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RI=유한결 기자] ‘빠른 발을 가진 미식축구 선수가 단거리 육상에 도전하면 경쟁력이 있을까?’ 이런 원초적인 호기심에 도전을 선택한 선수가 있다. NFL 시애틀 시호크스 소속의 와이드 리시버 DK멧캐프가 ‘단거리 육상의 꽃‘ 100m에 도전했다.
10일(한국시간) 멧캐프는 도쿄올림픽 선발전의 전초전이 될 미국육상연맹(USATF) 골든 게임스 앤드 디스턴스 오픈에 나섰다. 이번 대회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월넛에서 개최되었는데, 상위 성적을 기록한 선수에게 올림픽 선발전의 기회가 주어졌다.
올미스 대학교 출신인 멧캐프는 2019년 드래프트 2라운드 64순위로 시애틀 시호크스에 입단했다. 드래프트 콤바인 당시 40야드 기록은 4.33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미식축구와 육상을 병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학교 이후 전문적인 육상 훈련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멧캐프는 2020시즌 NFL 세컨드팀 올프로에 선정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고 수준급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스타플레이어가 전문적인 스프린터도 쉽지 않은 올림픽 출전에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화제가 되었다.
멧캐프의 100m 기록은 10.37로 17명의 전체 참가자 중에서 15위의 기록이었다. 하위권에 해당하지만, 105kg에 가까운 무게임에도 그 정도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도 박수받기 충분했다. 그는 193cm에 105kg이라는 월등한 신체조건을 가졌는데, 0.01초가 중요한 단거리에서는 그것이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
실제로 그가 다른 선수들과 출발선에 서 있는 모습에서 언뜻 봐도 10kg 이상 차이가 나는 것처럼 보였다. 상대 수비 선수의 강력한 태클을 버텨내야 하는 미식축구 특성상 그의 몸무게가 전문적인 육상 선수보다 훨씬 무거웠고, 그것이 단점이 되었다.
게다가 미식축구에는 100m보다 짧은 거리 스프린트가 많기 때문에, 50m가 지나는 지점부터 다른 선수들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멧캐프가 기존 단거리 육상 선수에 비해 많은 불리한 점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도 10.37이라는 기록은 역대 우리나라 100m 공식기록 7위에 해당할 정도로 엄청나다. 2020시즌 week 7에서 부다 베이커를 92야드 추격해 태클해낸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엄청난 신체적 능력을 자랑하는 NFL 선수가 헬멧과 많은 보호 장비를 벗고, 육상 종목에 도전하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실제로 이전부터 많은 NFL 선수가 다른 종목을 병행하기도 했다. 멧캐프의 도전은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그가 이번 시즌 시호크스에서 쿼터백 러셀 윌슨과 멋진 호흡을 보이기를 많은 팬은 기대하고 있다.
유한결 기자(hangyul9696@siri.or.kr)
[21.5.13, 사진 = NFL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