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와의 봇 듀오가 지겹다던 뱅의 인터뷰가 복선이었을까. 울프가 정글에 나타났다.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17일 락스 타이거즈와의 1라운드 3세트 경기에서 SK텔레콤 T1의 서포터 ‘울프’ 이재완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의 포지션은 서포터가 아닌 정글러였다. 이재완은 본 포지션이 아닌 정글러 데뷔전이었음에도 세주아니로 여러 차례 갱킹을 성공시키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팀이 필요로 할 때 등장해 활약을 펼친 이재완은 3세트 MVP까지 거머쥐었다. 이후 20일 열린 진에어 그린윙스와의 경기에서도 정글러로 선발 출전하며 이번 시즌 정글 포지션으로서의 출전 가능성을 높였다.
이재완의 정글러 데뷔는 팬들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이재완의 포지션 변경에는 팀의 급한 사정이 큰 몫을 차지했다. SK텔레콤 T1은 2018 LCK 스프링 스플릿을 앞두고 상체 조합을 모두 떠나보냈다. 먼저 운타라와 함께 탑 포지션을 책임지던 ‘후니’ 허승훈이 북미로 돌아갔다. SKT T1에서 두 시즌을 소화하며 팀 성적에 크게 기여했던 허승훈은 전면적인 리빌딩에 나선 북미의 에코 폭스로 이적했다. 후니의 이적에 이어 공격형 정글의 대표주자 피넛까지 LCK 라이벌 팀인 킹존 드래곤X로 소속을 옮기면서 팀의 상체가 부실해졌다. 따라서 팀의 전력을 내부적으로 보강하기 위해 이재완이 서포터와 정글러 포지션을 겸하는 스윙맨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LCK 내에서 포지션을 변경한 선수는 울프가 처음이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정글러로 포지션을 변경해 여전한 활약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스코어’ 고동빈은 탑 라이너와 원거리 딜러를 전담한 후 정글러로 전향했다. ‘앰비션’ 강찬용은 세계 최고 미드라이너로 군림한 이후 역시 정글러로 전향했다. 이 역시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 ‘샤이’ 박상면 등 올드비 프로게이머들의 은퇴가 이어지면서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들이 귀해졌다. 특히 경기 전반을 읽어야 하는 정글러는 경험이 많고 노련한 선수가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베테랑 선수들이 정글러로의 전향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울프 역시 서포터로 오랜 시간 플레이하며 얻은 맵 장악 능력, 게임 이해력을 인정받아 정글러 역할을 부여받은 것으로 보인다.
울프는 본인의 정글 스타일이 SKT T1의 레전드 정글러이자 현재 코치직을 수행 중인 ‘뱅기’ 배성웅 코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과연 그가 서포터뿐만 아니라 뱅기의 뒤를 이어 정글러로서도 레전드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송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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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29일, 사진 = SK텔레콤 T1 구단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