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인류 역사에서 ‘자신의 근육을 사용하는 육체적 활동’, 즉 ‘SPORT’의 역사는 언제라고 특정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역사를 자랑할 것이다. 당장 진화론적 관점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사냥을 위해 돌을 깎고 추격하거나 다른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피하고자 달리는 행위부터 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룰에 의한 스포츠 경기가 생긴 시점은 생각보다 별로 되지 않았다. 당장 구단의 역사만 보더라도 FIFA가 공인하는 가장 오래된 축구 클럽인 셰필드FC가 160년 조금 넘는 역사가 있다. 인류 역사 전체로만 보면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그런데도 그 짧은 시간 속에서 구단들은 각 나라의 사회ㆍ문화적 특징, 리그의 특성 등에 따라 그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는 자본화로부터 보수적인 운영으로 이른바 ‘50+1’규정을 근간으로 한다. 이는 특정 개인 혹은 단체가 구단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하면서 축구를 외부 자본으로부터 보호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VFL 볼프스부르크의 경우 연고지 자체가 자동차 회사인 폭스바겐의 공장이 들어서면서 생겼고, 그 노동자들이 축구 클럽을 만들며 역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이것이 폭스바겐이 지금까지 VFL 볼프스부르크를 후원하는 이유가 됐다.
분데스리가 역시 이러한 연관성을 인정하며20년 이상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클럽을 후원했을 경우 해당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했다. 바이어 04 레버쿠젠도 제약 회사인 바이엘의 노동자들이 만든 클럽으로 VFL 볼프스부르크와 궤를 같이한다. 이전 두 클럽이 분데스리가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기업구단화 된 경우였다면, ‘TSG 1899 호펜하임’은 그 이후에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의 지원 아래 성장한 클럽이었다. 이후 50+1의 예외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호펜하임까지 기업 구단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위 사례와 같이 독일은 지역 연고를 중심으로 한 관계와 그에 따른 유사성 등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 규정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라 바이에른 뮌헨이나 도르트문트 등 거대 클럽들도 지역 기반의 다양한 스폰서를 유치하며 스스로 자생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대표적인 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협동조합 형태의 시민구단이다. 지역 시민들 중심의 조합원, 이른바 ‘Socio’들의 투표권 행사로 회장을 뽑으며 그 선출된 회장의 운영 방식에 따라 클럽의 전체적인 방향을 판가름한다. 레알 마드리드의 경우 플란티노 페레즈 회장의 선출과 함께 갈락티고 정책으로 전 세계 최고 실력과 스타성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쓸어 모았다. 이 과정에서 공격수는 지네디 지단으로 대변되는 스타성을 겸비한 세계적인 선수들로, 수비수는 구단 유스 출신인 프란시스코 파본을 위주로 개혁하겠다는 지단-파본 정책을 시행했다.
1기 갈락티코의 경우 당시 세계 축구에 획기적이었던 자본의 적극적인 개입이라는 측면에서 화제성을 불러일으켰으나 팀 밸런스 붕괴로 생각보다 많은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이후 2009년 재임에 성공한 페레즈는 경험을 살리며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필두로 한 2기 갈락티코 시대를 열었다. 그리고 그 결과로 2010년대 중반부터 세계 축구를 호령하며 전대미문의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반대로 라이벌 구단 바르셀로나의 경우 최근 회장직에서 물러난 바르토메우가 목적 없는 선수 영입과 오버페이로 팀을 적자의 늪에서 허덕이게 했다. 그리고 2020/2021 시즌 바르셀로나는 팀의 상징과도 같은 리오넬 메시를 재정적 문제로 놔주게 됐고 팀은 어쩔 수 없이 명성과 어울리지 않는 선수단으로 시즌을 이어가고 있다. 그만큼 같은 목적을 공유하는 소시오들이 어떤 회장을 선출하느냐에 따라 팀이 흥할 수도, 오히려 전체 기둥이 흔들릴 정도로 악화할 수 있다.
물론 축구적인 철학에 있어서도 전통성을 가진다. 바르셀로나의 경우1970년대 ‘전원공격+전원수비’라는 당시 획기적인 전술인 토탈 풋볼을 구현한 리누스 미헬스와 그의 제자인 요한 크루이프의 영향 아래 패스 축구를 장착한 ‘티카타카’를 기본 철학으로 규정한다. 이에 따라 팀의 유스 시스템인 라 마시아 데 칸 플라네스에서부터 선수들은 바르셀로나의 철학을 바탕으로 축구를 익힌다. 그리고 현대 축구의 패러다임 그 자체인 토탈 풋볼의 영향에 따라 바르셀로나 유스 시스템 역시 독보적인 위치를 자랑한다. 당장 리오넬 메시나 세르히오 부스케츠, 제라르 피케 등이 구단 유스 출신이며 2000년대 세계 최고 미드필더로 군림하던 사비 에르난데스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역시 바르셀로나와 함께 어린 시절부터 황금기를 함께 했다.
반대로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와 이에 따른 스타성이라는 키워드로 팀을 이끌어 간다. 당장 FIFA가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클럽에 오른 바 있으며 챔피언스리그 우승만 총 13회, 그리고 전대미문의 3연패 기록 등 세계 최고를 향한 열망은 이와 같이 성적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성적은 갈락티코 기반의 스타 선수 영입에 의해 이뤄진다. 단순히 돈을 많이 써서 선수를 사는 것이 아닌, 모든 축구 선수들의 꿈의 클럽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앞서 설명했던 두 팀과 달리 아틀레틱 빌바오라는 명칭으로 잘 알려진 아틀레틱 클루브는 ‘순수혈통주의’로 팀을 구축한다. 이는 과거 스페인 내전 시기 프랑코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독립을 열망했던 것과 흐름을 같이한다. 이에 따라 연고지인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났거나 조상이 바스크 출신, 혹은 오랜 시간 바스크 지방 연고의 축구클럽 유소년 출신일 경우에만 팀에 입단할 수 있다. 같은 국가 내에도 여러 문화적인 요인으로 다양한 형태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팀이 있는 것이다.
반대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자체 브랜드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 개척을 노렸다. 이에 따라 천문학적인 중계료를 바탕으로 이적시장의 큰 손이 된다. 물론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축구 종가의 리그이기 때문에 그 안에 클럽마다 문화도 제각각 다르다.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러시아 석유를 등에 업은 채 과감한 개혁을 앞세워 구단을 운영한다. 이에 따라 전 시즌 우승했더라도 곧바로 부진할 기미가 보이면 감독 교체를 단행한다. 아브라모비치 시절 초기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이 리그 준우승과 챔피언스리그 4강의 업적에 도달했음에도 경질시킨 뒤 주제 무리뉴 감독을 데려오며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2019/2020 시즌에는 구단 레전드인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얇은 선수층으로 4위를 기록하며 팀을 챔피언스리그에 올려놓는 등 선전했지만 다음 시즌 부진하자 바로 경질했다. 이후 데려온 토마스 투헬 감독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화로 세계 곳곳에 많은 팬들을 생성하며 막대한 구단 자체 수익을 내고 있다. 그리고 그 수익은 구단 운영의 대부분으로 사용하고 있다. 채석완(1999) 역시 이러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장 밖에서의 성공은 맨유라는 브랜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축구단의 성공은 좋은 성적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지 못하여 구단의 이익과 연결하지 못할 시 경영면에서는 실패로 간주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아래 표처럼 구단주 투자금액이 막대한 다른 팀과는 달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오히려 그 배당금을 가져오는 몇 안 되는 클럽이다. 그리고 그 클럽들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출처: Swiss Ramble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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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혁 기자(rlarnlgur1997@siri.or.kr)
[21.10.16, 사진=pixabay]