교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뉴 디자인의 축구공 개발에도 이용되고 있다.
심지어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NASA에서도 축구공을 연구하고 있으니, 이제는 축구공이 단순한 스포츠용품 이상의 중요한 연구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축구공을 비롯한 스포츠 용품은 스포츠에 있어서의 중요한 연구분야로 성장하고 있다. 야구의 경우, 선수의 컨디션이나 환경에 따라 야구배트의 무게와 그립의 모양을 바꿔 경기에 나간다든지, 이치로 선수의 스파이크의 스터드(일명 뽕)의 방향에 1루쪽을 향하도록 제작해서 더 빨리 스타트를 할 수 있게 제작한다든가, 수영복에 돌핀형 모양을 넣어서 저항을 줄이는 방법, 골프공의 딤플의 형태와 수, 간격 등을 조정해서 비거리를 늘리는 등 현대스포츠는 스포츠과학과 스포츠산업이 그 중심에 있으며, 여기서 얻는 정보는 선수들의 퍼포먼스 향상에 중요한 역할(코칭을 포함)을 하고 있다.
올 12월에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공인구가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10여년간 축구공의 거죽디자인이 32장에서 14장으로, 그리고 14장에서 8장으로, 8장에서 6장으로 크게 변하였는데, 과연 러시아에서는 어떤 형태의 축구공이 선보이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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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창기 월드컵에서 사용된 축구공은 배구공과 비슷한 형태의 패널 모양으로 되어 있었으며, 공식 사용구가 없었던 관계로 각국이 직접 축구공을 준비해 와서 경기를 치렀다. 특히, 제 1회 월드컵 결승전에 오른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는 자신들의 공을 서로 사용하려고, 전·후반을 나누어 각국이 준비한 축구공으로 시합을 하였다.
글 = 홍성찬 (일본 츠쿠바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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