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잠실올림픽주경기장=김귀혁 기자] 정말 우리가 알던 그 팀이 맞나 싶다.

4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서울이랜드와 부천FC 1995의 맞대결에서 서울이랜드가 무려 4골을 폭격하며 부천에 4-0 완승을 거뒀다.

경기 전 리그 무패의 상승세였기 때문에 흐름 자체는 좋았으나 제법 고민이 있을 법했다. K리그1에서 막 내려온 부산 아이파크와 김천 상무를 상대로 7골을 넣으며 선전했으나 전남과 경남을 상대로 승점 1점만을 가져갔다. 수비 조직과 공격 속도는 괜찮았지만, 상대가 내려선 후 지공 상황에서 득점을 만드는 데 애를 먹었다. 상대 부천도 이 경기 전까지 4경기 3실점으로 준수한 수비 조직을 선보였기 때문에 분명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러나 서울이랜드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부천을 상대로 왜 자신들이 무패인지 유감없이 보여줬다.

부천이 경기 시작 후 약 8분 동안은 팽팽하게 맞섰다. 특히 K리그2에서 막강한 중원 장악력을 과시 중인 김선민과 장윤호를 의식하는 듯 간결하고 긴 패스로 서울이랜드의 배후 공간을 노렸다.

그럼에도 서울이랜드는 이를 침착하게 대응했고, 전반 8분 김경민 골키퍼의 롱패스로부터 시작된 공격이 베네가스의 포스트 플레이와 연계, 바비오의 침투가 맞아떨어지며 득점에 근접한 상황을 만들었다. 이후 서울이랜드는 좌우 윙백의 공격 가담과 김선민, 장윤호의 중원 콤비가 어우러지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첫 골은 레안드로의 개인 기량이었다. 코너킥에서 장윤호의 짧은 패스를 받아 부천 수비 장현수 앞에서 안쪽으로 접고 들어간 뒤 대각에서 골을 만들어냈다. 시즌 초반 좋은 폼을 과시 중인 레안드로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두 번째 골은 작품이었다. 좌측 윙백인 고재현이 레안드로에게 볼을 전달했고, 레안드로가 이를 반대 측면의 황태현에게 연결했다. 황태현은 다시 중앙으로 볼을 투입한 가운데 레안드로가 볼의 흐름을 살리며 베네가스에게 흘려줬고 이를 다시 바비오에게 넘겨줬다. 이후 바비오는 침착하게 골문 구석을 노리며 친정팀에 비수를 꽂았다.

이 골은 올 시즌 서울이랜드의 어떤 골보다도 의미 있었다. 상대가 내려선 지공 상황에서 선수들 간 유기적인 움직임과 호흡이 맞아 들어가며 이를 뚫어냈기 때문. 올 시즌 서울이랜드의 단단한 시스템을 상징하는 듯 했다.

두 번째 골에서 문제를 해결했다면, 세 번째 골에서는 본인들의 강점을 과시했다. 베네가스가 지속적인 포스트 플레이와 연계로 부천 수비에 부담을 줬고, 이 순간 강한 압박으로 고재현이 볼을 탈취한 가운데 지체 없는 중거리 슛으로 골을 만들었다. 이는 원래 서울이랜드가 잘하던 방식의 플레이였다.

후반 들어 주전 멤버인 김선민과 장윤호를 빼주며 체력적 안배까지 성공한 서울이랜드였지만 그들의 쇼타임은 계속됐다. 교체 투입된 최재훈과 곽성욱이 각각 김선민과 장윤호의 역할을 어렵지 않게 수행해내며 공격을 지휘했다. 특히 곽성욱은 비록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선언됐지만 골망을 흔들기도 했다.

후반 34분에는 바비오 대신 김정환을 투입했는데, 김정환 역시 바비오가 하던 빠른 발을 활용한 침투를 그대로 이식했다. 안 그래도 공수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한 부천으로서는 더욱 악몽 같은 교체였다.

결국 후반 40분 베네가스의 연계에 이은 레안드로의 슈팅이 전종혁 골키퍼에 막혔으나 흐른 볼을 교체 투입된 김정환이 빈 골문에 밀어 넣으며 4번째 득점까지 성공시켰다. 이 장면 역시 베네가스를 활용한 공격이 인상 깊었다.

서울이랜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시간에도 득점을 노리며 두 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분명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대였지만 서울이랜드 선수들은 말 그대로 축구를 즐기는 듯 보였다.

이번 승리는 왜 서울이랜드가 유력한 승격 후보인가를 증명해냈다. 베네가스의 연계를 활용한 레안드로와 바비오의 침투, 김선민과 장윤호의 중원 장악과 좌우 윙백의 공격 가담, 안정적인 수비 조직력까지 선보였다. 여기에 주전 선수들이 나가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수 있는 단단한 선수층은 가장 큰 무기다. 부상 중인 김민균과 막판에 팀에 합류한 한의권까지 나서게 될 경우 서울이랜드의 상승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1.04.05 사진 = 서울이랜드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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