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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김귀혁 기자] 극강의 챔피언은 아니다. 그래서 더욱 값지다.

16일 오전 11시(한국시간)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도요타 센터에서 열린 UFC 262 메인이벤트 찰스 올리베이라(31, 브라질)와 마이클 챈들러(35, 미국)의 라이트급 타이틀전에서 올리베이라가 왼손 카운터에 힘입어 챈들러를 2라운드 19초 만에 TKO로 제압하며 제11대 UFC 라이트급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흔히 MMA나 복싱 등 투기 종목에서 챔피언의 이미지는 패배가 적은 극강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와 달리 올리베이라는 대기만성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2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세계 최대 MMA 단체인 UFC에 들어와 유망주로 평가받았던 올리베이라는 라이트급에서 커리어를 시작했지만,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페더급으로 체급을 하향하는 등 제법 부침을 겪었다. 그러나 페더급에서마저도 중요한 순간마다 무너지며 그저 그런 만년 유망주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여기에 페더급 마지막 경기였던 리카르도 라마스와의 대결에서는 계체를 무려 4kg을 넘기는 등 흑역사도 제법 있었다.

하지만 세간의 평가속에 올리베이라는 다시 절치부심하며 본인의 적정 체급인 라이트급으로 다시 돌아왔다. 이후 기막힌 반전이 시작된다.

UFC 210에서 전 벨라토르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윌 브룩스를 상대로 리어 네이키드 초크 승리를 거둔 그는 폴 펠더와의 경기에서 TKO 패배를 당하며 주춤했지만, 이후 클레이 구이다를 상대로 거둔 승리 포함 6연승을 질주하며 상승세를 탔다. 이 과정에서 4번의 서브미션 승과 2번의 KO로 팬들의 눈도장까지 받으며 13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렸다.

그리고 UFC FIGHT NIGHT 170에서 당시 랭킹 8위였던 케빈 리를 상대로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 압도하며 3라운드 길로틴 초크로 7연승까지 거두었다. 커리어 초창기만 하더라도 빅네임 앞에서 한계를 보이며 무너졌던 것을 극복한 것이다.

7연승의 상승세는 토니 퍼거슨마저 잠재웠다. 본인과 비슷한 스타일인 퍼거슨을 상대로 올리베이라는 그라운드에서 뛰어난 하위 움직임과 서브미션으로 압도했다. 케빈 리에 이어 토니 퍼거슨까지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잡은 그는, 결국 하빕의 은퇴로 공석이 된 라이트급 타이틀을 두고 챈들러와의 맞대결이 확정됐다. UFC 데뷔 12년 만에 타이틀 샷을 받은 것이다.

챈들러와의 경기 역시 그동안 올리베이라의 챔피언을 향한 여정을 함축하는 듯했다. 경기 초반 먼저 테이크 다운을 시도한 올리베이라는 챈들러의 길로틴 초크로 위기를 맞이했다. 이후 그라운드에서 주도권을 가져갔으나, 스탠딩 상황에서 챈들러의 폭발력에 다운되며 파운딩까지 허용한 가운데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이후 2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챈들러와 펀치 공방 속에 왼손 카운터를 적중시키며 경기를 끝냈다.

이전에 올리베이라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과감한 테이크다운에 서브미션 패를 너무 많이 내준다는 점이었다. 이번 경기에서도 초반부터 길로틴 초크를 허용했던 올리베이라였지만, 이전과는 달리 침착하게 그립을 풀며 위기를 벗어났다. 또한 이길 경기는 확실히 이기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는 평가 역시 1라운드 챈들러의 파운딩을 버텨내며 세간의 평가를 뒤집었다.

대기만성형 파이터라는 증거는 기록에서도 나타난다. UFC 데뷔 이래 2017년까지 10승 8패라는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이후 8연승을 거두며 챔피언에 올랐고, 챔피언에 오르기 전까지 28전을 치러내며 마이클 비스핑의 26전을 제치고 새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이외에도 도널드 세로니의 16회를 제치고 UFC 역대 최다 피니시 기록을 보유하게 됐으며, 이 경기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인상적인 승리를 거둔 파이터에게 주는 보너스)에도 선정되며 토니 퍼거슨의 입김으로 인상된 보너스(7만 5000달러, 한화 약 8400만원)까지 받게 되었다. 많은 피니시 기록답게 역대 보너스 랭킹에도 17회로 2위에 오르며 18회의 도널드 세로니를 바짝 추격하게 됐다.

올리베이라의 대기만성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ESPN 브라질과의 인터뷰에서 올리베이라는 어린 시절 류마티스 관절염과 심장 잡음을 이유로 의사로부터 스포츠를 할 수 없다고 진단받았음을 밝혔다. 하지만 의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부모님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멈추는 것보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고 말하며 더욱 의지를 불태웠다.

그런 올리베이라의 열정이 이번 타이틀전 승리 이후 아이 같이 뛰어다니며 좋아하던 모습으로 대변된 것은 아닐까.

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021.05.17. 사진 = UFC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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