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덥지근한 6월의 날씨와 다르게 롯데 자이언츠 앞에는 칼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한때 9위까지 추락했던 롯데는 2주 연속 4승 2패를 하는 등 5할 승률에 진입하며 중상위권 싸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지난주 최하위권 삼성과 KT와의 6연전에서 2승밖에 거두지 못했고, NC와 1승씩 주고받으며 8일 현재 공동 6위에 머물러 있다. 결과만 봤을 때, 일시적인 부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내부는 예사롭지 않다.
흔들리는 투수진
시즌 개막 전, 롯데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단연 빈약한 토종 선발진이었다. 그러나 막상 시즌을 맞이하고 보니 토종 선발투수들의 활약은 빛이 났다. 지난 2년간 부진했던 박세웅은 리그 최상위급 성적으로 안경 쓴 에이스의 재림을 알렸고, 영건 김원중, 박진형과 베테랑 송승준의 활약까지 더해져 남부럽지 않은 토종 선발진이 갖춰졌다.
하지만 정작 두 외국인 투수는 동시에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당장 누가 웨이버에 공시되어도 이상할 게 없지만, 이미 시즌 전 외국인 투수 마켈을 교체한 롯데는 앞으로 단 한 명의 용병만 교체할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김원중, 박진형, 그리고 송승준이 연달아 조기강판 당하며 박세웅만이 선발진에서 제 몫을 하고있다.
문제는 선발만이 아니다. 시즌 내내 요동치고 있는 불펜은 더욱 큰 숙제이다. 필승조로 분리됐던 윤길현, 장시환, 박시영은 모두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신인 강동호와 좌완 김유영, 사이드 배장호가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손승락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 선수가 잘하면 한 선수가 부진한 엇박자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 불안한 모습을 표출하고 있다.
현재 롯데는 6월 6경기에서 58실점으로 매 경기 거의 10점꼴로 실점하고 있다. 6월 팀 평균자책점은 9.52로 단연 리그 최하위다. 볼넷 허용은 다른 팀들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피안타가 압도적이다. 피안타율은 0.357로 그 다음으로 높은 넥센의 0.326보다 3푼이나 차이가 난다. 지난 2일 KT전에서 1이닝 10실점을 기록했던 김원중 10점을 실점하는 동안 역시 사사구는 2개였지만 피안타만 11개를 기록했다.
험난한 6월 일정
최근 3연속 루징시리즈를 맞았던 롯데의 남은 일정은 더욱 힘들 예정이다. 현재 상대하고 있는 NC에 이어서 리그 최상위권의 두산, 기아를 상대하게 된다. 그 이후에는 넥센, KT, 두산을 만나면서 수도권 원정 9연전이 예정되어 있다.
이쯤 되면 롯데는 2년 전 악몽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2015년 6월, 당시에도 롯데는 수도권 9연전이 잡혀 있었는데, 우천으로 취소된 1경기를 제외하고 3승 5패로 고전했다. 그리고 6월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6승 15패로 최악의 부진에 빠졌었다. 5월까지 5위를 기록하고 있던 롯데는 6월을 기점으로 추락했고, 결국 8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6월만 잘 넘기면 롯데도 희망은 있다. 부상으로 빠져있는 번즈와 문규현은 6월에는 출장이 불투명하지만 7월에는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리고 ‘조포크’ 조정훈이 기나긴 재활을 마치고 2군에서 순항 중이다. 조정훈은 2010년 마지막 등판 이후 군복무와 재활로 7년 동안 수면 아래에 있었다. 현재 조정훈은 퓨처스리그에서 11경기 불펜으로 나와 17 2/3이닝 동안 3.06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예전처럼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폭포수 포크볼을 마음껏 구사하기는 어렵겠지만 불펜 요원으로라도 1군에서 활용이 가능할 전망이다.
2012년 마지막 포스트시즌 이후 롯데는 연거푸 가을야구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롯데가 험난한 6월을 이겨내고 가을야구에 한발짝 더 다가갈지, 올해도 무너지게 될지 기대가 모인다.
이영재 기자
leeyj8492@siri.or.kr
[2017-06-08, 사진 =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