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SIRI=이수영 기자] “상식(김상식 전북현대 감독)과 지성(박지성 전북현대 어드바이저)이 있는 팀이, 일처리는 상식과 지성이 없네.”

국내 축구계를 들썩이고 있는 일명 ‘백승호 사건’이 백승호의 전북현대 입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종결되자, 한 국내 축구 팬이 아쉬움을 토로한 흥미로운 유튜브 댓글이다.

사실 최악의 상황으로 종결되었다는 말이 적합한 표현인지도 미지수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으로의 진입이 더 현실을 보여주는 어구라는 생각이 든다.



근 몇 달 백승호 선수의 국내 복귀를 두고 수원삼성, 전북현대, 백승호의 3자 간 복잡한 관계를 보도한 기사는 국내 언론을 통해서도 충분히 가시화됐다. 그럼에도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해 3자 간 관계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유소년 백승호

백승호는 수원삼성 산하 매탄중학교 출신이다. 지난 2010년 백승호가 스페인 FC바르셀로나 진출 당시 수원삼성 모기업 삼성 장학재단은 백승호에게 3년간 1억 원씩 총 3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원했다. 동시에 백승호와 수원삼성 산하 매탄고등학교 진학을 합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백승호가 2011년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과 5년 계약을 체결하며 매탄고등학교 진학이 어려워지자, 1차 합의를 지키지 못한 점을 고려해 수원은 백승호와 ‘K리그 복귀 시 수원 입단’이라는 2차 합의서를 체결했다. 더불어 수원 복귀를 지키지 않을 시 3억 원과 추가 보상금을 지불하기로 약속했다.

# K리그 복귀를 추진한 백승호

최근 독일 2부 다름슈타트에서 뛰고 있던 백승호는 팀에서의 좁아진 입지와 올림픽 출전을 위한 출전 시간 확보, 군 입대 등을 고려해 국내 무대 복귀를 추진했다.

처음 접촉한 구단은 전북현대였다. 전북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통해 스페인 축구협회로부터 백승호가 ‘5년 룰’과 관련해 문제가 없음을 전달받고 영입을 추진했다. 여기서 ‘5년 룰’이란 아마추어 선수가 국내 프로 무대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해외 프로 무대로 진출하면, 해외 팀과 프로 계약을 하는 시점부터 5년 이내에 K리그로 복귀할 경우 최대 연봉을 3600만원으로 묶는 규정이다.

하지만 전북과의 협상 과정에서 분노한 수원이 앞선 백승호와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고, 이에 전북 백승권 단장은 수원과의 합의 내용을 몰랐다며 백승호 영입 작업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동시에 “K리그 근간을 흔들 이유가 없다.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없다.”라는 말을 남겼다.

여기서 k리그 복귀를 위해 귀국한 백승호에게 가능한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합의대로 수원에 입단하거나, 수원으로부터 선수 포기 서면 동의서를 받고 타 구단에 입단하는 방법 말이다. 따라서 어떤 결정을 하던 백승호는 수원과의 소통이 필수적이었다.

실제 백승호는 수원과 수차례 만났다. 처음에는 양측 간 합의서 해석에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수원이 ‘타 구단 입단’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는 점, ‘3억 원 회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는 점에서 조금은 진전된 협상이 오갔다.

백승호 측도 거듭된 협상 끝에 3억 원 보상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후 협상의 핵심은 ‘+α’였다. 여기서 ‘+α’는 3억 원 이외의 금액을 말한다. 수원 측은 총 14억 원의 보상금을 요구했다.

하지만 백승호 측은 14억 원이라는 액수가 기존 3억 원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큰 액수이며, 이 금액에 대한 투명한 산출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더불어 2차 합의서에 추가 보상 액수가 구체적으로 적혀있지도 않았다는 점 역시 지적했다.

이에 수원은 14억 원이라는 액수에는 백승호에게 지원한 3억 원, 법정이자 1억 2천만 원, 손해배상액 11억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손해배상액의 경우 선수 권리 포기에 따른 수원의 경제적 손실분이라고 전했으며, 이는 다름슈타트가 백승호의 이적료로 전북에 요청한 금액과 상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서 발목을 잡은 것은 보상금뿐 아니라 시간이기도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규정상 상반기 선수 등록이 3월 31일에 마감되기 때문에 백승호는 그전까지 본인의 미래를 결정해야 했다.

사실 수원은 백승호 영입 자체보다 백승호의 진심 어린 사과, 팬들과의 신뢰 회복, 모기업의 체면이 우선이었다. 실제 수원 측은 “구단과 신의를 저버린 선수를 영입하는 건 그다음 문제다. 지금은 백승호 측의 사과가 우선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이런 신뢰 회복의 시간을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반기 선수등록 마감일이 기다려주지 않은 셈이다.

3억 원과 14억 원 사이 원만한 절충안이 나오지 않던 이 시점, 다시 존재감을 드러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전북이었다.

전북은 이달 30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백승호 영입을 깜짝 발표했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전북에 대한 팬들의 인식, 백승호에 대한 여론 모두 말이다. 전북은 선수 등록 마감이 하루 남은 시점에서 장래가 있는 선수의 축구선수 생명 중단을 걱정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백승호 영입에 대해 부연 설명했다.

각종 미디어에서는 전북과 백승호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올라왔고, 수원의 막대한 보상금 요구 행동이 과연 정당한 행동이었는지도 팬들은 갑론을박을 펼쳤다.

#

하지만 이러한 개괄적인 흐름과는 별개로 짚어봐야 할 포인트가 몇 가지 더 있다. 단순히 어느 측의 잘못이라고 단정 짓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먼저 바르셀로나 유소년 팀 시절 백승호는 매탄고등학교 진학을 추진한 적이 있었다. 바르셀로나가 ‘18세 미만 선수의 해외 이적 금지 조항’ 위반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자, 한창 경기를 뛰어야 했던 선수들은 2년이라는 징계 기간 동안 공식 경기와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때 백승호는 매탄고등학교에 가려는 뜻을 전했지만 이를 막은 것이 다름 아닌 수원 구단이었다고 한다.

매탄고등학교 입단과 관련한 1차 합의서 위반에 관한 내용 역시 백승호 측은 “바르셀로나와 계약을 맺을 당시 수원 직원이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갔다. 이름까지 댈 수 있다.”라며 수원에 통보도 없이 바르셀로나와 계약을 체결한 점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다.

더불어 2차 합의서도 수원 그룹에서 감사 나온 직원이 지원금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도와 달라고 요청해 서명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이런 백승호 측의 주장을 봤을 때 섣불리 수원과의 합의 내용 자체만 보고 수원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2. 14억 원에 관한 토론 역시 갑론을박이다. 수원이 제시한 14억이라는 보상 금액이 백승호에게 지원했던 3억 원과 비교하면 너무 터무니없이 큰 금액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 특히 3억에 해당하는 지원금을 수원 구단이 직접 준 것이 아니라, 원금 회수가 목적이 아닌 모기업 장학재단에서 제공한 것이기에 계산적으로 수원이 접근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핵심이다.

반면 물가 변동을 고려할 때 당시 3억과 현재 3억을 동등하게 바라볼 수 없다며 14억이라는 액수에 힘을 보태는 주장도 있다. 더군다나 다름슈타트가 전북에 제시한 이적료가 11억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산술적으로 14억 원이 적합한 계산이라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 쟁점과 관련해서는 수원의 입장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수원 관계자는 수원이 다름슈타트와 이전에 세 차례에 걸친 공문을 주고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수원이 보낸 공문에는 백승호 영입과 관련한 내용 역시 담겨 있었기 때문에 수원이 처음부터 백승호 영입을 추진하지도 않고 어떻게든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처럼 미디어에 왜곡되게 전파되는 것은 다소 아쉽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무조건적인 수원에 대한 비판도 삼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3. K리그 유소년 시스템의 붕괴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백승호 하나로 인해 K리그 유소년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돈이 오가는 계약 내용을 무시하고 선수 본인 안위를 위해 행동하는 선수가 증가한다면 유망주 산업 규모를 확장하고자 하는 K리그 구단들은 해외로 선수들을 보내기보다, 소속팀에 묶어두게 될 수밖에 없다. 구시대적 유망주 육성 방식으로 손흥민과 같은 선수가 우리나라에서 다시는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4. 전북 역시 비판받아야 할 포인트가 여럿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북 백승권 단장은 백승호 영입 과정을 중단하며 “K리그 유소년 시스템 근간을 흔들 필요가 없다. 수원과는 경쟁자지만 동시에 동업자다.”라는 말을 전한 바 있었다.

그랬던 전북이 상반기 선수등록을 하루 앞둔 시점 백승호 영입을 발표한 것은 너무도 역설적인 행동이다. 겉으로는 영입을 중단한 척 뒤에서 선수 상황을 살펴보고 있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더불어 전북은 백승호를 영입하며 “선수등록 마감이 이달 31일로 종료되고 수원 입단이 사실상 힘들어진 상황에서 K리그 복귀를 희망하는 백승호가 무사히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선수 영입을 결정했다. 선수 등록 마감일 직전까지 선수와 구단이 원만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점과 이로 인해 장래가 있는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고 자칫 선수 생명이 중단된다면 K리그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라고 전했다.

얼핏 보면 위기에 처한 선수를 구원해준 구단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전북이 이전부터 전력 보강의 일환으로 백승호 영입을 추진했다는 전례를 고려할 때 긍정적으로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 2016년 심판 매수 사건으로 인해 여론이 좋지 않았던 전북이기에 축구 팬들의 전북에 대한 시선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

결과적으로 백승호의 전북현대 입단은 완료된 상태다. 수원의 동의 없는 전북 입단이 완료되었기 때문에, 백승호는 자연스레 합의서를 위반하게 된 셈이고 수원과의 소송 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선수 생활과 민사 소송 분쟁을 별도로 대응하겠다는 백승호의 전략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어떻게 본다면 전북은 전력 보강, 수원은 소송 전을 통한 법적 보상, 백승호는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에 당장은 모두에게 긍정적인 부분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다만 이번 건으로 전북, 수원, 백승호 모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고, 입을 것이다. 특히 백승호는 본인의 결정에 대한 책임감은 물론 수원 팬들로부터의 배신감을 스스로 감내하고 소송 전에 대한 긴장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아무쪼록 사건이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3.30. 사진=다름슈타트 공식 sns, 전북현대 공식 홈페이지, K리그 유스 공식 sns, K리그 공식 sns]

LEAVE A REPLY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