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투수 리치 힐(37)이 개인 통산 최고의 투구를 보여줬지만 끝내 패배를 기록했다.
힐은 24일(한국시각)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2017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에 선발 등판했다. 9회까지 힐이 보여준 투구는 한마디로 완벽했다. 8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지면서 10개의 삼진을 잡아냈고 단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채 피츠버그 타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9회말 선두타자 조디 머서의 타구를 3루수 포사이드가 잡아내지 못하며 실책으로 퍼펙트가 무산됐다. 힐은 나머지 세 타자는 범타 처리하며 노히터 기록은 이어갔다. 그러나 다저스의 타선이 9회까지 단 한 점도 뽑아내지 못해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다저스는 10회초에도 점수를 내지 못했고 힐은 10회말에도 등판했다. 피츠버그의 조시 해리슨이 선두타자로 나섰고 힐의 99번째 공을 받아쳐 끝내기 홈런으로 장식했다. 9이닝 동안 타선을 틀어막은 힐의 투구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9이닝 노히터가 끝내기 홈런으로 패전투수가 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힐은 올 시즌 가장 불행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힐이 대기록을 놓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힐은 지난해 9월 11일 마이애미전에서 7이닝 동안 89구를 던지며 퍼펙트를 이어갔다. 그러나 당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손가락 물집 부상에 대한 우려로 힐을 강판시켰다. 그 후에 나온 불펜 투수가 안타를 허용하며 결국 팀 퍼펙트 기록도 무산됐다.
퍼펙트게임은 그 날 투수의 컨디션, 그리고 타선과 수비의 도움이 모두 충족해야 만들어질 수 있는 기록이다.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퍼펙트를 기록한 투수는 단 23명에 불과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2군 경기에서 한 차례 나왔을 뿐 공식적인 1군 경기에서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
경기 후 현지 인터뷰에서 힐은 “’야구가 원래 이렇다’라고 말한다면 너무 뻔하지 않나. 하지만 그런 게 야구고, 그게 바로 야구가 재미있는 이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팀 타선이 야속할 법도 했지만 “오늘 끝내기 홈런은 모두 내 탓이다. 그 공 하나가 명백한 실투였다”라고 답하며 베테랑 투수다운 겸손함을 보여줬다.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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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8-25, 사진 제공 = Chris Yarza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