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을 끝으로 해체하는 이천대교가 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 경기를 치뤘다.

이천대교는 13일 오후 7시 이천 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IBK기업은행 WK리그 2017 플레이오프에서 화천 KSPO에게 1-2로 졌다. 이로써 이천대교는 챔피언 결정전에 오르지 못하며 아쉽게 시즌을 마무리하게 됐다. 동시에 이 경기는 구단의 공식적인 마지막 경기가 됐다. 올 시즌을 끝으로 해체가 결정된 대교는 이날 경기가 고별전이 됐다. 올해 지휘봉을 잡고 정규리그 2위로 PO 진출을 이끈 신상우(41) 이천대교 여자축구단 감독은 팀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고개를 떨어뜨렸다.

WK리그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이었던 대교는 올 시즌을 끝으로 더 이상 축구팀을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해체로 인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2002년 창단해 경남, 고양을 거쳐 2015년부터는 이천으로 연고지를 뒀다. 한국 여자축구를 지탱했던 한 축 이었던 이천대교는 2009년 WK리그 출범 후 우승(2009, 2011~2012년)과 준우승(2014~2016년)을 3차례씩 차지했던 매 시즌 우승후보였다.

최근에는 인천현대제철의 강세에 고전하고 있지만,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WK리그의 인기를 책임졌다. 인천현대제철과는 거의 매 시즌 우승을 걸고 대결했다. 올해도 심서연, 박은선 등의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대교가 현대제철의 5년 연속 통합 우승을 막을 대항마라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상위권을 유지하던 대교에 지난 8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이닥쳤다. 모기업에서 여자축구팀 운영 포기 의사를 여자축구연맹에 전했다. 전혀 예상 못한 해체 소식에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나마 신 감독이 선수들을 보듬으며 빠르게 재정비를 했다.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수단이 할 수 있는 건 챔프전에 올라 이별의 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것 밖에는 없었다. 현대제철을 꺾고 마지막 우승을 차지하는 게 아름다운 끝이라고 생각하며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정규리그 3위 KSPO에 먼저 2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이후 만회골을 터트리고 끝까지 추격했지만 힘이 모자랐다. 종료 휘슬과 함께 대교축구단의 시계도 멈췄다.

이로써 대교는 마지막 경기를 치르며 WK리그와 이별을 고했다. 대교는 해체되지만 그녀들의 축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 몇몇 선수들은 이미 새 팀을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다른 기업의 팀 인수도 사실상 무산됐음을 의미하지만 선수들의 미래를 생각하면 최악은 면한 셈이다. 문제는 졸지에 은퇴 위기에 놓인 나머지 선수들이다. 대교의 주장인 박지영은 “모든 선수들이 새 팀을 구해서, 비록 같은 팀 동료는 아니라도 경기장에서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매체를 통해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WK리그에 작별을 고하며, 슬픈현실 속에 이천대교의 마지막은 그렇게 끝이 났다.

최한얼 기자
harry2753@siri.or.kr
[2017년 11월 15일, 사진 = 대한축구협회 공식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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