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막식/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리에 폐막했다. 이번 올림픽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 불러도 모자름이 없을 듯 하다. 국외적으로는 하계대회보다 관심이 덜한 동계대회였다는 점, 북한의 지속적 안보위협 등으로 특정 국가나 선수들이 참가를 꺼렸다는 점 등은 주요 변수이자 대회 성공의 위협요인이었다. 국내적으로는 무엇보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로 올림픽에 대한 관심 자체가 매우 낮았다는 점, 가리왕산 등 자연파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대회로 전이되어 ‘평창=천덕꾸러기’라는 인식이 강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여자하키 남북단일팀과 개회식 공동입장은 세계의 이목을 단숨에 집중시켰고, 훌륭한 대회 운영과 선진 시민의식으로 우리는 이 모든 우려를 단기간에 불식시킬 수 있었다. 또한, 수호랑은 아이돌 못지않은 국민적 인기를 얻으며 평창올림픽의 성공에 큰 힘을 보탰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은 여러모로 매우 성공적 대회였고, 30년 전의 서울올림픽이 그러했듯, 평창올림픽 역시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역사가 된 순간을 우리 모두 목도한 것이었다.

남북 공동입장/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여기까지는 모든 게 참 좋았다. 돈이 얼마가 남든 평창올림픽 자체가 너무도 자랑스러운 그런 성공적인 대회였다. 그런데 올림픽의 성공개최에 대한 과도한 기쁨 때문이었는지, 올림픽의 성과를 강조하기 시작한 언론 보도들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성숙한 시민의식과 훌륭한 운영에 대한 해외언론들의 호평과는 좀 다른 맥락이었다. 특히 폐막 직후 조직위는 올림픽의 경제적 성과를 강조하기 시작했는데, 그중 핵심은 평창올림픽이 ‘흑자 올림픽’으로 마무리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올림픽 3수에 도전할 때부터 조직위와 정치인들이 내세웠던, 올림픽 유치의 가장 큰 당위성이 경제효과였기 때문에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하다. 하지만 대회 준비 기간 동안 올림픽 예산은 점점 증가했고, 이와는 반대로 예상수입은 점점 감소하여, 약 3000억 원의 적자가 예상되었던 평창올림픽이었다. 또한, 이벤트의 경제성에는 단순 수입지출의 손익계산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세수 증대, 경제성장률과 경제활동의 증가 및 직/간접 경제효과 등 복잡하고도 치밀한 셈법이 필요하다. 하지만 조직위는 이와 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과정을 모두 무시한 채, “평창은 흑자 대회다”라고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다. 따라서 냉정하게 분석해야 할 경제성의 논리가, 순식간에 자극적인 흑자 대회 달성, 즉 ‘상업성’의 논리로 바뀌었고, 많은 언론은 물론, 스포츠 전문가라는 사람들 역시 조직위가 던진 어젠다에 매몰되어 흑자가 진짜냐, 가짜냐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직위의 행보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지난 7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봅슬레이팀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윤성빈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봅슬레이팀이 은메달을 딴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현재 폐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상비군은 해체되었고, 이번 성과에 크게 기여한 외국인 코치 모두 자기 나라로 귀국하였다. 이유는 매우 단순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올림픽슬라이딩센터/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제공

평창 슬라이딩센터 운영에 드는 비용은 연간 20억 수준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20억이 없어 세계에서 16개만 공인된, 그중 가장 최신의 슬라이딩 센터를 폐쇄하게 된다. 1144억이 공사비로 들어갔고, 우리 선수들이 세계동계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쓴 이곳을 말이다. 본 지면을 통해 그동안 사후활용 계획을 왜 안 세웠는지, 강원도와 문체부는 왜 서로 눈치만 보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지, 흑자 대회라는데 왜 국비와 지방비를 수입으로 잡았는지를 비판하는, 그런 고루한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올림픽이 정말 흑자 대회라면, 올림픽의 수익금으로 센터를 운영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올림픽 수익금으로 만들어지고 운영되었듯이, 평창올림픽의 수익금으로 강원도에 지원하거나 기타 단체에 위탁을 하던지, 아니면 동계스포츠시설을 위한 관리 공단을 세워 운영하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실제 얼마의 돈이 남을지, 남는다면 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질병 외 사인율 전국 1위, 기대수명 79세, 전국 최하위, 비만율(27%), 음주율(19.6%), 고혈압(24.5%) 전국 1위, 당뇨병(9.2%), 흡연율(26.9%), 고지혈증(9.2%) 전국 2위, 주관적 건강 수준 인지율(43.3%) 전국 하위 3위. 삶의 질과 관련된 강원도의 민낯이다. 왜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강원도의 건강 관련 수치는 전국 최하위 수준일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혹시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유/무형의 서비스와 치료를 받지 못해서가 아닐까? 또한, 전 국토가 개발되는 동안, 그렇게 자랑했던 ‘천혜의 자연환경’에 오랜 시간 고립되어온 결과가 아닐까? 결국 어찌 됐든 이는 사회간접자본(SOC)의 부재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림픽으로 인해 강원도의 시대가 열렸다. 천지개벽 수준의 SOC 대폭 확충을 통해 강원도와 평창에 대한 인식이 전환되고, 그동안 소외되어왔던 강원도의 존재감이 우리 뇌리에 깊게 각인되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올림픽이 남긴 유무형의 유산들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래서 그 유산들을 통해 강원도민들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더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20억이 없어 슬라이딩센터의 폐쇄조차 살리지 못한 조직위의 흑자예찬. 본인은 차라리 이를 ‘흑자 유감’이라 부르고 싶다. 그들의 성과강조와 이를 그대로 옮기기 바쁜, 기삿거리를 찾는 언론의 사명의식 없는 방랑. 이 의미 없고 가치 없는 일에 올림픽의 유산이 훼손되지 않길 바란다.

강원도의 것은 강원도에게. 올림픽이 남겨놓은 시설과 SOC를 통해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강원도민들이 되길 소망한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부. 박성희 교수(sportmkt@hufs.ac.kr)

※ 본 칼럼은  ‘서울스포츠’ 2018년 4월호에 기고된 글로 필자의 동의를 받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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