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스포츠산업 지식 정보의 허브, 시리가 준비한 스포츠과학 3부작 중 제 2부는 ‘스포츠 로보틱스’입니다. 좀더 심도 깊은 정보 전달을 위해 서울대 안주은 교수와 한국외대 박성희교수와의 대담 전체를 그대로 옮깁니다. 요약 영상은 아래에서, 대담 전체 영상은 향후 업데이트 될 예정입니다.

<서울대 안주은 교수 인터뷰 요약 영상>

 

박성희 교수(이하 박)) 안 교수님, 우선 간략하게 개인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주은 교수(이하 안)) 저는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에서 공부했고요, 대학교 졸업하고 한 3년은 울산현대중공업에서 군대 대신에 군함(구축함) 만드는 일을 했어요. 거기서 해군 장교들이랑 같이 일을 하고 국방의 의무를 그걸로 대신했죠. 그러고 나서 유학을 가려고 결심했던 것은 그때가 계기가 좀 컸던 것 같아요. 저는 잠깐이지만 공부를 해봤고 회사도 다녀봤는데 “공부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구나.”라는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유학을 결심하고 석사 박사를 MIT 기계공학 쪽으로 전공했습니다.

사실 제가 박사 때 했던 게 로봇인데요. 기계공학의 분야 중 하나죠. 로봇을 가지고 사람을 재활하는 연구를 했어요. 사람의 운동을 재활하는 Robot-aided rehab이라고 해서 로봇을 잘 만들고 사람 운동을 잘 이해해서 특히 뇌졸중 환자나 실제로 근육은 정상이지만 뇌 신경계의 이상으로 잘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것이죠. 약간 이 부분은 의족, 의술을 만드는 것하고는 다릅니다. 저는 박사 후 과정 생활을 좀 했고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에서 2년 동안 교수로 있었는데 제가 박사 때도 계속 확장해서 연구하다 보니까 그때 느꼈던 한계, 어떤 큰 동기부여는 결국 사람의 운동을 도와줄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인데요, 그러기 위해서 그 기술의 병목이 로봇을 잘 만들고 잘 못 만드는 데 있지 않더라고요, 물론 로봇을 만드는 게 되게 중요합니다. 좋은 로봇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그것보다는 사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사람의 운동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게 필요합니다. 또한, 과연 정말로 그런 좋은 운동은 무엇인가? 우리가 어떻게 운동을 평가할 것인가? 이런 것부터 시작해서 모르는 게 너무 많은 거예요.

문제는 단순히 로봇을 정교하고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사람한테 응용하려고 하는데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생물 역학, 신경과학에 대한 지식이 이런 쪽에서 상당히 필요하구나! 라는 것을 더 많이 느꼈고 실제로 엔지니어링 배경을 가지고 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을 도와주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마침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이유로 한국으로 들어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모교에 자리가 나서 지원을 하게 됐고 작년 9월부터 체육교육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로봇을 정교하고 깔끔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로봇을 사람한테 응용하려고 하는데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없는 것이죠.”

 

박) 일반적으로 로봇 하면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이긴 하지만 보통은 사람이 로봇을 운영 및 제어하잖아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시는 말씀 중에 로봇이 사람을 제어 혹은 도와주는 역할은 굉장히 생소한데 구체적인 예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안) 사실은 되게 정교한 로봇이 필요한 것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이제 어떻게 보면 훈련기를 만드는 거죠. 하나의 로봇 팔을 사람이 가지고 움직입니다. 그리고 타깃을 주죠. 시각적으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가라는 지령을 주면 사람이 그것을 움직이는데요, 보통 사람은 빠르게 잘 움직이지만, 뇌졸중 환자들이나 부상이 있는 환자들은 똑바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빠르게 움직이지도 못하잖아요, 그럴 때 로봇이 이것을 지각할 수 있는 거죠. 이 사람이 이 만큼의 도움이 필요하구나! 그러면은 딱 필요한 만큼만 도와주는 거예요. 그 사람이 스스로 응용을 할 수 있도록 계속 격려하고 노력을 장려하는 거죠. 필요한 만큼 도와주면서 그 목표에 수렴할 수 있도록 맞출 수 있게 도와주면서 그 사람의 동기부여도 되는 것이죠. 사실 물리치료사들의 역할을 로봇들이 대신한다고 보면 됩니다. 다만 훨씬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고요. 미국 같은 경우는 물리치료 비용이 비싼데 그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고 데이터가 측정됩니다. 축적된 데이터로 좀 더 체계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점이 있습니다.

박) 그러면 인간의 약한 부분만큼만 도와주는 기계를 만들려면 일반적인 로봇보다는 훨씬 더 정밀하고 복잡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안) 네, 사실 지금 중요한 부분을 말씀해주셨는데, 정말 필요한 만큼만 도와줘야 하는 거든요. 아주 힘센 로봇이 와서 사람을 그냥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라면서 다 해주면 전혀 도움이 안 되거든요. 실제로 (보행을 도와주는 로봇 중엔) 사람이 자면서도 걷게 해주는 로봇들이 있어요. (전혀 효과가 없겠지요.) 딱 필요한 만큼만 해줘야 하는데 사실 그것을 측정하는게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리고 로봇이 환자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하고 싶을 때 허용해줄 수 있는 능력이 돼야 해요. 사람이 움직일 때 로봇이 따라 움직여주는 부드러운 로봇, 부드러워야 될 때 최대한 부드러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게 어렵죠. 그런 기술이 좀 어렵지만, 불가능은 아닙니다.

박) 인간의 생체신호나 이런 것들도 굉장히 또 많이 연구하셔야 겠네요?

안) 네 그런 쪽으로 실제로 의도를 파악해서 실제로 움직여야 하는 의족이나 의술 기술들이 지금은 상당히 발달하여있고요. 근데 제가 연구해온 것은 순수하게 움직임을 제어하는 거와는 또 다르죠.  센서를 가지고 힘을 측정해서 그쪽으로 더 끌어준다든지. 사실은 이런 로봇이 미국 같은 경우는 개발되고 발전된 지가 30년이 넘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기술들은 많이 축적되어있는 상태인데 다만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미국의 심장학회와 같은 권위 있는 의료기관으로부터 인정을 받은 거죠. 30년 동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제야 드디어 실제로 이게 훨씬 효과가 좋다는 게 판명이 됐고요. 그래서 이제 계속 그쪽으로 발전하고 있는 반면에 보행에 관해서는 아직 갈 길이 먼, 물리치료 하는 것보다 더 좋다는 증거는 전혀 없는 이런 수준입니다.

박) 교수님 경력을 보니까 보행 쪽 연구를 많이 하셨더라고요, 실제로 로봇이 도움을 줬을 때 보행에 도움이 되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나요?

안) 네 나옵니다. 실제로 제가 한 연구에서도 그런 가능성이 많이 보였고요. 다른 그룹에서 하는 연구들도 그렇고요. 물론 이 로봇이 여기도 저기도 되는 이런 건 아직 없습니다. 어떤 특정한 환자한테만 효과가 있고 이런 경우는 있긴 하지만 점점 발전해 나가고 있고요. 그런데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어떤 것은 발전이 상당히 더디고 더는 안 되는 거예요. 이 원인을 찾아봤더니 로봇을 잘못 만들었다기보다는 사람이 재활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죠. 사람은 사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본 결과, 동물 모델 쥐를 가지고 해본 결과 정말로 자의적인 움직임이 있어야지, 스스로 움직이려는 노력이 있어야지 재활이 되거든요. 정말로 정교한 기계를 만들어 놓고 아주 부드럽게 움직이지만 사람이 그 안에 있으면 어찌해볼 수 없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놓았기에 재활이 안 되는 건데, 한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거죠. 그 이유는 로봇을 사람들이 잘못 만들어서가 아니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죠. 사실은 그런 것들이 같이 가야 되고 그래서 융합이라는 말들이 허울 좋은 말들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원인을 찾아봤더니 로봇을 잘못 만들었다기보다는 사람이 재활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거죠… 로봇을 사람들이 잘못 만들어서가 아니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융합이라는 말들이 허울 좋은 말들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박) 일반 로봇과 비교하면 운동 관련된 로봇 시장은 크지 않을 것 같아요. 당연히 하시는 연구에서 자금문제도 있을 것이고 그런 현실적인 문제는 어떻게 이겨나가고 계시는 건가요?

안) 사실은 상당히 큰 관심을 받는 분야입니다.

박) 역으로 대박이 날 수 있는 분야 같기도 하고요

안) 사실은 이미 많은 회사가 뛰어들어 있고요. 유럽 쪽에서는 많이 발전되어 있고요, 미국 쪽에서도 발전하고 있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에서도 주목 받고 있는데 큰 이유 중 하나는 고령화죠. 점점 재활의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고요. 특히 뇌졸증처럼  고령화될수록 빈도가 커지는 질병들의 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실 우리나라도 몇 년 뒤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40% 넘을 것이고) 점점 이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거기에 대한 관심은 클 것이고 기업의 투자도 증가할 것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국립재활원 이런 곳에서도 많은 연구를 하려 하고요, 자금 부분에 관해서는 경쟁이 많아지는 것은 걱정을 하는데 저는 낙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박) 이런 문제도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요즘에 인공지능이 개발되면서 알파고 이야기도 나왔고 30년 안에 인간이 할 수 있는 직종의 반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렇게 빨리빨리 인간의 고유 분야를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기계로부터 나오고 있는데, 지금 어떻게 보면 재활 관점에서 봤을 때 이야기이긴 하지만 물리치료사나 관련 직종 자본들의 시장들을 급속히 잠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와 더불어서 연관된 문제지만 로봇 윤리 이런 것들이 항상 문제가 되어왔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스포츠는 일반적으로 조금 더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그런 이슈도 많이 화두가 되고 있고 연구가 되고 있나요?

안) 사실은 저의 전문분야는 아니어서 제가 거기에 대해서 무슨 윤리 이쪽에 대해 연구한 결과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요. 다만 질문하시는 것에 대한 나름대로 한 명의 사회인으로서 저의 견해, 저의 비전 내지는 대책 이런 것들을 좀 더 큰 틀에서 말씀 드리면 우선 실제로 AI, 로봇, 4차 산업 혁명이라고 말하는 그런 화두들이 사람들이 갖게 하는 경각심 이런 것들은 무시할 수 없고요. 실제로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고 되고 있고요. 근데 아까 말씀하신 병원의 물리치료사들 사실 병원들에 이게 그렇게 큰 효과가 빨리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일단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요. 특히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공간의 문제, 시설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의 문제, 또 다른 인력이 필요하죠? 그런 여러 가지 경우를 고려해봤을 때 과연 이게 효과적인지 그리고 쉽게 바뀌려 하지 않는 분위기를 고려해볼 때 그런 것들이 과연 급속도로 일어날 것인지 의문이죠.

근데 저는 이게 더 효과가 있는 방법이라면 그리고 심지어 경제적이라면 결과적으로 이렇게 (로봇의 도움을 받는 쪽으로) 가는 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로봇을 이용하고 사람을 대체하는 것들도 좀 더 효과적이고 안전할 수 있다면 위험한 일을 로봇이 대신한다든지, 여러가지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삶의 질을 더 좋게 하기 위한 가능성은 크니까 그것을 다른 문제 때문에 꽁꽁 싸두고 전혀 접근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말씀하신 그런 윤리라든지 그리고 사람들의 일자리를 걱정해야 하는데요. 그것에 대한 해결책은 사실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개발 안하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방향을 바꾸는 데에 있다 생각해요. 로봇을 포함한 일부 기술들이 있는 사람들만을 위해서 쓰이고, 없는 사람을 억압하고 이것을 가능하게끔 하는 자본주의의 기본적인 구조, 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이 필요하겠죠. 이런 이유로 기술개발을 그만하자 이런 것은 진보를 추구하는 인류의 본성을 생각했을 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자본주의가 완성된 체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분명히 바뀌어야 하고 보완이 되어야 하고요. 그런 쪽으로 해결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박) 국내에서도 로봇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일반인들의 관심은 많지만 우리가 카이스트에서 한다는 연구만 들었지 어느 정도의 수준에 와있는지 정확하게 모르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안) 저는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아직 선두를 달리는 여러 그룹이 있죠, AI 쪽은 미국이 아주 강하고 하드웨어 만드는 것은 혼다의 아시모 같은 대표적인 것들을 보면 상당히 진보되어 있고요. 유럽은 특히 투자를 아끼지 않고요. 그런 데에 비해서 훨씬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한 연구진들이 아주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카이스트 ‘휴보’는 되게 큰 업적이었고요. 국제학회에서 발표하는 거를 들어보면 약간 자부심이 느껴질 수 있을 정도죠.

 

“국내는 훨씬 열악한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대단한 연구진들이 아주 훌륭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카이스트 ‘휴보’는 되게 큰 업적이었고요. 국제학회에서 발표하는 거를 들어보면 약간 자부심이 느껴질 수 있을 정도죠.”

 

 

박) 지금 서울대 오셔서 아까도 말씀하셨는데 사실은 스포츠 재활을 돕기 때문에 인간에 대해 이해도 하셔야 될 것 같고 다양한 신체 정보도 수집하셔야 할 것 같고 융합연구를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현재 서울대 오셔서 여기 관련된 교수님들과 같이하시는 융합연구나 공통연구가 있으신가요?

안) 예, 일단 체육교육과 내에서는 박재범 교수님 랩에서 하시는 연구에 관심이 많고요. 같이 계속 협연을 할 생각이 있고요. 지금 제가 같이 참여하고 있는 과제로 연구재단에서 하는 선도연구센터라는 사업이 있습니다. 거기에서 6년 동안 연간 20억씩 해서 많은 교수님이 참여를 하시고요. 그 중 대부분 공학 교수님이고요, 저희가 하는 것은 소프트 로봇을 가지고 웨어러블 소프트 로봇을 만들어서 사람이 실제로 입을 수 있고 그걸로 사람의 어떤 운동도 도와주고 치료도 도와주고 이런 로봇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거든요. 무릎에 우리가 입을 수도 있는 거고, 발목에 입을 수도 있는 거고 연구가 융합적 연구이기 때문에 참여하시는 교수님들을 보면 대부분 공대에서 소프트 로봇을 하시는 분들이지만 저 같은 경우는 신체 역학을 했던 그런 배경으로 같이 참여하고 있고 패션 테크놀로지를 전공하신 의류학과 교수님도 같이 참여하고 있고 또 , 그런 분들과 같이 실제로 지금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특히 분당 서울대 병원 교수님들과 같이 연구를 하려고 하고 있고요.

박) 사실은 선택지가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MIT에서 공부하신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계공학 백그라운드도 있으시고 해외에서도 연구도 많이 하시고요. 그런데 서울대 체육교육과로 오겠다, 이게 단순히 모교에 자리가 나서 아닐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결심들, 왜 체육과를 오게 되셨는지 와서 후회는 없으신지요?

안) 일단은 왜인지에 대해서는 한국에 오면 좋을 상황이었어요, 부모님도 연로하시고 너무 오래 곁에 제가 없었고 그런 것들로 기웃기웃하고 있었죠. 아까도 말씀 드렸듯이 제가 하는 연구 자체가 이쪽에서 추구하는 연구랑 상당히 같이 제가 꼈을 때 시너지효과가 되게 클 것 같고 그래서 그런 저런 이유로 자리가 나면 가기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박) 오셔서는 어떠신가요?

안) 너무 만족해요, 개인적으로도 제가 한국 사람인데 한국에 다시 12년 만에 돌아오는 거거든요. 그런 것에서 느끼는 편안함도 있지만, 사실은 제가 MIT에서 조교를 했고요,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교에서도 2년간 교수를 했는데 저는 수업준비를 열심히 하려는 편이예요. 그래서 수업 전날까지 매일매일 바쁘게 준비를 하는데, 그때 갑자기 수업 준비를 하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아, 내가 왜 이걸 이아이들을 위해 하고 있지? 한국 아이들한테 이런 걸 가르치고 싶다 이왕 준비하는 거니까….” 근데 저는 실제로 여기 와서 아이들한테 하나라도 더 가르쳤을 때 아이들이 더 잘 이해하고 더 재미있어하고 그런 부분에 대한 만족감이 느껴지고 학생들 특히 저희 과 학생들이 너무 이뻐요. 너무 예의도 바르고 하나라도 더 해주고 싶고 그래서 저는 복도를 가다가 인사를 하더라도 정말 반갑게 인사하고 이런 것만으로도 하나라도 더 해줘야지 이런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그런 교육자로서 느끼는 후회는 없고 연구 환경도 캐나다에 비하면 오히려 한국이 더 빨라요, 펀드 돌아가는 주기가 빨라서 훨씬 더 빨리 진행되는 것 같고 특히 주위에 훌륭하신 교수님들과 같이 일하는 것도 좋고 연구나 교육 면에서 다 만족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학생들이 너무 잘해주니까요, 학생들이 정말 똑똑하고 예의도 바르다 보니깐, 그냥 어느 순간 여기에 물들어서 갑질을 하면 안 되겠다. 이런 경각심이 들었습니다.

박) 학문의 분류로는 운동역학에 속하니깐, 혹시 학회 이런 곳에 많이 나가보셨는지 모르겠는데 해외를 봤을 때 연구하는 경향이나 주제 이런 것들을 보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안) 저는 귀국 후 (국내)학회는 하나 가 봤었고요. 근데 어느 학회나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큰 학회가 더 그렇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너무 유익한 도움이 되는 발표가 있는 반면에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아쉬운 부분들도 있고요. (국내) 학회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다만 본인이 그런 연구를 발표할 때 이걸 왜 하는지, 내가 여기서 이 결과를 가지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건지, 이런 것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 이런 거는 솔직히 좀 더 훈련되어야 될 것 같아요. 국내 학회 같은 경우는 그런 점들이 좀 매우 아쉬웠고요, 앞으로 이제는 제가 외부인으로서 바라보면서 평가만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함께하면서 저도 같이 노력해서 바꿔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박) 스포츠 자체라는 토픽이 일반인들에게 지금과 같이 우호적이고 관심이 커졌던 시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일반적인 스포츠과학이라고 하면 통상 자연과학 분야를 많이 이야기하잖아요, 이런 분야는 반드시 (어떤)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학문적 동향, 트렌드는 이쪽을 반드시 다뤄야 할 것 같다는 부분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안) 일단 생각나는 대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제가 사실은 모든 학문에 학자도 여러 사람이 있는 것 같아요.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 있고요. 사실은 어떤 철학을 순수과학이 따라가고 공학이나 응용과학이 따라가면서 인류가 발전한 것처럼 저는 그분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평가하고 싶지 않고요. 사실 그게 어떻게 보면 일부 학자가 표현한 것처럼 “지(知)의 최전선”에서 인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거고. 다만 저는 그런 몇 명의 천재가 이끌어가는 학문은 천재들에게 맡기고 정말로 인간한테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바르다고 생각하거든요.

공학도 마찬가지고 뭔가 ‘이게 너무 궁금하고 만들어 보고 싶어 멋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해서 만드는 것도 물론 만들고 나면 멋있지만 결국에 사람한테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잖아요. 저는 스포츠 특히 스포츠과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제로 좀 더 사람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더욱 해소하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운동이 주는 순기능에 대해서는 제가 스스로 느끼긴 했지만 실제로 생리학 하시는 분들도 많이 발견하는 것이고 정말로 그냥 예를 들어 술을 마시는 사람이 안 마시는 사람보다 오래 살더라, 사실은 술이 어떤 화학적으로 더 좋은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이런 효과가 있는 것이니깐 마찬가지로 저는 운동이 물질적으로 좋은 게 아니라, 저는 그 효과를 믿거든요.

운동을 하면 정말로 좋은 효과들을 실제로 경험도 하고 그러니깐 저는 그런 것들에 대한 체계적인 예를 들면 요즘 미국에서도 암이 심리적인 병이다. 이런 움직임이 많이 있고 실제로 펀드를 받아 그런 센터가 지어졌거든요. 실제로 거기서 항암 치료, 수술 안 하고 완치율이 80% 가깝게 나오고 실제로 이게 사람들의 설득력을 받는 거거든요. 이게 그런 건강한 삶, 운동과 명상만으로 주는 건강한 삶, 이런 것에 대한 연구라면 더 큰 연구, 전파라면 더욱 큰 전파 저는 그런 쪽으로 삶의 질이 계속 향상되는 그런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과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실제로 좀 더 사람들의 일상에서 어떻게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더욱 해소하고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것 같아요… 삶의 질이 계속 향상되는 그런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스포츠 과학에서도 로봇의 분야가 많잖아요. 요즘은 경기에 투입되어 심판은 대신하는 비디오 그런 로봇도 있고, 교수님은 혹시 그런 쪽은 관심이 없으신가요?

안) 비전트래킹은 제 분야가 아니고요. 저는 그쪽 분야는 아니지만 어려운 분야라고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하는 로봇은 실제로 사람의 몸과 물리적인 접촉을 해야 하는 거죠. 비디오가 있는데 잠깐 보여드릴까요?

 

박) 스포츠산업의 발전, 외형적 발전 말고 아까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철학적이고 담론적인 발전을 위한 마지막으로 조언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안) 저는 모든 것의 발전에 대한 필요한 조건은 분야를 보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아끼지 말 것과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것, 기득권층을 만들지 말 것으로 생각합니다. 사실 스포츠 산업 이런 것도 나름대로 그 안의 위계질서에 의해 좌우되는 것도 있다고 제가 알고 있고요. 그런 것들을 타파하고 좀 더 유연하게 다른 곳에서 봤을 때 좋은 것들은 과감히 받아들이고 넓은 마음, 열린 시야가 있으면 발전하지 않을까 궁극적으로. 돌고 돌아서 늦게 가더라도 천천히 가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대담 전체 영상>

 

* [스포츠과학 특집기사 3부작] 바로 보기

제 1부: 월드컵, 그리고 축구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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