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이수영 기자] K리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K리그 공식 e스포츠 대회 ‘eK리그 챔피언스컵’ 개최가 확정됐다. 이제 K리거는 공을 차는 축구선수뿐 아니라, e스포츠 선수까지 일컫는 말이 됐다.

지난해 창설된 eK리그(eK League)는 한국프로축구연맹(K리그)과 한국e스포츠협회가 공동 주최하며 아프리카TV가 주관하는 FIFA온라인4 기반 e스포츠 대회다. 국내 e스포츠 대회 중 유일하게 FIFA(국제축구연맹)의 정식 승인을 받은 eK리그는 대회 방식 역시 이전 대회들과 차별적이다.

각 구단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신청자들의 치열한 구단 대표 선발전을 통해 K리그 22개 구단의 대표 팀이 만들어지게 된다. 각 대표 팀은 3인 1조로 구성되며 선발된 22개 구단 팀 간 예선전과 토너먼트를 거쳐 최종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8강전은 3판 2선승제, 4강부터는 5판 3선승제로 진행된다.

이렇게 실제 각 K리그 구단을 대표하며 진행된 e스포츠 대회는 여태껏 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대표 팀으로 참가한 선수들은 단순 우승을 위한 경쟁을 넘어, 각 K리그 구단을 대표하는 소속감과 자부심, 책임감까지 느끼게 된다.

#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초대 대회, ‘eK리그 2020’

  • [상금] 1등: 1000만 원, 2등: 500만 원, 3등: 200만 원
  • [우승팀 추가 혜택] EA챔피언스컵 한국 대표 선발전 예선 진출권, 제닉스 게이밍 의자
  • [22개 구단 대표팀] 해당 구단 공식 E스포츠대표팀 위촉, 구단 유니폼 제공, 게이밍 장비 하이퍼엑스 지원, 향후 K리그 행사 초대권 제공

지난해 창설된 eK리그에는 총 595팀(1785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참가자들이 접수했다. 특히 전북현대와 FC서울의 경우 경쟁률이 60대1을 넘기도 했다. 만 16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는 참여 조건이 10대 층을 잘 공략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대회에는 일반인들뿐 아니라 유명 프로게이머, 구단 관계자, 축구 선수 등도 참가해 축구를 즐기는 모두가 게임을 통해 화합과 경쟁의 장을 만들기도 했다.

당초 8강전부터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아프리카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4강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3.4위전과 결승전만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다.

모든 경기는 아프리카TV에서 독점 생중계했다. 당시 생중계된 조별 리그 개막전 누적 접속자는 약 80만 명에 달했다.

이러한 관심에 힘입어 KT의 IPTV 브랜드 ‘올레티비’, LG전자의 게이밍 장비 브랜드 ‘울트라기어’ 등이 스폰서로서 대회를 후원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대회에서는 안산 그리너스가 우승, 대전하나시티즌이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3위는 제주 유나이티드가, 4위는 포항 스틸러스가 기록했다. 특히 K리그 2에 소속된 두 팀이 나란히 결승에 진출했다는 점에서 eK리그의 또 다른 묘미를 찾아볼 수 있었다.

# 더욱 풍성해진 ‘eK리그 2021’

  • [상금] 1: 600만 원, 2: 300만 원, 3: 100만 원
  • [우승팀 추가 혜택] EA챔피언스컵 한국 대표 선발전 본선 진출권, 팀 지원금 900만 원 지급
  • [22개 구단 대표팀] 해당 구단 공식 E스포츠대표팀 위촉, 구단 유니폼 제공, 게이밍 장비 하이퍼엑스 지원, 린백 게이밍 체어 증정, 향후 K리그 행사 초대권 제공, 넥슨캐시 90만 원 지급
  • [1,2,3 등 추가 혜택] 넥슨캐시 1: 300만 원, 2: 150만 원, 3: 120만 원 추가 지급

지난해 성공적으로 초대 대회를 마친 eK리그는 올해 더욱 풍성한 보상으로 돌아왔다.

총상금이 1000만 원으로 지난 대회(1700만 원)보다 줄어들었다고 보일 수 있지만, 우승팀에는 별도 팀 지원금 900만 원이 추가 지급되고 모든 구단 대표 팀들에 넥슨캐시가 지급된다.

우승팀에 제공됐던 EACC 한국 대표팀 선발전 진출권 역시 지난해 ‘예선 진출권’이 주어진 것과 달리, 올해에는 ‘본선 진출권’이 주어진다.

eK리그 2021은 어제(7일)부터 6일 간 참가 신청을 받고 있다. 이달 22일부터 26일까지 구단 대표 선발전을 치르고, 내달 16일부터 본선 대회가 시작된다. 결승전은 7월 17일에 치러진다.

# eK리그의 바람직한 방향성

eK리그의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프로게이머 위주의 대회 운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대회 대전하나시티즌은 ‘갤럭시X’, 전북현대모터스는 ‘위즈폭스’, 제주유나이티드는 ‘SANDBOX Gaming’이 프로 e스포츠 팀임에도 구단 대표 팀으로 참가했다. 대회 전반적으로도 많은 프로 선수들이 구단 대표 팀으로 참여했다. 실제 대전과 제주는 각각 2위, 3위를 기록했을 만큼 좋은 활약을 보여줬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들이 대회에 참가하는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우승팀에 EACC 한국 대표 본선 진출권이 주어지는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할 내공이 있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좋으며, 대회 자체가 아마추어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위한 대회로 창설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지금과 같이 프로게이머들이 참가하며 대회 경쟁력을 유지하되, 프로게이머 독식 대회가 아닌 축구 산업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화합과 경쟁의 장을 유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시야를 돌리면 아마추어, 학생, 팬들이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대회의 존재 필요성도 대두된다. 실제 한국e스포츠협회는 K리그와 함께 일반 e스포츠 유저 및 K리그 팬들을 위한 ‘eK리그 팬 컵’ 등의 대회 개최 역시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렇듯 K리그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K리그-e스포츠의 공동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지속적인 통합 마케팅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전국 88개 e스포츠 시설을 eK리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준비 중이며, e스포츠 동호인 대회와 eK리그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고자 하고 있다.

K리그의 e스포츠를 활용한 선구적인 움직임은 분명 K리그 팬들과 e스포츠팬들의 관심을 한 번에 사로잡을 수 있었던 혁신적인 결정이었다. e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편입돼야 한다는 전 세계적인 여론이 지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만큼, K리그의 이러한 결정은 분명 우리나라의 e스포츠 경쟁력에도 큰 역할을 했다. ‘eK리그 챔피언스컵 2021’의 성공적인 개최가 기대된다.

이수영 기자(dnsall123@siri.or.kr)

[2021,05.08 사진=한국e스포츠협회 공식 홈페이지, K리그 공식 SNS, 안산 그리너스 공식 SNS, eK리그 2020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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