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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RI=이수영 기자] 코로나19로 1년 연기됐던 유로2020이 어느덧 준결승과 결승만을 남겨두고 있다. 국제 대회에 대한 축구팬들의 기대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유로2020 역시 큰 기대 없이 시청한 팬들이 다수였다.

하지만 유로2020은 흥미로운 결과물을 지속해서 생산하면서 다시 한번 축구 팬들로 하여금 ‘국제 축구대회 붐’을 일으키고 있다.

[유로2020 파헤치기]는 이번 유로2020의 표면적인 경기 결과 리뷰를 넘어, 대회 배후에 놓인 흥미로운 요소들을 파헤쳐보기 위해 기획됐다. 그중에서도 이번 편에서는 유로2020의 개최지를 소재로 다루고자 한다. 유로2020은 개최지와 관련해 이전 대회들과 차별화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사상 최초 다 개국 분산 개최

지난 2013년 1월 스위스 니옹에서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UEFA(유럽축구연맹)는 유로2020을 유럽 전역 13개 도시에서 치르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이전까지 유로는 한 나라 혹은 인접한 두 국가가 공동으로 대회를 개최해왔다.

후자도 지금껏 세 차례(11회 대회 벨기에&네덜란드, 13회 대회 오스트리아&스위스, 14회 대회 폴란드&우크라이나)가 전부였기 때문에 사실상 유로 대회는 단일 국가 개최가 일반적이었다. 이런 와중에 UEFA가 유로 대회의 판도를 바꾸는 흥미로운 결정을 내린 것이다.

UEFA는 이를 발표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개최 계획도 수립했다. 13개의 도시가 13개의 패키지(12개의 일반 패키지와 한 개의 특별 패키지) 중 각각 하나를 개최하게 되며, 각 패키지별 경기장 수용 가능 인원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대표적으로 결승과 준결승이 열리게 될 특별 패키지를 개최하게 되는 도시의 경기장은 7만석 이상의 좌석이 확보돼야 했다. 실제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이 이듬해 해당 경기장으로 공식 선정됐다.

# 13개 도시 분산 개최 결정 네 가지 배경

‘유럽을 위한 유로 대회’을 슬로건으로 내린 이 결정(13개 도시 분산 개최)의 배경에는 크게 네 가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먼저 이번 대회가 정상적으로 개최됐어야 했던 2020년은 유럽 축구 선수권 대회(이하 유로 대회) 설립 6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이 각별한 16번째 유로 대회를 많은 국가에서 개최함으로써 UEFA는 ‘유럽을 위한 유로 대회’라는 대회 모토를 축구팬들로 하여금 되새김하고자 했다.

둘째, 여태껏 유로 대회를 개최하면서 불거졌던 다양한 환경 문제들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유럽 국가에서 대회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이른바 축구 문화 확산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유로 같은 대규모 축구 대회 개최는 경기장, 공항, 교통 등 제반 시설의 신축 및 재건축 등 인프라 개선이 뒤따를 수밖에 없어 자연스레 개최국이 상당한 재정 부담을 안게 된다. 특히 유로 대회는 지난 2016년 대회부터 참가팀 수를 24개국으로 확대해 많아진 팀을 모두 감당할 수 있는 경기장을 단기간 짓는 것은 개최국으로서 더 이상 쉬운 일이 아니게 됐다.

하지만 이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인프라 구축이 단순히 개최국의 재정 부담에 그치지 않고 환경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국제 대회 개최를 할 때 많은 국가가 무분별한 경기장 건설이 아닌, 해체 가능한 경기장 설계를 통해 공사비의 절감과 대회 이후 경기장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다양한 환경문제를 최소화하고자 한다는 UEFA의 주장이 현실적으로는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대회 분산 개최로 인해 시설 건설이나 인프라 구축 면에서는 어느 정도 환경 문제를 극복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신축 경기장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경기장 단 한 곳에 그침), 분산 개최를 하며 팀들의 이동 거리가 지나치게 길어졌고 이에 따라 선수들과 팬들이 대거 이동함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어마어마하게 급증했다.

따라서 이번 유로2020은 환경적으로 오히려 실패한 대회라는 것이 전문가들과 축구 팬들의 여론이다.

셋째, 모든 국제 대회가 그러하듯 높은 단가의 중계권료를 효율적으로 받아내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점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메가 이벤트가 발생시키는 수익 중 대게 중계권료는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유로 대회 역시 예외가 아닌데, 조사에 따르면 직전 유로 대회인 유로2016 수익원의 절반 이상은 중계권료 수익이었다. 한 국가가 개최국이 되는 것보다 개최국 수가 늘어날수록 높은 단가의 중계권 수익을 보다 쉽게 얻어낼 수 있으므로 대회 분산 개최 배후에는 분명 중계권에 대한 고려도 존재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 문제 역시 얽혀 있다. FIFA 전 회장 미셸 플라티니는 초기에 대회 분산 개최를 제안할 당시 팬, 경제의 명분을 내세웠다. 축구 약소국에 경기를 나눠 배정하면 축구 팬들이 좋아할 것이고 비용 또한 절감할 수 있을 것이란 논리였다.

하지만 이면에는 본인의 회장직 연임이라는 내적인 야망이 담겨 있었다. 경기 일부를 축구 약소국들에 나눠주면서 그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가 정치의 도구로 얼마나 활용되기 좋은지를 여실 없이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편 플라티니는 지난 2019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개최와 관련한 뇌물 혐의로 긴급 체포되면서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 13개 도시 분산 개최에서 11개 도시 분산 개최로

하지만 실제 집행된 유로2020 개최지 결정 안에는 당초 계획됐던 바와 다소 상이한 부분이 존재한다.

기존에는 유럽 전역 13개 도시(글래스고, 브뤼셀, 부쿠레슈티, 부다페스트, 빌바오, 상트페테르부르크, 더블린,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로마, 바쿠, 뮌헨, 런던)에서 대회가 치러지기로 계획됐었지만, 브뤼셀이 2017년 12월 대회 개최 준비 부족으로 개최권을 박탈당하고 더블린이 2021년 4월 관중 수용 허용 계획을 보증받지 못하며 개최권을 박탈당하는 등 두 도시가 대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결과적으로 유로2020은 11개 도시에서 개최됐다.

이밖에 스페인은 당초 계획됐던 빌바오에서 관중 수용 허용 계획을 보증받지 못하자 이를 허용 받은 세비야로 개최 도시를 변경하기도 했다.

# 대회 분산 개최로 이전 대회들과 달라진 점은?

유로 대회가 사상 처음으로 분산 개최됨에 따라 이전 대회들과 달라진 점은 불가피하게 생길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개최국이 단일 국가가 아니므로 이전 대회까지 존재했던 ‘개최국 본선 자동 진출’ 자격이 사라졌다.

더욱 정확히 표현하자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필요가 없어졌다. 분산 개최하는 모든 국가에 본선 자동 진출권을 부여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경기를 유치한 국가는 조별 예선에서 홈경기를 두 차례 치를 수 있다는 이점을 안게 됐다.

하지만 각 조의 경기가 서로 다른 두 나라에서 열리다 보니, 두 경기장 간 거리가 먼 조는 그에 해당하는 먼 거리를 조별 예선 내내 이동해야 했다. 선수들 입장에서는 체력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대회가 돼버린 것이다.

특히 A조의 경우 두 경기장 사이 직선거리가 3110km로, 두 번째 먼 C조(1785km)와도 큰 차이가 있었다. 최단 거리의 D조(541km)와는 약 6배까지 차이 나는 수치다. A조 2위로 본선 토너먼트에 진출한 스위스의 경우 토너먼트 경기까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16강),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8강)에서 치르는 등 유럽 전체를 가로지르는 살인적인 일정의 비행을 경험해야 했다.

유로2024의 개최지가 독일로 확정된 지금, 유로2020은 특별한 경우가 일어나지 않는 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분산 개최된 유로 대회일 것이다. 그만큼 많은 애로 사항을 경험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위기 상황에 놓인 지금, 유럽 국가들이 축구로 하나가 된 뜻 깊은 화합의 장이었다. 분산 개최된 유로2020이 시간이 흐른 뒤 어떤 평가를 받게 될지 궁금해진다.

이수영 기자(dnsall123@gmail.com)

[2021.07.05. 사진=유로2020 공식 sns, statista, daily 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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