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판정을 위해 야심 차게 도입한 비디오 판독이 그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KBO 4년 전부터 합의 판정을 도입했다. 심판의 오심으로 경기의 승패가 좌지우지 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비디오 판독 센터를 따로 만들어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포했다. 하지만 도입 취지와 달리 현재, 비디오 판독 센터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일 삼성 vs 롯데전에서 벌어진 손아섭 홈런 타구를 2루타로 오독한 사건으로 김호인 비디오 판독 센터장이 10일 출장정지 징계를 받은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오독이 속출했다. 29일 펼쳐진 LG vs 한화전에서 2회 말 1 사 3루에서 한화 양성우가 1루 땅볼을 쳤고, 3루 주자 윌린 로사리오가 홈으로 뛰었다. LG 1루수 정성훈이 홈 승부를 했지만 구심의 판정은 세이프였다. LG 측에서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지만, 원심 그대로 세이프 판정이 내렸다. 이것은 명백한 오독이었다. KBS N 스포츠 중계 리플레이에 따르면 로사리오의 오른발이 홈을 지나기 전 LG 포수 유강남의 미트가 로사리오의 왼팔에 먼저 닿았다.
 
이로써 KBO 비디오 판독이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한계와 기술의 숙련도가 완벽하지 않은 허점을 현저히 드러냈다. KBO 비디오 판독은 기본적으로 중계방송사에 의존하고 있다. KBO 리그 규정 제28조 비디오 판독에 따르면 중계가 편성돼 있는 경기에 한해 비디오 판독을 실시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방송사는 각 구장마다 14-15대의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KBO 카메라는 3대가 설치될 뿐, 방송사로부터 6-7개의 중계용 화면을 받아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판독 중 느린 화면을 내보내지 않는 건 KBO 판독 센터를 존중하는 차원이다. 애매한 그림은 판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본적인 중계 화면은 판독 센터에 전송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방송사가 중계하는 4D 캠을 슬로우로 볼 수 있는 장비가 판독 센터에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으며 오심을 잡아낼 수 있는 결정적인 입체 화면조차 전부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와 KBO 판독 센터의 긴밀한 협조로 오독을 줄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중계권료가 얽혀있는 구조에서 방송사는 비싼 돈을 들인 기술 장비를 공짜로 내어줄 순 없을 것이다. 결국 KBO 자체적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각 경기장 카메라 확대 설치, 판독 센터의 부족한 인력 보강, 비디오 판독 교육 확충 등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100억을 들여 설치한 비디오 판독 센터는 무용지물이 될 뿐만 아니라 기존의 취지와 달리 신속하지도 않고 정확하지도 않은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지금의 KBO 비디오 판독은 신속성도, 정확성도, 신뢰성도 모든 것을 잃었다.
김서연 기자
seoyeoni2@siri.or.kr
[2017년 8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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